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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킥>의 배우 지자 야닌은 타이의 액션스타다. 앳된 외모와 달리 11살 때부터 쌓아온 그녀의 무술 공력은 무에타이와 태권도, 쿵푸, 카라테를 넘나든다. “무술을 잘하기는 하는 데, 사실은 매우 여성스러운 여자다.”(웃음) <더 킥>에서는 한국인 태권도 사범 부부를 돕는 무에타이의 고수 와와를 연기했다. 태권도가 중심인 이 영화에서 지자야닌의 역할은 무에타이와 태권도의 조화다. “11살때 태권도를 배웠고, 트레이너로 활동하면서 돈을 벌기도 했다. 나에게는 무에타이와 태권도 모두 가장 친숙하고 제일 잘할 수 있는 무술이다.”
어린시절부터 무술을 연마해 액션스타로 등극한 그녀의 과거는 한 편의 통속드라마에 가깝다. 태권도를 배운 건 몸이 약한 딸을 염려한 엄마의 권유 때문이었지만, 아버지를 여읜 뒤 생계를 떠맡아야 했던 그녀는 태권도로 돈을 벌었다. 배우가 되고자 했던 것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데뷔작 <초콜렛>에서 야닌이
사실은 여성스러운 여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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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쉬> MESH (Walking)
시아르 압디 | 터키, 독일 | 2011년 | 90분 | 플래시 포워드
1980년대를 배경으로 쿠르드 족의 힘든 삶을 그려내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10대 소년 젠고다. 목판을 둘러메고 하루 종일 껌을 파는 젠고는 매일 같은 장소를 배회하는 할아버지를 눈여겨본다. 어깨에 삐딱하게 외투를 걸친 채 신발 한 짝의 뒤축은 꺾어 신고 같은 길을 왔다 갔다 반복하는 셀리오다. 그는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며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는 일상을 되풀이 한다. 몇 년 전부터 말을 하지 않는 그는 가족과 떨어져 창고 같은 장소에서 홀로 지내며 담배만을 벗 삼아 지내고 있다. 왠지 그에게 마음이 끌리는 젠고는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에 담배 한 개비를 그의 거처 안으로 밀어 넣어준다. 젠고는 조금씩 마음을 여는 셀리오를 동네 아이들의 아지트로 데려가고 셀리오는 처음으로 미소를 보인다. 젠고와 셀리오가 마을회관 극장에서 흑백 갱스터영화를 함께 보던 날 진짜 총성이
걷는다는 행위 자체는 늘 진보이다 <메쉬> MESH (Wal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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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The Mirror Never Lies
카밀라 안디니 | 인도네시아 |2011년 | 100분 | 뉴 커런츠
아이들이 수상 가옥 사이에 얼기설기 놓인 판자들을 동동거리며 건너는 동안, 노인들은 한가로이 그물을 손질하고, 어촌의 강인한 여인네들은 한 편에서 밥을 짓는다. 인도네시아 캄풍 바조 마을에는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다에서 실종된 아버지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거울만 들여다보고 있는 소녀 파키스도 그 중 하나다. 그녀의 곁에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 깊이 묻어둔 젊은 어머니가 있고, 거북이가 되는 것이 꿈인 장난꾸러기 친구 루모도 있다. 그런데 이 평온한 마을에 돌고래 과학자 투도가 찾아오면서 긴장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파키스가 투도를 향한 경계심을 풀고 해맑게 웃게 될 때 즈음, 그녀의 어머니 역시 그와 가까워진다.
<거울은…>의 이야기는 느슨한 호흡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스크린에 펼쳐진 총천
착한 영화이지만 결코 나이브하지 않은 <거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The Mirror Never L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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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데려다 줄게요> I Carried You Home
통퐁 찬타랑쿤 | 태국, 싱가폴 | 2011년 | 115분 | 뉴 커런츠
형제자매란 참 신기하다. 부모자식만큼 애틋하지도 않고 연인만큼 깊이 얽히지도 않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시원스레 터놓고 이야기하기엔 뭔가 어색하고 쑥스럽기도 하다. 형제자매만의 미묘한 거리감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보듬는다. <집으로 데려다 줄께요>는 어머니의 시신을 모시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두 자매가 서로를 위로하고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로드무비다.
방콕으로 자신을 만나러 온 어머니가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시자 동생 판은 충격에 빠져 어쩔 줄 모른다.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던 언니 핀이 뒤늦게 연락을 받고 달려오고 자매는 응급차에 어머니의 시신을 실은 채 고향집으로 간다. 오랜 동안 서로 보지 못했던 두 사람은 서먹하지만 이내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기 시
가족의 사랑을 회복하고 확인하는 과정 <집으로 데려다 줄게요> I Carried You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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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M 선정작인 <진홍색 양귀비>는 백인 남성과 아프간 여성의 사랑이야기다. 흔한 러브스토리로 보기에는 “아프간 여성과 사랑한 외국인의 대부분이 살인을 당한다”는 아프간의 극보수적 문화가 마음에 걸린다. 연출을 맡을 피터 부시안 감독은 “서양과 동양의 사고방식과 시스템이 충돌하며 발생하는 에너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진홍색 양귀비>는 어떤 계기로 구상했나.
=사진가로 일하면서 UN과 함께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서부지역에 있었다. 당시 여자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다들 얼굴과 몸 전체를 가리고 다니지 않나. 유일하게 밖에 내보일 수 있는 게 발이라, 발에 가장 많은 치장을 하는 거다. 대부분의 길바닥이 진흙탕인데, 그런 대비가 와닿았고 그때 이 영화를 구상했다.
-혹시 그때 실제로 아프간 여성과 사랑을 했던 건 아니었나.
=그런 건 아니었다.(웃음) 하지만 그랬던 외국인 남자를 알고 있었다. 그는 결국 길거리
눈동자와 발가락 통해 남녀 감정 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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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티켓 7장이면 CGV 무비꼴라주 티켓 1장
=‘무비꼴라쥬 티켓 리펀드’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다. 영화제 기간 중 7편 이상을 유료 발권한 관객을 대상으로, 2011년 12월 30일까지 무비꼴라쥬 상영작을 관람할 수 있는 초대권 1매를 증정한다고. 많이 보고 또 보자.
아시안영상정책포럼, 10월10일 개막
=공지영 작가과 정재승 교수의 강연을 시작으로 12일까지 열린다. ‘아시아 필름커미션 10년, 역할과 방향’, ‘버추얼 스튜디오, 로케이션을 캡처하다’, ‘영화, 지구를 위로하다’ 등 주제가 다채롭다.
김기덕 감독, 해운대에 손 자국을 남기다
=<맨발의 청춘> <대괴수 용가리>등을 연출한 김기덕 감독의 핸드프린팅 행사가 9일 해운대 비프 빌리지에서 열렸다. 부산국제영화제의 47번째 핸드프린팅이다.
밤 바다에서 음악을 즐기자
=관객들을 위한 보너스다. 10일 오후 7시부터, 한강의 기적과 브로콜리 너마저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장소는 해
부산국제영화제 티켓 7장이면 CGV 무비꼴라주 티켓 1장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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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아시아의 왕자에서 월드 프린스로 거듭나겠다. 내가 할리우드 못 갈 것 같아?”
-로건 레먼과 대담을 나눈 장근석
“언론을 통해 현빈이 군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몸 건강히 잘 있었으면 좋겠다.”
-<무협> 기자회견에 등장한 탕웨이
“이제 30대다. 20대에 좀더 자유롭게 놀고 싶었는데, 후회된다. 결혼을 하지 않은 것도 후회스럽다.”
-<마이 백 페이지>의 쓰마부키 사토시
"내가 할리우드 못 갈 것 같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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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영화를 생각하면 단 하나의 이름이 떠오른다. 100살이 넘은 거장 마누엘 데 올리비에라. 그렇다면 젊은 포르투갈 영화는 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포르투갈 6인의 감독전>은 서구에 속해있으면서도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포르투갈 영화를 접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특히 ‘극한의 시네아스트들’이라는 이번 감독전의 부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주아옹 페드로 로드리그쉬의 <유령>과 <남자로 죽다>다. 동성애자 환경미화원과 트랜스섹슈얼 가수가 주인공인 두 작품은 일종의 퀴어 시네마인 동시에 온갖 장르가 혼합된 아름다운 멜로드라마다.
주아옹 페드로 로드리그쉬의 영화들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초창기 영화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다. 그러나 주아옹 페드로 로드리그쉬는 퀴어 시네마 혹은 알모도바르의 적자라는 구속을 달가워하진 않는다. “알모도바르와 나는 매우 다른 감독들이다. 나로서는 고유한 영화적 특징을 갖고 싶다. 삶에 대해서나
알모도바르의 적자? 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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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서울에서 가깝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곳은 아니다. 그러나 부산이 가장 멀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바로 부산국제영화제를 하는 시기에 그랬다. 영화인의 가장 큰 축제지만 그 자리에 초대받지 못한 영화인들에게 부산은 스타와 스타감독들의 잔치처럼만 보였기 때문이다. 관객으로 기차표 끊고 가도 되지만 알량한 자존심은 ‘네 영화 들고 가기 전엔 절대 가지 마라’고 늘 쫑알거렸었다. 와신상담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스스로를 옭아매야 한해라도 더 빨리 데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작년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으로 보무도 당당히 부산 땅을 밟았다. 15년 동안 다른 사람들을 통해 들어야했던 남포동을 찾아 스타들의 핸드프린팅에 설욕(?)의 로우킥을 날리며 혼자만의 감회에 젖었다. 그러면서 왜 그토록 많은 동료들이 ‘부산! 부산!’을 부산하게 외쳤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이 큰 도시가 시골 작은 마을의 동네잔치처럼 일사분란하게 들썩이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어
부산엔 오뎅만 있는 게 아니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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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감독 웡 셔우밍은 만나자마자 <두, 주이 & 마>의 홍보 책자를 건넸다. 책자 안에는 참고 자료로 에드워드 호퍼, 로버트 프랭크, 신디 셔먼의 작품이 들어 있었다. 그들의 개성으로 짐작하건대 어둡고, 쓸쓸하고, 기괴한 느낌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원래 블랙 코미디를 좋아한다. 표면상으로는 평범하지만 알고 보면 모순적인, 그런 느낌의 가족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두, 주이 & 마>의 줄거리는 중국판 <조용한 가족>같다. 화류계의 과거가 발목을 붙잡는 작가 엄마, 할아버지에게 악감정이 있는 아빠, 며느리가 영 탐탁지 않은 할머니와 시인을 꿈꾸는 손자가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이다. 가족이 숨겨왔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며 이야기는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푸지안 출신인 웡 셔우밍 감독은 고향의 한 빈집으로부터 이 프로젝트의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빈집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황량하고 소름끼치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로우 예 감독의 가르침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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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필름마켓의 벡스코 시대’가 드디어 시작된다. 개막을 하루 앞둔 아시아필름마켓이 9일 오전 마켓 관계자들에게 처음으로 전시장을 공개했다. 123개의 홍보 부스 설치를 위해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일렬종대로 늘어선 부스들의 위용이 보는 이를 압도했다. 호텔 방을 찾아다닐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아시아필름마켓의 규모가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곳곳마다 부스 안을 정돈하기 위한 마켓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부산했다. 세일즈 업체를 소개하는 홍보 문구와 포스터가 전시장의 하얀 벽을 메워가는 모습을 보니 이제서야 마켓 개장이 실감난다.
올해 아시아필름마켓을 찾는 세일즈부스는 모두 75개다. 전년 대비 67%가 늘어난 것이다. 아시아필름마켓의 남동철 실장은 아시아 업체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한다. "인도 영화사가 처음으로 부스를 차렸고, 이란에서만 네개 회사가 왔다. 해외 마켓에 참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이란이 부스를 냈다는 건, 아시아 영화 시장에서 부산의 필름
아시아필름마켓 벡스코 시대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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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규모의 지진과 쓰나미로 진통을 겪었던 일본의 모습이 촬영감독 15인의 사진을 통해 공개된다. 아시안영상정책포럼 기간인 10일부터 13일간 열리는 <맨 얼굴의 일본>전이 바로 그것이다. <맨 얼굴의 일본>전은 2009년 <맨 얼굴의 부산>전 이후 두 번째로 개최되는 사진전이다. 이번 사진전에 참가한 촬영감독은 <소라닌>의 콘도 류토, <나고야 살인사건 2>의 오사와 요시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우에노 쇼고 등으로 그들이 찍은 사진 22점이 전시된다.
일본촬영감독협회(JSC) 주최로 열리는 <맨 얼굴의 일본>전은 원전 폭발을 겪었던 후쿠시마현의 처참한 모습을 공개해 더욱 관심을 모은다. 특히 오사와 요시코의 작품 <후쿠시마현 우스이>는 지진과 쓰나미가 휘몰아치고 난 뒤 모습을 그대로 담아 마치 재난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오에노 쇼고
재기의 에너지가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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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1964년이다. 일본에서는 도쿄올림픽이 열렸고 해외여행 자율화 조치가 취해졌다.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당시 작은 마을의 청춘 로맨스를 담는다. 지브리가 판타지에서 현실로 방향을 바꾼, 그러나 과거 지향적인 이 드라마는 흥미롭다. 노년의 감독과 그의 아들이 공동작업한 드라마에는 여러 가지로 ‘순수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가 지배한다. 전공투 주역이었던 68세대의 고교 시절을 거슬러 회상하는 것도, 그 부모 세대가 전후 상황에서 살아온 이야기도 그렇다. 거기서 예술에 대한 치열함, 매사에 진지했던 청춘에 대한 찬사가 낭만적으로 펼쳐진다. 전작과의 차이라면 어른이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음을 명시하는 정도다.
이때 배경음악인 <上を向いて步こう>(위를 향해 걷자)는 1963년에 <Sukiyaki>란 제목으로 미국에서 발표되어 빌보드 1위까지 차지한 일본곡이다. 요즘에도 힙합 샘플링으로 종종 쓰인다.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컨트리팝인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순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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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을 찾아다닌다거나 맛있는 음식에 행복감을 느끼는 미식가는 절대 아니다. 정말 음식은 먹고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로 치부하는 나다. 그런데 한 가지 조금 특별하다면 특별한 취향이 있다. 나만 이런 건 분명 아닐 거다.
여름은 조금 지났지만 냉면 요거 먹는 취미 하나는 확실히 독특하다. 그래서 아무도 나의 냉면에 손을 대지 않는다. 심지어 한 젓가락 권해도 말이다. ㅎㅎ
냉면을 좋아하나 싶겠지만 그건 아니다. 그럼 뭐냐고! 내가 좋아하는 건 냉면에 그득 뿌리는 겨자 요놈이다. 다른 음식들을 먹을 때도 그렇지만 겨자는 역시 냉면을 먹을 때 뿌려줘야 제맛이다. 코를 뚫고 들어오는 이맛, 이 느낌 조금 진한 겨자라면 눈까지 시원하게 열어 젖힌다. 여기서 한 가지 팁. 눈물은 좀 나지만 안 나는척 참아야 진짜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요 겨자와의 연은 2005~2006년쯤 시작되었나 보다. 영화 <천군>의 중국 현장에서부터 시작된 듯하다. 중국의 한 식당 음식
[타인의 취향] 겨자 맛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