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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age] 라이프 오브 파이
조현나 2026-01-05

사진제공 에스앤코

무대 위에서 <라이프 오브 파이>를 펼쳐내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 의구심에 답하듯 227일에 걸친 주인공 파이의 생존기를 140분의 시간으로 압축해낸 무대의 막이 올랐다. 지난 11월 한국에서 초연한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의 큰 줄거리는 원작과 같다.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가던 파이는 폭풍으로 인해 조난당하고 227일 만에 홀로 생존한 채 발견된다.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찾아온 보험사 담당자에게 그는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벵골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 함께 보트에 남아 필사적으로 살아남고자 한 과정을 들려준다.

공연에는 크게 두 공간이 필요하다. 파이가 보험사 담당자에게 증언하는 병실, 동물들과 파이가 공존했던 망망대해 위의 배. 병실의 침대는 파이의 내레이션과 함께 수시로 배로 뒤바뀌며 매끄럽게 시공간을 넘나든다. 원작 소설이 상상의 여지를 불러일으키고 영화가 과거 사건을 이미지적으로 재현하는 방식을 취했다면, 공연은 눈앞의 현실 속으로 객석의 관중을 끌어들인다. 특히 바다가 배경일 경우 조명, 파도와 물고기 소품 등 시각적 요소를 극대화해 무대를 꾸렸다. 그중에서도 동물 ‘퍼펫’과 이를 움직이는 배우인 ‘퍼펫티어’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퍼펫티어를 전면에 전시하는 방식을 취하며 이들의 몸짓, 동선, 소리를 통해 동물들의 감정과 반응을 직접적으로 표기한다. 그렇게 리차드 파커와 파이의 바다 위 대치는 새로운 방식의 클라이맥스가 된다. 파이의 모험담은 여전히 두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 마지막까지 생존, 상실, 공생 등의 주제에 관해 곱씹게 만든다.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는 20여년 전 발표된 원작의 메시지가 여전히 유의미하고, 사전에 영상화된 작품일지라도 무대 위에서의 신선한 재해석이 가능함을 증명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