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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페페, 엔리코, 안젤로 삼형제는 나폴리 시장 살이에 절어 있다. 이들의 삶의 모델인 아버지는 시장에서 위스키 모조품을 팔며 생계를 이어간다. 5년제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그나마 지식인으로 불리는 페페, 천성적으로 강인함을 타고나 언제나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보스 안젤로, 그리고 단지 DJ가 되고 싶을 뿐 그 어떤 야망도 없는 엔리코, 이렇게 삼형제의 이야기가 이탈리아 개봉관에서 관객과 만난다.
<믹스드 바이 에리>(Mixed by Erry)는 포르첼라의 DJ라고 불린 에리의 실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엔리코 프라타시오는 처음엔 자신의 친구들을 위해 당시 유행했던 음악을 녹음한 믹스 테이프를 만들었는데 세간에 입소문을 타면서 에리가 선정한 곡들을 모아 만든 테이프가 ‘Mixed by Erry’로 알려졌다. 수요가 늘자 그는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리믹스한 카세트테이프를 팔아 억만장자가 된다. 시드니 시빌리아 감독은 자신이 처음으로 음반을 산 기억을 상기하며
[로마] 오래전 믹스 테이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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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관산업협회가 멀티플렉스 3사와 함께 4월 개봉하는 한국영화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선다. 한국영화관산업협회는 지난해 10월, 한국영화계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영화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CJ CGV,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이 회원사로 참여해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협회와 멀티플렉스 3사는 최근 배급사들과 협의해 4월5일 개봉하는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 14일 개봉하는 이원석 감독의 <킬링 로맨스>, 26일 개봉하는 이병헌 감독의 <드림>을 지원작으로 선정했다.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영화 제작·개봉 활성화 및 홍보 마케팅 등을 위한 지원금을 마련했던 한국영화특별지원사업과는 다른 형태로 진행된다. 순제작비 30억~74억원 사이의 작품은 관객 1명당 티켓값의 1천원씩, 75억원 이상의 작품은 2천원씩을 극장에서 영화사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드림>의 경우 순제작비가 75억원 이상이지
한국영화 함께 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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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극장가의 3월은 3년 만에 진정한 봄을 맞이하는 분위기다. 관객은 커다란 스크린에서 마음껏 영화를 즐기는 날만을 기다려왔다. 지난 1월 춘절 연휴 동안 총 11편의 영화가 개봉했고, 역대 2번째로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은 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남겼다. 좋은 기운을 발판으로 2월에는 춘절 시즌보다 더 많은 31편의 영화가 극장에 걸렸다. 3월 들어서며 극장가의 봄기운은 더 완연해지는 추세다. 바로 지난 3년 동안 개봉을 저울질하며 미뤄온 기대작들이 속속 개봉을 알리고 있기 때문인데 자그마치 33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관객으로선 행복한 고민이지만 거의 하루에 한편꼴로 개봉해야 하는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입장에선 마냥 좋아할 순 없는 노릇이다.
3월의 첫문을 여는 영화는 곽부성, 임달화 주연의 사이버 금융 범죄를 다룬 액션영화 <단망>이다. 대니 황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사이버 범죄라는 소재 때문에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은
[베이징] 중국 극장가의 봄, 영화로 꽃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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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5일 이강현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47살, 이른 작별이다. 이강현 감독은 다큐멘터리 <파산의 기술>(2006)과 <보라>(2010), 단 두편의 작품으로 한국 다큐멘터리의 중요한 이름이 되었다. <얼굴들>(2017)은 극 장편 데뷔작이자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그가 세편의 작품만 남겼다는 사실은 애석하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작가의 세계를 구성하고 가늠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다큐멘터리에서 극영화까지
여기에 추가로 덧붙일 작품이 있다. 미완의 차기작 <지도를 만드는 사람>이다. 2015년, <씨네21>을 통해 그의 만들어지지 않은 다큐멘터리에 관해 인터뷰했다. 지금은 폐지된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 프로그램의 본선 진출작을 소개하는 지면에서다. <지도를 만드는 사람>은 위치 기반 서비스로 대중화된 우리를 둘러싼 ‘맵’ 뒤의 보이지 않는 기반을 드러낼 작품으로 기대되었다. 동명의 작품은 발표되지 않았
[부고] 이강현 감독 ‘파산의 기술’ ‘보라’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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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함께 국내 왕좌를 노리는 서비스는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가 있다. 얼마 전 발표한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활성 사용자 수가 증가한 플랫폼은 티빙, 쿠팡플레이, 디즈니+밖에 없으며 400만명을 넘긴 서비스는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뿐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 사용자의 혜택으로 시작한 쿠팡플레이는 이대로 계속 성장한다면 단독 서비스로서도 가치를 지닐 것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컨셉의 서비스가 있다. 바로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고객 서비스의 일환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북미 사용자 수만 봐도 넷플릭스를 충분히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반지의 제왕>을 TV시리즈로 제작해 많은 관심을 모았고, 소설과 영화로 유명했던 ‘잭 라이언 시리즈’를 비롯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많이 제작해 프라임 비디오 충성 고객도 늘고 있다. 얼마 전 tvN의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가 국내를 제외한 국가에서
[김조한의 OTT 인사이트] K-콘텐츠 강화하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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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여, 당신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은 믿지 마세요.”(양자경) 3월13일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속 양자경의 멀티버스가 모두의 눈앞에 실현됐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에서 에블린으로 열연한 양자경은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데 이어 수상까지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에에올>은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까지 주요 7개 부문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갔다. <에에올>에서 에블린을 다중 우주로 이끈 웨이먼드 역의 조너선 케 콴은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던 보트피플이 할리우드의 가장 큰 무대까지 왔다”며 감격에 찬 소감을 남겼다. 해리슨 포드가 작품상 시상자로 나서 <에에올>을 호명하기도 했는데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에서 그와
양자경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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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말(건국 기념일 주말) 개봉한 샤루크 칸 주연 첩보 액션 스릴러 <파탄>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 중이다. 인도영화 팬이라면 샤루크 칸이 아미르 칸, 살만 칸과 더불어 발리우드의 전성기를 견인해왔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영원한 흥행 공식 같던 그도 최근 활약이 주춤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를 두고 단지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보거나 50대 후반으로 접어든 나이 탓을 하기는 어렵다. 배우보다 제작자로 역량을 발휘하는 등 언젠가는 그의 현역 시대도 지나가겠지만 그보다는 최근 발리우드의 트렌드에서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마살라 무비, 그 자체였던 그의 최근 출연작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아미르 칸과 살만 칸의 마지막 흥행작도 2010년대 중후반에 머물러 있지만 샤루크 칸은 그 이전으로 돌아가야 찾을 수 있다. 이에 더해 팬데믹 이후 지역 영화의 대흥행은 인도 상업영화의 중심인 발리우드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포스트 칸 시대에 대한 심증을 가지게 만들었다. 아직
[델리] 칸의 귀환, 샤루크 칸의 첩보 액션 스릴러 ‘파탄’ 흥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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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빈 감독(오른쪽 끝)은 이번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황동혁 감독(가운데)과 무대에 두번 올랐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시리즈 부문 각본상과 감독상의 시상자로, <수리남>의 윤종빈 감독이 수상자로 서게 된 것. <수리남>은 시리즈 부문 올해의 남자배우상(조우진), 올해의 새로운 남자배우상(김민귀)까지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이에 윤종빈 감독은 “<수리남>을 지지해준 제작진과 촬영 스탭들, 중심을 잡아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또 함께 각본 작업한 권성휘 작가가 여기 오진 못했는데, 수상을 함께 기뻐하고 싶다”고 소회를 전했다.
▼ 영화 부문 올해의 감독상은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에게 돌아갔다. <헤어질 결심>은 각본상(박찬욱, 정서경), 남자배우상(박해일), 여자배우상(탕웨이), 새로운 남자배우상(서현우) 등 총 5관왕에 올랐다. 해외에 있는 박찬욱 감독을 대신해 윤제균 감독(오른쪽)이 대리
제21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이모저모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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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1회를 맞이한 ‘디렉터스컷 어워즈’가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주최로 2월24일 금요일 충무아트센터에서 진행됐다. 2022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발표된 조합원 감독의 영화와 시리즈를 대상으로 9개 영화 부문과 6개 시리즈 부문 수상자를 선정했다. 한국 영화감독 310명이 수상작 투표에 직접 참여했으며, 영화 부문의 ‘올해의 신인감독상’과 ‘올해의 비전상’에는 비조합원의 작품도 포함시켰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린 대면 행사여서 그런지 이곳저곳 설레는 인사말과 환영의 포옹이 이어졌다. ‘먹고 마시고 시상하라.’ 이번 행사의 쾌활함을 반영한 슬로건은 모두를 환대하는 다정한 분위기를 북돋았다. 봉만대 감독의 재치 넘치는 진행과 함께 격식 없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수상작이 하나둘 발표되었다.
▼시상자로 행사에 참석한 이준익 감독과 배우 이병헌(왼쪽부터)이 무대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안나>로 시리즈 부문 올해의 여자배우상을 수상한 수지(가
제21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이모저모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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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WBD)의 4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다. 가장 화제가 된 소식은 올해 발매한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가 2주 만에 8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는 것, 그리고 게임의 흥행에 힘입어 HBO 맥스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로 주춤했던 <해리 포터> 유니버스를 다시금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만 제작하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론칭 초반 성공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점점 제작비 부담이 커졌던 <웨스트월드> 제작을 중단한 것도 이런 방향과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앞으로 WBD는 투자보다 수익 창출에 집중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스트리밍 전쟁에서 흑자를 내는 기업은 넷플릭스밖에 없고, 가입자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플랫폼의 구독자를 빼앗아야 할 만큼 스트리밍 플랫폼의 정체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이번 분기
[김조한의 OTT 인사이트]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살아남으려면 수익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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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 인사 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9월14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정상진 전 집행위원장에 이어 장해랑 전 세명대학교 교수를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장해랑 신임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경기도, 그리고 전임 집행위원장의 도움을 받아 영화제를 잘 꾸려나가겠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함께 꿈을 꾸길 바란다”는 취임사를 남겼다. 임기는 2026년 2월까지 3년간이다. 지난해 강원도청으로부터 예산지원 중단을 통보받은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2019년부터 4년간 일한 김형석 프로그래머는 2월25일자로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22년 12월 박기복 강원대학교 영상문화학과 교수가 신임 이사장이 된 데 이어 김형석 운영위원장을 영입한 춘천영화제는 제10회 영화제를 앞두고 내부 인력 재정비를 통한 도약을 모색 중이다. 김형석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다큐멘터리, SF 등 다양한 컨셉을 담아온 영화제인 만큼 ‘문화도시 춘천’에 걸맞은, 개성을 살린
영화제에 부는 교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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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TV+ 새 오리지널 시리즈 <리에종>은 뱅상 카셀, 에바 그린 등이 출연하는 스파이 스릴러로, ‘두 집단간의 연락망’, 그리고 ‘남녀 사이의 간통’을 의미하는 프랑스 단어(liasion)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영국의 정부 요원인 앨리슨(에바 그린)과 프랑스의 사설 첩보기관 요원 가브리엘(뱅상 카셀)은 한때 더 나은 세상을 꿈꾸던 연인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한 사람의 잘못으로 헤어진 이들은 이제 테러 공격으로부터 각자의 조국을 구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기존 스파이 스릴러와 달리 사뭇 느린 속도로 6부작을 전개하는 <리에종>은 스피디한 액션보다는 인간관계의 타이트한 긴장감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서사를 이어나간다. 정보 기술에 대한 현대인의 불안과 환경문제, 자연재해 등을 테러의 타깃으로 정해 시의성을 명중시켰고, 피터 멀런, 제랄드 랑뱅, 이렌 자코브 등 유명 프랑스 배우들의 새로운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리에종>의 배우이자 프로듀서로 나
[현지보고] Apple TV+ ‘리에종’의 배우 겸 프로듀서 뱅상 카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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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2월4일.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을 가진 청년 재단사 프란츠 레이첼은 박쥐를 모델 삼아 손수 제작한 윙슈트를 입고 에펠탑에서 몸을 던진다. 그는 1분30초간 이어진 비행(이라기보단 추락) 끝에 즉사했고, 두명의 파테사 카메라맨이 이 순간을 촬영해 프란츠의 죽음은 이카로스와 함께 종종 거론되는 불후의 명성을 얻는다.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동력 비행기 제작에 성공한 지 거의 10년이 흐른 뒤 벌어진 일이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같은 인물들이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민간 우주 여행을 현실화하고 있는 오늘날, 나무로 불을 때는 시골집 경운기 창고에서 손수 제작한 우주선으로 우주 정복을 꿈꾸는 이가 있다면?
유럽 우주국 비행사 선발 시험에서 아쉽게 낙방한 짐(니콜라 지로)은 항공 엔지니어로 일하며 직장에서 몰래 빼돌린 부품으로 할머니(엘렌 뱅상)의 농장에서 동네 친구(브루노 로셰)의 도움을 받아 비밀리에 아마추어 유인 우주선을 제작한다. 짐은 전직 우주 비행사 알렉산드
[파리] 홈메이드 우주선으로 우주 정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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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평균 영화관람료가 사상 처음 1만원을 넘었다. 2월20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202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관람료는 1만285원이다. 지지난해 평균 관람료인 9656원에 비해 6.5%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막대한 영업 손실을 이유로 영화관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각각 1천원씩 관람료를 인상한 결과다. IMAX·4DX·돌비시네마 등 일반관보다 요금이 높은 특수상영관은 집계를 시작한 2018년 이후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아바타: 물의 길> <탑건: 매버릭> 등이 흥행하면서 특수상영 매출은 1264억원을 기록해 2021년 대비 271.2% 상승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2>가 1312억원으로 지난해 개봉작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아바타: 물의 길>, 3위는 <탑건: 매버릭>, 4위는 &l
영화진흥위원회, 202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