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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유운성·우수상 손원평, 정돈된 글솜씨와 예민한 시각 돋보여
좋은 비평문은 명료하고 부드러운 글이라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 저널리즘 비평에 종사하는 데서 오는 편향도 작용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떤 종류의 글도 독자와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고, 대화는 명료함과 부드러움의 기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다른 한 가지 기준은 시각에 관한 것이다.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수없이 많을 테지만, 우리는 영화사적 맥락을 존중하는 쪽에 좀더 큰 호감을 느낀다. 그것이 영화평론의 정도라는 확신 때문이라기보다는, 동서고금의 고전들에 접근하기가 아직도 너무 먼 우리 현실에서, 영화사적 교양은 흔히 결여되기 쉽지만 의식적으로라도 흡수해야 할 필수 영양소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에 응모한 50여편의 글들을 대한 소감은 우선 반가웠다는 것이다. 영화 텍스트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화하려는 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미덕이다. 그중에서 특히 정돈된 글솜씨와 통찰력을 갖추고 있는 네편을
제 6회 씨네21 영화평론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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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유이룬(柯宇綸·24) ko1977@ms17.hinet.net1977년 대만 타이베이 출생1981년 감독인 아버지의 영화에 출연1991년 평생의 스승 에드워드 양과 만남1995년 대만 국립예술학교 입학최근 읽은 책<백년동안의 고독>최근 본 영화<유로파> <브레이킹 더 웨이브> <욕망의 낮과 밤>시간이 나면 책보고 영화보고 사람 만나고 뒹굴 뒹굴….대만의 씨네키드를 만나는 것은 숨이 벅찬 고목 밑둥에 난 새싹을 발견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허우샤오시엔과에드워드 양, 차이밍량, 리안의 나라 대만의 영화계는 그들의 이름을 새겨넣기에는 너무나도 남루한 모양새로 비스듬히 기울어 있었다. 1년에 10편남짓 제작되는 영화 중 대만 관객의 눈길을 끄는 작품은 하나가 될까말까한 상황, 그 대다수가 중앙전영공사(CMPC)라는 국민당과 긴밀한 관계를가진 영화사가 제작하며, 18개관이나 되는 워너 빌리지 같은 멀티플렉스에선 모두 할리우드영화만 상영하고, 허우
에드워드 양의 후예, `뉴` 뉴웨이브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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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팅(黃 女+亭·24)1977년 대만 타이베이 출생1998년 <중국시보>에 영화평론 게재1999년 대만대학 외국어학과 졸업, 미국 마셜대학 신문방송학 석사 과정 입학2001년 석사 졸업. 현재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밀레니엄 맘보>, 첸궈푸(陳國富) 감독의 <쌍동>(雙瞳)의 제작과정에관한 책 정리 중안녕하십니까, 한국의 친구 여러분. 황팅이에요. 저는 어리다면 어리다고 할 수 있지만 영화계에서 공식적인 직함은 영화평론가랍니다. 저는 얼마전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의 마셜대학이란 곳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 과정을 끝마치고 그리운 고국에 와 있습니다. 사실 요즘엔 너무 피곤해 내가영화평론가인지 연출부 막내인지조차 헷갈릴 정도입니다. 지금 하는 일은 첸궈푸라는 감독이 만드는 <쌍동>(雙瞳)이라는 작품에 관한책을 쓰는 것입니다. ‘저술’이라니까 책상 머리에서 고상 떠는 것을 상상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매일 촬영장을 들락거리며 감독과배우,
“기다리렴, 대만의 로저 에버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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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가 다녔고 또 영화를 꿈꾸는 많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다니고 있는 도쿄영화미학교는 1997년 9월10일 문을 열었다. 영화제작, 극장운영 등을 하는 유로스페이스라는 영화사와 아테네 프랑세즈라는 단체 소속 씨네클럽이 함께 설립했다. 두 단체는 예산이 적게 든 영화는 무조건 ‘V시네마’(비디오 전용 영화)로 단정하고, 독립적으로 영화를 제작해 극장에 배급하려는 움직임을 무시하는 당시 일본영화계의 풍토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결국 두 단체는 힘을 모아 독립적인 영화를 만들 인재를 앞장서 교육하겠다는 취지로 도쿄영화미학교를 만든 것이다. 특히 여기에는 <`폴라 X`>나 <루나 파파> 같은 해외 작품을 제작했던 유로스페이스의 사장 호리코시 겐조의 개인적인 체험이 커다란 계기가 됐다. 그는 독일 다니엘 슈미트 감독의 <쓰여진 얼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일본에서 제작하고 있었는데, 독일과 일본의 스탭이 함께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국의 영화제작 풍토
도쿄영화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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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 가즈시게(稻見一茂, 25)hana-ana@tj8.so-net.ne.jp 1976년 도쿄 출생, 1981년 를 통해 영화와 첫 만남, 1994년 스즈키 세이준의 <아지랑이좌>를 보고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 1997년 도쿄영화미학교에 입학, 1998년 첫 단편 <코의 구멍> 제작, 오버하우젠영화제 출품, 2001년 현재 장편영화 <메구미의 꿈>(가제) 준비중, 최근 읽는 책 함무라 료의 괴담소설 단편집.최근 본 영화 <키드>의 각본을 쓴 하모니 코린의 1999년작 <줄리엔 동키보이>시간이 나면 ‘보디 보드’ 타기. 일본에선 요즘 서핑이 유행이다.도쿄의 씨네키드 이나미 가즈시게를 만나기 위해 시부야에서 전철로 20분 거리의 다카이도(高井戶)역으로 가는 길은 고층건물이 시야를 턱턱 막고있는 도심과는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쉘 위 댄스>에서 야쿠쇼 고지가 매일 출퇴근하는 도중 차창 밖으로 비치던, 나즈막한 건물들이옹기종기
“그때 내게로 표현 못할 떨림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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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밍(武明·25) wm7652@263.net1976년 중국 베이징 출생84년 그림을 그리기 시작97년 베이징전영학원 미술설계과 입학2000년 김성수 감독의 <무사> 연출부2001년 장이모 감독의 <영웅>의 콘티를 그리는 중최근 읽은 책 키에슬로프스키에 관한 책. 제목이 뭐더라?한국의 씨네키드에게 중국에 와서 영화를 찍어라,는 말은 농담이고, 적어도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를 알았다면 그 길이 아무리 어려워도 앞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4월25일, 그는 베이징 영화제작소에 있다고 했다. “대학 졸업작품을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스튜디오에서 찍는다니”라고 혼자 중얼거리며제작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 부러움은 이내 사라져버렸다. 그를 찾아 영화제작소의 낯선 공간을 헤매다보니 스튜디오와는 점점 멀어졌고어느새 커다란 창고 같은 풍경이 눈앞에 버티고 있었다. 이곳에선 졸업영화제를 앞두고 촬영준비에 여념이 없는 베이징전영학원 학생들이 부지런히움직이고
6세대를 밀어내는 장강의 새물결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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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워싱턴 spaceodyssy@hotmail.com1977년 방콕에서 출생1998년 워크숍에서 단편영화 공부1998년 현재 8mm 비디오영화 5편제작.노숙자에 관한 장편영화 기획중.2001년 타이 ITV, MTV에서 프로듀서로 활동.안녕, 한국의 친구들. 난 크리스토퍼 워싱턴이라고 해. 하지만 내 친구들은 나를 그냥 ‘펠레’라고 불러. 타이에서 친구 사이에선 이름보다는별명을 부르는 게 일반적이거든. 아, 내 이름이 왠지 타이사람 같지 않다고? 사실 우리 아빤 미국인이야.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타이가 좋아서그냥 눌러앉으셨대. 그리곤 우리 엄마를 만났고. 내 별명이 ‘펠레’인 것도 따지고보면 그러한 사정 때문이지. 초등학교 시절에 내가 ‘한 축구’했걸랑. 근데 아이들이 거무스름한 피부색의 축구 선수는 브라질의 펠레밖에 몰랐기 때문에 나를 그렇게 불렀어.내 사진들 봤나? 보다시피 난 즐거운 사람이야.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남을 웃기는 것도 즐기고. 그럼 나를 본격적으로 소개해볼까
“영화로 현실을 바꿔보지 않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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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 새로 job_314@thaimail.com1979년생,1996년 가출, 불법 비디오 판매하며 유럽영화 독파,1998년 히치콕 <싸이코>에서 충격 받음, 1999년 8mm 비디오영화 <트루> 제작. 신작 <대량살육> 제작중, 최근 읽는 책 프로이트의 책을 읽기 위해 정신분석학 입문서를 보고 있음, 최근 본 영화 <어둠 속의 댄서>와 타이영화 <골 클럽>, 시간이 나면 비디오게임, 영화보기, 불교 관련 서적 읽기# 4월20일 저녁 7시 방콕 실롬로드상하(常夏)의 도시 방콕에 첫발을 내디디며 머릿속에 떠올린 것은 잘 달궈진 프라이팬, 또는 거대한 사우나였다. 아무리 4월이 1년 중 가장기온이 높은 달이라지만, 태양이 잠시 몸을 피하는 시간임에도 섭씨 37도까지 머리를 쳐들었던 온도계의 빨간 막대기는 좀처럼 바닥으로 내려올줄 모르고 있었다. 서울로 치면 종로 바닥과 강남역 인근을 섞어놓은 듯한 분위기의 젊은 거리 실롬로드는 어둠의
히치콕에 놀란 가출소년, 카메라를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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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루즈` 감독 루어만 배우 니콜 키드먼 인터뷰미국의 영화전문지 <무빙픽처스>는 개막작으로 상영된 <물랭루즈>를 가리켜 “뮤지컬 영화를 새로운 수준으로 올려놓았고, 물랭루즈를 세계에서 가장 섹시하고 역동적인 나이트클럽으로 만들었다”고 평했다. <물랭루즈>는 지극히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에 연극 장르를 전면에 내세우고 뮤지컬이 낯설법한 배우들에게 끊임없이 춤과 노래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오락적 완성도를 이뤄냈다. 비틀즈, 스팅, 너바나 등 온갖 뮤지션들의 노래를 자유롭게 원용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9일 개막작 상영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은 이번에 칸을 방문한 최고의 스타 니콜 키드먼에게 집중됐다.―영화 제작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나.=(루어만 감독)몇년전 이 영화를 위해 한동안 파리에 머물며 방랑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오페라 <라보엠>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세기 중·후반의 물랭루즈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그곳엔 언더그라운드 세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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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는 아직 겨울의 껍데기를 벗지 못하고 있었다. 두터운 외투 속에 푹 파묻혀 오가는 시민들과 잦은 비로 흙탕물이 돼 넘실대는 세느강 풍경이 을씨년스러웠다.하지만 비행기로 1시간반을 내려간 지중해 연안의 칸은 딴 세상이다. 눈부신 하늘, 따뜻한 햇볕 아래 반라의 남녀들이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느라 해변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제54회 칸영화제가 이런 자연의 축복 속에 9일 막을 올렸다.이날 개막작이자 경쟁작으로 상영된 <물랭루즈>는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바즈 루어만 감독은 파리 몽마르트에 실존하는 클럽 `물랭루즈'의 1세기전으로 돌아가 20세기 팝문화의 결정판을 보여주었다해도 지나치지 않을 흥겨운 뮤지컬 잔치를 벌였다. 장난기 가득한 만화적 상상력으로 넘쳐흐르다가도 웅장한 오페라의 감흥을 안겨주는 루어만의 솜씨는 뮤직비디오의 감각으로 고풍스런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데 성공했던 이력을 더욱 빛나게
미국영화, 지중해 대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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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중국,일본,대만 씨네키드의 삶과 꿈, 그리고 영화 이야기영화여,환한 빛이자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며가슴을 활활 태우는 격정이여.타이, 중국, 일본, 대만.흔히 동아시아라고 부르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는모두 꽃나무와 키재기를 할 때부터 당신을 만났습니다.그대는 우리를 꿈꾸게 했고 환한 웃음을 줬으며한없는 슬픔의 벼랑으로 몰기도 했습니다.다리에 힘이 붙고 머리가 여물어가면서우리는 그대를 막연히 그리워만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이제 그대를 향해 한발씩 다가가렵니다.우리 동아시아의 씨네키드가 생각하는 당신의 얼굴은모두 다른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하지만 그대 곁에 가기 위해선탄탄하게 포장된 왕복 8차선 도로가 아니라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택해야 한다는 사실에선모두가 같습니다.굳이 그렇게 답답한 길을 선택한 이유가 뭐나고요?우리가 받은 사랑과 꿈, 희망과 기쁨을그대에게 다시 돌려줘야 할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편집자▶ 아시아의씨네키드▶ 타이의씨네키드- 불법 비디오 팔며 영화 배
아시아의 씨네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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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멜로 영화가 휩쓸고 지나간 충무로에 뒷골목 깡패 영화들이 속속 자리를 메우고 있다.최근 제작 중이거나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국내 영화의 주인공들은 태반이 건달,깡패, `양아치' 아니면 `조폭'(조직폭력배)이다.현재 상영 중인「친구」와「파이란」을 필두로 기획, 제작 중인 작품만 해도「조폭마누라」「신라의 달밤」등 줄잡아 10여편이 넘는다.한국 영화의 가장 빈번한 소재가 `깡패 영화'라고는 하지만 이처럼 한꺼번에 비슷한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과히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조폭마누라」는 `조폭'의 보스인 아내(신은경)가 우여곡절 끝에 `순둥이' 남편(이범수)과 결혼하게 되면서 겪는 좌충우돌 결혼 생활을 코믹하게 담은 작품. 터프한 여자 보스 역을 맡은 신은경이 최근 촬영 도중 조폭들과 격투신을 찍다전치 3주의 부상을 입는 등 온 몸 연기를 펼쳐 관심을 모으고 있다.영화사 ㈜좋은영화는 두 편을 준비 중이다.김상진 감독의「신라의 달밤」과 류승완 감독의 두번째 영화 「피도 눈
`깡패 영화`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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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성과 정치의 근친관계를 드러낼 수 있을까?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서, 오시마 나기사는 <감각의 제국>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제 똑같은 질문을 80년대 한국을 향해 던져보자. <경마장 가는 길> <너에게 나를 보낸다> <거짓말>로 이어지는 장선우 영화에서 조금 비켜나서 <내일로 흐르는 강>의 박재호 감독은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배중인 운동권 대학생이 어느 변두리 마을 허름한 목조건물 2층에 몸을 숨긴다. 무기력하게 시간을 죽이던 그는 아래층으로 난 구멍을 발견하고 그곳에 사는 여인을 훔쳐본다. 출근할 때마다 밖에서 문을 걸어잠그는 남편 때문에 갇혀사는 그녀를 보며 남자의 마음은 흔들린다. 어느 날 남편이 흘린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 남자는 그녀를 안는다. 남녀는 입구도 출구도 없는 욕망의 심연으로 한없이 빠져든다. 룰라의 김지현이 출연해 화제가 된 &l
커밍순...<썸머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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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취재를 마치고 도쿄로 돌아가는 길에 <키네마순보>의 전 편집장 겸 현 사업담당 책임자인 가케오씨가 <씨네21> 사무실에 들렀다. 그는 일본, 중국, 이란 등을 거쳐온 아시아영화열이 앞으로 몇년 동안 한국 위에 머물 거라고 관측하는 영화평론가다. 그는 <쉬리>나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할 얘기를 하면서 대중을 휘어잡는 영화가 불행하게도 일본에는 없다고 아쉬워해왔다. 그런 그가 진지하게 물었다. 왜 한국에는 허우샤오시엔이나 에드워드 양이 없는 것일까. 사회 자체가 정체돼버려서 영화소재도 빈곤해진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아직 천착할 역사적 정치적 사안들이 풍부한데. 통일이 된다면 한국영화의 폭발이 다시 일어나게 될까. 전주에서 <필름컬처> 임재철 주간과 마주 앉아 영화를 논하던 <카이에 뒤 시네마>의 샤를 테송 편집장도 비슷한 질문을 던져왔다. 한국에는 작가영화의 전통이 없는 것 같다, 왜?이들에게 모종의 우월
허우샤오시엔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