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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메달 도둑> Nobel Thief
수만 고쉬 | 인도 | 2011년 | 96분 | 아시아영화의 창
인도의 시성으로 불리는 타고르는 지난 191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 메달이 지난 2004년 전시 도중 자취를 감춘다. 사건은 미결로 끝났고, 결국 노벨재단은 사상 최초로 복제본 메달을 인도에 전달했다. <노벨상 메달 도둑>은 이 사건에서 비롯된 픽션이다. 글도 못 읽는 농부 바누는 우연히 노벨상 메달을 줍는다. 바누는 마을 학교의 선생의 조언을 얻어 메달을 정부에 반환하려 하지만 그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다. 지쳐가는 바누의 마음 한구석에는 메달을 팔아 가난에서 탈출하고픈 유혹이 싹튼다. 하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촌부인 바누의 주변에는 하찮은 이들의 말을 믿지 않는 세상이 버티고 있다. 정부와 언론은 타고르와 그의 메달이 지닌 가치를 떠들지만 정작 사람들은 타고르가 누군지 모르며 노벨상 메달과 금붙이가 다를 바가 뭔지 알
한 인간의 순박한 감동과 묵직한 비극 <노벨상 메달 도둑> Nobel Th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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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아브르> Le Havre
아키 카우리스마키 | 핀란드, 프랑스, 독일 | 2011년 | 93분 | 월드 시네마
<황혼의 빛> 이후 5년 만.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그 사이 아무래도 착한 마음씨 기르기 수양을 한 게 분명하다. 93분 러닝타임을 이끌어가는 동력은 그의 명성도, 화려한 스탭도 아닌 무조건적인 선량함이다. 르 아브르는 프랑스의 항구도시로, 이 영화는 그 도시에서 일어나는 한편의 동화를 재구성한다. 가난한 남자는 엄마를 찾기 위해 밀입국한 흑인 소년을 알게 되고, 그를 전적으로 도와주기로 작정한다. 밀입국자를 숨겨주었다고 의심하는 경찰의 눈을 피해야 하는데다, 건강이 악화된 아내 때문에 남자의 상황은 위기일발이다.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이 소동극을 통해 유럽에 만연한 이민자 문제와 가난을 특유의 유머와 익살로 조명해낸다. 규정하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 폭소가 아닌 희한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에피소드들은 카우리스마키의 전작 그대로다. 주목할 건 이
폭소가 아닌 희한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소동극 <르 아브르> Le Ha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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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하지 말라, 뚜렷한 비전을 가져라,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카메라를 가지고 거리로 나가라. 뤽 베송의 말투는 이처럼 거침없었다. 프랑스와 할리우드를 오가며 <레옹> <택시> <제5원소> 등의 영화를 만들어온 그는 11일 오후 2시 영화의 전당 아카데미룸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30년의 세월이 녹아든 경험담을 연달아 쏟아냈다. 머리가 희끗한 해외 영화 제작자부터 앳된 목소리의 감독 지망생까지, 그의 마스터클래스를 듣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을 보니 뤽 베송이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인들에게 귀감이 되는지 알겠다. 두 시간 내내 뜨거웠던 그의 특강을 모두 싣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아시다시피 저는 프랑스와 할리우드를 오가며 영화를 만들어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할리우드와 프랑스는 어떻게 다른지, 또 할리우드로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더군요. 근본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작업하더
영화를 위해 온몸 바칠 준비가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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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굉장한 선물을 들고 왔습니다.” 11일 오후 5시 영화의 전당 아카데미룸에서 열린 <욘판-마스터클래스>에서 욘판 감독은 자신의 오랜 친구인 장국영의 사진을 부산국제영화제에 기증했다. 감독이자 사진작가로 활동했던 욘판이 직접 찍은 사진이라 더 의미 있다. 욘판은 증정식 앞서 사진에 대한 에피소드를 늘어놓기도 했다. “90년대에 <전설적인 아름다움>이라는 사진집을 냈는데 책을 건네려고 장국영과 호텔에서 차를 마셨다. 장국영이 사진집의 제목을 보더니 ‘내 사진 없이 어떻게 전설적인 아름다움이라 칭할 수 있냐’며 농담을 건넸다. 나는 ‘네가 너무 바빠 사진을 찍을 수 없어 그렇게 됐다’고 웃었으나 장국영이 지금 당장 사진 촬영을 하자고 해 찍게 된 사진이다.”
이 사진이 더욱 특별한 것은 <타임>에 실렸던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사진이기 때문이다. ‘욘판 감독 특별전’을 기획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선물이자 자신들을 환
그는 언제나 우리의 마음속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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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날개를 달아줄 투자처를 찾는 프로듀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영화 투자 전문 펀드 설명회인 ‘한국 콘텐츠 펀드 쇼케이스’를 보기위해서다. 올해 쇼케이스의 주제는 ‘모태펀드를 통한 콘텐츠 투자 현황과 성과’였다. 모태펀드는 개별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창업투자사나 벤처캐피탈이 결성, 운영하는 다양한 목적의 투자펀드에 출자하는 펀드다. 이번 쇼케이스는 모태펀드의 지원 아래 문화콘텐츠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다섯 창업투자사들이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CJ창업투자, 캐피탈원, 소빅창업투자, 이수창업투자, 엠벤처는 각각 자신의 회사의 콘텐츠펀드를 설명하고 투자 방법과 성공 사례들을 프레젠테이션 했다.
먼저 2010년 평가 결과 최우수 창투사로 선정된 CJ창투가 설명회를 가졌다. 올해 <써니> <최종병기 활> <도가니>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린 CJ창투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한국적이면서도 세계화할 수 있
투자의 화두는 3D 그리고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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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페러블> Inseparable
다얀 엉 | 중국 | 2011년 | 97분 | 아시아 영화의 창
도시는 신경증의 공간이다. <인세페러블>은 상하이 중심가에 살고 있는 한 남자가 겪는 신경증에 관한 우화다. 직장에서 무시당하고, 아내와 소원해진 남자 리(오언조)는 애완용 금붕어마저 죽어버리자 자살을 결심한다. 올가미에 목을 매려는 순간, 외국인 이웃인 척(케빈 스페이시)의 오지랖이 그를 살린다. 척은 리에게 다른 이의 생각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을 위해 살라며 그를 보듬는다. 용기를 얻은 리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소심한’ 복수를 해나가고, 급기야 도시의 슈퍼히어로 행세를 하면서 그동안 억눌린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한다.
<인세페러블>에는 뜻밖의 얼굴이 등장한다. 척을 연기한 할리우드 배우 케빈 스페이시다. 중국의 자본으로 캐스팅된 첫 할리우드 배우인 그는 <인세페러블>의 이야기에 가장 큰 변수다. 과연 척은 그저 친절하고
오언조와 케빈 스페이시의 유쾌한 콤비 플레이 <인세페러블> Insepar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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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복> Hara-Kiri: The Death of Samurai
미이케 다카시 | 일본 | 2011년 | 126분 | 아시아 영화의 창
미이케 다카시는 요즘 일본의 시대극이 있는 창고를 뒤지느라 바쁜 것 같다. 작년 고전활극인 쿠도 에이이치 감독의 <13인의 자객>을 리메이크 한 데 이어 이번엔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의 1963년 작 <할복>의 리메이크다. 그의 영화에서 으레 유혈이 낭자하는 폭력의 절정을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미이케 다카시의 이 같은 변화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지 모르겠다. 그러나 미이케 다카시 본인에게 적어도 이 작업은 먼지 폴폴 나는 필름 뒤지기에 그치는 건 아닌 것 같다. 컬트 감독으로서 재기를 보여주는데 급급한 대신 이제 그는 일본의 원류이자 어쩌면 자신 영화의 근간이 된 일본 정통 사극을 되살리려 한다. 영화는 전란이 한창인 전국시대 직후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명망 높은 사무라이 가문에 찾아와 ‘할복’을 청하는 낭
차분한 3D 영상이 주는 임팩트 <할복> Hara-Kiri: The Death of Samur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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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Alps
요르고스 란티모스 | 그리스 | 2011년 | 93분 | 월드 시네마
어쩌면 미카엘 하네케의 가장 명석한 영화적 제자. 재작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차지한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송곳니>는 모던 시네마의 자장 속에서 사회적 폭력과 억압을 사유하는 기막힌 부조리극이었다. 두 번째 영화이자 베니스 경쟁부문에서 먼저 선보인 란티모스의 두 번째 영화 <알프스>는 <송곳니>에 이어지는 일종의 형제 영화라고 할 만하다. 영화 속 ‘알프스’는 간호사, 체조선수, 코치 등이 결성한 기묘한 조직이다. 이들은 유족들의 돈을 받고 죽은 가족이나 친지 노릇을 대신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간호사는 죽은 테니스 선수를 연기하던 중 가짜 부모와 괴이한 유대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결국 알프스에서도 버림받을 처지가 된다.
<알프스>에서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말하려고 하는 바는 뚜렷하다. 그는 현대인의 고독이 어떻
깊이있는 사유와 끝내주게 건조한 유머감각 <알프스> Al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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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 감독의 <뱀파이어>는 비 일본인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뱀파이어 영화다(일본인 배우는 아오이 유우 한 명뿐이다). 뱀파이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누구는 더 섹시하고 잔인하게, 누구는 더 순수하고 낭만적으로 뱀파이어를 그리고 싶어 하지만, 이와이 슌지의 <뱀파이어>는 사람을 해치고 싶어하지 않아 자살을 원하는 사람을 찾아 피를 흡입하는 뱀파이어 이야기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이와이 슌지는, 이 독특한 뱀파이어 영화보다는 현재의 일본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았다.
-<뱀파이어>를 처음 떠올린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영화를 기획 중이었으나 일본에서 영화의 설정과 똑같은 사건이 발생해 그 소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얼마간 지난 뒤 연쇄살인범이라는 설정을 피를 좋아하는 남자로, 그리고 뱀파이어로 바꾸어보니 유니크하고 재미있어 보여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이 영화를 찍기 전
영화같은 현실 앞에서 침묵은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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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맛집 포인트는 의외로 동래역이다. 내가 고3시절 1년간 다녔던 중앙여고가 동래역에 있기 때문이다. 나름 교통의 요지라 유동인구가 많아서 먹거리도 많은데 특히 떡볶이와 오뎅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나의 추천 장소는 동래역 안에 있는 오뎅집. 아마 우동도 팔고 오뎅도 팔고 하는 간이식당 같은 곳으로 기억하는데, 친구들에게 서울촌것으로 불리던 나는 여기서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받았었다. 오뎅의 종류가 너무 많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오뎅은 기다랗고 둥그런 것 그리고 납작하고 구불구불한 것 이렇게 두 가지가 아닌가? 하지만 그래, 세상은 그렇게 간단히 흑백으로 나누어지지 않지. 그 둘은 물론이고, 동그란 것, 네모난 것, 오징어가 든 것, 당면이 든 것, 청양고추가 든 것, 곤약, 심지어는 가래떡까지 눈으로만 훑어도 열 종류도 넘는 오뎅이 그 곳엔 있었던 것이다. (주: 부산의 다른 오뎅집들도 종류는 많지만 여기가 특히 많음) 게다가 간장 소스 외에도 초장 같은 매콤한 소스까지 두
세상은 넓고 오뎅종류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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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재미있는 무협영화를 만들겠다.” <무협>의 진가신 감독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가장 많이 한 말이다. <무협>은 류진시(견자단)라는 정체불명의 고수가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새 출발하기 위해 한 마을에 들어와 가정을 꾸린다. 어느 날, 그는 마을을 침입한 두 명의 악당들을 제압하게 되는데, 이 사건을 조사하러 마을을 찾은 형사(금성무)가 류진시의 정체를 의심하면서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무협>은 촬영 전부터 국내 영화팬들 사이에서 ‘장철 감독의 <독비도>를 리메이크한 작품이 맞다, 아니다’로 의견이 분분했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독비도>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가 적지 않게 등장하나, <무협>은 <독비도>와 다른 영화이다. 분명한 건 감독의 말처럼 <무협>은 ‘재미있는 무협영화’라는 것이다.
-<명장>(2007)을 찍고 난 뒤 무협 장르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나.
=&
무협도 무조건 재밌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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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지 말아요, 제발!> Please Don't Beat Me, Sir!
김철민 | 인도, 미국 | 2011년 | 85분
인도의 집시라 불리는 챠라 부족에게는 삶의 방편으로 도둑질과 밀주 제조가 일상화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불법을 눈감아주는 경찰과 공생하며 폭력과 뇌물상납을 운명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들에게 거리연극을 하는 부단연극단과 그들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팀이 찾아오며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영화는 마을 사람들에게 연극이 시작됨을 알리면서 시작된다. 연극은 단순하고 거칠게 경찰의 폭력과 부정부패에 대해 고발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물론 연기를 하는 사람들은 전문적인 연기자들이 아니고 챠라나가 동네 청소년들이다.
처음에는 경찰의 폭력과 부패를 주로 지적하는 연극에서 시작한 부단연극단은 영화가 챠라 부족 내부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점차 자신들의 삶에 대한 반성적 고찰과 함께 역사적인 원인을 추적해 들어간다. 원래 유목민이었
다큐멘터리 영화의 긍정적인 현실개입 <때리지 말아요, 제발!> Please Don't Beat Me, S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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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영화는 다양하다. 어쩌면 너무도 견고한 틀 속에 있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다양해 보이는지 모른다. 서부영화의 이야기는 분명 단순하다. 한 남자가 마을에 들어온다. 마을은 혼란에 빠져있다. 대부분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당들 때문이다. 남자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처해 보려 하지만 결국 총을 뽑게 된다. 그리고 석양을 등지고 마을을 떠난다. 이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는 어떤 배우가 주연을 맡는가부터 시작하여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총을 쓰고, 어떤 악당과 대결을 벌이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변모한다.
무성영화 시절부터 서부영화에 매진해 온 미국의 영화들이 서부영화의 변주에 아이디어가 고갈 될 무렵 등장한 것이 이탈리아의 스파게티 웨스턴이다. 정의로움 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황금과 복수를 쫓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한 스파게티 웨스턴은 다소 고리타분하고 따분해 보이던 서부영화에 “쿨”함을 가미하며 현대적인 인물극으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기본구조는 여전하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만 놓고 보
'웨스턴=미국 장르' NO! 상상과 판타지의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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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베송은 모든 규격에서 조금씩 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그는 프랑스 영화를 만들기 싫어하는 프랑스 감독이고, 아직 십대소년의 취향과 감수성을 유지하는 철없는 중년남자이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를 감독하거나 제작했고 그중 상당수는 국제적인 흥행성공작이었지만, 그를 완성된 영화예술가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직도 국내 관객들에게 인기 있는 그의 초기 대표작들을 보라. 그들은 모두 보편적인 고전이 아니라, 모두 어린시절의 감수성을 잠시 흔들어놓은 '추억의 영화들'이다. 80년대 말, 90년대 초의 시대분위기와 당시 십대였던 남자아이들의 감수성을 빼고 <레옹>을 다시 보면 뭐가 남는가.
중간지대의 예술가
뤽 베송은 중간지대의 예술가이다. 다른 이들에게 과도기이고, 목적지에 가기 위한 통로인 시공간이 뤽 베송의 왕국이다. 그가 자신의 왕국에서 선택하는 인물들은 모두 낯선 곳의 이방인들이다. <테이큰> <키스 오브 드래곤> <프롬 파리 위
프랑스 대중영화의 새지평을 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