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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이고 근본적인 기술혁신이 벌어져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우리의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가?’라는 공포가 확산된다. 이에 대한 경제학 교과서의 표준적인 대답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에 가깝다. 새로운 기술이 확산되면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직업이 창출되므로 그쪽으로 노동력이 이동하면서 생산성은 계속 올라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낙관주의의 논리에 별로 설득력을 느끼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주장에서는 그동안 역사적으로 시기마다 나타났던 상이한 기술적 혁신들의 상이한 특성들, 그리고 그것들이 긴 시간 동안 진화해온 패턴 등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 ‘기술혁신’이라고 다 똑같은 성격의 것도 아니며, 그것으로 인해 벌어지는 ‘노동력, 즉 사람의 대체’도 항상 똑같은 성격의 것도 아니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 중반 이후 현재까지의 기술혁신은 개인적 집단적 차원의 인간의 노동능력을 하나씩 하나씩 기계가 빼앗아가면서 무력화시켜왔던 줄거리를 가
[홍기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사람은 이제 퇴출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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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운동의 예술이다. 영화는 운동을 재현하는 권능과 운동의 중단을 경험하게 하는 권능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 시간은 생략되고, 늘어나며, 분기와 도약 속에 되돌아온다. 말하자면 영화는 시간 경험의 촉매를 제공한다. 어떤 작품들은 역사적 시간이나 시간의 지각을 탐구하거나 표현하기 위해 때때로 정지상태의 달인인 조각을 향해 렌즈를 겨눈다. 루키노 비스콘티의 대작 <레오파드>(1963)의 조각도 그중 하나다. <레오파드>는 가문의 내부, 개인의 내면 안에서부터 쇠락하는 세계 혹은 시대를 묘사한다. 비스콘티의 카메라는 우선 대저택의 영지 안으로 들어가고 이어서 가족 미사가 열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원작 소설에서 영지는 무성하게 자라, 뒤엉키고 썩어가는 식물로 가득 차 있다. 반면 비스콘티가 찍은 오프닝에서 영지 입구에는 대저택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여러 개의 토르소 조각상이 부산한 혁명의 기운과 건조한 바람 아래 요동 없이 도열해 있다. 단단한 돌
[이나라의 누구의 예술도 아닌 영화] 조각과 함께 찍기 - 비스콘티, 로셀리니, 고다르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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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 곧 무기가 되는 삶. 누군가가 여기 존재한다는 단순한 현실이 세상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노출하는 이미지는 저항의 수단이 된다. 르포르타주는 사회적인 현실에 대해 보고자의 주관을 섞지 않은 객관적 서술과 그 자료들을 가리키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의 어두운 이면을 탐사하는 이미지는 결코 객관적인 상황만을 보여주도록 길들여지지 않는다. 19세기 뉴욕 로어 이스트사이드를 촬영한 제이컵 리스의 사진은 단순히 빈민가의 실태를 알린다는 목적을 넘어 그 자체로 정치적 효과를 자아내고 있었다. 어둠으로부터 가려져 있는 것을 드러내려는 이미지는 필연적으로 저항적인 성격을 띤다.
낸 골딘의 삶-투쟁을 다초점의 이미지로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가 향하는 곳 또한 어둡고 눅눅한 암실이다. 70년대 뉴욕 바워리의 밤, 지하 클럽에 모여 취해 있는 사람들, 어둠 속에서 서로를 알아보는. 음악과 함께 슬라이드 쇼가 시작되면 관객들은 사진에 등장한 자신
[비평] 암실, 영화, 그리고 몸에 남는 것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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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필요>에선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포착한 풍경 장면이 삽입된다.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 여자 이리스(이자벨 위페르)가 하루 동안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짧은 연대기를 따라가면서 영화는 인물들이 헤어지는 구간마다 자연을 담아낸 무인의 숏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영화에 삽입된 풍경은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아 미묘하게 윤곽이 뭉개진 형태로 나타난다. 이 영화의 풍경은 흐릿하고, 흐릿한 풍경의 삽입은 세 차례에 걸쳐 반복된다. 특정한 순간에 초점이 맞지 않는 장면을 활용하는 선택은 거의 모든 장면을 초점이 나간 화면으로 구성한 <물안에서>의 일관된 구성보다 세밀한 의구심을 건넨다. 영화를 처음 보는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게 되묻자면, 왜 하필 풍경을 담은 장면만 흐릿한 모양으로 나타나는 걸까?
흐릿한 풍경의 숏은 영화의 전체 내러티브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독립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간직하지 않는다. 이 장면은 특정 인물의 시점을 대리하
[비평] 흐릿함에 관하여, <여행자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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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는 말이 좋거나 훌륭한 느낌을 대리하는 속어처럼 쓰이기 시작한 시대에 <베이비 레인디어>는 적확한 수식어를 빼앗겨 억울할 법한 시리즈다. 4만1천여통의 이메일과 350시간 분량의 음성 메일을 보내고 라이브 공연의 훼방을 놓는 걸로도 모자라 부모까지 협박한 여자가 경찰의 제지로 마침내 인생에서 사라진 순간. 코미디언 도니(리처드 개드)는 삶에 “이상하고 섬뜩한 침묵”이 찾아왔다고 고백한다. 스토커 마사(제시카 거닝)의 부재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 그는 산더미 같은 음성 메시지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폴더로 정리(특히 ‘칭찬 폴더’가 유용하다)하는가 하면, 그녀의 사진을 들고 자위하기에 이른다.
<베이비 레인디어>를 보는 사람은 번번이 포식자의 먹잇감을 자처하는 주인공을 답답해하는 사람과 도니를 부정할 수만은 없는 심정으로 모종의 거울치료에 동참하는 이들로 나뉜다. 어리석은 주인공이 필요 이상으로 수난받는 서사의 대부분이 작가의 악취미이기 이전에
[김소미의 편애의 말들] 혼란으로 걸어 들어가기, 넷플릭스 시리즈 <베이비 레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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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준열이 자신에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연기상(<더 킹>)을 안겨주었던 한재림 감독과 다시 손을 잡았다. 5월1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The 8 Show>(더 에이트 쇼)는 한재림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으로 미스터리한 쇼에 참가한 8명의 혹독한 생존기를 다룬다. 류준열은 빚더미에 앉아 목숨을 버리기 직전, 쇼 참여를 제안받는 청년 진수 역을 맡았다. 8층짜리 숙소에서 무난하게 3층을 골라 쇼에 합류한 진수는 튀는 8층 여자(천우희), 브레인 7층 남자(박정민), 거친 6층 남자(박해준), 의뭉스러운 5층 여자(문정희), 눈치 100단 4층 여자(이열음), 다혈질 2층 여자(이주영), 순순한 1층 남자(배성우)와 이합집산하며 막대한 상금 획득을 노린다. ‘시간만 잘 보내면 돈을 준다’는 허무맹랑한 게임쇼에 현실감을 불어넣기 위해 류준열은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하고 치밀하게 작품을 대했다고 말한다.
- <외계+인> 1부로
[피플] 'The 8 Show' (더 에이트 쇼) 배우 류준열, 가장 보통의 류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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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하겠다고 설친 지 10년쯤 되었습니다. 고백하자면 최근 저의 음악 취향은 왜소하고 황폐해졌습니다. AI가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로 허접하게 음악을 찾고, 감상보다는 확인한다는 느낌으로 듣습니다. 뭔가를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는 마음을 언제 마지막으로 가졌던가요. 음악을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을 위해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을 내놓아야 할 것 같다는 낭만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솔직히 그냥 게을러져서인 거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음악을 들으면 앨범도 아티스트도 노래 제목도 기억나지 않고, 모양과 색깔로 앨범 커버를 찾고, ‘좋아요’ 표식으로 노래를 기억하고 맙니다. 이 행위를 ‘음악을 듣는다’고 표현해도 되는 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그러나 단순하게는 이것은 시대의 흐름과 도구의 변화입니다. 애초에 음악을 어떻게 즐기는가는 각자의 방식대로일 테니 시디플레이어 앞에서 가사지를 읽으며 노래에 집중하는 것이 플레이리스트 듣기보다 더 우위에 있는 행위도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창작자는 이
[김사월의 외로워 말아요 눈물을 닦아요] 정말로 기능하는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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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후반부에 <The 8 Show>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연애의 목적>(2005)부터 <비상선언>(2022)까지 약 20년 동안 영화 연출에 몰두했던 한재림 감독이 첫 시리즈 <The 8 Show>(더 에이트 쇼)로 돌아왔다.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한 <The 8 Show>는 비밀스러운 쇼에 갇힌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8명의 등장인물은 폐쇄된 공간 내 1층부터 8층까지 방을 배정받고, 쇼의 시간이 흐를수록 불어나는 상금을 얻게 된다. 인물들은 쇼의 진행 시간을 늘리기 위해 쇼의 구경꾼들이 만족할 만한 기행을 펼쳐야 한다. 기행은 갈수록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쇼 비즈니스로 변질된다. 각 층에 따라 다르게 주어진 계급의 차이는 참가자들의 갈등을 부추긴다. 그렇게 <The 8 Show>는 자극으로 점철된 콘텐츠의 범람, 끝
[피플] 'The 8 Show' (더 에이트 쇼) 한재림 감독, 메타 영화의 성질을 담은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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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샐러드
빠져 있기보다는… 강제로 입문한 음식이다. (웃음) 요즘 신보를 작업하는 중이라 밴드 멤버들과 토요일을 제외하곤 일주일 내내 붙어 있다. 그런데 나를 제외한 친구들이 모두 다이어트 중이라 혼자 기름진 걸 먹을 수 없어 매일 샐러드를 먹는다. 저녁에 샐러드를 먹으니 대신 점심을 많이 먹고 합주실로 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
정말 좋았다. 뻔할 수 있는 스토리를 이렇게 영화로 세울 수 있는 건 거장의 솜씨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끼며 극장 문을 나섰다. <라쇼몽>에서 봐온 구조와 소재 아닌가. 그런데도 끝없이 관객의 확증편향을 유도하며 ‘당신도 괴물일 수 있다’는 물음을 전달하는 점이 일품이다.
유산소운동
내가 무대에서 분출하는 에너
[LIST] 이승윤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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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모든 인터뷰나 토크쇼가 진지한 주제를 다뤄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허심탄회한 웃음이 높아질수록 숨겨온 속마음을 더 쉽게 고백할 수 있고 그로부터 완화된 분위기가 출연자와 시청자 모두를 편안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피식대학에서 제작하는 <피식쇼>는 지나치게 메시지 중심적이던 과거 토크쇼로부터 차별점을 갖는다. 방탄소년단 RM에게 “메신저로 친구 생일 선물을 보낼 때 얼마짜리를 보내”냐는 질문이나 손흥민에게 “(별명이 ‘소농민’이라는 점에 착안해) 농부가 된다면 어떤 작물을 키우고 싶냐”는 질문은 예상치 못한 공략으로 허허실실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권위나 위계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 <피식쇼>는 그것을 지향한다. 한국어와 영어를 뒤섞어 진행하는 독특한 방식도 많은 구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You know, I have 가오”(알잖아, 나도 가오 있는 거), “What time was 가장 늦게 일어난 시간”(가장 늦게 일어난 때가 언제야?) 등
[이자연의 TVIEW] ‘피식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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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해낼 수 있는 서비스다. 원더랜드 서비스의 수석 플래너인 해리(정유미)는 어린 시절부터 인공지능 가족과 함께 살아온 터라 이용객들의 마음을 살피는 데 재능이 있고, 신입 플래너 현수(최우식)는 직무를 수행하며 여러 비밀을 하나씩 알게 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중엔 어린 딸 지아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려는 바이리(탕웨이)와 의식불명의 남자 친구 태주(박보검)를 우주인으로 복원해낸 정인(수지)도 있다.
<만추> 이후 한동안 장편 연출작이 없던 김태용 감독의 13년 만의 신작이다. <만추>를 시작으로 한국영화와 인연을 맺은 탕웨이와 <가족의 탄생>으로 데뷔 1년 만에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정유미가 김태용 감독과 재회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뿐만 아니라 최우식과 박보검이 보여줄 또 다른 얼굴도 주목할 만하다. <만추> <리틀 포레스트>의 각색을 맡은 민예지 작가
[Coming Soon] ‘원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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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전역에 폭소가 만발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5월2일부터 12일까지 11일간 개최된 제2회 ‘넷플릭스 이즈 어 조크’ 페스티벌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중심으로 한 500개 이상의 오픈 코미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번 페스티벌은 할리우드 볼과 크립토닷컴 아레나처럼 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대형 공연장은 물론 코미디로 이름 높은 소극장과 유서 깊은 영화관까지 LA를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명소 35곳에서 열렸다.
별다른 무대장치도, 소품도 없이 입담 하나로 관중을 웃겨야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코미디 장르 중 하나다. 정치, 종교, 인종과 관련된 사회 현안부터 섹스, 돈, 육아 등 개인사까지 성역 없이 풍자와 해학의 대상으로 삼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다양한 정체성과 경험의 공존,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의 문화와 맞닿아 있다. ‘넷플릭스 이즈 어 조크’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을 모두 LA로 불러모았다. 2022년에 열린 1회
[LA] 코미디의 톡 쏘는 매력, 넷플릭스, LA에서 제2회 ‘넷플릭스 이즈 어 조크’ 페스티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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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고, 편하게 해.” 때로(사실 거의 대부분) 말은 내용보다 발화자의 중력에 끌려간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어떤 위치에서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로 소화될 수밖에 없다. 목요일 마감, 이번주도 어김없이 영혼이 탈탈 털린 뒤 잠시 넋을 놓고 멍 때리는 중이다. 원래 한창 바쁠 때 맹렬하게 딴짓을 하고 싶어지는 법이라, 한마디 숨을 크게 내뱉으며 데스크에 올라온 글을 읽다 보니 문득 이번주 내내 뱉었던 말들이 떠오른다. 편하게. 힘 빼고.
그러고 보니 요즘 유난히 기자들에게 이런 표현을 자주 던졌다. 그럼에도 정반대로 쉼표 하나 빈칸 하나 없이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정성으로 꾹꾹 눌러 쓴 기사들을 보고 있자니, 뿌듯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슬며시 차오른다. “힘 빼”라는 말이 “제대로, 열심히 하라”고 들렸던 걸까. “편하게 해”라는 말 뒤에 나도 모르게 “하지만 잘해야 돼”라는 행간을 추가한 건 아니었나.
개편 이후 하고 싶은 아이템이 꽉 차 있다. 강렬한 의지까지 불
[송경원 편집장] 적당해 지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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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루이 카렐)가 친구 윌리(라피엘 퀴나르)와 걸어가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내용인즉 자신의 애인인 플로렌스(레아 세두)에게 도무지 매력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그를 열렬히 사랑하는 플로렌스는 데이비드에게 자신의 아버지 기욤(뱅상 랭동)과 인사를 나눌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부녀와 딸의 남자 친구, 남자 친구의 친구가 조우하는 상황이 <더 세컨드 액트>에서 펼쳐진다.
‘제2막’이라는 제목처럼 영화는 인물, 배경 설명과 같은 도입부 없이 ‘더 세컨드 액트’라는 레스토랑에 곧장 인물들을 불러모은다. 때문에 이 네 사람이 실은 배우이며 앞서 말한 줄거리가 극 중에서 촬영 중인 영화의 설정이란 사실은 불시의 순간 갑작스레 밝혀진다. 미장아 빔(mise en abyme)이라는 형식 안에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리는 시도는 이미 익숙하다. 다만 <더 세컨드 액트>에선 배우의 발화를 통해 카메라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인지시키면서도 외부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칸 개막 레포트] 개막작 '더 세컨드 액트' 리뷰, 형식을 깨부순 도발적 실험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