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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는 수아(임도화)는 폭력적인 연인 현우(송승현)와 관계를 이어가며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 수아와 운명이 얽힌 아누앗(아누팜 트리파티)은 끔찍한 과거를 숨긴 채 그녀의 곁을 맴돌고, 수아는 스물다섯 번째 생일을 맞아 연인과 친구를 따라 위태로운 여행을 떠난다. 만월의 밤, 아누앗은 그녀를 좇다 섬뜩한 진실과 마주한다. 전형적인 공포물에서 벗어나려는 영화는 외국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우는 이색적인 캐스팅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으나 설정과 상황을 단순 나열하는 데서 그친다. 서사와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한 시도는 공허할 수밖에 없고, 허약한 기본기 위에 낯선 소재를 모아놓는 것만으로 새로움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서사를 위해 복무할 때 낯섦과 새로움을 기대할 수 있다. 의도를 실현해주는 것은 결국 탄탄한 서사다.
[리뷰] 전형에서 벗어나려면 전형에 도달해야 한다, <검은 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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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셰프 오바나(기무라 다쿠야)는 도쿄에서 아시아 최초로 미슐랭 3스타를 달성해 명성이 자자하다. 큰 뜻을 품고 파리에서 파인다이닝을 연 뒤 같은 지위를 얻고자 하지만 늘 2스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별 세개에 대한 압박감에 흔들리던 그는 동료들의 지지를 힘입어 다시 도전하기로 한다.
<그랑 메종 파리>는 드라마 <그랑 메종 도쿄>의 세계관을 잇는 작품으로, 완벽한 요리를 향한 사람들의 집념을 흥미롭게 포착한다. 무대가 파리로 확장된 만큼 식재료와 조리법은 한층 다채로워졌다. 실제 미슐랭 3스타 셰프에게 자문을 받아 완성한 요리들을 실감나게 담아낸 숏들이 극의 풍미를 더한다. 드라마와 뚜렷이 구별되는 영화적 개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우나 ‘요리에 국경은 없다’라는 핵심 메시지만큼은 분명하게 전달한다.
[리뷰] 보장된 맛에 찾아가는 단골집처럼, <그랑 메종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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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공민정)과 정호(감동환)는 연인이며 둘 다 그림 그리는 일을 한다. 수진은 글을 쓰는 훈성(유의태)과 몰래 만나는 사이이기도 하다. 인주(정보람)는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시한부일지도 모르는 그는 정호를 짝사랑한다. 한편 연기하는 유정(정회린)은 연인 우석(류세일)과 자꾸 다툰다. 유정은 현재 우석을 대하는 자신에게서 전 연인 정호의 모습을 겹쳐 본다. 각자가 겪는 일상의 파편들로 관계를 조립해나가던 영화는, 어느 지점에 이르자 지나간 장면들로 되돌아가 잘라냈던 시간이나 공간을 조명하기 시작한다. 서로 다른 상황들, 스스로의 언어와 창작물에 비친 상들로 하나의 진실을 엮어낼 수 있을까.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서사를 분해해 재구성하며 정교한 연출로 관계와 감정의 복잡한 결을 담아낸다. 조희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으로, 전작 <이어지는 땅>의 분위기를 잇지만 긍정적인 의미로 낯설다.
[리뷰] 제목만큼 영화를 잘 드러내는 문장이 없다,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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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서 친 사고의 대가로 살인이 포함된 특수 임무를 수행하며 빚을 갚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허치(밥 오든커크)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한다. 이에 아내 베카(코니 닐슨)와 두 자녀 그리고 허치의 노부 데이빗(크리스토퍼 로이드)과 함께 워터파크가 있는 휴양지로 바캉스를 떠난다. 그러나 평온함은 오래가지 못한다. 휴가지에서의 작은 실랑이로 인해 허치가 참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해버렸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상대가 해당 지역의 검은 조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렇게 가족과의 평범한 휴가를 지키려는 허치의 눈물 겨운 전투가 시작된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북미에서의 깜짝 흥행으로 인상을 남긴 <노바디>의 4년 만의 속편이다. 여러 액션영화를 연출한 인도네시아 출신 티모 타잔토가 연출을 맡았다. 평범해 보이는 중년 남성이 일상이나 휴가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품들을 활용하여 선보이는 반전 액션을 보는 재미가 있다. 전체적 서사는 ‘분노한 아버
[리뷰] 피곤한 아버지의 애처로운 휴가 지키기, <노바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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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소설가인 체사레 파베세의 저서 <레우코와의 대화>는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당시 짧은 유서가 적힌 채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마티아스 피녜이로 감독은 <레우코와의 대화> 중 <바다 거품>을 영화화할 수 있겠다고 적은 과거 자신의 메모에서 출발해 <바다 거품> 을 스크린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바다 거품>은 고대 그리스의 여성 시인 사포와 그리스신화 속의 님프 브리토마르티스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사포는 실연의 고통으로 바다로 투신했으며 브리토마르티스는 미노스 왕의 구애로부터 도망치다 바다에 빠졌다. 영화는 사포와 브리토마르티스 역을 맡은 두 배우의 목소리를 빌려 <바다 거품>의 대사와 여러 각주, 그리고 유실되지 않고 남은 사포의 시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너는 나를 불태워>는 아르헨티나의 영화감독 마티아스 피녜이로의 신작이다. 아르헨티나와 미국, 이탈리아, 그리스, 페루, 스페인 등 여러 국
[리뷰] 다른 매체, 다른 언어의 경계를 감각게 하는 번역 실험, <너는 나를 불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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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창간 30주년 특별 연재 ‘21세기 영화란 무엇인가?’의 두 번째 키워드는 ‘인간의 조건’이다. 첫 번째 키워드 ‘20세기의 기억’을 통해서는 20세기의 영화사를 현재의 시각에서 재편하는 시도를 펼쳤다. 이번엔 21세기 영화의 안팎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양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피려 한다. 우선 첫 번째로 이도훈 영화평론가(편집위원)는 디지털카메라의 도래 이후의 인간-배우가 영화의 어떤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이후 김병규 평론가는 영화감독의 위상과 존재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드러낸다. 이어서 이나라 영화연구자는 21세기 영화가 드러낸 인간의 새로운 얼굴에 대해 논의하고, 연재의 마지막엔 21세기 영화에 걸친 비인간의 출몰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차차 쌓여가는 21세기 영화에의 다변적 해석과 다양한 고민에 계속하여 함께해주길 바란다.
눈을 감은 영화
21세기 영화의 얼굴 없는 자화상
이란의 여성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마니아 아크바리
[21세기 영화란 무엇인가?] 눈을 감은 영화 - 21세기 영화의 얼굴 없는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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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피 무늬의 의상과 선글라스, 여유로운 걸음걸이와 위압적인 풍채. 태산(마동석)에게 겁 없이 대적할 빌런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터널스>의 길가메시,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석도 등 배우 마동석은 이전에도 특별한 능력을 지닌 히어로와 악당에 맞서는 정의로운 캐릭터로 관객과 만나왔다. 그중 <트웰브>의 태산은 12간지를 소재로 한 동양적인 슈퍼히어로라는 점에서 신선함을 안긴다. 태산이 상징하는 동물은 호랑이다. 과거 전투에서 희생된 동료 천사들을 마음 한쪽에 묻어둔 채 현재는 남은 8명의 천사들과 정체를 숨기고 인간 세상에 정착한 상태다.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그의 방침이었으나 악당들이 다시금 활동할 기미를 보이자 태산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롯해 여러 작품의 기획, 제작, 각본에 참여해온 만큼 배우 마동석은 <트웰브>의 각본 작업 단계에서부터 여러 아이디어를 냈다. 배우 캐스팅부터
[인터뷰] 호랑이의 위압적인 이미지에 경쾌함을 더했다, <트웰브> 배우 마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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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지신 설화가 바탕이 된 히어로 액션물 <트웰브>는 강대규 감독, 한윤선 감독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담보> <하모니> 등 섬세한 감정 묘사에 특화된 강대규 감독은 <트웰브>를 통해 장르물 연출의 재미를 깨달았다고 전한다. 장편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로 주목받은 한윤선 감독은 <트웰브> 각색 작업에 먼저 참여한 뒤 공동 연출을 맡아 작품의 세계관에 완성도를 더했다. 두 감독은 초기 시각화 작업부터 공을 들이고, 촬영이 없는 날은 서로의 현장을 찾아가 긴밀히 소통하며 <트웰브>의 톤 앤드 매너를 맞춰나갔다.
- <트웰브>와 같은 히어로물은 시청자가 작품 고유의 설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후 펼쳐지는 서사를 따라올 수 있도록 인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계관을 소개하는 초반 빌드업이 중요했을 텐데.
강대규 ‘동양의 12지신’이라는 신화적 설정의 개연성 확보가 필요했다. 그래서 초
[인터뷰] 판타지와 현실의 균형 감각, <트웰브> 강대규, 한윤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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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무리로부터 인간을 구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 12천사는 치열한 전투 끝에 지옥문을 닫고 승리를 거두는 데에 성공한다. 악의 측과 손을 잡은 까마귀 오귀(박형식)까지 봉인에 성공했으나 4명의 동료를 잃고, 남은 천사들의 능력 또한 오귀와 함께 봉인된다. 수천년간 천사들의 리더인 태산(마동석)과 원승(서인국), 미르(이주빈), 도니(고규필), 강지(강미나), 쥐돌(성유빈), 말숙(안지혜), 방울(레지나 레이)은 인간 세상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제사장 사민(김찬형)이 오귀의 봉인을 해제하면서 천사들은 다시 한번 악의 힘과 대적해야 할 상황에 처한다. <트웰브>는 동양의 12지신 설화를 소재로 한 액션히어로 시리즈물이다. 천사와 악마라는 명확한 구도를 중심으로 12간지의 열두 동물 모티브가 캐릭터의 일부와 액션에 신선하게 녹아들었다. <트웰브>의 세계관은 앞으로 어떻게 확장해나갈 것인가. 8월23일 디즈니+, KBS2에서 첫 공개되는 <트웰브&g
[커버] 액션 히어로물의 신대륙을 개척하다, <트웰브>의 강대규, 한윤선 감독과 배우 마동석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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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시리즈 <버터플라이> <로스트>,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등 출연
영화 <솔트번>
경로에서 이탈한 영화라서 좋다. 영화의 미학을 완성하는 특정 구조나 플롯의 조직에 요구되는 공식이 있지 않나. 그 길을 따르는 게 좋은 영화를 만드는 방법이겠지만 <솔트번> 은 그걸 모두 피하기 때문에 놀라움을 안긴다.
제이홉의 <What if…>
내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와 머릿속을 내내 지배하는 노래. 곡의 후크가 중독적이고, 90년대 힙합인 <Shimmy Shimmy Ya>를 샘플링한 점도 마음에 든다. 좋은 나머지 <버터플라이>의 트레일러에 사용했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박찬욱 감독은 관객에게 비정한 세계를 사는 주인공이 희구하는 바를 자문하게 유도하고, 영화를 보면서도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의 ‘복수 3부작’은 피로 디자인한
[LIST] 대니얼 대 킴이 말하는 요즘 빠져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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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배우가 <씨네21> 창간 30주년 특별전 ‘지극히 사적인 영화관’의 마무리투수로 나섰다. 8월14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상영 후 이제훈 배우가 게스트로 참여한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지난 8월간 천우희, 박정민 배우와 함께 꾸린 이 특별전은 세 배우가 관객과 함께 보고 싶은 한국영 화를 선정해 상영하고, 상영 후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 시절부터 매주 <씨네21>을 구매해 정독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는 이제훈 배우는 “이후에 <씨네21>에 내 인터뷰가 실리고 표지를 장식하기도 하면서 너무너무 감사한 일들이 많았다”라며 “창간 30주년이라는 특별한 순간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영광스럽고 행복”하다는 참석의 소회를 밝혔다.
이제훈 배우는 “배우로서의 삶을 사는 이 과정엔 1990년대~2000년대 한국영화들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라며 그러한 영화 중 하나인
[씨네스코프] <씨네21> 창간 30주년 특별전 ‘지극히 사적인 영화관’ - 이제훈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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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극장가의 승자는 <좀비딸>로 굳혀지고 있다. 7월30일 개봉한 <좀비딸>은 누적관객수 468만7041명(8월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이하 동일)을 기록하며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여름 휴가철 ‘7말 8초’ 시즌에 맞춘 조정석표 착한 코미디가 안정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았고, 7월25일부터 시작된 정부의 극장 할인쿠폰 정책도 흥행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F1 더 무비>는 극장용 영화라는 입소문을 타고 장기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6월25일 개봉 이후 8월 동안 꾸준히 2위 자리를 지키며 37만5287명을 동원, 누적관객수 420만6805명을 돌파하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 여름 시장에서 한국 상업영화의 마지막 타자인 <악마가 이사왔다>는 개봉 첫주 3위에 안착했다. <엑시트>를 연출한 이상근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8월13일 개봉 첫날 4만8557명을 기록,
[국내뉴스] 8월 극장가 <좀비딸> 강세 속,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몰고 올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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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F1 레이스에 왜 돌아왔는지, 무엇을 위해 서킷을 달리는지 물을 때마다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는 중년 미남자의 선 굵은 미소를 장착한 채 내뱉는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흥행이 곧 존재 의미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무비가 이런 명제를 반복 강조하는 게 웃기지만 덕분에 더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F1 더 무비>는 누가 뭐라 해도 낭만에 대한 영화다. 자본주의의 최정점인 경주 F1에서 자본주의적인 공식(할리우드영화)에 입각해 빚어낸 낭만의 정수. 소니는 차와 함께 달릴 때 비로소 숨을 쉬는 사람이고, 그는 최고의 서킷부터 거친 사막까지 승리의 순간마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한 팀에 정착하지 않고 항상 처음부터 새롭게 달릴 준비가 된 남자의 질주는 이미 낭만 그 자체다.
한국말 중에 낭만에 가장 가깝고 비슷한 단어를 찾는다면 아마도 낭비가 아닐까 싶다. 낭만은 대체로 비효율적이고 비이성적이다. 쓸모가 없을수록, 생산성이 떨어질수록,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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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업전공 24학번으로 정화예술대학교에 입학해 2025년 1학기에 연기전공으로 전과했다고.
= 초등학교 4학년 때 뮤지컬 <캣츠>를 보고 배우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내향적인 성격이라 꿈을 접어두고 지냈고 이후 커가면서 관심이 생긴 미용쪽으로 진로를 정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릴 적 꿈에 대한 아쉬움이 커졌다. 결국 ‘일단 시도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전과를 결심했다.
- 전과의 과정은 어땠나.
= 메이크업전공 교수님과 연기전공 교수님 양쪽 모두와 전과 이유에 대해 상담했다. 연기전공 면담 때는 오디션처럼 학업 능력을 따로 평가하지 않았고, 배우를 하고 싶은 마음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는데 교수님께서 그 간절함을 알아주신 것 같다. 만약 전과를 희망한다면 가능 요건이 따로 있으니 꼭 찾아보길 바란다.
- 원하던 전공에서 생활해보니 어떤가.
= 실무 중심을 원하던 내게 딱 맞는 학과였다.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구성돼 실질적으
[인터뷰] 실무를 탄탄히 배울 수 있다, 김온누리 정화예술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연기전공 25학번 재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