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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조에 빠진 여배우> The Woman in the Septic Tank
마를론 리베라 | 필리핀 | 2011년 | 90분 | 아시아영화의 창
영화란 본디 백조의 운명이다. 스크린에 투영된 한컷 한컷의 프레임은 곧 수면 아래의 발버둥에서 창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수조에 빠진 여배우>는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발버둥이 어떤 목적을 향해 있어야 하는지를 묻는 영화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비루한 현실을 깨닫게 하거나, 아름다운 감동을 전하거나, 세계적인 명감독이 되거나. 영화가 그리는 것은 이 모든 욕망이 겹쳤을 경우에 벌어질 법한 소동이다.
<하수조에 빠진 여배우>는 필리핀의 한 빈민가에서 시작한다. 이곳에는 라면 한 봉지로 7명의 아이들이 한끼 식사를 때워야 하는 가족이 살고 있다. 생계를 꾸려야 하는 엄마는 딸의 몸을 씻긴 뒤 소아성애자인 백인 남성에게 매춘을 알선한다. 이 정도의 줄거리를 들은 영화 속의 누군가가 말한다. “오,
독립영화란 개념과 이를 쫓는 사람들의 좌충우돌 수난극 <하수조에 빠진 여배우> The Woman in the Septic T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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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내 영화를 말하기엔 저의 인생과 경력이 20년 정도는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얼굴에 쑥스러움이 가득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신작 <기적>을 들고 온 그의 인생과 영화 얘기를 듣기 위해 영화의 전당 아카데미룸은 들뜬 표정의 관객들로 가득 찼다. 9일 저녁 7시 ‘My Life, My Cinema’를 주제로 펼쳐진 마스터 클래스에서 그는 자신에게 영향을 끼쳤던 고전영화와 그에 얽힌 추억들을 꺼내놓았다. 그의 영화 이야기들을 지면에 옮긴다. 신작 <기적>에 관한 대화도 따로 나누었다. 지면 사정상 <씨네21> 김혜리 기자와 나눈 대담까지 소개하지 못하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저는 25살까지 카메라를 잡아본 적이 없습니다. 동세대 작가들에 비하면 데뷔가 늦은 셈이지요. 사실 저는 극장에도 자주 가지 않았습니다. 주로 어머니와 함께 TV로 영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그게 별로 좋은 환경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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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LA-BAS - A Criminal Education
귀도 롬바르디 | 이탈리아 | 2011년 | 100분 | 플래시 포워드
나폴리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캄파니아는 아프리카 이민자 2만명의 또 다른 고향이다. 영어와 불어를 쓰는 그들의 절반은 불법이민자들이고 그들에게 거주지나 일자리를 주는 것은 불법이다. 이런 환경은 필연적으로 거대한 범죄조직의 발생을 유도하게 된다. 갓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수프는 오래 전 이주해 자리 잡은 삼촌을 찾으려 한다. 삼촌의 행방을 몰라 일단 합숙소에 들어간 이수프는 자기 또래의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현지 사정에 대해 조금씩 듣게 된다. 도로 한가운데서 티슈를 파는 그가 이곳에 온 지 벌써 6년째라는 말에 이수프는 깜짝 놀란다. 범죄자가 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는 절망스러운 현실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이수프는 상상 이상의 열악한 환경에 점차 적응해 가면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한다. 세차장에서 일하게
노동을 해도 자유롭게 살기 힘든 이민자들 <그곳> LA-BAS - A Criminal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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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지대> Memories Corner
오드리 푸셰 | 프랑스, 캐나다 | 2011년 | 82분 | 플래시 포워드
1995년 고베 대지진은 일본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영화는 프랑스에서 온 여기자의 시선으로 이 참담한 기억을 되살린다. 이 지점에서 알랭 레네의 <히로시마 내 사랑>이 떠오른다. 일본의 역사와 프랑스 여자가 상처를 통해 만나고 기억을 반추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두 영화는 사랑의 양상이 다르다. <히로시마 내 사랑>이 더 해체적이고 허무한 감각을 유발한다면 <기억의 지대>는 통합적이고 치유적인 성찰을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어떤 의미에서 한계다. 치유는 희구할수록 의식적이 되고 의식적인 모든 것은 부자연스러움을 필연적으로 함유하기에 그렇다. 무엇이든 안팎에서 바라보는 시도는 다다익선이므로 다소의 부자연스러움은 상쇄할 만하다.
아라
초현실적인 관념이 동서양을 오간다 <기억의 지대> Memories Co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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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 Starry Starry Night
린슈위 | 대만, 중국, 홍콩 | 2011년 | 98분 | 뉴 커런츠
당신 인생의 가장 빛났던 순간은 언제인가. 때론 찰나의 시간이 삶을 지배한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을 맞이하는 결정적 순간.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은 삶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버팀목이 될 수도 있다. <별이 빛나는 밤>은 감수성 예민한 12살 소녀의 성장담을 통해 생의 결정적 순간을 추억한다.
12살 소녀 메이는 늘 불안하다. 매일 다투는 부모님은 섬세한 그녀의 마음에 그늘을 드리우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편히 마음 기댈 곳이 없다. 그녀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봤던 별이 빛나는 밤하늘의 기억이다. 그녀는 불안해질 때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퍼즐을 맞추며 마음을 달랜다. 어느 날, 전학 온 소년 제이의 삐딱한 태도에 마음이 끌린 메이는 그의 부모님 역시 불화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제는 말라버린 그날의 기억에 생기를 <별이 빛나는 밤> Starry Starry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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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세계는 수영복, 채소 씨앗, 거리에서 주운 동전, 체온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기적>은 아이들이 이러한 사소한 요소들로 채워진 세계를 깨닫는 성장영화다.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어떤 비극에 놓여있든, 그 자체로 싱그러운 아이들의 세계를 그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기적>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잘 먹고 잘 자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기적>의 모티브는 무엇이었나.
=원래는 <공기인형>을 끝낸 뒤 쉬고 싶었다. 워낙 에너지를 많이 쓰기도 했지만, 함께 했던 프로듀서가 세상을 떠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신칸센 쪽에서 기차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드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아무도 모른다> 이후 오랜만에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기차여행을 좋아했나?
=매우 좋아한다. 기타를 타거나, 전철을 타거나, 아니면 비행기를 타는 동안 대
그렇게 아이들은 커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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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많지만 예술은 적다. 많은 이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대신 이야기를 읽고 나온다. 때로는 이야기마저 개의치 않고 장면의 스펙터클에 머문다. 눈물과 웃음을 구걸하는 이야기, 혹은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의 홍수. 어느 쪽이건 영화는 그저 소비된다. 아마도 영화는 회화가 멈춘 지점부터 출발한 원죄로 인해 창조되는 대신 복제되고 팔리는 쪽의 운명으로 기울어졌으리라. 그러나 영화를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을 지닌 자, 이른바 스스로 작가라고 불리길 바라는 자라면 이 참담한 현실에 저항해야 마땅하다. 이에 알렉산더 소쿠로프는 주장한다. “모든 작가는 자신이 설명하고자 하는 것을 설명하고, 탐사하고자 하는 것을 탐사할 권리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적 후계자, 예술영화의 마지막 거장, 러시아 영화의 진정하고 유일한 계승자, 아름다움의 정수를 탐닉하는 이미지의 연금술사, 20세기의 마지막 영상시인. 알렉산더 소쿠로프를 향한 헌사는 실로 화려하지만 한편으
그대로 멈추어라 어둠 속에 깃든 아름다운 신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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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영화감독 린쳉솅의 전직은 제빵사였다. APM에 출품한 신작 <27도 로프록스>는 14년 간 제빵사로 일하면서 얻은 추억과 한 천재 제빵사의 실화를 결합시킨 영화다.
“2010년 대만의 한 제빵사가 세계 제빵대회에서 1등을 했다. 그는 시골에서 도시로 온 가난한 소년이었는데, 운 좋은 기회로 세계 전역의 맛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한 뒤, 대만 전통의 맛이 살아있는 빵을 만들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우바오춘 또한 한 스승을 만나 고급 레스토랑부터 길거리 음식까지, 그리고 대만 음식뿐 아니라 일본과 서양음식의 맛을 섭렵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미각 여행이 단지 제빵사로서의 성공에만 방점을 찍는 건 아니다.
“주인공은 여행을 통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찾고, 엄마를 비롯해 자신이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실제 모델이 된 제빵사의 빵 또한 ‘엄마의 맛’이 난다는 이유로 호평을 받았다.”
감독이 기억하는 빵의 행복한 식감과 향기를 영화에 삽입된 애니메이션으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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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작업했어요
=<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과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 중남미·일본 독립영화의 새로운 주역들을 ’아주담담’에서 만나보세요. 장소는 영화의 전당 빅루프 밑 광장.
-마지막 마스터클래스, 놓치지 마세요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의 대미는 욘판과 뤽 베송이 장식한다. 오랜 해외 생활을 기반으로 한 감독들인 만큼 영화와 삶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들려줄 것임은 당연지사.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고전영화 복원사업 추진
=한국영상자료원이 복원할 작품을 공급하고, 에이지웍스가 실질적인 복원을 담당하며 동서대학교는 관련 연구 인력과 신기술을 제공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내년부터 복원된 고전영화 섹션을 마련하기로 했다.
마지막 마스터클래스, 놓치지 마세요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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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까 말까 고민하던 애인이랑 <괴물>을 보러갔다. 이런 세상에서 사랑하면 뭐하나 싶어서 바로 헤어졌다. 좋은 선택을 하게 해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하다.”
-부산영화포럼에 참석해 봉준호 감독과 대화를 나눈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
“이 영화가 얼마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 실제이고 사법부가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만약 사법부가 이 영화를 문제 삼으면 오히려 손해다.”
-<부러진 화살>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
“나는 <해리 포터> 같은 작품을 쓰고 싶은데, 글쓰기 좋은 소재의 사회 문제가 너무 많다. 다음에는 청소년 문제나 자살에 관한 것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아시안영상포럼에 참석한 소설가 공지영
"만약 사법부가 이 영화를 문제 삼으면 오히려 손해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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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넘치는 감독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쟁부분인 플래시 포워드와 뉴 커런츠에 초청된 23명의 감독이 바로 그들이다. 먼저 오전 11시에 열린 플래시 포워드 감독 프레젠테이션은 폴란드, 러시아, 캐나다, 이스라엘 등 다양한 국가의 젊은 영화감독 10명이 자신의 영화를 이야기하는 장이었다. 전양준 부집행위원장의 간단한 감독 소개 이후 플래시 포워드 섹션의 감독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온 소감을 전했다. 먼저 불법이민자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담은 영화 <그곳>의 감독 귀도 롬바르디는 “이탈리아에서 겪었던 경험을 엮어낸 영화가 한국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며 한국 관객들에게 기대를 걸었다. 이어 10대 도박꾼이 주인공인 영화 <배당률>의 감독 사이먼 데이비슨은 “저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서 좋다”고 말해 영화에 그의 어떤 경험들이 반영됐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12시30분에는 아시아의 신예 감독들을 발굴
최후의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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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남자>는 사랑스럽게 논쟁적인 인도네시아 영화다. 주인공 무슬림 소녀 차하야는 만난 적 없는 아빠를 만나러 자카르타로 간다. 그런데 아빠는 길에서 남자들에게 몸을 파는 트랜스젠더다. 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에서 이토록 뒤틀린 부녀관계는 분명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테디 소리앗마쟈 감독은 디지털 카메라를 거친 핸드헬드의 리듬에 실은 채 부녀의 하룻밤 여정을 뒤따르고, 결국 영화는 기묘하게 서정적인 끝을 맞이한다. 기묘한 건 영화의 소재만은 아니다. <사랑스런 남자>는 서구적인 퀴어 시네마와 부녀관계의 드라마 속에 인도네시아적 정취를 양념으로 끼얹은 듯한 모던 시네마다. 대체 이런 정서는 어떻게 튀어나온 것일까?
위 질문의 대답은 감독 테디 소리앗마쟈를 만나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그는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전 세계를 돌고 돌아 모국 인도네시아로 귀향한 남자다. “아버지가 대사관에서 일한 관계로 영국과 뉴욕에서도 오래 살았다. 마침내 자카
자른다고? 개봉하지 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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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온 중화권 최고의 여자 스타는? 사람들은 곧바로 판빙빙이라는 이름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게 못지않은 스타가 있다. 1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성치 영화 <CJ7-장강7호>로 데뷔한 아역배우 서교다. 이후 왕정의 <미래경찰>(2010) 등 대작에 참여해온 서교는 올해 린슈위 감독의 성장영화 <별이 빛나는 밤>으로 부산을 찾았다.
서교는 <별이 빛나는 밤>에서 부모님의 불화로 흔들리는 12살 소녀 메이를 연기한다. 메이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보여줬던 ‘별이 빛나는 밤’을 첫사랑 소년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출을 감행하고, 또 서서히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이 사랑스러운 영화 속에서 서교의 매력은 별이 빛나는 밤처럼 빛난다.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서교는 <별이 빛나는 밤>의 주인공 메이와 똑 닮아있다. 또래보다 성숙한 어투로 조근조근 씹어서 내놓는 말 역시 그러하다. 출연은 어떻게 결심했냐는 질문에 서
아시아의 다코타 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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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탈리아 영화계는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극우 난봉꾼 베를루스코니 치하의 이탈리아가 정치, 사회적으로 가장 썩어빠진 시대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이 썩었으니 좋은 예술이 나올거”라던 백남준의 말처럼, 원래 사회가 썩으면 날 선 예술이 나오게 마련이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미래사자상을 받은 귀도 롬바르디의 <그곳>(LA-BAS - A Criminal Education)은 요즘 이탈리아 영화계의 가장 큰 화두인 남부 이탈리아의 불법 이민과 마피아 문제를 다루는 문제작이다.
-첫 장편영화로 불법이민자 문제를 다뤄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뭔가.
=실제 경험으로부터 나온 이야기다. 영화의 무대인 캄파니아 지역에는 2만명의 북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있는데 그중 절반이 불법 이민자들이다. 하루에 겨우 20유로를 받고 시골에서 막노동을 한다. 그들에게 일을 주선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인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6년전에 두 명의 아프리카 이민자들을 만나
그곳에 인권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