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동남아에 지진해일이 강타했을 때 한 가지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푸껫섬에서 조난의 위기를 겪었던 중국 무협소설계의 거두 김용(金庸)이 피해지역에 기부금을 전달했다는 소식인데, 그 기부금이 실은 주성치가 <쿵푸 허슬>에 인용한 김용 저작물에 대해 지불한 판권 사용료였다는 것이다.
<사조영웅전> <소호강호>와 같은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신필’ 김용과 희극배우 주성치는 위와 같은 일화로도 알 수 있듯이 무척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주성치가 이소룡만큼이나 존경하는 김용의 작품세계가 주성치 코미디의 결산이라고 할 수 있는 <쿵푸 허슬>에 녹아있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과거 <녹정기>에서 야비한 위소보 역을 맡았으며 <식신>에서 ‘신조협려’를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했던 주성치는 <쿵푸 허슬>에 이르러서는 김용의 작품에 아낌없는 경의를 표하고 있다.
아쉽게도
<쿵푸 허슬>에 그려진 김용의 작품세계
-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발매 사실을 공언해 온 <씬 시티>의 확장판 DVD 사양이 밝혀졌다. 2장의 디스크와 함께 영화의 바탕이 된 원작 ‘The Hard Goodbye’의 만화책도 포함되는 호화 패키지가 될 예정이다.
먼저 본편은 1.85대 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돌비 디지털 5.1 및 DTS 5.1 사운드와 함께 수록되며, 미공개 장면을 포함하여 새롭게 편집된 2시간 27분 버전과 극장공개판인 2시간 4분 버전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로드리게즈 감독과 원작자이자 공동 감독인 프랭크 밀러, 게스트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참여한 음성해설 2개와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관객들의 생생한 반응을 담은 음성 옵션도 지원된다.
부록으로는 로드리게즈 작품 DVD의 공통 사양인 <10분 영화학교>가 <15분 영화학교>로 역시 확장되었으며, 여기에 <10분 요리학교>가 새로 추가된다. 그리고 타란티노가 촬영한 17분짜리 장면을 편집
<씬 시티> 확장판 DVD, 한 상 가득 차렸다
-
11월 29일 미국에서 출시 예정인 <프라이트너 감독판> DVD의 패키지 이미지가 공개되었다. 1996년작인 <프라이트너>는 피터 잭슨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코믹 공포 영화로, 비록 흥행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훌륭한 완성도를 인정 받았던 작품이다.
유니버설에서 선보일 <프라이트너 감독판> DVD에는 극장공개판보다 13분 가량 더 긴 감독판 본편이 수록되며,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가 지원된다. 이 감독판은 지난 1998년 LD(레이저디스크)로만 출시되어 팬들 사이에서는 ‘환상의 버전’으로 꼽혀왔으며, <반지의 제왕> 시리즈 이후 피터 잭슨 감독의 인기가 급격히 올라감에 따라 그 희소가치가 더욱 강조되어 왔다.
부록의 사양은 현재 미정이지만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프라이트너 감독판> 패키지 이미지 공개
-
영화 <외출>의 허진호 감독과 소설 『외출』의 김형경(44) 작가 만났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두 작품은 제목뿐 아니라 인물도 공간도 상황도 공유한다. 그러나 같은 인물, 같은 설정이라도 두 작가에 의해 각각 만들어진 인물과 이야기는 다른 질감을 지닌다. 허 감독의 <외출>에서 상처받고 금지되는 사랑을 바라보는 두 개의 상반된 시선이 충돌한다면 김 작가의 『외출』에는 이제 막 시작되는 사랑의 풋풋한 생명력이 감지된다. 9일 비 오는 오후, 지난 겨울 삼척 촬영현장에서 인사를 나눈 이후 두번째 만난 두 사람은 영화 <외출>과 소설 『외출』, 그리고 영화와 소설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형경(이하 김)=영화계에서 <외출>의 소설 작업에 대해 어떻게 얘기할 지 궁금해요. 문단에서는 충격을 받은 것 같아요. 전례가 없던 일이니까.
허진호(이하 허)=소설 『외출』을 읽으니까 소설과 영화는 전혀 다른 매체라는 게 뚜렷이
<외출> 영화와 소설이 만났을때, 감독 허진호-작가 김형경
-
-
<주먹에는 주먹>을 만들던 좌파감독 마린 카미츠는 1970년대 이후 방향을 바꿔 작가영화의 배급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1980년대에 MK2사를 설립하면서부터는 예술영화의 지원자로 자처해왔다. 클로드 샤브롤,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모흐센 마흐말바프 등의 영화에서 제작자 마린 카미츠는 매번 등장하는 이름이었으며, MK2는 예술영화의 제작·배급·상영을 아우르는 거대한 권력이 됐다. 여타 예술영화 제작사와 달리 MK2는 DVD 제작에도 열의를 보여 왔는데, 그 결과 MK2의 DVD는 만듦새의 보증수표가 된 지 오래다. 그중 박스 세트로 선보인 세 DVD를 소개하면서 MK2 DVD의 한 경향을 파악해볼까 한다.
<소매치기> <잔다르크의 재판> <돈> 외에 다큐멘터리 <소매치기의 모델들>이 별도 수록된 <로베르 브레송 작품집>은 기존의 <프랑수아 트뤼포 작품집>과 <찰리 채플린 작품집>을 잇는, 2
프랑스 예술영화의 지원자, MK2
-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전체 상영작 및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오는 10월6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총 73개국 307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 개막작으로는 올해 허우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 폐막작으로는 황병국 감독의 데뷔작 <나의 결혼원정기>가 각각 선정됐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공식경쟁부문 초청작이기도 한 <쓰리 타임즈>는 대만의 서로 다른 세 시기를 통찰하는 형식과 스토리로 세편의 이야기를 이어붙인 옴니버스영화.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만들어진 세계영화들 가운데서도 단연 수위에 들 빼어난 작품”이라고 설명하면서 부산에서 공개되는 버전이 칸에서의 120분짜리 버전을 재편집한 135분짜리 최종본임을 덧붙였다. <쓰리 타임즈>는 2002년 부산PPP프로젝트로 초청돼 부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허문영, 전양준, 김지석, 홍효숙 등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공통적으로 밝히는 올해 부산영화제 라인업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어느
부산영화제 <쓰리 타임즈>로 10번째 축포
-
모두들, 조금만 기다리세요
지난 7월2일 촬영을 시작한 남선호 감독의 입봉작 <모두들, 괜찮아요?>(제작 마술피리)가 9월3일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후반작업에 들어갔다. 김유석, 김호정, 이순재 주연의 코미디 <모두들, 괜찮아요?>는 감독 지망 백수 상훈과 가족의 생계를 한몸에 걸머진 아내 민경, 치매를 앓는 민경의 아버지 원조를 통해 사람살이를 그리는 영화. 시나리오 단계에서 <영화감독이 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영화이다. 올 겨울 개봉예정.
일본 청소년영화의 방한
‘한일 청소년 영화제: 소년 소녀를 만나다’가 일본 문화청 주최로 동숭아트센터 하이퍼텍 나다에서 10월1일부터 4일까지 열린다. 2005년작 <히노키오>를 포함해 <선생님, 내일 갤까요?> <일오동맹> <반딧불의 별> 등 8편의 일본영화가 상영된다. 행사 기간 중에는 가와이 하야오 일본 문화청 장관과 장미희 교수의 대담도 진행된다
[국내단신] <모두들, 괜찮아요?> 크랭크 업 外
-
<할로우 맨> 이전에도 투명인간 영화는 많았지만, 이 영화의 사실성은 사상 최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각막 이야기는 그만 좀 하자! 어디까지나 화면에 보이는 사실성이 중요하니까). 더욱이 <할로우 맨>에는 장기와 근육, 힘줄, 혈관을 질릴 정도로 보여주면서도 정작 투명인간에게는 조잡한 고무 마스크를 씌우는 애교 넘치는 유머도 존재한다.
이 같은 효과를 위해 제작진은 배우 케빈 베이컨의 전신을 스캔한 뒤, 철저한 해부학적 검증을 거쳐 완벽한 CG 복제 인간을 만들었다. 또한 투명인간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모션 컨트롤 카메라로 배우와 배경을 따로 찍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합성을 위해 배우를 지우면 없어지는 배경을 따로 찍은 부분으로 채우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각 효과의 전 과정을 주요 장면별로 모두 세분화한 메이킹 다큐멘터리는 쉬운 해설과 풍부한 자료 화면을 통해 복잡한 작업 과정을 잘 요약해 놓았다. CG 소스 영상이나 합성 전후의 영상 비교 등을
<할로우 맨> 투명인간 만들기
-
공포스릴러영화<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The Exorcism of Emily Rose)가 9월 둘째주말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3020만달러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역대 9월 개봉작 중 <스위트 알라바마>와 <러시 아워> 다음으로 좋은 성적이다. 2000만달러를 들여 이 영화를 만든 소니 픽처스는 “1500만달러만 넘겨도 만족했을텐데 3020만달러는 정말 경이적인 수치”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는 고전적인 호러와 법정 드라마가 결합된 작품으로, 1976년 한 카톨릭 신부가 간질병을 앓는 여대생을 상대로 엑소시즘 의식을 행하다가 발생한 실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로라 리니가 문제의 사건을 의뢰받는 변호사로 출연했다.
지난주 1위였던 <트랜스포터2>는 입장수입 720만달러를 벌어들여 3위로 하락했다. 개봉4주차<40살까지 못해본 남자>는 2주 연속 2위에 올라 여전히 성인코미디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美흥행 압승
-
<인터프리터> 음모론?
시드니 폴락의 <인터프리터>가 미국 CIA에 의해 꾸며진 정치적 음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영화는 유엔 연설을 위해 뉴욕을 방문할 예정인 아프리카 독재자의 암살 음모에 휘말린 통역사의 이야기다. 짐바브웨 정부는 “영화 속 아프리카 정치가의 외모와 나이, 경력이 짐바브웨 대통령인 로버트 무가베와 매우 유사하다. 우리를 위협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문화적, 심리적 공격’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무가베는 25년째 장기집권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해적판 DVD 등 220만개 압수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동부 도시 담맘에서 해적판 DVD, VCD, VHS테이프 등 220만개를 압수하고 세명의 인도인을 체포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EMEA) 전체에서 몰수된 해적판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번 단속은 아랍 반(反)해적판 동맹과 경찰, 정보부의 주관으로 8월29일 실시됐다. 콜센터까지 갖춘 비디오소매점
[해외단신] <인터프리터> 음모론? 外
-
꽃인지 잎인지 모를 분홍빛 기운에 뒤덮인 거리에서 열일곱살 이석(이태성)의 포옹을 받는 서른살 인영(김정은)의 이미지를 담았던 <사랑니> 1차 포스터의 후속작이 나왔다. 이번에는 여자의 어깨 너머로 숨었던 어린 연인의 얼굴이 드러났고 1차 포스터에서 황홀한 놀라움으로 마비된 것처럼 보였던 인영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감돈다. 소년은 곤히 잠들었고 여인은 행복함을 곱씹는다. 색상의 주조는 여전히 봄의 느낌. 분홍색 위에 연둣빛이 떠돈다. 1차 포스터가 영화의 개요를 보여줬다면 침대를 배경으로 한 2차 포스터는 두 사람이 맺는 관계의 성격과 친밀함의 깊이를 전달하는 듯하다. 사진은 이 작품이 영화 포스터 입봉작인 오중석 작가가, 디자인은 스푸트닉의 김상만 디자이너가 맡았다.
[포스터 코멘트] <사랑니>
-
“타인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이 내게 있고 나아가 남을 도울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하고 고마운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산다는 것은 서로 나누는 일이다. 우정도, 사랑도, 슬픔도, 기쁨도 그러하고 가진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나눔에 동참한다는 것은 따로 이유가 없는 자연스럽고 기꺼운 일이다. 다음 바통은 언제나 내 뜻을 존중해주고 내 발걸음을 지켜봐주며 서로에게 의지와 도움이 되어온 오랜 동행자 박중훈씨에게 넘긴다. 그도 나와 물론 같은 뜻이리라 믿는다. 아니, 내가 다음 주자로 다른 사람 지목하면 삐칠지도 모른다.” (웃음)
[만원 릴레이] 배우 안성기
-
<박수칠 때 떠나라>는 무수히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여 한순간만은 주연의 몫을 해내는 영화다. 살해당한 여인의 마지막을 목격한 안마사 황정민, 무정한 얼굴로 증오를 토로하는 용의자 박정아, 귀신이 들려 사지를 뒤트는 PD 임승대, 잠깐이지만 영화의 한장(章)을 휘어잡고 떠나는 마약상 정재영. 그러나 유승룡은 달랐다. 최연기(차승원)의 동료검사 성준으로 출연한 그는 온전한 자기만의 장면이 없으나 뚜렷한 인상으로 영화를 도왔고, 낮은 목소리와 유들거리는 말투는 타고난 듯 자연스러웠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그는 어디에서 나타났을까. 장진 감독은 서울예대 1년 후배인 그를 두고 “내 영화에서 그 정도 배역을 맡았으면 나와 2년 정도는 호흡을 맞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비공식적이면서 매우 길었던 일종의 오디션을 암시했다. 그 말대로다. 연극 <웰컴 투 동막골>로 시작된 그들의 인연은 장진 감독이 연출한 환경영화 <소나기는 그쳤나요?>와 인권영화 <고마운
마디 굵은 나무, <박수칠 때 떠나라>의 유승룡
-
지난 8월28일 일요일 이른 아침, 이윤기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러브토크>의 엔딩신 촬영을 앞두고 짧은 비가 짧은 간격을 두고 스쳐 지나간다. 제작부가 뿌리는 인공 비는 아니다.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막 돌아온 써니(배종옥)가 여행가방에서 레인코트를 꺼내 입는다. 꼭 비 때문은 아니다. 사시사철 따뜻한 LA에서 짧은 여름옷을 입고 떠나온 그는 이곳 행인들의 긴 옷 틈에서 외로운 한기를 느낀 참이다. 옷을 여미듯 생각도 다시 여며야 했을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런데 마포구 신수동 거리가 낯익다. 이윤기 감독의 데뷔작 <여자, 정혜>가 누볐던 곳이다. 아닌 게 아니라 써니가 사라진 골목 끝에서 정혜(김지수)가 걸어나온다. 써니의 새 출발과 정혜의 일상이 교차되는 롱테이크가 <러브 토크>의 마지막 장면이자, 국내에서의 유일한 촬영분이다. 써니와 정혜가 스쳐 지나가는 긴 시간 동안 보조출연자들의 동선이 적당히 어울려야 하는 터라
낯익은 이방인의 첫걸음, <러브토크> 촬영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