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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풍>도, <킹콩>도, <해리 포터와 불의 잔>도, <광식이 동생 광태>도 아직 보지 못했다. 영화기자로서 너무 태만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어느 쪽도 내가 미치게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극장에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벌써 주말 2주 동안 근처 멀티플렉스를 찾아 오늘은 어떤 영화를 볼까 시간표만 들여다보다 집에 돌아왔다. 역시 핑계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시간은 맞지 않았고, 기다려서 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고, 무엇보다 몸이 그렇게 하라고 말하질 않았다. 가긴 가는데 보고 싶지는 않다… 그건 고통스런 가수면 상태다.
그렇게 집에 들어오던 날이었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깻잎머리 소녀는 상대방인 그녀 혹은 그에게 꼭 보아야 할 영화들을 전화로 찍어주고 있었다. “그래, 그 영화 봐라. 그게 진짜 스케일이 커.” 스케일이 커… 스케일이 커… 몇초간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올라오며 그 소
[오픈칼럼] 다양한 영화를 위해 봉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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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다. 비열하고 잔인하지만, 우리 사회의 속성을 분명하게 드러낸 말이었다. 타고난 신분을 수긍하고 가난을 감수했던 20세기 이전과는 달리, 현대사회는 ‘모든 사람이 돈과 권력, 명예, 명성, 메달을 향해 끊임없이 경쟁을 벌이는 체제로 바뀌었고, 그로 인해 다수가 낙오하고 패배할 수밖에 없’는 곳이 되었다. 당연히 ‘패배자’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종으로서 인간은 진화의 무수한 굴곡을 넘어온 고독한 승자이지만, 개인으로서 인간은 모두 실패하고 좌절한 사람에 가깝다.’
<위대한 패배자>는 그 패배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패배자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당대에는 패배자였지만 역사의 승리자가 된 롬멜과 체 게바라가 있고, 라이벌에게 처절하게 짓밟혀 이름마저 잊혀진 하인리히 만과 렌츠, 라살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자신을 지옥으로 끌어내린 오스카 와일드와 크누트 함순 같은 이들도 있다. 그저 웃음거리 이상이 아닌 멕
[B딱하게 보기] 진정한 패배란 무엇인가, <위대한 패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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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말하셨지, 12월엔 건져라’(<작업의 정석> 광고 카피).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현대카드 광고 카피) 두개의 카피는 상당히 많은 연애들이 최후의 순간 봉착하는 딜레마를 꽤 잘 보여준다. 어머니가 건지라고 하는 건, 아마도 싱글남·싱글녀들을 해마다 설 때면 해외여행 가고 싶게 만드는 집요하고도 끈질긴 덕담일 것이다. 올해는 시집(장가)가야지 라는…. 아무리 뜯어봐도 한판 걸지게 놀고 털어버릴 애인을 건지라는 말은 아니다. 반면 잘나가는, 스스로 잘나간다고 생각하는 남녀들에게는 어머니의 이 애타는 호소 뒤에서 ‘인생을 즐기라’는 환청이 더 크게 메아리치게 마련이고 과년한 남녀의 연애는 항상 어머니의 호소와 아버지의 권유 사이에서 삐걱거리다가 한명만 먼저 기차에서 뛰어내리게 되는 종착역에 도착한다.
<작업의 정석>은 한마디로 잘나가는 선수들의 기싸움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한 가지 미스터리한 건 이 영화의 깜찍한 패러디 광고문구처럼
[투덜군 투덜양] 작업의 목적, <작업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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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컨셉 모조리 우겨넣으려는 부담스런 의욕이 난무하던 피터 잭슨의 신작 <킹콩> 또는 ‘왕고릴라’…. 여튼 당 영화는 매우 교훈적인 영화였다.
우선 당 영화는 건강의 척도 중 하나인 악력이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공룡 3마리와 사생결단의 결투를 벌이며 천길 낭떠러지를 동반 추락하는 와중에서도, 한손으로는 나무뿌리 넝쿨을 붙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여인을 결코 놓치지 않던 킹콩의 모습은 우리에게 강력함만이 능사가 아니요 미묘하고도 섬세한 힘 조절이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만일 킹콩이 여인을 잡은 손과 넝쿨을 쥔 손을 한순간이라도 혼동하여 반대로 힘을 주었더라면, 비극적 결말의 주인공은 킹콩이 아닌 여인이 되었을 터, 섬세한 악력 조절 능력이야말로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낸 궁극적 열쇠였던 것이다.
더불어 <킹콩>은 지나친 식탐은 결국 큰 화를 부른다는 매우 전통적인 교훈 또한 우리에게 남기고 있다. 여기에
[투덜군 투덜양] 집착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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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덜 쓰는 말이지만 의식화라는 표현을 자주 쓰던 때가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면 선배들이 의식화 교육을 시키고 의식화 교육을 받으면 빨갱이가 된다고 겁을 줬다. 요즘엔 전교조가 예전에 대학 선배들이 하던 일을 떠맡았는지 전교조가 학교를 접수할 거라며 사학법 반대투쟁을 벌이는 분들이 많다. 그때나 지금이나 의식화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다.
의식화의 반대말은 뭘까? 무의식화? 그렇진 않을 것이다. 대개 의식화란 공산주의 의식화라는 표현을 줄여 부른 말일 텐데 굳이 줄여 부르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의식화라는 단어가 적과 우리편을 가르는 결정적 잣대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의식화 이전은 순수한 백지 상태, 의식화는 백지를 붉은색으로 도배한 상태, 이런 식으로.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의식화 이전엔 순수했던 인간이 의식화로 인해 오염된 인간이 된다는 얘기다. 의식화는 나쁜 것, 뭔가 작위적이고 음모론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것, 이라는 이런 논리는 독재와 파시즘을 유지하는 데 좋은 환경을
[편집장이 독자에게] 사상이 필요해, 난 그렇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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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왕의 남자> 진정한 왕의 남자는 누구?
[헌즈다이어리] <왕의 남자> 진정한 왕의 남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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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스파게티 웨스턴이 큰 시장을 형성했던 일본과 독일에선 DVD 시대를 맞이해서도 그 인기가 그칠 줄 모르는 듯하다. 일본 이마지카에서는 지난 몇년간 특별판 형태의 <마카로니 웨스턴 박스 세트>를 출시해 팬들을 열광시킨 바 있는데, 이제는 독일에서 스파게티 웨스턴 DVD를 꾸준히 발매하고 있어 다시 한번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특별판으로 기획된 다양한 박스 세트들이 눈에 띄는데, 그중에서도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이하 <웨스턴>) 박스 세트와 초기 작품 <황야의 무법자>와 <속 황야의 무법자>를 묶은 특별 한정판 세트 <달러 박스>가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다.
복원된 <황야의 무법자>와 <속 황야의 무법자>의 독일 출시에 맞춰서 동시 발매를 위해 기획된 것으로 보이는 <웨스턴> 한정판은 전세계적으로 이미 발매된 기존 2디스크 버전을
[해외 타이틀] 세르지오 레오네의 걸작 서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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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시간여행영화’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백 투 더 퓨처>의 시작은 프로듀서 밥 게일이 어느 날 아버지가 고교 시절 학생회장이었다는, 자신도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그는 ‘만약 내가 아버지와 함께 고등학교를 다닌다면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그것이 한 십대 소년이 30년 전의 동년배 아버지와 만난다는 극중 내용으로 실현되었던 것이다. 음성해설도 담담하면서도 오래전의 기억을 회상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영화와 비슷하다. 제작진의 기억에 가장 깊이 각인된 배우들 역시 소년 마티 역의 마이클 J. 폭스와 아버지 조지 역의 크리스핀 글로버였다. 폭스는 처음부터 제작진이 점찍어둔 배우였는데, TV극 <패밀리 타이즈>와 일정이 겹쳐 낮에는 TV를, 밤에는 영화를 찍는 강행군을 해야만 했다. 별도로 실린 비디오 해설에서 폭스는 “거의 좀비였다”고 당시를 되돌아볼 정도. 반면 글로버는 적역이었음에도 튀는 행동으로 제작진의 골머리를
[코멘터리] <백 투 더 퓨처 3부작 컬렉터스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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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테이블 매너 점수는 몇 점이신지. 예전에 <미스 에이전트>라는 영화를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그런 의문을 품었었다. 10년 동안 머리빗 단 한 번 사용해 보지 않았을 것 같은 여자 산드라 블록(그녀는 FBI 요원이었다)이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움으로써 그녀를 미인대회 출전후보로 손색없게 트레이닝 시켜보려 했던 뷰티 컨설턴트를 아연실색하게 만든 장면에서였다. 미인은 무슨 짓을 해도 용서가 된다고 생각했던 나조차(미인도 아닌 주제에!)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추한 광경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나는 오드리 햅번만큼은 아니지만 그런 대로 우아한 ‘피그말리온'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났다. 버나드 쇼의 소설 <피그말리온>(이 책은 <마이 페어 레이디>로 영화화 되었다)에서 엘리자가 음성학자 히긴스에게 3개월동안 고급 영어를 배웠던 것처럼 나는 기호학자에게 3시간짜리 속성 고급 테이블 레슨을 배우게 된 것이다.
[김경의 영화교양백서] 고급레스토랑의 우아한 신사숙녀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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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8월의 어느 주말, 미국 뉴욕주 우드스탁 근처의 한 거대한 농장에 40여만명의 사람이 모였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역사에 남은 이 거대한 행사는 표면적으론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새로운 문화의 물결이 동부에서 낳은 아이와 같다. 물론 그 이전에도 몬터레이와 뉴포트 등지에서 대규모 공연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우드스탁은 일개 공연이 아닌 시대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불린다. 혼돈과 격변의 시간인 1960년대 말, 우드스탁에 도착한 이들은 대부분 반권위·반전을 외치고 공동체와 대안사회를 실험하고자 했으며 프리섹스를 주장하는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은 때론 환각제에 빠져 현실로부터 도피했고, 개최지가 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으나, 1969년 여름의 3일은 분명 사랑과 평화를 갈구하는 순수의 순간이었다. 그 3일의 기록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영화가 특정 시공간을 기억하는 매체임을 생생하게 증명한다. 이후 ‘로큐멘터리’의 표준이 된 <우드스탁 페스티벌&g
[명예의 전당] <우드스탁 페스티벌(감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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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상당한 팬층을 보유한 <이누야사> 시리즈. <시대를 초월한 마음>에 이어 두 번째 극장판으로 선보인 <거울 속의 몽환성>은 일본 고전 설화 ‘다케토리 모노가타리’에서 따온 흥미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되면서 매력을 더한다. 전작보다 더욱 발전된 작품에 걸맞게 DVD 타이틀의 화질 역시 선명한 질감을 보여준다. 부록으로 주요 캐릭터와 내용을 인기순으로 나열한 30분 분량의 <몽환의 카운트다운>이 볼 만하며, 그 외 설정 자료집과 예고편을 수록했다.
반갑다, 이누야사, <이누야사2: 거울 속의 몽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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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패럴리 형제와 당찬 여자 드루 배리모어의 로맨틱코미디. 그녀는 야구에 푹 빠져 사는 한 남자를 사랑하는 린지 역을 맡아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열연을 펼친다. 패럴리 형제의 영화치고는 다소 얌전을 떨지만, 알콩달콩 벌어지는 해프닝과 야구 경기들이 볼 만하다. 특히 영화 엔딩의 보스턴 레드삭스 월드시리즈 우승 영상이 인상적! DVD 타이틀에는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 다큐멘터리, 삭제 장면 모음, 재미있는 NG 장면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수록했다.
날 미치게 하는 드루 배리모어, <날 미치게 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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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한 비주얼과 폭발할 듯한 메탈 사운드의 강렬함, 그리고 피의 복수를 행하는 브랜든 리의 유작으로 기억되는 <크로우>. 그는 떠나고 없지만, <크로우>는 벌써 시리즈 4번째를 맞이한다. <터미네이터2>의 존 코너를 연기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 에드워드 펄롱이 죽임을 당한 뒤 깨어나 복수의 화신이 된 지미를 연기한다. 하나 모든 면에서 전작에 미치지 못하는 우울한 속편의 하나. DVD 타이틀에는 삭제 장면 모음과 30분 분량의 제작 다큐멘터리를 수록. 화질과 음향은 무난한 수준.
보고 싶어요, 브랜든 리, <크로우: 죽은 천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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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은 DVD 제작에 관심이 많은 감독이란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간 그의 영화를 DVD로는 보지 못했는데, 결국 만나게 된 <친절한 금자씨>의 DVD는 듣던 소문과는 사뭇 다르다. <친절한 금자씨> DVD는 기름기를 쏙 뺀 담백한 외양을 보여준다. 특히 전작인 <올드보이>가 여러 버전의 다양한 DVD로 선보였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더 그렇다. 그런데 부록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자료영상을 보면 그 양이 결코 적지 않았을 걸로 짐작되는 바, 자료영상의 지루한 나열에 불과한 몇몇 한국영화의 DVD 구성과는 뜻을 달리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조감독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메이킹필름(11분), 배우 인터뷰(26분), 베니스영화제 현장(8분), 5개 섹션으로 구성된 스타일 분석(36분), 롱테이크 촬영본(14분)은 시간을 잰 듯 날렵한 진행과 깔끔한 편집, 적당한 정보로 인해 부담없이 보기에 즐거운 것들이다. DVD 제작에서 가장 신경을
흑백영상으로 다시 보는 색다른 금자씨, <친절한 금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