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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1) 로봇과 경기하라고? OK!
복싱 컨설턴트 슈거 레이 레너드
-어떻게 <리얼 스틸>의 복싱 컨설턴트로 참여하게 됐나.
=제작자 스테이시 스나이더가 내 의중을 물었을 때, 내게 어떤 역할을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시나리오를 읽었고, 그 뒤에야 영화를 이해했다. 내 역할은 휴 잭맨을 복서처럼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것이었지만 그보다는 이 영화의 복싱장면들이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대한 책임이 컸다. 주먹을 날리는 것뿐만 아니라 주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포함됐다. 그리고 찰리와 아톰의 관계에서는 말하지 않고 눈빛만으로도 다음 전략을 알리고 알아차릴 수 있는 코치와 복서의 관계가 만들어지기를 원했다.
-로봇 복싱 경기를 어떻게 생각하나.
=20~30년 뒤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이 영화가 복싱에 대한 인기가 사라진 거나 다름없는 지금 이 시점에 나왔다는 것이 재미있다. 하지만 MMA나 이종격투기에 열광하는 대중을 보면 사람들이 링 위에
Interview: 슈거 레이 레너드 · 휴 잭맨 · 숀 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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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을 기다렸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괄제작한 <리얼 스틸>은 그가 직접 챙겨온 몇 안되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빛나는 소년 배우가 합류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한 영화는 마침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고, 공개된 예고편은 로봇 복싱 액션의 쾌감으로 가득하다. 감독 숀 레비, 주연배우 휴 잭맨, 복싱 컨설턴트로 참여한 전설의 복서 슈거 레이 레너드의 LA 현지 인터뷰를 전한다.
할리우드 스포츠영화의 공식 첫 번째, 주인공의 승리하는 순간이 빛날 수 있도록 그의 인생이 나락까지 떨어질 필요가 있다. 공식 두 번째, 보통은 짐이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 힘이 되는 가족이 곁에 있어야 한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시리즈의 감독 숀 레비가 메가폰을 잡고, <슈퍼 에이트> <카우보이 & 에이리언> <트랜스포머3> 등 2011년 한해 동안 왕성한 제작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괄제작한 영화 <리얼 스틸>은 스
볼트와 너트가 튀는 로봇 복싱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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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이야기를 스크린에 풀어놓을 이야기꾼 6명이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2011 신화창조 피칭’이 10일 오후 4시 벡스코 이벤트홀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신화창조 프로젝트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에서 당선된 6개의 프로젝트를 투자자와 제작자들에게 프레젠테이션 하는 자리다.
신화창조 프로젝트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은 영화계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다줄 이야기를 선정해 당선작의 영화화와 국내외 마케팅까지 책임지는 기획이다. 올해는 1960편의 공모작 중 선정된 6명의 작가가 영화산업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피칭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주송, 최원태, 윤준형, 정연식, 정해민, 양우석이 바로 그들이다.
먼저 산타클로스를 고발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의 작가 이주송이 자신의 작품을 피칭했다.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는 어린 소녀의 간절한 크리스마스 소원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새
우리 이야기에 투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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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그들로부터 출발하였다. 영화평론의 장을 마련하고 예술의 발전을 독려한 프랑스의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창간 6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앙드레 바쟁을 필두로 장 뤽 고다르, 에릭 로메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 영화사에 빛나는 숱한 시네아스트를 탄생시킨 <카이에 뒤 시네마>는 1951년 창간 이후 ‘작가’를 탄생시키며 전세계 영화의 새로운 물결을 주도해왔다. 10일 오후 2시,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부산영화포럼 ‘카이에 뒤 시네마와 아시아 영화’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기조연설로 시작해 다양한 학회와 세계의 석학들이 아시아 영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자리였다.
총 5시간, 3부에 나눠서 진행된 ‘카이에 뒤 시네마와 아시아 영화’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찾은 다양한 관객들의 진지함과 열기, 웃음과 긴장이 함께 했다. 1부에서는 <카이에 뒤 시네마> 전·현직 편집장과 필진들이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아시아 영화에 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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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열풍이 분명했다. ‘현빈의 연인’이란 수식어로 국내에 각인된 탕웨이였다. 그녀가 현재 중국을 대표할 가장 영향력 있는 여배우란 점을 감안할 때,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금성무와 함께 부산을 찾은 그녀 역시 자신이 유독 여성팬이 많은 남자배우들과 작업이 잦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 “레드카펫 들어올 때 난 감독과 남자배우 사이에 끼어있는 모양새다.(웃음) 그러나 그분들은 나보다 조명을 받아 마땅한 훌륭한 분들이다. 내가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려 한다.” 빈말같이 들리지만, 사실 돋보이거나 취하려 하지 않는 그녀의 배려는 함께 일한 김태용 감독도 인정한 자세다. 물론 스크린에서라면 다르다. <색, 계>의 왕치아즈와 <만추>의 애나, 탕웨이가 표현하는 ‘여성들’은 곧 극을 끌어나가는 주체였다. 에너지 넘치고 진취적이며 매혹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무협>에선 행동하는 견자단에게 반응하고 그를 받쳐주는 ‘리액션’의 연기를 감행한다. 살인범 리우
어색하고 힘들고 그래서 더욱 욕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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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생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불법이민자 소녀와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의 수상한 조우. 데 세리오 형제의 장편 데뷔작 <자비의 7계명>을 본다는 것은 존재론적 성찰을 향한 기이한 여정에 동참하는 것과도 같다. 마시밀리아노 데 세리오 감독이 차분하고도 열정적으로, 이 특별한 순례기를 풀어놓았다.
영화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할아버지가 후두암에 걸려 병원에 계셨는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그와 무언의 대화를 통해서 영혼을 교감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닮은 이탈리아의 유명 배우를 노인 안토니오 역에, 병원에 있던 동유럽 소녀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루미니타 역은 수백 명의 배우들을 인터뷰한 끝에 캐스팅했다. 영화 속에서 이 배우들은 얼굴만으로도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자비의 7계명>에서는 성경의 인유가 도드라진다. 감독은 영화를 “일곱 개의 계명을 따라가는 영적인 여정으로 보아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영화를
7계명 따라가는 영적인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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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 열릴 즈음엔 맛집을 찾아다닐 여유가 없었다. 경제적인 여유는 물론이고 영화 보다 보면 끼니 제대로 때우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내 기억에 부산의 식당들은 몇 군데 빼고는 정말 별로였다. 남포동에서 해운대로 옮기고 나서는 더 그랬다. 그래도 기억나는 집이 있다. 맛있는 집은 자고로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해야 한다. 비싸고 맛있는 집은 갈래야 갈 수 없기 때문에 싸고 맛난 집을 알아야 한다.
이곳은 영화제가 아니라 대학시절 혼자 여행할 때 발견한(!) 집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다. 당시 가격 1천원짜리 보리밥을 먹고 얼마나 감동을 했는지. 몇 년 지나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렸다. 수십명의 영화친구들과 남포동과 광안리를 누비며 밤새 술을 마셨지만, 다음날 해장은 각자의 몫이었다. 나는 잠시 짬을 혼자 훌쩍 다녀오거나, 서울과 부산을 오갈 때 한 번씩 들려 추억의 맛을 느끼곤 했다. 해장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으나 거뜬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부산역에 가면 싸고 맛난 보리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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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원제 311)
와타이 타케하로, 마츠바야시 요주, 모리 타츠야 | 일본 | 2011년 | 94분
누구나 다 알 듯이, 그렇지만 이제는 팍팍한 살림에 시난고난 살아가느라 다 잊었듯이 지난 3월11일 일본 동북 지방에 대지진과 해일이 일어났다. 어디 그 뿐인가? 그 바람에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무너져 방사능 피해가 극심했다. 글로벌 시대, 정보통신의 발달로 우리는 그 소식을 실시간으로 상세하게도 접했다. 방송국마다 특집이네, 단독보도네, 온갖 끔찍하고 살벌한 내용들 전해주었다. 여기 그 상황을 담은 또 한편의 다큐멘터리가 있다. 바로 <311>이다. 이 영화는 촬영진이 현장을 찾아가면서 휴대한 방사능 측정기의 삑삑거리는 탐지음과 함께 시작한다. 그만큼 긴박감과 현장감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사실 앞서 밝힌 매스컴을 통한 넘쳐나는 정보 탓에 그 화면 어느 것 하나도 새롭게 느껴지진 않는다. 늘 그렇듯이 일본 특유의 담담한 영상과 차분한 편집이
오만하기 짝이 없던 현대 기술과학에 경고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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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햅스 러브> <명장>에 이어 마침내 <무협>까지 이르렀다. 금성무는 지금 진가신 감독의 세계를 구성하는 얼굴이다. 뮤지컬 영화의 ‘법석’ 속에서도 <첨밀밀>의 섬세한 감정을 놓치지 않았던 이가 진가신 감독이었다. 운명적 사랑에 사로잡힌 <퍼햅스 러브>의 지엔과 목숨을 구해준 이를 위해 신의를 지키는 <명장>의 칼잡이 강오양. 전형성 안에서도 그들은 겹겹의 모습을 갖춘 캐릭터다. 사극이라고 달라질 리 없다.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둘러싼 <무협>에서 금성무는 살인자 리우(견자단)에 맞서 사건을 조사하는 수사관 바이쥬를 연기한다. 과학적 수사관이라면 가져야 할 1차적인 성격 아래로 그는 병적으로 예민한 남자의 히스테릭한 면모까지 더불어 표현한다. 조각 같은 금성무의 외모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는 캐릭터. 진가신 감독조차도 ‘같은 다케시라도 이건 가네시로(금성무의 영어이름은 가네시로 다케시다)가
새로운 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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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히 주무세요> Sleep Tight
하우메 발라게로 | 스페인 | 2011년 | 102분 | 월드시네마
공포도 이런 공포가 없다. <곤히 주무세요>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주거침입에 관한 이야기다. 범인은 고급빌라 수위로 일하는 세자르다. 병든 노모가 있는 세자르는 빌라에 사는 아름다운 여인 클라라를 흠모한다. 그러나 부유한 남자친구를 둔 그녀에게 박탈감을 느낀 그는 괴상한 방식으로 그녀에 대한 애정을 풀어간다. 바로 그녀의 집을 몰래 침입, 잠든 그녀를 수면에 빠뜨리고 상습적 성폭행을 자행하는 것이다. 영화는 낮의 성실한 세자르와 밤의 괴한 세자르의 이중적인 면모를 낱낱이 기록한다. 삐뚤어진 애정이 불러일으키는 행각은 경악 그 자체로까지 치닫는다.
스페인 감독 하우메 발라게로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변태적 애정행각이 일어나는 원인을 제공한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다. 부와 신분, 계급의 차이에서 오는 소외계층의 무력감이 결국 상상할 수 없는 변종괴물
부와 신분, 계급의 차이에서 오는 소외계층의 무력감 <곤히 주무세요> Sleep T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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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 The Raid
개러드 휴 에반스 | 인도네시아 | 2011년 | 100분 | 미드나잇 패션
인도네시아 영화 <습격>은 지금 아시아 액션영화의 어떤 정점이라고 일컬을 만하다. 이야기는 특수 기동대가 마약왕 타마를 체포하기 위해 거대한 빌딩으로 잡입하면서 시작된다. 치외법권이나 마찬가지인 타마의 빌딩에는 법을 피해 숨어든 온갖 범죄자들만이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은 모두 타마의 명령에 좀비처럼 움직이는 존재들이다. 특수 기동대는 은밀하게 빌딩에 잠입하는 데 성공하지만 곧 보초들에게 발각 당한다. 이제 그들은 모든 출구가 폐쇄된 건물에서 살아남기 위해 탈출해야만 한다.
<습격>은 수많은 선배 액션영화들을 참고한 영화처럼 보인다. 기나긴 복도를 무대로 벌이는 액션 시퀀스에서는 <올드보이>의 영향력이 마지막 대결은 <옹박>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무협영화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할리우드적으로 깔끔하게 재단
수많은 액션영화들의 재탄생 <습격> The R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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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 JIG
수번 | 영국 | 2010년 | 93분 | 와이드 앵글
<토들러 앤드 티아라>라는 미국 리얼리티 시리즈가 있다. 10살이 채 안된 소녀들 대상의 미인선발대회를 무대로 한 프로그램이다. 엄마 젖도 못 뗀 듯한 아이들이 푸들 머리에 티아라를 쓰고 섹시한 댄스로 심사위원들을 유혹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하지만 이 지구의 어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열정에 사로잡혀 누구도 존재를 모르는 경연대회에 돈과 명예와 목숨을 걸기도 한다. <지그>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매년 개최되는 아이리시 댄싱 월드 챔피언십을 무대로 한 다큐멘터리다.
먼저, 아이리시 댄싱이라는 아름다운 단어에 속아서는 안된다. 이건 거의 발만 이용해서 무수한 점프를 해내야 하는 전통춤인데, 육체적인 노동의 강도가 거의 애크러배틱 체조에 가깝다. 카메라는 아이리시 댄서들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른다. 그런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전통춤
다큐멘터리 버전의 '빌리 엘리어트' <지그> J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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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남자> Lovely Man
테디 소리앗마자 | 인도네시아 | 2011년 | 76분 | 아시아영화의 창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아버지가 카페의 남자종업원을 꼬이고 있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히잡을 두른 소녀가 낡은 사진 한장과 주소를 들고 자카르타에 도착한다. 복장으로 보아 모슬렘이 분명한 소녀의 이름은 카하야. 오래전 집을 떠난 아빠를 다시 만날 생각에 들뜬 카하야는 호기심이 갈 만한 도시의 생경함도 뒤로하고 아버지의 집으로 향한다. 물어물어 아버지가 일하고 있다는 곳을 찾아가지만 그곳은 빌딩도 가게도 아닌 여장남자들의 매춘이 이뤄지는 대로 한복판이다. 카하야는 가까스로 자신의 아버지를 찾지만 그 역시 이 거리의 매춘부 중 한명이다. 놀란 카하야는 뒷걸음질치지만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아버지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오랜만에 찾은 아빠는 자신을 매몰차게 내칠 뿐이다. 서로를 밀고 때로는 끌어당기며 부녀는 자카르타의 밤거리를 헤맨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퀴어
여장남자 아버지와 딸의 따뜻한 소동 <사랑스러운 남자> Lovely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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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로> Yulu
지아장커 외 6인 | 중국 | 2011년 | 88분 | 와이드 앵글
2011년 지아장커의 시선은 사라졌거나 점점 사라지고 있는 과거의 무언가가 아니라, 역동하는 중국의 현재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그는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젊은 감독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 같다. <어로>는 지아장커가 프로듀서를 맡고 그의 동반자 유릭와이가 촬영을 맡은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다. 송팡, 웨이티에, 탄추이무이, 첸타오, 첸지헝, 왕지자오 등 현재 아시아 무대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여섯명의 신예감독들이 중국사회를 이끌어가는 12명의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로>에 등장하는 사회 인사들은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이들의 공통점은 한번쯤 실패를 경험해봤으며 그럴 때마다 자신의 힘으로 시련을 극복해낸 자들이다. 이들 각자의 에너지가 발전하는 현대 중국의 원천적인 힘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비중국인의
상업영화로부터 짚어내지 못한 대륙의 내재된 힘 <어로> Yul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