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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임>은 잘 만든 스포츠영화다. 최동원과 선동열, 롯데와 해태, 전라도와 경상도, 연대와 고대처럼 뿌리 깊은 한국적 갈등과 80년대의 전설적인 야구경기가 영화적으로 재구성되는 쾌감이 있다. 보수적인 백인 노친네가 아시안 이웃과 마침내 소통하는 것처럼 극적인 변화로 인한 감동도 존재한다. 가상인물 박만수의 동점홈런이 그렇다. 이것은 어쨌든 스포츠영화이다. 그 뒤로 쭉 이어지는 클라이맥스는, 약간은 과장되고 스피디한 연출과 편집으로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는데, 김태성의 음악이 아니었다면 자칫 촌스러웠을 것 같다.
박만수의 동점홈런 신의 <Cherish>와 연장전 내내 흐르는 <록키>의 테마를 변주한 <Overtime>은 그가 영화음악의 위치와 효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음을 새삼 상기시킨다. 관습적 장치로서 영화음악, 요컨대 사운드가 만드는 감정의 고양효과는 <최종병기 활>에서처럼 공감각적으로 부각되고 마침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감동은 사운드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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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울하다. 이 상태가 3주 가까이 지속되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뭔가 이 고리를 빨리 끊어야 할 텐데…. 회사에서 작업해야 하는 광고가 많아서일까, 기다리다 지쳐버린 입찰 준비를 해야 해서 그런 걸까, 못 쓰는 글솜씨로 타인의 취향을 써야 하는 압박감 때문인가… 생각하다가. 아, 언니! 그렇다. 요즘 너무도 우울한 이유가 언니네 식구들, 특히 조카 때문이라고 스스로 결론내렸다. 3월3일. 언니네 식구들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날이다. 이민을 간다는 사실은 이미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머리로만 받아들였을 뿐 마음으로는 아니었나보다.
동생이 없었던 나는 조카 돌보는 것이 무척 좋았다. 회사를 다니던 언니와 형부 때문에 조카는 우리집에서 꽤 오랫동안 같이 지냈는데 나는 조카와 동생처럼 때론 친구처럼 함께 노는 걸 무척이나! 매우! 좋아했다. 그런 조카가! 그리고 언니와 형부가 이민을 간단다. 2~3년 정도 잠깐씩 외국에 나가 살 때는 그다지 슬프지 않았다. 2~3
[타인의 취향] 내 인생의 축제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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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모름지기 싸움을 잘하거나 밴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잠시 있었다. 중학생 시절 동네 남고 축제에 구경 갔던 날, 어스름 깔리던 무대에서 부활의 <사랑할수록>을 열창하던 밴드 보컬 오빠의 외모는 평범했지만 첫 소절이 울려퍼지던 순간의 떨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뒤로도 록의 ㄹ은 몰랐어도 밴드 하는 오빠들을 좋아한 적은 몇번 있었다. 한국, 미국, 일본, 국적은 종종 바뀌었지만 긴 갈기머리와 늘씬한 다리에 딱 붙는 청바지, 화려한 눈화장까지, 그들에겐 분명 뭔가 특별한 에너지가 있었다.
tvN <닥치고 꽃미남 밴드>의 고교생 밴드 ‘안구정화’의 공연을 찾아와 “오빠들 만질 수 있는 자리” 달라며 웃돈을 내미는 초등학생부터 이십대 누나들까지, 철없고 이성을 상실한 여성 팬에게 ‘닥치고 공감’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밴드의 구성이 돌아이 로커의 필이 충만한 이민기, KBS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 공감능력 부족한 천재로
[최지은의 TVIEW] 잘생겨서 꼭 청춘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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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퍼짐하고 낮은 콧대, 가늘게 찢긴 양안, 작은 눈알 사이로 머나먼 미간, 쌍꺼풀 없는 민자 아이라인, 각진 턱선, 작은 키, LCD(평면!) 가슴, 돌출된 광대뼈가 만드는 평면적이고 드센 인상. 미녀의 이목구비를 결정할 때, 위에 나열한 요인 가운데 셋만 갖춰도 감점이다. 나열한 특징은 동양 여성의 일반적 외모다! 스모키 화장을 뒤집어쓴 농염한 눈매와 베이비페이스는 동양 여성이 추종하는 서구적 미녀의 기준점이다.
동양적 이목구비와 체형을 상대적으로 극복한 장쯔이, 공리, 전지현, 송혜교가 국제적으로 회자되는 건 나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동양적 열세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선전하는 ‘동양 미녀’의 성공 비결은 뭘로 설명될까? 데본 아오키, 루시 리우, 샌드라 오, 탕웨이, 장윤주. 물론 부족함이 적은 미녀들이다. 하지만 완벽미를 갖췄기보다는 변별력으로 국제 기준을 추월한 경우에 가깝다.
가장 손쉬운 해법은 문화 오리엔탈리즘. 19세기는 서구 열강의 식민주의 취향이 유럽에 득세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오리엔탈리즘, 손쉽지만 고유한 파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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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국제영화제 가운데 연중 가장 일찍 개최되는 베를린영화제는 그 위상에 걸맞게 한해의 세계영화의 동향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마땅하겠지만, 실제로 베를린이 그러리라 기대하는 이는 이제 거의 (혹은 전혀) 없는 것 같다. 물론 벨라 타르의 <토리노의 말>과 울리히 쾰러의 <수면병>처럼 걸출한 작품들이 지난해 베를린을 빛나게 한 건 사실이지만 1년이 지나고 난 지금 그 누구의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을 영화들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 경쟁부문 역시 극소수의 수작들- 그 가운데 한편은 올해의 영화로 미리 꼽을 수 있을 만큼 훌륭했다- 이 초청되기는 했지만 브리얀테 멘도자의 <포로>와 스피로스 스타툴로풀로스의 <메테오라> 등 터무니없는 영화들 틈에 섞여 있었고, 게다가 최고의 상들은 삶과 연기의 병행구조를 취한 타비아니 형제의 구식 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와 사회적 이슈를 짐짓 예술적으로 담아내려다 지루한
[유운성의 시네마나우] 영화제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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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형상’(Techno-bild)이라는 개념이 있다. ‘예술적 형상’이 인간이 손으로 빚어낸 이미지라면, 기술적 형상은 기계로 제작된 이미지다. 최초의 기술적 형상은 물론 19세기에 발명된 사진. 사진술이 보편화한 20세기 초, 이미지의 역사에는 거대한 단절이 생긴다. 19세기까지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이 회화였다면, 20세기 이후엔 기술로 제작한 이미지, 즉 사진이 그 역할을 떠맡는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이미지는 이미 사진이다.
해독되는 사진
기술적 형상은 기술의 산물이다. 때문에 모든 기술적 형상은 바탕에 깔린 기술적 텍스트에 대한 ‘독해’를 요구한다. 상상의 산물로 여겨지는 그림과 달리, 사진은 사실의 기록으로 간주된다. 대중 조작의 매체로 사진이 선호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도 거짓말을 한다. 그 거짓을 알아차리려면, 기계(카메라)와 기술(촬영술)을 읽어야 한다. 모호이 나지의 말대로 “미래의 문맹자는 글자를 못 읽는 사람이 아니라 영상을 못 읽
[진중권의 아이콘] 영상맹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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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킹슬리와 에밀리 모티머, 에이사 버터필드, 크로 모레츠를 비롯한 배우들, 그리고 그레이엄 킹 프로듀서, 각본가 존 로건, 원작자 브라이언 셀즈닉이 가족 같은 분위기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연기를 칭찬해주고,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영화 홍보를 위해 억지로 다시 모인 배우들에게서 느껴지던 지루함이나 건방진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휴고>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던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해 알고 있었는가.
=벤 킹슬리_운 좋게도 학창 시절에 교내 필름클럽이 있어서 에이젠슈테인, 프리츠 랑, 멜리에스 등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달세계 여행>에 대한 기억이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었는데, 책과 시나리오를 접할 기회가 생긴 거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우리 모두 이 작품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의식세계에 남아 있다고나 할까. 영화를 준비하면서 그에 대해 더 많은 것
<휴고>는 스코시즈의 가상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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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에도 나오듯 영화 역사상 최초의 영화가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1895)이라면, 멜리에스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소년 휴고가 기차역에서 늘 ‘열차의 도착’을 보는 아이라는 설정은 꽤 의미심장하다. 그렇다면 뤼미에르와 멜리에스의 차이는 무엇일까. <옥스포드 세계영화사>는 조르주 멜리에스를 두고 “아마도 영화에 있어 ‘픽션’이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최초의 사람”일 것이라 말한다. 풍자만화가이며 마술가였던 그는 영화에도 나오듯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만들고 상영했던 단편영화에 흠뻑 매료됐다. 이후 뤼미에르의 카메라와 비슷한 카메라를 만든 뒤 있는 그대로의 거리 풍경과 하루가 경과하는 순간들을 필름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버스가 지나가는 동안 카메라가 정지해버렸고 카메라를 고친 뒤에는 렌즈 앞으로 장의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나중에 그것을 상영했을 때 다가오던 버스는 순간 장의차로 바뀌어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영화적
조르주 멜리에스, 영화 매체의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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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는 영화라는 거대한 문을 열고 들어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1930년대 프랑스 파리의 기차역에서 시계 관리를 하며 살아가는 고아 소년 휴고는, 돌아가신 아빠가 남긴 고장난 자동인형을 수리하면서 숨겨진 비밀을 만나게 된다. 그 비밀이란 바로 영화사 초기의 위대한 감독이자 제작자, 그리고 마술사였던 조르주 멜리에스와의 조우다. 영화라는 새로운 매체의 잠재력을 가장 깊고 넓게 알아차렸던 그는 영화의 순수성과 그 심원한 세계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의 영화들은 그 자체로 현재의 3D 입체영화의 맹아였다. <휴고>를 통해 현재의 거장이 사라진 거장에게 바치는 최고의 찬사를 읽는다. 그리고 현지에서 만난 <휴고>의 네 배우, 제작자, 원작자의 인터뷰를 함께 싣는다. <휴고>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작품상, 감독상, 시각효과상 등 총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영화감독으로서, 저는 영화의 모든 것이 조르주
영화의 마술은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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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편의 한국영화가 올해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됐다. 포럼부문에 초청된 김중현 감독의 <가시>가 이중 한편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연구과정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채권자로부터 몸을 숨긴 엄마(길혜연) 때문에 아들 윤호(엄태구)가 혼자 남겨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균열이 생기는 가족을 그린 작품이다. <가시>의 베를린영화제 초청이 확정됐을 때 <씨네21>은 김중현 감독에게 참관기를 부탁했다.
2월9일
낮 12시.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10시간 가까이 북서쪽 헬싱키로 향해 날아갔다. 함께 출발한 이진근 촬영감독과 박은지 PD, 그리고 단편경쟁에 초청된 <애드벌룬>의 이우정 감독, 배우 이민지씨는 오랜 비행과 낮으로 낮으로 이어지는 시차 때문인지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헬싱키 공항에서 환승 비행기를 한 시간 반가량 기다린 뒤, 우리는 다시 베를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눈덮인 헬싱키 공항은 어느새
설렘, 기대, 조바심 그리고 큰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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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필자가 <가족의 나라>(Our Homeland)에 주목한 것은 이 작품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이하 APM, 구 PPP)에 선보인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지난 APM 선정작 가운데 올해 베를린영화제에는 말레이시아 감독 에드윈의 <동물원에서 온 엽서>(Postcard from the Zoo)가 경쟁부문에, 재일동포 감독 양영희의 <가족의 나라>가 포럼부문에 올라 있었다. 양영희 감독은 이미 <디어 평양>과 <굿바이, 평양>, 두편의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보여준 적 있는데 <가족의 나라>는 앞선 작품들에 담지 않은 실화를 극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그녀는 <가족의 나라>에 나오는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에선 일부러 뺐다고 한다. “언젠가 이걸 극영화로 만들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란다. 오래전 <디어 평양>을 보면서 양영희 감독의 기구한 가족사에 연민을 느꼈
북에 간 오빠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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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리스트
황금곰상 <시저는 죽어야 한다>(Cesare deve morire)/ 파올로 타비아니 & 비토리오 타비아니
은곰상(심사위원대상) <그저 바람>(Csak a szel)/ 베네덱 플리고프 감독
은곰상(감독상) <바바라>(Barbara)의 크리스티안 펫졸트 감독
은곰상(남우주연상) <로열 어페어>(En Kongelig Affære)의 미켈 보에 폴스라르
은곰상(여우주연상) <전쟁 마녀>(Rebelle)의 레이첼 음완자
은곰상(각본상) <로열 어페어>의 니콜라이 아르셀, 라스무스 하이스터버그
은곰상(예술공헌상) <하얀 사슴 평원>(Bai lu yuan)의 촬영감독 루츠 라이트마이어
은곰상(특별상) <자매>(L’enfant d’en haut)의 위르실라 메이에 감독
알프레드 바우어상 <타부>(Tabu)의 미구엘 고메스 감독
노장이 돌아왔다. 제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
노장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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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를린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거장의 승리와 신진의 발견’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제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는 타비아니 형제의 <시저는 죽어야 한다>에 황금곰상을 수여하며 막을 내렸다. 새로운 발견과 정치적 화두에 관심을 두던 베를린이 거장들의 귀환을 챙기는 칸영화제의 전통만 따라가는 거 아니냐고? 그렇진 않다. 올해 베를린은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당차고 신선한 신인들의 수작으로 가득했다. 한주연 베를린 통신원이 현지에서 생생한 소식을 전한다. 동시에 포럼부문에 <가시>로 초청된 김중현 감독의 참관기와 양영희 감독의 <가족의 나라>에 대한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실장의 글을 함께 싣는다.
성공적인 파티, 딱 이만큼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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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전화를 받고 사라진 약혼녀를 찾아 나선 남자와 전직 형사, 그녀의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드러나는 충격적 미스터리를 그린 '화차'는 오는 3월 8일 개봉 예정이다.
[김민희] ‘강한 캐릭터는 오랜 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