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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을 잘라냈다 붙였다 하는 곳이라 필경 지저분할 것으로 지레 짐작하는 것은 오산이다. 남나영(29)씨와 이수연(28)씨가 의기투합해서 차린 LN편집실은 항상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오리지널 필름을 다루는 네거편집의 공정을 고려한다면 이는 기본규칙인 셈이다. 매끄러운 프린트를 위해서 먼지나 스크래치는 절대사양. 네거편집이란 최종편집본이 나오면 이를 기준으로 오리지널 네거필름을 잘라 붙이는 과정. 이 작업이 끝나면 곧장 현상에 들어간다. 그림만 놓고 보면 마지막을 장식하는 셈이다. 별도의 전문기사가 담당하는 할리우드 시스템과 달리 국내에서 네거편집만을 전문적으로 맡고 있는 곳은 올해 7월 문을 연 LN편집실이 처음이다.
남나영씨는 박곡지 기사 밑에서, 이수연씨는 박순덕 기사 밑에서 일을 배웠다. 기술시사 때 조금이라도 프린트에 이상이 있으면 자신들을 먼저 쳐다보는 시선에 막내 땐 적잖이 마음상했던 적도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편집기사로 데뷔할 기회가 주어질 차례였지만, 자신들의
네거편집 남나영·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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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김치’라는 노란색 포스터가 내걸린 동숭씨네마텍. 추운 날씨 때문인지 오가는 발걸음이 뜸했다. 12월18일부터 23일까지 엿새 동안 외국에서 활동중인 젊은 한국감독들의 작품을 모아 소개하는 이 자리에 관객은 별다른 관심을 내비치지 않았다. 날도 추운데, ‘나는 누구인가’ 하는 을씨년스런 고민에 덩달아 심각해지기 싫은 탓일까. 사실 재외한인 감독들의 작품이라고 해서, 한국인입네 정색하는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면, 써니 리(이선영) 감독의 작품을 만나야 했다. 그가 미국서 들고온 단편 <카우걸> <중국음식과 도넛>은 만듦새도 깔끔하지만, 재기발랄하고 유쾌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극장 밖으로 나올 즈음, 관객의 머릿속에 불쑥불쑥 묵직한 생각거리들이 튀어오르게 하는 재주가 범상치 않다.
써니 리 감독은 4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 버지니아로 건너갔다. “특별히 잘하는 건 없지만, 얘기 만드는 걸 좋아해서” 영화에 관심을 기울였고, 시
재외한인영화제에 <카우 걸> 출품, 방한한 재미한인 감독 써니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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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의 여신 마돈나가 “평생의 유일한 사랑”이 있다고 고백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뾰족한 원뿔을 가슴에 달고 남성 댄서들을 희롱하는 마돈나, 거리낌없이 오럴 섹스를 재현하는 이 위협적인 섹스심벌도 한 남자에게 마음을 준다는 사실에 남자들은 질투섞인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그가 ‘할리우드의 악동’으로 소문난 숀 펜이라면 더욱 안심이다. 파파라치가 탄 헬기를 향해 권총을 쏘아대고 기자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던 숀 펜은 사람들이 보기에 그저 난폭한 젊은이였을 뿐이며, 그에게 얻어맞고 이혼한 마돈나는 별 수 없는 ‘여자’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선 ‘마돈나의 남편’을 둘러싼 수다와 다소의 진실을 걷어내자, 그래야 동세대의 가장 재능있는 배우로 평가받는 숀 펜 자신이 비로소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방으로 터져나오는 분노와 수상한 열정을 감추지 않는 배우. 단 한번도 순종적이지 않았던 숀 펜은 할리우드의 통념과 소비적인 이미지에 반역을 기도한다. 그의 반항은 10대 혹은 2
할리우드를 향해 총구를 겨누다, 의 숀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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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를 만났다. TV에서만 봐오던 그를 영화촬영지에서 만났다. 두 남녀 고등학생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멜로 <파랑주의보>는 송혜교의 첫 영화다. <순풍 산부인과>를 거쳐 <가을동화>로 스타덤에 오른 뒤 커리어의 상승 곡선을 그려온 그는, 사진촬영을 약속한 일요일 오후 낡은 여행가방과 모자를 들고 한적한 길 위에 덩그러니, 그렇지만 곧게 서 있었다. 거센 바닷바람이 그의 긴 머리카락을 짓궂게 휘저어놓아도 빙그레 웃으며 머리칼을 조금 쓸어올리거나, 얼굴이 새카맣게 뒤덮이도록 그냥 두었다. 그는 여행을 시작한 사람이다. 자신이 연기자로 커온 집을 떠나 조심스레 타지를 찾은 이방인이다. 그럼에도, “모니터를 보는 것부터 버릇이 들지 않았다”는 현장에서 오로지 연기가 걱정이라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타지의 바람소리보다 선명했다.
스무살이었어요, <가을동화>를 했을 때가. 첫 주연작이죠. 연기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순수하게 연기했던 작품이에
소녀, 여행을 떠나다, <파랑주의보>의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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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파리의 연인> 신드롬은 재현될 것인가?
연인 시리즈 2탄인 에스비에스 주말드라마 <프라하의 연인>(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이 24일 첫 전파를 탄다.
신데렐라는 대통령 딸로 몸 바꿔
시청자 눈높이 만족시킬지 주목
여러모로 <파리의 연인> 2탄이라 부를 만하다. 같은 작가와 피디가 다시 힘을 모았고, 여름철 화려했던 프랑스 파리는 분위기 있는 가을의 체코 프라하로 바뀌었다. 재벌 2세와 가난한 유학생은 외교관인 대통령의 딸과 보잘것없는 강력반 형사로 변신했다.
탤런트 겸 영화배우 전도연이 맡은 주인공 재희는 대통령의 딸이다. 젊은 나이에 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으로 일한다. 그러나 높은 신분(?)의 거부감을 덜어내려는 듯 성격은 털털하고 겸손하고 모범적이다. 길에 쓰레기 한 번 버려본 적 없고, 새치기나 신호위반 따위는 해본 적도 없다. 외교관이 된 것도 “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버지에게 물은
24일 첫 전파타는 SBS 새 주말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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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사극 출연 제의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사양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극을 해도 되겠다 싶었어요. 6년간 드라마 출연을 쉬면서 재충전을 했으니, 앞으로는 안방극장에서 친근한 중견 연기자로 뿌리내리고 싶습니다.”
문화방송의 주말 드라마 <제5공화국> 후속으로 24일(밤 9시40분)부터 전파를 타는 대하사극 <신돈>(극본 정하연·연출 김진민)에서 ‘신돈’역을 맡은 손창민을 경기도 용인의 오픈세트에서 만났다. <신돈>은 문화방송이 올해 10대 기획의 하나로 선정해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다. 공민왕 역은 정보석이, 노국공주 역은 서지혜가 맡았다.
지난 1971년 영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로 데뷔한 손창민은 88서울올림픽 홍보 영화인 <춘향전>에 ‘이도령’ 역으로 출연했지만, 대형 사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돈 이미지 나빠 거듭 거절
인물 철저히 분석해보니
노무현·노회찬 섞은듯한 개혁가
중견연기
[인터뷰] MBC 새 사극 ‘신돈’ 맡은 손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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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팔 면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걸어 들어온다. 180㎝나 되는 큰 키와 크고 담찬 눈망울을 투박하기 그지없는 옷차림과 말투 속에 감춘 이 남자는 일반인 같은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플래시가 터지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하다. 스스로를 촌놈이라 호칭하며 “난 스타가 아니라 직업이 배우인 일반인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 남자는 그러나, 올해에만 이미 <여자, 정혜> <달콤한 인생> <천군>으로 관객을 만났고 <너는 내 운명>(23일)과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10월7일)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곧 <사생결단> 촬영에 들어갈, 요즘 한국에서 가장 바쁜 배우 황정민(35)이다.
“<너는 내 운명>은 포장되지 않은 사랑, 사랑의 기본을 말하는 영화입니다. 촌스럽고 닭살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저런 사랑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느끼게 되는 그런 사랑. 단순한 얘긴데도 묵직한 게 있어
‘촌놈배우’ 황정민, 색깔없는 배우? “오히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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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와 씨팍’과 마주치다=서울 강남 신사동의 주택가 골목. 2층 단독주택 현관문 위로 문패 대신 ‘제이팀(J-TEAM)’이라고 적힌 간판이 붙어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한번 보면 절대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괴상한 두 얼굴이 손님을 맞는다. 포스터 속 ‘조잡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새끼’ 아치와 ‘무식함이 하늘을 찌르는 놈’ 씨팍이 그들이다.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워 욕을 하는 아치는 정말로 ‘(양)아치’스럽다.
그 옆으로 ‘작업이 막바지입니다. 모두들 분발해서 유종의 미를 거둡시다. -조범진’이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다. 별것 아닌 듯하면서도 어딘지 결코 녹록지 않았던 그간의 지난함이 담겨있는 듯한 글귀다. 이곳은 조범진(39) 감독이 7년전에 품기 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이 세상 빛을 보기 전 막바지 산고를 치르고 있는 스튜디오 현장이다.
그림들로 도배된 거실=예전에는 거실이었던 곳으로 보이는 공간의 벽은 온통 조그만 그림들로 빼곡하다. 손바닥보다
장편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 제작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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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아해가 애림의 그림을 보오. 장소는 막다른 골방이 적당하오. 제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13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애림은 무서운 그림을 그리고 괴이한 애니메이션을 만드오. 장소는 막다른 작업실이 적당하오.
1997년 만화잡지 <나인>의 창간은, 만화인들과 만화 애호가들에게는 <씨네21>의 창간과도 비슷한 사건이었다. 이강주, 박희정, 이진경, 이정애, 김준범, 유시진 등 젊고 의기양양한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순정만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전대미문의 작가는 이애림이었다. 사실 ‘순정만화’라는 카테고리로 그를 엮는 것 자체가 가능한 일이 아니다. 강간과 살인과 근친상간과 카니발리즘. 붉고 검은 색채로 그려진 그로테스크한 인체배율의 캐릭터들은 8년이 지난 지금에도 괴이한 생동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사실, 이애림
애니메이션 <육다골대녀>의 이애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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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 홈 비디오 코리아는 9월 23일부터 7080세대를 위한 추억의 명화 DVD 타이틀을 할인 판매한다.
이번에 할인 대상 DVD 타이틀은 <아마데우스> <쇼생크 탈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버드> <콘택트> <페임> <레드 제플린> <메인 이벤트> <몬트레이 재즈 페스티발> <파워 오브 원> <델로니어스 몽크> 등 총 17편으로 영화, 뮤지컬, 음악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워너 홈 비디오 코리아 마케팅팀 정한기 과장은 "최근 예전 가수들과 일부 공연 기획사가 만나 테마를 잡은 '7080콘서트' 등이 트랜드라는 점에 착안, 7080세대가 집에서 가족과 즐길 수 있는 추억의 음악 및 영화를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단 7080세대 뿐만 아니라 고전이나 추억의 작품을 찾는 소비자라면 누구든 저렴한 가격에 소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워너, 7080 추억의 명화 타이틀 할인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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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고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 영화의 시선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에서 약간의 혼란이 왔다. 어떤 점에서 이 영화는 아이들에게 순종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초콜릿 포장지에서 황금티켓을 찾아내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 들어간 다섯 명의 아이들 가운데 마음씨 착한 찰리를 제외하고는 가차없는 징벌을 당한다. 무모하게 먹는 걸 밝히는 소년, 원하는 걸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소녀, 맹목적인 경쟁심에 불타는 소녀, 그리고 늘 잘난 척하는 소년이 그들이다. 이기심을 자제하지 못한 이들이 사라질 때마다 영화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울려퍼지고 공장주인 웡카의 얼굴에는 측은함은커녕 쌤통이라는 감정만 읽힌다.
이런 내용이 언뜻 아이들에게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부추기는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벌을 받는 아이들을 보면서 웡카 못지 않게 쌤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팝콘&콜라] 영화 밖 아이들은 ‘초콜릿’ 만 먹고 크진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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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엔 거짓말을 한다. 악의 없는 거짓말에 속은 사람도 껄껄껄 속인 사람도 헤헤 웃으면 그만이다. 분명 우리의 전래 풍습은 아닌데 4월 1일은 만우절이라 불리며 우리에게 잠깐의 활력과 웃음을 주는 그런 날이 돼온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내게 4월 1일은 더 이상 만우절로 기억되지 못하고 활력과 웃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 날은 이제 장궈룽(장국영)을 추모하는 날이 된 것이다. 만우절 장난 같은 소식처럼 장궈룽의 죽음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일이다. 어제도 보았던 <아비정전;>에서 장궈룽은 여전히 런닝, 팬티 바람으로 춤추고 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장궈룽을 처음 만났을 때(물론 스크린 속에서) 그의 이름은 ‘아걸’(<영웅본색2;>, 1987)이었다.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죽어가던 그의 슬픈 눈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신파조의 음악과 그의 슬픈 눈이 만나 이룬 장면은 내겐 ‘최고의 장면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 우리 말과 달리 높낮이의 차이가 심
[스크린 속 나의 연인] 슬픈 눈빛…감미로운 몸짓…장귀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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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극장가의 승자는 단연 <가문의 위기 : 가문의 영광2>(이하 <가문의 위기>로 표기)였다. 이 영화는 17일부터 19일까지 연휴 사흘간 서울 관객수 31만 230명, 누적 관객수 330만 4천 478명을 기록해 2위와의 차이를 2배 이상 벌려놓으며 추석 극장가를 시원하게 평정했다. 추석 연휴 기간에 좋은 성적을 거둔 <가문의 위기>는 전편인 <가문의 영광>이 세운 520만 관객을 향해 순조롭게 순항 중이다.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쟁쟁한 한국영화를 물리치고 2위에 올랐다. 9월 16일에 개봉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연휴 사흘간 서울에서 12만 2천 200명의 관객을 불러들였으며, 전국 누적 관객은 45만 8천 100명이었다. 동화가 원작인 영화로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전체관람가였다는 점이 연휴 극장가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다.
<웰컴 투 동막골>은 개봉 7주차에 순위
<가문의 위기> 추석 극장가 시원하게 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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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차기작 <그라인드 하우스>를 비롯,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구상을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라인드 하우스>는 <씬 시티>의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과 공동 감독할 공포 영화로 각자가 연출한 두 편의 영화로 이루어진 작품. 타란티노는 칼 대신 자동차가 등장하는 슬래셔 <데스 프루프(Death Proof)>를, 로드리게즈는 좀비 영화인 <플래닛 테러(Planet Terror)>를 맡는데, <킬 빌>이 쿵푸와 스파게티 웨스턴 등에 대한 영화적 헌정이라면 <그라인드 하우스>는 공포 영화를 중심으로 한 각종 하위 장르 영화의 풍부한 인용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그라인드 하우스>에 <데스 프루프>와 <플래닛 테러> 외에도 가상의 장르 영화 예고편들이 여러 편 삽입된다는 점이다. 타란티노가 밝힌 예고편 목록으로는 현재 작업 중인 블랙시플로이테이션
타란티노 차기작 <그라인드 하우스>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