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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 "푼수 연기, 애드리브 아닙니다"
2010-04-18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전조는 있었다. 영화 '홍길동의 후예'에서 맛을 보인 이시영의 '4차원 푼수' 캐릭터는 영화의 중요한 웃음 포인트였다.

예능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와 재벌가 장남의 불륜 상대로 등장했던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 때문에 얻었던 '비호감' 이미지와 연기력 논란을 어느 정도 떨쳐낼 만했다.

그리고 KBS 드라마 '부자의 탄생'을 통해 '빵' 터졌다. 드라마 게시판은 어느새 이시영에 대한 칭찬으로 채워졌다.

최근 만난 이시영은 빡빡한 촬영 일정 때문에 눈이 충혈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부태희' 이야기를 할 때면 살짝 들뜬 얼굴에 행복이 가득했다.

"그렇게 반응이 좋은지 진짜 몰랐어요. 사실 지금도 잘 몰라요. 드라마 모니터할 시간도 없이 촬영만 하고 있거든요. 감독님이 좋은 기사 많이 났다고 말씀해 주셔서 알았어요."

◇ "애드리브 아니라 정말 연습 많이 했어요"

재벌가 상속녀인 부태희는 안하무인에 주인공 남녀를 괴롭히는 전형적인 악녀였다. 이시영은 "조금은 과장되고 웃기는 설정으로 하고 싶었다"고 했다.

"어느 날 편집실에서 부르시더라고요. 전체적으로 네 명이 다 늘어지니까 한 명은 톡톡 튀어도 되겠다고요. 그럴 수 있는 건 태희 밖에 없잖아요. 이때다 싶어 코믹 캐릭터로 바꾸겠다고 했죠."

코믹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해서 없던 것이 바로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감독이나 스태프들마저 애드리브로 알고 있는 그의 코믹 연기는 오랜 시간 연습해 온 결과였다.

"평소에 개그 프로그램이나 영화, 일본 드라마를 좋아했어요. 봤던 건 계속 반복해서 보거든요. '내조의 여왕'이나 '옥탑방 고양이' 같은 한국 드라마부터 '노다메 칸타빌레', '가십걸'도 보고 영화는 정말 많이 봤어요. 신미랑 기싸움 하면서 하던 손가락으로 두 눈을 찌르던 동작은 '미트 페어런트'를 보고 따라 한 거예요."

그는 "과장된 캐릭터라 특히 표정 연기는 잘못하면 보기 거북할 것 같았다"며 "거울 보면서 정말 많이 연습했다"고 했다.

부태희의 뚱뚱했던 과거 모습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사진으로만 보여줘도 됐지만 스스로 뚱보 분장을 고집해 라면 두 개를 끓여 먹고 부은 얼굴을 만들어 왔고, 평범한 깁스도 마음에 들지 않아 큐빅을 사다가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일일이 장식을 붙여 '부태희 깁스'로 만들었다.

"지금 이 드라마가 정말 좋아요. 저도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가 자꾸 생각나는지 신기할 정도예요.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서 대본대로 못하고 순간적으로 만든 것들이 더 재미있는 거예요. 아빠(김응수)도 애드리브가 워낙 좋으시니까 둘이 붙으면 신나서 하다가 과했다 싶으면 자제해서 다시 하기도 해요."

◇ "'천만번 사랑해' 이미지 벗고 싶었다"

명품 옷을 입었지만 입가엔 깍두기 국물을 묻히고 묵비권을 묵찌빠로 아는 무식함을 드러내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케이크를 찾는 푼수 연기에 시청자들은 '이시영 때문에 본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시영은 "태희와 나의 닮은 점이라면 솔직하고 단순한 것"이라며 "화를 내다가도 좋아하는 게 눈앞에 있으면 좋아하고, 단순해서 안 좋은 건 금방 잊어버린다"고 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변신에 대해 그는 "'천만번 사랑해' 이미지를 얼른 벗고 싶었다"고 말했다.

"'천만번 사랑해'는 미련이 많이 남아요. 전 연희를 많이 좋아했거든요. 불륜녀지만 나름의 히스토리가 있고 충분히 공감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연희는 조연이니까 제 생각만큼 충분히 설명될 수는 없었죠. 혼자 생각이 너무 많아 오히려 망친 건 아닌가 싶고, 제 마음만큼 연기도 안 나왔고요."

우울하기만 했던 연희 캐릭터만큼이나 그에게 '악플'을 안겼던 것이 '우리 결혼했어요'였다. 전진과 함께 가상 부부로 출연했지만 그는 다른 신인처럼 생글생글 웃지도 않았고, 의외의 털털함과 오타쿠적인 면모를 보였다.

그는 "'우결'만큼 솔직하게 보여준 건 없다"고 했다. 대본은커녕 예식장에서 만나 집으로 간다는 상황 말고는 아무것도 얘기해 주지 않았고, '생초보'였던 그는 정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했다.

"지금의 저라면 하고 싶은 걸 했을텐데 그땐 너무 당황했어요. 하지만 '우결'은 제 일상의 모습이니까 남들이 뭐라 하든 크게 신경 쓰진 않았어요. 오히려 '꽃보다 남자'에서 제 연기를 평가하는 글들이 속상했죠."

그는 "나는 이게 부족하고 마음에 안 드는데 사람들이 그걸 알까 했던 걸 꼭 집어 얘기하더라"며 "악플 보고는 울지 않았는데 연기에 대한 평가는 아파서 운 적 있다"고 했다.

"저를 알리는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아요. '부자의 탄생'으로 칭찬받는 것은 정말 좋지만, 정극도 아니고 가벼운 연기인데 잘한다는 칭찬받고 거기에 얽매이면 안 되잖아요. 아직은 욕심내지 않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조금 더 인정받고 싶어요."

eoyy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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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