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맛집 포인트는 의외로 동래역이다. 내가 고3시절 1년간 다녔던 중앙여고가 동래역에 있기 때문이다. 나름 교통의 요지라 유동인구가 많아서 먹거리도 많은데 특히 떡볶이와 오뎅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나의 추천 장소는 동래역 안에 있는 오뎅집. 아마 우동도 팔고 오뎅도 팔고 하는 간이식당 같은 곳으로 기억하는데, 친구들에게 서울촌것으로 불리던 나는 여기서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받았었다. 오뎅의 종류가 너무 많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오뎅은 기다랗고 둥그런 것 그리고 납작하고 구불구불한 것 이렇게 두 가지가 아닌가? 하지만 그래, 세상은 그렇게 간단히 흑백으로 나누어지지 않지. 그 둘은 물론이고, 동그란 것, 네모난 것, 오징어가 든 것, 당면이 든 것, 청양고추가 든 것, 곤약, 심지어는 가래떡까지 눈으로만 훑어도 열 종류도 넘는 오뎅이 그 곳엔 있었던 것이다. (주: 부산의 다른 오뎅집들도 종류는 많지만 여기가 특히 많음) 게다가 간장 소스 외에도 초장 같은 매콤한 소스까지 두 종류가 구비되어 있어 번갈아 찍어먹는 그 맛이 일품인데다 국물 맛 또한 훌륭해서 내 고3시절 오백원 코인은 대부분 여기의 오징어 든 오뎅을 사먹는데 소비되었다.
내 주변 까다로운 부산 사람들이 ‘아 동래역 거? 오뎅 맛있지’라고 하니 1차 검증은 끝난 셈이고, 문제는 내가 최근에 그 근방에 가본 적이 없어 아직 장사를 하는지 안하는지를 모른단 것이다. 주인이 바뀌어 맛이 변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출구 바로 앞 떡볶이 격전지를 추천한다.
세 곳이 맹렬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여기는 떡볶이, 오뎅, 튀김을 마음껏 집어먹고 먹은 만큼 양심껏 내고 나오는 선진 시스템, 맛 또한 끝내준다. 아후. 그 찐득하고 뻘건 부산식 떡볶이와 박력 있는 튀김들. 혹시 거기도 망했거나 변했다면 나도 어쩔 수 없다. 그 부산은 이제 더 이상 내가 아는 부산이 아니니까. 대연동 쌍둥이 국밥, 남포동 다리집, 개금밀면 같은 메이저 맛집을 힘없이 추천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