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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우 맨> 이전에도 투명인간 영화는 많았지만, 이 영화의 사실성은 사상 최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각막 이야기는 그만 좀 하자! 어디까지나 화면에 보이는 사실성이 중요하니까). 더욱이 <할로우 맨>에는 장기와 근육, 힘줄, 혈관을 질릴 정도로 보여주면서도 정작 투명인간에게는 조잡한 고무 마스크를 씌우는 애교 넘치는 유머도 존재한다. 이같은 효과를 위해 제작진은 배우 케빈 베이컨의 전신을 스캔한 뒤, 철저한 해부학적 검증을 거쳐 완벽한 CG 복제인간을 만들었다. 또한 투명인간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모션 컨트롤 카메라로 배우와 배경을 따로 찍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합성을 위해 배우를 지우면 없어지는 배경을 따로 찍은 부분으로 채우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효과의 전 과정을 주요 장면별로 세분화한 메이킹 다큐멘터리는 쉬운 해설과 풍부한 자료 화면을 통해 복잡한 작업 과정을 잘 요약해놓았다. CG 소스 영상이나 합성 전후의 영상 비교 등을 따로 감상하는 것도
[서플먼트] 케빈 베이컨의 몸뚱이를 스캔한 이유, <할로우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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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를 처음 보았을 때 누군가의 그림이 머리 속에서 가물거렸다. 몇 년 뒤, 생폴의 식당에서 벽화를 본 순간 ‘아!’ 하는 탄성을 질렀다. 페르낭 레제는 그렇게 기억 속에 남게 됐다. 둥근 육체의 온화함과 무표정한 얼굴의 싸늘함이 조합될 때 나오는 기이함과 소외감. 레제의 그림과 영화 <권태>는 그런 느낌이었다.
소외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던 1960년대 전후, 이탈리아의 대표적 작가 두 사람은 권태와 소외를 화두로 삼아 책을 쓴다. 이탈로 칼비노는 <나무 위의 남작>의 서두에서 ‘명상에 잠겨봐야 결국은 무시무시한 권태와 무기력에 도달할 뿐’이라고 말하며, 알베르토 모라비아는 <권태>의 프롤로그에 ‘권태는 소통 부재,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무기력함’이라고 쓴다. 세드릭 칸이 모라비아의 <권태>를 영화화한 동명의 작품에는 그런 느낌, 그런 생각이 박혀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화가에서 철학강사로, 이웃 화가는 우
<권태> 소외감을 느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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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의 해양사고 <타이타닉>의 비극을 영화화한 뒤 제임스 카메론의 관심은 현재까지도 바다에 머물러 있다. 그는 <어비스>를 통해 바다 밑 심해의 세계에 한 차례 도전을 했었지만, <에이리언 오브 더 딮>은 영화가 아닌 실제 심해를 탐사하며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배경으로 많은 해양 전문가들과 함께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카메론의 집념이 본편보다 더 감동적으로 와닿는다. DVD 타이틀의 좋은 화질로 생생하게 포착된 자연의 모습은 분명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다.
카메론의 심해 다큐멘터리, <에이리언 오브 더 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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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가운데 독특한 색깔을 자랑했던 <릴로&스티치> 그 두 번째 이야기. 전작이 광포하기 짝이 없는 스티치가 릴로에게 사랑과 오하나의 정신을 배우며 유순해지는 과정을 그렸다면, 속편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스티치 살리기가 핵심. 전편처럼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이며, 할리우드 최고의 아역 스타 다코타 패닝이 릴로의 목소리 연기로 참여했다. DVD 타이틀의 화질과 음향이 우수하며, 수록된 부가영상도 꽤 재미있다. 특히 단편애니메이션 <스티치의 조상>을 놓치지 말 것.
다코타 패닝의 하와이소녀 목소리, <릴로&스티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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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로 재미를 톡톡히 본 샘 레이미 제작의 두 번째 공포영화. 벽장 속 괴물에 대한 존재감보다는 어둠 그 자체를 공포의 소재로 가져간 <다크니스>와 유사한 면이 많다. 정통적인 할리우드 공포 스타일이 아니라, 아시아권 영화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이 특징. 특히 최근 일본 심령 공포영화들을 노골적이다시피 차용하고 있다. 영화 자체는 다소 심심하지만, DTS ES 6.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이 대단히 뛰어나다. 부가영상으로 제작과정과 인터뷰로 구성된 메이킹필름과 삭제장면 모음 등을 제공한다.
어둠의 문이 열린다, <부기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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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의 아침, 누군가가 숲길을 걷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수영복 차림의 네드(버트 랭커스터). 친구 집에 들러 수영하던 네드는 이웃의 풀장을 하나씩 건너며 자기 집으로 간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친구들은 그를 낯설게 대하고, 과거의 기억 뒤로 아픈 상처들이 스쳐지나가며, 결국 그는 가려졌던 사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존 치버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애증의 세월>은 일종의 알레고리다. 소비와 향락에 빠진 부르주아 혹은 기나긴 인생의 모험 끝에 초라한 자신을 돌아보는 영웅의 비극 말이다. 그리고 <애증의 세월>의 비극성은 영화의 스타일로 인해 더욱 강화된다. 이미 데뷔작 <데이비드와 리사>에서 유럽 뉴웨이브영화의 경향을 따른 프랭크 페리는 <애증의 세월>도 할리우드와 동떨어진 작품으로 만든다(일부 장면은 시드니 폴락이 연출했다). 리얼리즘과 아방가르드, 멜로드라마가 마빈 햄리시의 첫 영화음악과 맞물리는 가운데, 네드는 점점 비현실적인 인물로
서글픈 당신의 삶을 위하여, <애증의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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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마’는 스와힐리어로 ‘치타’란 뜻이며, <듀마>를 연출한 사람은 캐럴 발라드다. 이 정도 정보만 가지고도 <듀마>에 대해 짐작이 가능할 듯하다. 남아프리카에 사는 소년과 아버지는 어미를 잃고 헤매던 새끼 치타를 데려다 키우게 되고, 외딴 목장에 살던 소년은 ‘듀마’란 이름의 치타와 친구 이상의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야생동물을 계속 곁에 둘 수는 없는 법. 소년은 듀마를 태어난 곳으로 보내기 위해 칼라하리 사막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모험을 시작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대뜸 하품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발라드의 전작들이 그랬던 것처럼 <듀마>는 지루한 가족용 드라마나 아동용 영화를 넘어선다. 발라드는 이번에도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고독한 땅을 가로지르는 아이와 야생동물의 모험담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아는 순간 <듀마>의 감동은 배가된다. <듀마>가 발라드의 전작과 다르다면, 그것은 영화가 소년의 내면에
치타와 소년의 우정과 모험, <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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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플란다스의 개> 마지막 회를 보게 됐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보다가 어느새 엉엉 소리 내가며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흠칫 놀란 일이 있다. ‘이 나이에 추억의 만화를 보며 대성통곡이라니! 아니 눈 쌓인 거리를 맨발로 걸을 건 또 뭐야. 울리고 말겠다는 의도가 너무 뻔하잖아!’ 머리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눈에서는 눈물이, 코에서는 콧물이 흘러내렸다. 아, 그때의 그 당황스러움이란. (나중에 학교 선배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자신은 울지 않으려고 그날 일부러 나가 놀았다고 하니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 <장밋빛 인생>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네로’가 맨발로 눈발을 헤치며 걸었듯이, 최진실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다리를 절며 걸었다. 게다가 남편의 발길질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니 '이 지경이 되도록 뭐하셨습니까' 라는 예의 그 반응.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캐릭터'를 만들어보겠다고
[드라마 칼럼] 최진실이 포기하지 못한 캐릭터 맹순, <장밋빛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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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영화제, 광주국제영화제, 세네프, EBS다큐멘터리영화제, 환경영화제, 고양어린이영화제, 제천음악영화제, 속초호러영화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서울국제실험영화제. 이 모든 영화제들이 8월 초에서 9월 중순 사이 개최된 것들이다. 같은 기간에 서울아트시네마, 필름포럼, 한국영상자료원, 하이퍼텍 나다, 시네큐브에서도 다른 회고전들이 열렸다. 이 모든 것들 사이사이에 몇몇 용기 있는 배급업자들이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 <어떤 나라> <피오릴레> 등과 같은 예술영화를 개봉시키기도 했다.
한명의 관객으로서 요즘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외국영화들과 고전영화들이 대대적으로 포진해 있다는 것에 신이 나기도 하고 또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런 모든 영화들을 보려면 전적으로 모든 시간을 바쳐야 할 판이다. 그래서 제한된 시간을 가진 열혈 시네필들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6시 반에 상영하는 차이밍량 영화를
[외신기자클럽] 영화제보다 기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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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가 1968년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휴일>은 당시 검열관 외에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 검열을 통과하지 못해 상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영화에 관한 기록도 없었고 평도 없었다. 말하자면 <휴일>은 한국영화의 기억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던 영화였다. 이 영화의 필름이 남아 있다는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그 필름의 존재는 불과 몇주 전인 8월 초에 발견됐다. 몇몇 사람은 9월3일 영상자료원에서 그 영화를 만났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10월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이만희의 전설적인 걸작 <만추>(1966)의 필름이 사라진 뒤 많은 사람들의 오랜 노력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건 뼈아픈 일이다. 그의 다른 영화를 보면 볼수록 <만추>는 애타게 보고 싶어진다. 이만희의 최고작들이 쏟아졌던 1960년대 중반에 그가 가장 사랑한 인물들을 그린 영화라니, 그리고 당대의 평가대로 또 다른 걸작 <귀로>(1967)마저
사건처럼 찾아온 걸작, 이만희 감독의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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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방영되었던 로봇 애니메이션 <대공마룡 가이킹>이 새로운 모습으로 리메이크된다.
일본 최대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도에이에서 제작하는 <가이킹>은 오는 11월부터 일본 아사히TV에 방영될 예정인 TV 시리즈. 1976년에 만들어졌던 <대공마룡 가이킹>의 리메이크 작으로서, 2004 도쿄국제아니메페어에 공개되었던 파일럿 필름이 호평을 받아 30년 만에 부활하게 되었다고.
원작 <대공마룡 가이킹>은 야구선수 출신의 주인공 산시로가 슈퍼로봇 가이킹을 타고 외계에서 온 침략자 암흑호러군단과 싸운다는 내용의 작품. 총 44화로 제작되었으며 당시 거대 이동요새 ‘대공마룡’의 머리부분이 가이킹으로 변신하는 독특한 설정이 화제를 모았다.
한편 이번 <가이킹>의 리메이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제작사인 도에이에서 14년 만에 제작하는 로봇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과거 <마징가 Z> <그렌다이저> <겟타 로보&g
슈퍼로봇 <가이킹> 30년 만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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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정훈이 만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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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원에서 10월 출시 예정인 DVD 타이틀들을 공개했다. 이범수 주연의 <이대로, 죽을 순 없다>, 호러 영화 <첼로> 등 국산 영화와 함께 <크림슨 리버 2> <오픈워터> 같은 독특한 소재를 다룬 외화들로 포진되어 있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불치병에 걸린 형사가 자식에게 보험금을 남겨주기 위해 순직을 노린다는 내용의 액션 코미디. 2디스크로 구성되며 감독, 배우의 음성해설과 함께 영화의 핵심인 이범수, 손현주, 최성국의 코믹 연기를 집중 조명한 부가영상이 수록된다.
‘홍미주 일가 살인사건’이라는 부제가 인상적인 <첼로>는 공포 영화답게 섬뜩한 소리를 들려줄 DTS 음향이 지원되며 감독과 주연을 맡은 성현아의 음성해설, 메이킹 필름 등의 부록이 포함된다. 영화에 사용된 바흐의 음악이 담긴 OST CD도 동봉될 예정이다.
장 르노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속편 <크림슨 리버 2>는 극장 개봉 당시
엔터원, 10월 출시 예정작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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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재훈은 가수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밴드에서 기타를 쳤지만, 그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 기억은 단 한번도 없다. 연극영화과에 낙방한 그는 무엇에 홀린 듯이 충무로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다가 약관의 탁재훈은 연출부로 영화를 시작한다. 에로풍 사극 <마님>에서 연출부 막내, 일명 ‘인간 심부름센터’의 임무가 그에게 주어졌다. 민속촌 촬영이 있던 어느 날, 감독은 그에게 5만원을 내밀었다. 여러 차례 사양 끝에 지폐를 받아쥐고 감독님의 온정에 감동했던 탁재훈은 그때는 몰랐다. 그게 용돈이 아니라 두달치 월급인 줄은. 제대한 탁재훈은 닥치는 대로 허드렛일을 했다. 천호동 근처 공사판에서 리어카를 끌며 인부들의 밥을 나르던 그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온다. 나상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혼자 뜨는 달>. 주인공 친구 역을 맡은 탁재훈은 “매일 감독과 촬영감독이 하도 싸워서” 현장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탁재훈은 1995년에 데뷔앨범 <내가 선택한 길>
서른여덟, 잔치는 시작됐다,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의 탁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