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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충무로에서는 요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실제 무술 고수들이 실제 격투를 벌이는 것을 담은 영화가 있다’는 얘기가 그것. 이 괴이한 소문의 주인공은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 출품돼 입소문을 탔고,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좀더 많은 관객 앞에 선보였으며, 그 여세를 몰아 9월15일 정식으로 개봉하는 <거칠마루>다. 사실, 이 소문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진짜 무술인들이 출연한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 속 ‘대결’은 준비된 설정에 따른 연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칠마루>를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연기가 너무나 실감나 그런 소문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마치 UFO처럼 돌발적으로 솟아오른 이 독립장편영화의 험난하기 짝이 없는 제작과정을 돌아본다. 그리고 이 영화에 출연한 실제 무술인들도 함께 만났다. 다만, K1 데뷔를 준비하느라 일본에 체류 중인 ‘무사시 66’의 유양래와 군 복무 중인 최진용을 만날 수 없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었다.
<거칠마루>의 파이터들 [1] - 탄생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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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어사라는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를 다룬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 <신암행어사>가 10월 중 대원씨앤에이홀딩스㈜를 통해 출시된다.
<신암행어사>는 지난해 11월 한국과 일본에 동시개봉한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일본에서 단행본 15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윤인완, 양경일 콤비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가상의 국가 쥬신을 배경으로 암행어사와 춘향전 등 우리의 고전을 판타지풍으로 재해석하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만화팬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작품이다.
한국과 일본의 제작진들에 의해 만들어진 극장판 <신암행어사>는 <마스터 키튼> <하나다 소년사> 등 화제작을 연출한 시무라 죠지 감독이 지휘를 맡았으며,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 역을 맡았던 성우 구자형, 배우 이지훈, 지성, 윤손하 등 인기스타들이 목소리를 맡아 화제가 되었다.
10월 10일 출시 예정인 DVD는 16:9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화면비에 한국어 및
한일 합작 애니 <신암행어사> 10월 출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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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에 비해 좀처럼 DVD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한국영화 대표작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태흥 영화사와 DVD 제작, 판매 계약을 맡은 스펙트럼DVD는 오는 10월부터 <서편제> <장군의 아들> 등 한국영화계에 큰 족적을 남긴 명감독들의 영화들을 소개할 예정.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지난 20세기의 명작들을 망라하고 있는 이 라인업에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창> <축제> <아제아제 바라아제> <태백산맥>,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 <경마장 가는 길>, 이명세 감독의 <개그맨>, 배창호 감독의 <꿈> <기쁜 우리 젊은 날>, 이장호 감독의 <무릎과 무릎 사이> <어우동>, 김호선 감독의 <영자의 전성시대>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1993년 최초로 1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던 <서편제>의 경우, 일본
스펙트럼, <서편제> 등 한국영화 대표작들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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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명세/ 홍등가로 쫓아온 남순과 슬픈눈이 눈쌓인 계단에서 대결하는 장면이다. 영화의 감정을 칼과 칼로 말하는 것이다. 사실 이 장면에서는 입김이 보여야 하는데 스틸에서는 그게 안 보여서 아쉽다. 입김이 합쳐지는 느낌이 아주 영적인 기운을 주거든. 비록 칼을 겨누고 있지만 두 사람의 입김이 하나가 되면서 두 사람도 하나가 되는 거다.
7, 8. 이명세/ 포졸들이 병조판서의 집을 급습하는 장면이다. 성기 형과 지원이가 아주 폼나게 나온 장면이라 선정했다. 정말 아무런 배경도 넣지 않고 공간을 구성한 거다. 병조판서는 흰옷을 입히고, 포교들은 모두 검은색으로 입히고, 붉은 천을 거기에 덧대고. 그저 단순한 공간으로서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다. 미니멀하다. 미니멀. 미국에서 돌아오기 전에 미니멀 전시회를 보면서, 미니멀이 가장 경제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비용 고비율. 그리고 내리는 눈은 48프레임으로 찍은 거다. 48프레임의 눈이 가장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래서 배우들을
이명세의 <형사 Duelist> [4] - 포토코멘터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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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이 손수 <형사 Duelist>의 베스트 장면 10개를 선정해주었다. 그가 직접 손으로 뽑은 장면 중에서는, 관객이 오랫동안 기억할 순간도 있고, 배우들이 남몰래 자랑스러워할 순간도 있으며, 감독의 마음속에서 더욱 크게 자리잡은 순간도 있다. 이명세 감독과 이형주 미술감독으로부터 가장 빛나는 순간들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이명세/ 칼빛과 황금빛이 감도는 의상까지, 정말 화려한 장면이다. 그 느낌이 더 잘 전달되도록 동판을 하나 구해오라고 해서 붙여놓았다. 황기석 촬영감독은 “감독님. 이거 너무 이상해요. 왜 이거 붙이셨어요”라면서 의아해하더라. 스탭들도 다들 이해가 잘 안 된다는 표정이어서 나중엔 “이 사람들이 원래 태양신을 숭배하는 사람들일지도 몰라. 그래서 석양빛이 나는 구리판을 붙여논 거야”라고 말해줬다. 기껏 설득시킨다는 게…. (웃음)
이형주/ 가난한 빈민들이 사는 공간이다. <취화선> 세트에서 작업을 했는데, 두
이명세의 <형사 Duelist> [3] - 포토코멘터리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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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움직임은, 무엇이든 연계된 총체적인 거다”
<형사 Duelist>의 예정된 기술 시사는 늦어지고 있었다. 이명세가 또 막판까지 ‘완벽’을 향해 다듬질을 하고 있는 것일 거라고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경험했던 주변 사람들은 추측했다. 이유를 알고보니 중도에 약간의 믹싱 사고가 있었다. “부족하다는 말은 변명밖에 안 되는 것 같았고,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보여주기는 더 싫었다. 그래서 관련된 모든 사람을 다 붙잡아놓고” 기어이 완성하여 간단한 기술 시사를 거친 뒤 언론 시사까지 마쳤다. 그래도 부족한 듯싶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이명세는 “내일 새벽부터 프린트를 뜬다. 오늘 하루밖에 손볼 시간이 없다”며 인터뷰가 끝나기 무섭게 양수리로 향했다. “내 모토가 뭔가, 끝까지 한다는 거 아닌가. 지금은 아드레날린이 분비돼서 괜찮다”며 그는 피곤한 기색없이 드라마주의자들에 대한 강한 질타로 말문을 열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뭔가.
=영화
이명세의 <형사 Duelist> [2] - 이명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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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의 일곱 번째 영화 <형사 Duelist>가 드디어 찾아왔다. 이명세 특유의 많은 영화적 시도가 종횡으로 화면을 채우며 눈을 즐겁게 한다. 조선시대판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될 것이라는 그의 장담은 화려하게 지켜졌다. <형사…>는 다양한 상상적 이미지의 집결이자, 21세기를 찾은 활동사진의 초절정이다. 활동, 율동, 감동이라는 키워드로 이 영화의 맥락을 생각해보고,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이명세 감독이 직접 고르고, 그와 이형주 미술감독이 함께 전하는 영화 속 명장면 베스트 10컷 포토 코멘터리는 <형사…>를 상상하고 있는 당신에게 즐거운 지름길이 될 것이다.
활동이 있으매, 비주얼은 찬란하리라
활동(活動). 이명세는 험난한 시대에 영화를 시작했지만, 다른 것을 돌아보지 않고 영화의 미학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만 끈질기게 작품을 채워왔다. 80년대 후반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여 ‘코리안 뉴웨이브’라는 말로 같이 묶였던 장선우,
이명세의 <형사 Duelis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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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내에 개봉해 박스오피스 3위로 데뷔했던 <외출>이 일본에서 먼저 낭보를 전해왔다. <외출>(일본 개봉명 <4월의 눈>) 메이킹 DVD가 한국관련 DVD로는 최초로 오리콘 DVD 종합 챠트 1위에 오른것. 산케이스포츠 온라인판인 산스포닷컴은(www.sanspo.com) “지난 7일 출시된 <외출>의 메이킹 DVD인 <다큐멘터리 4월의 눈, 배용준에 매료되어>가 오리콘 DVD 종합 차트 1위에 올랐다”고 13일자로 보도했다.
산케이스포츠는 이어 “DVD 판매량 6만7천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한국관련 DVD로는 사상최초로 1위에 오른 쾌거”라며 “지금까지 가장 좋은 성적을 낸 DVD는 한석규의 <쉬리>, 배용준의 <스캔들>, 권상우의 영상 DVD <KSW/권상우> 등 모두 3편으로 2위가 최고 기록이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본편 영화가 아닌 메이킹 DVD가 1위에 오른것도 역대 최초로, 지
<외출> 메이킹 DVD, 日 오리콘 차트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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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TV감상실] 드라마 속의 악당 캐릭터
[올드독의 TV감상실] 드라마 속의 악당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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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원전의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 그러나 무슨 영화가 패러디될지는 전혀 모르고 볼 것. 고로, <무서운 영화> 제3탄을 기다려온 이들에게 이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바란다.
비오는 밤, 가슴 큰 두 금발 미녀(그중 하나는 파멜라 앤더슨이다)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다. “TV는 질색이야. 머리 아프거든.” “전자파 때문에 그래. 뇌세포가 죽는다고.” 구시렁거리던 두 사람, 갑자기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러댄다. 이유인즉 전자파가 실리콘을 축소시킨다는 것. 한바탕 난리를 떨고 가까스로 TV를 끈 그녀들. 자못 심각해져, 보고나면 전화가 온다는 이상한 비디오테이프에 대해 얘기한다. 그때 갑작스레 울리는 전화벨 소리. 패러디영화의 아성, <무서운 영화>의 세 번째 문이 열린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와 <스크림> <엑소시스트
패러디영화의 아성, 그 세번째 문, <무서운 영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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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서 종려나무는 기다림의 상징이었다. 예수가 예루살렘으로 입성할 때 환영하던 군중의 손에 들려 있던 것이 종려나무 가지라고 했다. 폭풍우로 배가 표류하게 되자 며칠을 머무르면서 봉애(조은숙)와 정순(김유미) 모녀의 도움을 받았던 최 선장(이경영)이 하룻밤을 보낸 정순에게 꼭 돌아오마며 두손에 쥐어준 것도 작은 종려나무 한 그루다. 종려나무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는 수난의 시작을 알리는 고통의 나무이기도 했다. 정순이 받아든 종려나무 한 그루가 숲을 이룰 때까지, 끝내 돌아오지 않았던 최 선장은 정순에게 고통이고 괴로움이다.
그 하룻밤으로 태어난 딸 화연(김유미)은 언젠가는 종려나무 숲을 없애버리겠다며, 한마디 약속에 평생을 기다림으로 보낸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젊고 유능한 변호사로 거제도 조선소에 오게 된 인서(김민종)가 자신에게 사랑을 느끼고 결혼을 약속할 때도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영화는 종려나무숲에 얽힌 봉애와 정순의 사연을 고스란히 껴
옛이야기가 지닌 담백함의 미덕, <종려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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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사랑을 택했던 소녀, 그녀가 사랑에 실패하고 이미 어색해져버린 우정으로 다시 돌아오는 시점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사랑과 우정을 두고 지지부진하게 갈등하다 끝나는 멜로영화들에 비해 이 영화의 시작은 우선, 신선하다. 엄연히 성인인 20대 여성을 소녀라 부르는 것이 못내 어색하지만, 영화 속 그녀들은 아무리 보아도 소녀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다소 엉뚱하긴 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그녀들의 어색한 만남이 아니라 그녀들이 여전히 ‘소녀’라는 데 있다. 연령으로는 분명 성인이나 아직도 부서질 듯한 감수성 속에서 파릇파릇 자라는 두 인물. 사랑을 끝낸 그녀들이 다시 만나는 순간도,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요정 같은 그녀들도 싱그러운 건 분명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이 이 영화의 전부이다.
사실, 영화 속 두 여성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개와 산책하는 아르바이트 등의 잡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친구 집에 얹혀사는 신세이다. 그녀들에게는 뚜렷한 꿈도 없어 보
지나치게 착하고, 지나치게 예쁜 멜로 영화, <개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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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소년이 도시에 홀로 버려진다면 어떨까. 더욱이 오랫동안 숲에서 익힌 빠른 몸놀림으로 이종격투기 선수가 된다면. <더 독>은 미국 땅에 버려진 중화의 늑대소년을 등장시킨다. 주인공 대니(이연걸)는 이중성을 가진 존재다. 그가 가진 소년의 순수함과 늑대의 강인함이 전환되는 기폭장치는 바로 개목걸이다. 목걸이가 풀리는 순간 그는 숲의 늑대로 돌아간다. 깊게 팬 주름이 거슬리지만 눈빛을 보면 이연걸에게 대니는 적역이다. 42살의 이연걸은 더이상 토니 자처럼 날아오를 수는 없지만, 속도감 넘치는 정권을 중심으로 한 손동작은 여전히 발군이다. 특히 거장 무술감독 원화평이 설계한 화장실 격투장면은 이연걸의 전광석화 같은 팔꿈치 공격과 폐쇄적인 공간이 어우러져 독특한 액션 미학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대니는 어렸을 때부터 불한당인 바트에 의해 사육된다. 바트(밥 호스킨스)는 대니를 개처럼 기르면서 해결사로 써먹는다. 평소처럼 바트를 따라나선 대니는 우연히 시각장애인 피아노 조율사인
이연걸의 독특한 액션 미학, <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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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퀴어 멜로물인 이 영화는 특히 남성 동성애에 집중하면서, 보길도라는 공간과 동백꽃이라는 소재로 단단하게 묶여 있어, 구성상의 통일성 결여라든가 주제끼리의 충돌과 같은, 옴니버스 구성이 빠지기 쉬운 함정들을 잘 피해나간다. 게다가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안 되었던지 택시 운전사 진욱이 각 작품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영화를 여는 첫 번째 작품은 최진성 감독의 <김추자>이다. 고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만나 사랑했던 두 남자가 원치 않게 헤어져 9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김추자는 왕근의 딸 이름이기도 하고, 그의 연인이었던 춘하가 늘 입에 달고 다녔던 노래들을 부른 가수이기도 하다. 왕근은 연인에 대한 기억을 딸 이름에 아로새김으로써 여전히 옛사랑과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영화는 소문준 감독의 <떠다니는, 섬>인데, 여기서 ‘섬’은 보길도를 지칭하는 지리적 이름인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는 섬이 있다’의 그 섬이기도 하다. 둘
옴니버스 퀴어 멜로물, <동백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