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늦게 합류했음에도 희원은 독자(안효섭), 상아(채수빈), 현성(신승호), 길영(권은성)의 곁을 든든히 지킨다. “처음부터 친구로 받아들이진 않았을 것”임에도 특유의 “의리와 정의감”(나나)에 기반해 그는 온 힘을 다해 새로운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작품에 드러나지 않은 과거 스토리와 외형까지 철저히 파고든 뒤 배우 나나는 글 속에 존재하던 희원을 실존하는 인물로 완성해냈다.
- <전지적 독자 시점>에 함께하게 된 계기는.
그동안 주체성이 강한 캐릭터들을 욕심내왔고 희원 역시 그중 한명이었다. 강렬한 액션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전지적 독자 시점>과 같이 판타지 요소가 섞일 때 더 자유롭게 몸을 쓸 수 있고 대중을 설득하기도 용이할 것이라 판단했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 희원은 유독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말수도 적어 오히려 호기심이 생기는 캐릭터였다.
필요한 경우 외엔 말을 아끼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유형이다.
[인터뷰] 화려하지만 꾸밈 없는, 배우 나나
-
세상이 갑자기 유료 서바이벌 시스템으로 돌아선 날, 군인 이현성은 지하철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제복을 입은 그에게 무정부상태의 혼란을 잠재우는 임무가 주어질 듯하지만 이현성은 세상을 구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 그는 섣불리 행동하기보다 생각에 잠긴다. 강철검제 이현성 역을 소화한 배우 신승호의 신중함은 그래서 역할과 닮았다. 배우 신승호는 질문마다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감각과 경험을 붙잡을 말을 조심스럽고도 즐겁게 골라냈다.
- <전지적 독자 시점>의 이현성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었나.
강인한 힘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라 내가 가진 신체적 장점을 통해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이 좋았다. 과거 트라우마를 헤쳐나가려는 근성이 있고 동료들로 인해 다시 한번 힘을 내면서 자연스럽게 드라마가 극복되는 장면은 속이 시원했다.
- 캐릭터 표현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트라우마를 보여주고 나서 기동성 있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게 이 캐릭터의 매력이다.
[인터뷰] 각자의 퍼즐을 모아 합을 완성하다, 배우 신승호
-
<전지적 독자 시점>의 유상아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 김독자(안효섭)와 달리 아무것도 모른 채 목숨을 건 게임 같은 미션에 휩쓸린다. 대개 이런 장르에서는 기능적으로 쓰이게 마련인 캐릭터일 수 있는데 상아는 좀 다르다. 독자의 직장 동료로서 그의 옆에서 독자가 도덕적 딜레마에 놓이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현실적인 위로와 조언을 해주는 인물이다. <해적: 도깨비 깃발> <하이재킹> 이후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이라 할 만한 이번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채수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영화의 관객 반응이 궁금하다고 말한다.
- 웹소설이 원작이고 또 웹툰으로도 만들어진 바 있는 인기 IP다.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작품에 대한 인상이 어땠나.
<셰익스피어 인 러브>란 연극에 참여하고 있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언제나 새로운 작품 제안이 오면 캐릭터나 이야기에 끌려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마련인
[인터뷰] 관객의 시선을 담은, 누구보다 현실적인, 배우 채수빈
-
이민호가 분한 <전지적 독자 시점> 속 유중혁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개념은 주인공이다. 무릇 주인공이란 세계의 운명을 짊어졌지만 자기 앞에 놓인 폭력에 굴하지 않고 숭고한 길을 걷는다. 유중혁 역시 다르지 않다. 다수의 작품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이민호 또한 유중혁을 “자칫 허무주의에 매몰될 수 있는 캐릭터”지만 “권태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사명을 받아들여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남자”라 정의했다. 하지만 이민호가 유중혁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설정 그 너머에 있다. “유중혁은 예정된 비극 앞에 최선을 감내하며 ‘그다음’을 만들어간다. 유중혁을 연기하며 그와 닮아가고 싶었다.”
- 2020년대의 배우 이민호는 글로벌 플랫폼이 제작한 시리즈 <파친코>의 두 시즌과 VFX가 주요한 SF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를 거쳤다. 다양한 장르와 촬영 환경을 경험한 이후 <전지적 독자 시점>에 합류했는데.
<파친코>를 거치며
[인터뷰] 고요 속의 요동, 배우 이민호
-
-
홀로 읽는 사람.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인공 김독자는 이름 그대로 살아왔다. 장기간 애독한 소설이 완결을 맞이한 시점까지는. 그가 더이상 혼자일 수 없게 된 순간은 나만 알던 이야기가 3차원의 입체를 갖추고 모두의 눈앞에 재현될 때부터다. 혼돈에 빠진 지하철 안에서 그는 오래전 자신을 살린 문장들을 되뇌며 주변을 살핀다. 읽는 사람에서 잇는 사람으로 나아간다.
그 도약을 구현한 이는 배우 안효섭이다. <사내맞선> <너의 시간 속으로> 등의 드라마 출연,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목소리 출연을 통해 환상이 스민 인물을 대범하게 설득한 그는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다시금 제안한다. 늘 똑같아 보이던 일상에 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 시선을. 그러기 위해 피땀을 바쳤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는 이 영화를 스스로에게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완성했다.
- 독자는 군중에 섞여 출퇴근하는 직장인이자 현실이 되는 소설 <멸망한
[인터뷰] 독자에 스며들다, 배우 안효섭
-
싱숑 작가가 2018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2020년 본편 완결, 외전은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는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그 연재 기간만큼 방대한 분량과 세계관을 자랑한다. 영화는 그 초입의 극히 일부만을 구현했음에도 원작 본연의 속도감만큼은 제대로 흡수했다. 주인공 김독자(안효섭)가 읽어온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 퇴근길 지하철 내부가 아수라장이 되는 순간, 관객도 3호선 승객이 되어 인물들 틈에 섞일 수 있다. 익숙한 배경 위로 ‘가치 증명’ 미션이 주어지고, 도깨비와 어룡이 튀어나오니 지루할 새도 없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역인 배우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는 아포칼립스에서 저마다의 스킬로 살아남는 인물들을 연기했다. 원작에 따르면 그 캐릭터들은 훗날 ‘김독자 컴퍼니’를 일군다. 그들은 서로가 있기에 자신의 능력을 알아차릴 수 있고, 서로를 위해서 그 능력을 사용한다. “모두가 전력 질주를 반복하다 보니 동료들에게 의지하면서
[커버] 소설처럼, 영화답게 - <전지적 독자 시점> 배우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
어떤 책은 서가에 들이는 순간 영원히 이별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을 불러일으킨다.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가 그런 책이다.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처음 선보인 이 책은, 1권 <죽음의 자서전>으로 시작해 2권 <날개 환상통>을 지나 3권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에 다다르는 여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600쪽에 달하는 이 아름다운 책은 순서대로 읽기를, 순서를 뒤집어 읽기를 권한다. <죽음의 자서전> 은 첫시 <출근>에서부터 죽음과 삶 그 사이의 귀신 들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너는 너로부터 달아난다. 그림자와 멀어진 새처럼./ 너는 이제 저 여자와 살아가는 불행을 견디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그렇게 자기 자신과 멀어지고 나서야 “네 직장으로 향하던 길을 간다. 몸 없이 간다.” 여자가 오늘 또 하루를 살아가는 비결이다. 그렇다고 앞서 성큼성큼 걷는 법을 익히기에는 복잡한 것들이 여자의 안에서 아우성치기
씨네21 추천도서 -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
미국의 전통, 그러니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권위주의에 가득 찬 정부가 들어서고 다양성을 박해하고 애국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법률을 제정한다. 특히 미국 문화와 전통 보존이라는 명목하에 PACT 법안에 진보적인 의원들조차 찬성하며 법안이 통과되자 ‘미국의 전통을 위협’하는 책은 불온서적으로 분류되어 금지되고 부모가 선동가이거나 이민자일 경우 아이를 정부에서 빼앗아 위탁가정에 보내기까지 한다. 이 모든 것이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며 정부는 국민을 감시, 검열하고 이러한 매카시즘에 가까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 역시 서로를 위협하고 경멸하며 차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여기까지 소개했을 때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뉴스 같지만 실은 셀레스트 잉의 소설 <우리가 잃어버린 심장>에 대한 소개다. 2021년 <뉴요커> 표지는 아시아 여성과 어린 소녀가 지하철 플랫폼에서 손을 잡고 주변을 살피는 그림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뉴욕 내에서는 아
씨네21 추천도서 -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
<나에게 없는 것>은 <잘 자요, 엄마>와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에 이은 ‘하영 시리즈’ 3부작의 최종편이다. <잘 자요, 엄마>에서 하영은 엄마가 죽고 집에 불이 나 조부모까지 죽자 재혼한 아빠의 집에 갑자기 떠맡겨진 열한살 여자아이였다.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양육하는 상황이 된 선경의 시점에서 볼 때 하영은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아이가 보이는 이상행동들, 동물을 공격한다거나 분노를 표출하며 인형을 찢는다거나 하는 행위들은 특히나 선경을 섬뜩하게 만든다. 범죄심리학을 전공한 선경이 봤을 때 아이의 돌발행동은 어린 시절 연쇄살인범들이 보였던 행동과 유사했다. ‘사이코패스는 타고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인가’에 대해 파헤쳤던 전작에서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아이로 등장했던 하영이 성인이 되어 뉴욕으로 거주지를 옮겨 이름을 바꾼 후 재벌 2세 세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것이 <나에게 없는 것>이다.
씨네21 추천도서 - <나에게 없는 것>
-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시대에는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무엇을 물을지 알기 위해서는 어디에 공백이 있는지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하고,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지능 미디어아티스트인 우숙영의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여러 국면에 대한 ‘질문의 책’이다. 인공지능이 추천해준 연인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다 해결해주는데 공부를 왜 해야 할까? 킬러로봇을 도입하면 전쟁의 희생자를 줄일 수 있을까? 어떤 질문은 답이 쉬운 것 같은데 막상 답을 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이 이어지고, 어떤 질문은 아예 답을 할 수 없을 것같이 느껴진다.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는 영화와 시리즈, 게임에서 시작해 수많은 뉴스 기사들을 오가며 생각해볼 만한 지점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책이다. 인공지능과 관련한 여러 이슈를 일별하며 대화를 청한다.
‘상실과 애도’을 1장에,
씨네21 추천도서 -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
-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 - 우숙영 지음 창비 펴냄
<나에게 없는 것> - 서미애 지음 엘릭시르 펴냄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 셀레스트 잉 지음 남명성 옮김 비채 펴냄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 김혜순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씨네21>이 추천하는 7월의 책 - 여름 독서 캠프
-
작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일 테노레> 등 극작 및 작사
영화 <이브의 모든 것>
경험하지 못한 시절을 낭만화하곤 한다. 빌리 와일더나 조지프 L. 맹키위츠가 한창 영화를 쏟아내던 시기가 그렇다. 이야기의 구조와 대사의 정밀도까지 어느 하나 결점이 없다.
로드의 <Man of the Year>
지난 몇년간 로드가 자신의 개성을 메인스트림 음악산업 내에서 어떻게 펼칠지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 편한 길을 걸을 수 있을 텐데도 자기다운 음악을 발매해 큰 감동을 받았다. 뮤직비디오가 특히 일품이다.
영화 <러브 미>
영화관보다 미술관 상영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꼭 저렇게 연출해야 했을까 싶은 장면도 많지만 결말에 이르면 이 모든 걸 끝까지 밀고 나간 감독의 뚝심에 마음이 간다. ‘흥미로운 엉망진창’이라 재밌다.
어복쟁반
한국에 올 때마다 먹는 음식이다. 국물도 고기도 채소도 다 포함돼 음식 자체의 정갈함은
[LIST] 박천휴가 말하는 요즘 빠져있는 것들의 목록
-
“까만 양복, 흰 셔츠. 어쩐지 넥타이도 어제 매고 잔 것 같은 얼굴”에 “졸다가도 한 정거장 전에 눈이 떠지는 프로 직장인”. 가슴에 사직서 한장쯤은 품고 있는 것 같지만 “시키는 일은 군말 없이 해내고 마는 그는 피고용인 그 자체”. <서초동>(tvN)은 출근하는 변호사 안주형(이종석)을 이렇게 묘사하며 시작한다. 이 첫 장면이 상징하듯 <서초동>은 ‘피고용인 그 자체’인 직장인으로서의 변호사들을 보여준다. 출근하자마자 “아, 하기 싫어”를 외치고, 북적이는 식당에서 김치찌개나 콩나물국밥으로 한끼를 해결하고, 퇴근 후에는 동료들과 한잔하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그 직장인 말이다. 현직 변호사가 집필한 대본답게 사무실과 법정 등의 공간 묘사와 동료와 나누는 건조한 대화가 매우 현실적이다. 주로 약자의 편에 서서 정의를 구현하던 이전의 법정물과는 다른 결의 드라마로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드라마의 첫 장면이 일종의 선언처럼 들린다. ‘재판은 드라마와 다르고 변호사
[오수경의 TVIEW] 서초동
-
지난 4월의 첫 일요일, 4년 만에 돌아오는 영화제의 트레일러를 위해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집행위원들이 모였다. 콜 타임은 아침 7시. 집합 장소는 퀴퀴한 냄새마저 세월의 훈장인 듯한 세운상가 3층 양지전자. 다섯 감독은 단 하루, 단 한편의 짧은 영화를 위해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받았다. 장재현 감독이 제작 전반을 책임진 가운데 엄태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이상근 감독이 조감독으로서 뒤를 받쳤다. 의상, 소품을 비롯한 미술은 이옥섭, 윤가은 감독이 담당했다. 이들이 함께 만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전자기기 전문 수리점에서 4년 만에 얼굴을 마주한 남녀다. 남자는 망가진 카세트 플레이어를 고치고 싶고, 여자는 그렇게 해줄 수 있다. 영화제가 새동력을 얻은 것처럼 멈춘 줄 알았던 테이프도 다시 돌아가는 엔딩. 그 끝이 제21회 미쟝센단편 영화제의 시작을 알릴 것이다.
배역에 걸맞게 데님 점프슈트를 갖춘 김고은 배우, 몇번의 피팅을 거쳐 엄태화 감독의 오케이를 얻은 크림색 코듀로이
[씨네스코프] “다시 만날 줄 알았어!”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트레일러 촬영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