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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묘한’ 제목의 영화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제법 오래된 일이다. 지난해 청룡영화제 시나리오 부문에서 수상하고부터 “시나리오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으니 일년 정도 유명세를 치른 셈이다. 이정향 감독은 그 사이에 펜대를 놓고 메가폰을 잡았다. 올초 약관 23세의 이서군이 데뷔하긴 했으나, 충무로 현장 출신 여성감독은 이미례 감독 이후 이정향 감독이 처음. 십년 넘도록 충무로와 대학로를 넘나들며 필력과 연출력을 다진 이 감독은 진부해지기 십상인 멜로드라마를 독특한 짜임새로 솜씨있게 요리했다.
영화의 주요무대인 미술관과 동물원은 영화의 처음이자 끝이다. 공간은 제목 그 자체이기도 하며, 사건이 일어나는 주요 무대이기도 하고, 두 주인공의 취향과 성격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 활기차고 본능에 솔직한 동물원의 철수와 정적이고 내향적인 미술관의 춘희. 이들의 기이한 동거가 시작되면서 시나리오 속의 인공과 다혜도, 동물원 수의사와 미술관 안내원으
유쾌한 해피엔딩, <미술관 옆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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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1만여명 관람 10월 첫주까지 연장상영
<어떤 나라> <천리마 축구단> 개봉 3주만에 7000여명 발길
무조건 많은 극장에 걸어야 흥행에 성공한다는 할리우드식 흥행 공식이 지배하는 극장가에서 단관 개봉한 작은 영화들이 소리없이 관객 동원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 8월25일 필름포럼(옛 허리우드 극장)에서 개봉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추석 연휴까지 관객 수 1만명을 넘겼고, 같은 날 하이퍼텍나다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어떤 나라>와 <천리마 축구단>은 7천명이 넘는 관객이 찾았다. 숫자만 단순비교한다면 <웰컴 투 동막골>(700만명)이나 <가문의 위기>(330만명)의 기록에 비해 초라하지만 스크린 수와 홍보 물량이 흥행으로 직결되고 예술영화가 점점 더 설자리를 잃어가는 요즘 극장가에 단비와 같은 숨통을 틔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은하수를..
단관개봉 ‘작은영화’ 들 입소문 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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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초의 제주 민란을 소재로 한 <이재수의 난>의 도입부는 유장하고 비범하며 초월적이다. 까마귀가 제주 상공을 날아 한라산 꼭대기에서 구름을 뚫고 내려오면 제주섬의 풍광이 화면에 펼쳐진다. 현기영의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의 영화화를 83년부터 별러온 박광수 감독의 미학적 야심은 시작부터 계시적이다. 요컨대 그는 땅 위를 굽어보지만 금방이라도 하늘로 박차고 비상할 것 같은 까마귀의 시점처럼 위에서 아래로 굽어보되, 결코 세세한 당시의 역사적 정황에는 깊이 들어가지 않는 관조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프랑스 신부들의 후원을 받는 천주교인들에 맞선 유생들과 민중들의 싸움을 다루면서도, 외세와 토착 또는 근대와 봉건의 충돌이라는 대주제보다는 제주섬 민중 전체의 희생에 주목하면서 굳이 피아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고 민란을 이끈 이재수의 내면 묘사에도 무심한 편이다.
<이재수의 난>은 그 당시 민란의 정황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무뚝뚝한 화술이라
민란에 가담한 인간 군상, <이재수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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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자’라면 뭔가 다른 줄 알았어요. 남쪽 사회에 적응하지 못 해 ‘왕따’를 당하고, 힘겹게 살며 흔히들 비행청소년이 된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는 많이 달랐죠.” 심규원(21·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3년·사진)씨는 직접 부딪쳐 보기로 했다. 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송환>의 김동원 감독이 수업 시간에 ‘인권’을 주제로 다큐 만들기를 제안하면서다. 지난해 9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셋넷학교’에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거기서 대입검정시험을 준비 중인 송명숙(22)씨를 만났고, 10개월 만인 지난 6월 18분짜리 다큐멘터리 한 편을 완성했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꺼내놓지도 못했다. 탈북과 관련한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월 카메라로 그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서로 묻지 않은 이야기들도 나눴다. 1주일간 송씨는 스스로 일상을 찍어 심씨에게 건넸다. 한 집에서 뒹굴며 수다 떨고 음식도 해먹고 20대 초반답게 함께 얼굴에 ‘팩’도 했다.
‘탈북 청소년’ 다큐로 대학생 영상제 대상받은 심규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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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건한 피와 토막난 팔과 몸뚱이, 동강난 머리… 엽기적인 연쇄 토막살인사건의 정점에 가냘픈 한 여자가 서 있다. 오싹 소름이 돋을 정도로 끔찍하다. 감성멜로 <접속>을 만든 그 장윤현 감독이 2년 만에 내놓은 영화는 ‘피 범벅, 사지절단’의 하드고어 스릴러. 게다가 뭇 여성 관객들을 설레게 하는 한석규와 정갈하고 수려한 마스크의 심은하까지 피바다에 뛰어들었다니, 뭔가 범상치 않은 이야기인 듯하지만 어떤 그림인지 쉽게 떠올릴 수 없다.
도입부, 토막시체를 발견하는 장면부터 보자. 세기말의 음울함이 배어 있는 서울, 카메라가 향한 곳은 화사한 진열대 사이로 롤러브레이드를 탄 직원들이 일렁이는 도심 대형 할인매장. 엘리베이터 안, 모두 무심하게 층수를 가리키는 숫자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사이 한 꼬마는 엄마의 제지에도 아랑곳 않고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봉투를 자꾸 건드린다. 순간 엘리베이터 바닥은 피로 물들고, 찢어진 봉투 사이로 보이는 건 토막난 사람 머리. 엘리베이트
단절에서 오는 절망감, <텔 미 썸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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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겸 영화배우 심은하(33)씨가 10월18일 결혼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20일 밝혔다. 심씨는 보도자료에서, 신랑은 대학의 연구교수인 지상욱(40)씨며 결혼식은 서울 워커힐 호텔 에스톤하우스에서 올린다고 밝혔다.
심씨는 또 “지난해 말 친구·선배 친교 모임을 통해 지씨와 만나 호감을 갖게 됐고, 올 봄부터 데이트를 하게 됐다”며, “5월 초 지씨가 미국 출장을 가 떨어져 있는 동안 서로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됐고, 이어 7월 초 결혼을 약속한 뒤 지난달 말 양가가 상견례를 했다”고 밝혔다.
심씨는 “(신랑의) 자상하고 섬세하게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씨에 끌렸다”고 말했고, 지씨는 심씨에 대해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씨,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사랑스러움이 좋았다”고 말했다.
지씨는 한성실업 지성한 회장의 외아들로,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와 일본 도쿄대에서 유학한 뒤 연세대 국제대학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은하, 10월18일 결혼. 신랑은 대학의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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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예술아카데미(MPAA)가 영화팬 300명을 내년 아카데미시상식에 초대한다. 국적이나 나이같은 자격제한은 따로 없다. 단, 온라인(www.oscars.org/bleachers)으로만 신청할 수 있으며 응모기간은 9월19일부터 26일까지다. 동반 4인까지 함께 신청 가능하다. 여기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뽑힌 당첨자 300명의 명단이 10월3일 발표된다.
MPAA는 4년전부터 일반인들에게 시상식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제공되는 좌석은 정확히 말하면 ‘야외석’이다. 스타들의 레드 카펫 퍼레이드를 아주 가까이에서 보면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작년에는 2만1000여명이 응모해 무려 7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06년 오스카시상식은 3월5일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열린다.
나도 아카데미시상식에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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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전차남>이 12월 9일 일본에서 발매된다. 본편 디스크로만 구성된 일반판과 부록 디스크가 추가된 스페셜 에디션, 두 종류로 출시될 예정.
스페셜 에디션의 경우 본편은 1.8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에 돌비 디지털 5.1 음향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메이킹 필름, 예고편, 그리고 영화 속에 등장했던 ‘오타쿠 삼인조’의 뒷이야기를 그린 사이드 스토리 등의 부가영상이 포함된다.
<전차남>은 일본의 유명 익명 게시판 ‘2채널’에서 있었던 실화가 원작으로, 이성교제 경력이 없는 소심한 남자가 전철에서 봉변을 당하는 매력적인 여성을 구해주면서 전개되는 이야기. 이후 ‘전차남’이라 불리게 된 주인공은 네티즌들의 조언을 받아가며 ‘에르메스’라는 별명의 여성과 사귀게 되고 자신들의 연애담을 게시판에 올리게 된다. 인터넷 세대의 새로운 연애방식을 담았다는 점에서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이야기는 소설과 TV 드라마를 통해
미녀와 오타쿠의 연애담, <전차남> 12월 日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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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만화를 20년 만에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부활시킨 <북두의 권 - 라오우전 순애의 장>의 제작 발표회가 지난 15일 도쿄 데이코쿠 호텔에서 열렸다.
드라마 <트릭>의 아베 히로시가 주인공 켄시로 역의 성우를 맡은 이 작품은 <착신아리>로 친숙한 여배우 시바사키 코우도 참여하여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는 원작에 없던 여전사 ‘레이나’ 역을 맡았다.
부론손, 하라 테츠오 원작의 <북두의 권>은 <드래곤볼>과 함께 80년대 일본 만화시장을 평정했던 작품. 핵전쟁 이후 폐허가 된 지구에서 고대 무술 ‘북두신권’의 전승자 켄시로가 악인들을 처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폭력성이 강조된 잔혹묘사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과거 장편 시리즈로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역시 일본에서는 명작 대우를 받고 있는데, “넌 이미 죽어있다” 등의 명대사를 굵직한 목소리의 소유자 아베 히로시가 어떻게 소화해낼지 일본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
<북두의 권> 극장판 제작 발표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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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없으면 셰익스피어도 없다
아주 오래 전에, 비평적으로 막 재평가받기 시작하던 60년대 초에 앨프리드 히치콕은 <무비>의 빅터 퍼킨스와 나눈 대담에서 비평가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은 카메라 뒤에서 수십번 고민한 끝에 장면을 만든다. 그러나 평론가는 정확하지 않은 기억에 기초해 영화의 좋고 나쁨을 일필휘지로 판단한다. 시사회를 보고 집으로 돌아간 그날밤에 신문이나 잡지에 실릴 평을 휘갈기는 혐오스러운 존재가 바로 평론가라는 것이다. 보신 분은 다 아시겠지만 최근 개봉한 송능한 감독의 <세기말>에도 잘난 체하는 평론가를 야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극중 시나리오 작가의 입을 빌려 평론가들의 경솔하고 천박한 20자평에 독설을 퍼붓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아예 영화감독들에게도 평론가들에 대해 20자평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 라는 심정이 드는 것이다.
다른 언론인과 마찬가지로 평론가도 독자에게 정보와 해설을 제공하고 가치 평가 기준을 제시
창작과 비평, 애증과 공생관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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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에 답장을 해다오!
한국의 영화평론가는 더이상 영화에 관한 글을 쓰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영화에 별점을 줄 뿐이다. 떠오르는 짓궂은 의문들. 별점을 주고도 원고료(?)를 받는지? 받는다면 얼마를 어떤 식으로 계산해 받는지?
신문에서는 문화부나 연예부의 영화담당기자가, 영화잡지에서는 영화전문기자가, PC통신이나 인터넷에서는 아무나(!) 영화에 관한 글을 쓴다. 정작 영화평론가만 영화에 관해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강한섭 한국영화의 경계를 최소한 한뼘은 넓혔다. ★★★☆
박평식 다양하고 명렬하게, 자주, 오래도록 벗는 처녀들. ★★☆
유지나 여성의 섹스담론은 신선하다. 그래도 지겹도록 성기 중심적이다. ★★☆
이명인 저녁식사용으로도, 추석용으로도 껄끄러운 얘기. ★★☆
-<처녀들의 저녁식사>에 관한 <씨네21> 개봉영화 20자평에서.
박평식이 이 영화에서 ‘착지점 없는 당대 젊은 여성의 생존’(<국민일보>, 1
창작과 비평, 애증과 공생관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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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선 지금
99년을 마감하는 현재 프랑스영화계의 최대 화제는 <리디큘>(Ridicule)의 감독 파트리스 르콩트에 의해 시작된 감독들과 비평가들의 일대 격전이다. 모든 것은 지난 10월13일 르콩트 감독이 시나리오 작가, 감독, 제작자 연합인 ARP 회원들에게 보낸 짧은 편지에서 시작됐다. “얼마 전부터 프랑스영화를 대하는 비평가들의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로 시작되는 이 편지는 “몇몇 평론가들이 마치 대중적, 상업적인 프랑스영화를 죽이기 위해 비평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함께 토의하자고 촉구하며 끝난다. 원래는 사적인 성격을 띤 이 편지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영화계와 언론계가 발칵 뒤집혔다.
여기에 가장 빠르게 대처한 언론은 암묵적으로 공격의 표적이 된 일간지 <리베라시옹>. 지난 10월25일 문제의 편지와 함께 르콩트 감독 인터뷰를 실어 논쟁을 확산시켰다. 이 인터뷰에서 르콩트 감독은 프랑스영화의 시장 점유
창작과 비평, 애증과 공생관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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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영화 위해 살고 평론가는 영화 덕에 산다?
최근 개봉한 송능한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세기말>에서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는 주인공이 평론가를 비판하는 장면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시나리오 작가 두섭이 술집에서 만난 평론가에게 일침을 놓는다. “자넨, 자네 마누라한테도 별을 주고 그러나? 마누라 쌍통은 두개반, 젖퉁이는 별 세개… 그러면서 살아? 사랑하는 대상이라면 신중해야지. 영화를 밥그릇으로 보니까 함부로 별을 주고 그러는 거 아냐? 천박하고 파쇼 같은 짓이야. 그런 짓 하지마.” 원조교제하는 졸부, 돈이란 잣대로 모든 걸 판단하는 졸부의 아들, 지적 허세를 부리며 이율배반적 삶을 받아들이는 대학강사 등 99년 서울의 우울한 풍경을 대변하는 인물들 가운데 영화평론가도 한몫을 차지한 것이다. 송능한 감독은 “이게 평론가 전체에 대한 원한으로 오인되지 않기를 바란다. 평론가들이 늘 만드는 사람들에게 충고하는데, 한번쯤은 만드는 사람이 평론가들에게 충고할
창작과 비평, 애증과 공생관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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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과 김성수가 영화 <모노폴리>(제작 한맥영화 /투자,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에 공동 주연으로 캐스팅 되었다. <모노폴리>에서 양동근은 카이스트를 졸업한 천재 컴퓨터 전문가 ‘경호’를 연기하며, 김성수는 미국 1.5세대 사업가 ‘존(John)’을 맡았다.
<모노폴리>는 금융관련 컴퓨터 전문가 경호(양동근)가 사업가 존(김성수)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범죄영화로 존은 경호에게 한국 국민의 카드계좌에서 소액을 인출해내 천문학적인 자금을 만들자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이 영화에 캐스팅된 양동근은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와 어눌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소유한 ‘경호’에 매료되어 군입대를 연기하면서 출연을 결정했다.
<모노폴리>는 9월에 크랭크인하여 2006년 봄에 개봉될 예정이다.
범죄영화 <모노폴리>에 양동근, 김성수 캐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