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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의 긍정적인 현실개입 <때리지 말아요, 제발!> Please Don\'t Beat Me, Sir!
2011-10-11

<때리지 말아요, 제발!> Please Don't Beat Me, Sir! 김철민 | 인도, 미국 | 2011년 | 85분

인도의 집시라 불리는 챠라 부족에게는 삶의 방편으로 도둑질과 밀주 제조가 일상화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불법을 눈감아주는 경찰과 공생하며 폭력과 뇌물상납을 운명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들에게 거리연극을 하는 부단연극단과 그들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팀이 찾아오며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영화는 마을 사람들에게 연극이 시작됨을 알리면서 시작된다. 연극은 단순하고 거칠게 경찰의 폭력과 부정부패에 대해 고발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물론 연기를 하는 사람들은 전문적인 연기자들이 아니고 챠라나가 동네 청소년들이다.

처음에는 경찰의 폭력과 부패를 주로 지적하는 연극에서 시작한 부단연극단은 영화가 챠라 부족 내부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점차 자신들의 삶에 대한 반성적 고찰과 함께 역사적인 원인을 추적해 들어간다. 원래 유목민이었던 그들은 다른 부족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되었고 영국식민지 시절에는 위험한 떠돌이들로 인식되어 장기간 수용소에서 갇혀 생활하게 된다. 네루 수상 이후 자유를 얻었지만 힌두 계급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던 그들은 주류사회에 편입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에서 도둑질과 밀주제조를 유일한 삶의 방편으로 삼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10여년에 걸친 제작기간 동안 연극집단과 다큐멘터리 작업팀은 챠라 부족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였고 그러한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보게 된다. 단순한 관찰자로서의 시선에서 벗어나 직접 문제제기를 하고 개입하는 다큐멘터리 팀과 연극단원들은 천연덕스럽게 불법을 증언하던 챠라 부족 사람들에게서 교육을 통한 발전 가능성을 이해하게 만드는 작은 변화를 이끌어낸다. 과거보다 발전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부단연극단과 챠라나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다큐멘터리 영화의 현실개입이 어떻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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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충직 중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