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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심란한 소식만 들려온다. 개봉 13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4>는 80% 넘는 상영 점유율을 차지하며 (정말 오랜 만에) 독과점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한국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를 두고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는데, 틀린 말 하나 없었지만 10년 넘게 똑같은 지적이 이어져도 바뀌는 것 하나 없는 현실 앞에 분노보다는 무기력감이 느껴졌다. 그 와중에 1958년 개관 이래 66년간 충무로를 지켰던 대한극장의 폐업 소식은 마치 어떤 신호탄처럼 들려 무섭다. 슬픔을 느낄 새 없이 발밑이 무너지는 것 같은 불안이 스멀스멀 차오른다.
위험신호가 도처에서 울리는데 불을 끌 소방수도 없다. 영화진흥위원회 등 공공기관은 벌써 한참 동안 기관장 없이 방치 중이고, 문화체육 관광부는 갖은 명목으로 예산을 줄이는 데 몰두하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게 타격을 받은 곳은 영화제인데, 39개 영화제에 지원하던 예산은 10개로 축
[송경원 편집장] 여기 당신의 영화제가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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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앤디 서키스)가 이끌었던 리부트 삼부작 이후 잠잠했던 <혹성탈출> 시리즈가 7년 만에 돌아왔다. 속편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에서는 주인공 노아(오언 티그)를 포함해 11마리의 유인원이 새로이 등장한다. 이중 오랑우탄 라카(피터 메이컨)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라카 작업에 VFX 스튜디오 Wētā FX 소속 한국인 아티스트인 김승석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와 순세률 모션 캡처 트래커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김승석 페이셜 모델러는 얼굴근육을 숫자와 알파벳으로 부호화하는 FACS(Facial Action Coding System)를 이용해 디지털 캐릭터의 다양한 표정을 만드는 전문가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2014)의 크리처, 공간 등을 3D로 제작하는 모델러로 VFX 업계에 뛰어든 뒤 <데드풀2>(2018) 때부터 표정으로 분야를 좁힌 그는 <아쿠아맨> <아바타: 물의 길>에도 힘을 보탰다. 2021년
[인터뷰] 감정과 표정을 정확히 매치시키기 위해,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김승석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 순세률 모션 캡처 트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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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 <아바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까지 기술적 성과를 이룬 작품들의 엔딩크레딧에서 에릭 윈퀴스트 VFX 슈퍼바이저의 이름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2002년 독보적인 VFX 스튜디오 Wētā FX에 입사해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에릭 윈퀴스트는 현재 팀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위치에 올랐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으로 아카데미 시상식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에서 후보 지명을 받았으며 실제 촬영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 연구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있다. <혹성탈출> 리부트 삼부작(<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 이어 7년 만의 속편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에서도 VFX 총괄을 맡은 에릭 윈퀴스트가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본편 프롤로그를 볼 수 있
[인터뷰] ‘털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크기까지 디테일하게’,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에릭 윈퀴스트 VFX 슈퍼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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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리부트 삼부작 이후 7년 만에 공개되는 속편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가 받는 질문은 결국 하나일 것이다. 성공적인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는가. 그 궁금증을 일부 해소할 수 있는 자리가 지난 4월23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5월8일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개봉을 앞두고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본편의 푸티지 시사회(일부 상영)가 열렸다. 공개된 30분가량의 프롤로그는 삼부작의 마지막 편 <혹성탈출: 종의 전쟁>(2017)에서 장렬한 죽음을 맞이한 리더 시저(앤디 서키스)의 장례식 이후, 수세대가 지난 시점에서 출발한다. 인류가 몰락하고 독수리와 함께 살아가는 유인원 부족의 차기 지도자 노아(오언 티그)는 특별한 의식이 가능한 독수리알을 동료들과 찾아다니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곧 급격한 지각변동을 겪는다. 인류에 대한 호기심을 품게 한 인간 소녀 노바(프레이아 앨런)와의 만남은 시
[기획] 혁신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영상기술로 읽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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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 통역 하진화
- 한국에 온 프랑스 사람인 <여행자의 필요> <다른나라에서>뿐 아니라 자국에서 촬영한 <클레어의 카메라>에서조차 당신은 칸 방문이 처음인 파리 사람, 그러니까 여행자의 신분이었다. 홍상수 영화의 여행자가 된다는 것이 당신에겐 어떤 의미인가.
= <여행자의 필요>에서 이리스는 사람들의 감정을 옮기는 번역가라고 볼 수 있겠다. 프랑스어 과외를 하면서 그는 상대가 무언가를 스스로 말하게끔 한다. 언어를 배우는 동시에 그들 자신을 마주하는 법을 배우자는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언어 학습을 통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드러내게 하는데, <클레어의 카메라>에서는 그 매개체가 사진이었다. 사진을 찍는 여행자는 상대방의 정신적인 무언가를 포착하곤 했다. 그러니까 나는 홍상수 감독과 작업했던 영화들 속에서, 영화마다 그 방식은 달랐지만, 늘 내 앞의 존재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본다
[인터뷰] 아무것도 몰랐고, 모르는 게 좋았고, 모른다고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여행자의 필요> 이자벨 위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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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에 걸쳐 홍상수 감독과 3편의 작품을 함께한 이자벨 위페르는 더 많은 홍상수 영화를 기다린다. 그는 홍상수 작품의 스타일과 제작 방식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남겨진 ‘알 수 없음’의 영역에도 가뿐히 미소 짓는다. 자신의 마스터를 “가장 미니멀한 제작 방식으로 복잡한 마술을 탄생시키는 대체 불가능한 관점의 소유자”라 수식하는 이자벨 위페르와 <여행자의 필요> 개봉일인 4월24일에 화상 인터뷰로 대화를 나눴다. 얼마 전 가족으로 합류한 신입 고양이 우발라를 소개해준 72살의 전설적인 배우는 커다란 안경과 모닝커피를 준비해 자신의 서재에 앉아 있었다. 위페르는 홍상수, 그리고 <여행자의 필요>에 관해 군더더기 없이 긴요한 설명만을 들려주었으며, 촬영 과정 일반에 얽힌 사실들에 근거해 자신의 역할을 묘사했다. 촬영장의 통역을 도맡았고 극 중에서는 이리스가 윤동주 시를 프랑스어로 옮기도록 요청하는 인물인 하진화 통번역가가 이번 대화의 매개자로 동
[기획] 이자벨 위페르의 필요 - <여행자의 필요>와 함께 돌아보는 홍상수 영화의 여행자, 이자벨 위페르 역할론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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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과 이름은 단 한줄의 필모그래피, <바튼 아카데미>로 세상에 알려졌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촬영지로 고른 학교에 도미닉 세사가 재학 중이었다는 우연은 영화가 공개된 이후 운명적 사건 같은 이야기로 돌아선다. 2002년에 태어난 이 배우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옛날식 다이얼 전화 사용법을 몰라 한 차례 엔지를 낸 후, 다음 테이크에서 다이얼을 돌려 연기를 완성했다는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이 일화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에게 연기 경험이라곤 고등학교 연극부 활동이 전부였다는 사실이다. 제도 안에서 교육받은 적 없는 연기자의 연기 결과물이 카메라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때에는 그것이 학습과 답습, 도식과 정형에서 벗어나 날것에 가까운 자연스러움에서 비롯되는 아주 짧은 순간도 포함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도미닉 세사는 단 한편의 영화로 관객을 손쉽게 설득한다.
한 고등학교에서 제작한 작은 연극 무대와 체계적 시스템을 갖춘 할리우드에서 제작
[특집] 경력을 초월하는 매력, 도미닉 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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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에서 전투를 펼치는 레이철 제글러를 보는 내내, 저 가녀린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먼저 궁금해진다. 싱거운 결론이지만 사실 젊은 배우가 가진 에너지와 성장 가능성의 크기는 몸집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러서야 궁금증이 비로소 멈추었다. 명성 있는 감독의 신예 배우 캐스팅 비화나 스타 발굴 신화는 늘 눈길을 사로잡지만 최종적으로 신화를 완성하는 것은 언제나 그 신예 배우의 역할이다. 제글러의 영화 데뷔작은 다름 아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였다. 명감독이 발탁한, 뮤지컬 장르를 소화해야 하는 배우로서의 실력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빈민가의 한 발코니에서 새하얀 옷을 입고 화사하게 등장한 마리아 역할의 레이철 제글러는 자신의 진정한 등장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곳곳에서 몇번이고 되풀이한다. 남자아이 같은 장난
[특집] 잊을 수 없는 역동성, 레이철 제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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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던 프레이저, 빌 나이, 콜린 패럴, 오스틴 버틀러가 이름을 올렸던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 중에는 1996년생 아일랜드 배우 폴 메스컬도 있었다. 유일한 20대였고 경력은 가장 짧았지만 샬럿 웰스 감독의 <애프터썬>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And the Oscar Goes to…’의 무게를 선배들과 함께 견디기에 충분했다. <애프터썬>에서 메스컬은 11살 딸 소피(프랭키 코리오)와 튀르키예로 여름휴가를 떠난 31살의 젊은 아버지 캘럼 역을 맡았다. 겉으론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 내면에선 끊임없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인물의 불안감을 절묘하게 살려냈다. 어른이 된 딸이 더는 만날 수 없는 아버지와의 한때를 회상하는 이야기를 더욱 슬프고 신비롭게 만들었다.
다부진 체격이나 서글픈 눈과 삐뚠 입매가 형성한 그늘진 인상 때문에 어쩐지 늘 의기소침해 보이는 폴 메스컬은 위태로운 보호자를 주로 연기해왔다. 아일랜드 소도시에서 만난 10대 남녀의 멜로
[특집] 평범한듯 신비로운, 폴 메스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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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한 듯 처진 눈과 마른 몸. 소년부터 청년까지 너르게 소화하는 30대 배우 마이크 파이스트의 외양은 단순하게 설명되기엔 닮은꼴이 잘 떠오르지 않을 만큼 독창적이다. 배우로 입신한 곳은 뉴욕이나 출신지는 애팔래치아산맥 너머의 대표적인 공업, 블루칼라 지대인 오하이오다. 러스트 벨트 백인 노동자계급의 삶을 그린 논픽션 원작 영화 <힐빌리의 노래>의 배경에서 성장한 그는 스스로 “노동계급 출신 연극배우”(<워싱턴포스트>)라 부를 만큼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영화를 통해 성장한 여타 백인 스타들과는 성분을 달리한다는 점이 의외다. <챌린저스>(2024)같이 극 중 인물들의 섹슈얼리티를 자유롭게 추론하는 재미가 있는 영화에서 파이스트의 출처 불명한 중성미는 빛을 발한다. 슬럼프에 빠진 테니스 선수 ‘아트’를 연기한 그는 패트릭(조시 오코너)을 향해 조건 없는 애착을 보이거나 거침없이 키스하며 존재 자체로 서사에 퀴어니스를 더한다. 타시(젠데이아) 앞에서는
[특집] 이율배반적 아름다움, 마이크 파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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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여성 관객들은 유독 중국계 미국인 가족의 레즈비언 외동딸 ‘조이 웡’, 그리고 그녀가 흑화한 버전인 ‘조부 투파키’에 자신을 투사하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를 ‘K장녀’ 서사로 적극 독해한 바 있다. 신예 스테파니 수는 조이와 조부를 오가면서 대사의 톤, 태도와 정서, 메이크업과 패션을 통한 급진적인 비트 체인지로 두 얼굴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체현하며 서사에 기여했다. 뉴욕대학교 티시예술학교와 브로드웨이를 거쳐 연기 학습의 정도를 걸어온 그는 30살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만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수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오디션 테이프가 깜짝 공개된 날, 소셜미디어는 그의 입술에서 나오는 궤변의 ‘베이글론’(모든 것은 베이글 위에 있으니 세상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는 허무주의)에 다시 한번 매혹됐다. 대사를 통한 감정 전달이라는 연기 테크닉의 기본을 충실하게 소화하면서도
[특집] 완벽한 테크니션, 스테파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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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가장 핫한 쇼엔 섹스가 없다.” 2022년 7월, 미국 뉴욕의 격주간지 <더 컷>에 실린 대니엘 코언의 칼럼이 화제를 모았다. 코언이 언급한 ‘가장 핫한 쇼’는 <FX>의 <더 베어>고, 한탄 중인 부재의 주체는 연애 경험이 없던 셰프 카미(제러미 앨런 화이트)다. “음란한 상상을 자극하는 대부분의 TV 캐릭터들과 달리, 카미는 섹스를 하지 않는다. 카미는 섹스리스로 살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베어>를 보는 동안 그와 섹스하는 상상을 단념하기 쉽지 않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셰프였던 카미는 친형의 사망 이후 가족이 운영하던 샌드위치 가게 ‘더 비프’에 투입된다. 카미는 어떻게든 식당을 살려보려 고투한다. 의외로 카미는 미디어에서 흔히 접한 셰프처럼 쉽게 분노하거나 윽박지르지 않는다. 다만 카미는 나직하게, 자신의 지시를 어떻게든 관철한다. 그가 주방 구성원들에게 바라는 유일한 대답 “예스 셰프”는 때론 상명하복의
[특집] 시의적절하게 섹시한, 제러미 앨런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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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봄, 두 이탈리아 출신 감독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연이어 극장가를 점령한 마성의 영국 배우가 있다. 바로 조시 오코너다. 조시 오코너는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키메라>에서 단벌의 도굴꾼 아르투가 되어 떠난 연인 베니아미나(일레 야라 비아넬로)를 찾아 온 땅을 파헤쳤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루카 구아다니노의 <챌린저스>에서 헐벗고 굶주린 테니스 선수 패트릭이 되어 치정으로 얽힌 삼각관계에 잊을 수 없는 강속구를 꽂았다.
조시 오코너에 따르면 그는 학부 재학 시절 ‘귀찮게 구는 연극학도’였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끓어넘쳐 “밝은 뮤지컬 실습에서조차 진지한 연극적 접근을 해 교수들을 진절머리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코너는 대학 졸업 후 런던에서 연극을 하며 <닥터 후> <피키 블라인더스> 등의 TV시리즈와 케네스 브래나가 연출한 영화 <신데렐라> 등에 출연했지만, 늘 ‘무도회 궁정 경비병13’ 등의 조·단역
[특집] 옆집 소년처럼, 도련님처럼, 조시 오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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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스>의 타시가 진정 사랑한 것은 전남친 패트릭 즈바이크(조시 오코너)도 현남편 아트 도날드슨(마이크 파이스트)도 아닌 테니스, 즉 육체를 중심으로 한 상호의존적 역학관계였다.(“테니스는 관계야.”) 때문에 운동성의 쾌락과 성취감, 섹슈얼리티가 감각적으로 엮이는 <챌린저스>에서 타시는 남성들이 쟁취해야 할 트로피가 아닌 경기 전체를 지배하는 여성으로 자리한다. (심지어 부상으로 선수 커리어가 끊기고 남편의 코치직을 맡는다는 설정임에도 그렇다.) 그리고 타시를 연기한 젠데이아는 <챌린저스> 프로젝트를 출발시킨 핵심 제작자이자 이 발칙한 서사를 성립시키는 중추다. 젠데이아는 시나리오를 쓴 저스틴 커리츠키와 함께 테니스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글로 표현되지 않는 부분까지 시각언어화하는 루카 구아다니노가 적임자임을 논의했다. 테니스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그는 관련된 모든 비디오와 경기, 인터뷰를 섭렵하는 열정으로 테니스의 세계를 탐구했고, 무용수
[특집] 한 시대의 시작, 젠데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