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를 주제로 한 한국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1편을 개봉한 2002년, 국내 영화 흥행 1위라는 성적을 거둬들인다. 이를 계기로 조폭 코미디 영화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21년이 지난 2023년, <가문의 영광: 리턴즈>를 개봉하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가족 코미디 영화가 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MTV>에서 상영된 시트콤을 영화화한 <이 솔리티 이디오티>는 2011년 1편을 개봉해 그해 이탈리아영화 중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그 로부터 12년이 지나 제작된 세 번째 작품 <이 솔리티 이디오티: 리턴즈>는 시트콤 제작 단계부터 참여한 파브리지오 비조, 프란체스코 만델리, 페루초 마르티니의 주도하에 최근 이탈리아 관객을 만났다.
‘평범한 바보들’이라는 뜻의 <이 솔리티 이디오티: 리턴즈>는 5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평범하지만 공감 가득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잔루카의 삶은 거부감으로 똘똘 뭉친 아버지가 10년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면서 다시 악몽처럼 되풀이된다. 테니스 클럽 유명 인사들의 파티에서 항상 배제되어온 한 커플은 아기를 갖기 위해 그리고 클럽에 초대받아 ‘인싸’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남자를 사랑하는 파비오는 결혼식장에서 파트너에게 버림받고 절망에 빠지며, 아픈 할머니를 돌봐야 하는 금속 노동자 세바스티아노는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지만 당첨금을 주지 않는 우체국 직원에게 몽땅 사기당하고 만다. 또 다른 커플은 예상치 못한 계기로 부모가 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우스꽝스럽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고, 서글프지만 명랑하기도 한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솔리티 이디오티: 리턴즈>는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속에 숨은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1, 2편의 단순한 대본과 플롯에서 한 단계 발전된 느낌을 전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이 영화는 ‘가족은 사회의 기초’라는 바탕을 까는 한편 가족들 사이로 사회로부터 외면받은 비정상적인 슬픔을 곳곳에 배치한다. 이 시리즈는 이탈리아 코미디의 그로테스크한 면을 모델 삼아 블랙코미디를 완성해낸다. 배우 우고 토냐치와 비토리오 가스만의 <로마의 20가지 이야기>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서늘한 장면들도 마주할 수 있다. <이 솔리티 이디오티: 리턴스>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관점과 스토리를 통해 현실의 다양성을 성실하게 반영한다. 소통 없는 평온한 지옥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 새장 밖으로 나와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소통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도록 명확한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