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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기억법> <너는 나의 봄> <돼지의 왕>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이로운 사기>까지. 2020년대 들어 배우 김동욱은 무게감 있는 작품을 선택해왔다. 그렇기에 그가 코믹극 <강력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이하 <강매강>)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의외로 다가왔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그 안엔 일찍이 일일시트콤 <못 말리는 결혼>(2007)이 있었고 MBC 연기대상 수상작인 오피스 코미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2019)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SNL 코리아>에 2번 출연했고, 2022년 <씨네21>과 가진 인터뷰에선 “코믹 연기는 내가 제일 잘하는 분야라는 자부심이 있다”라는 말까지 한 적 있다. 그러니까 사실 김동욱은 코미디 장르와의 재회를 그 어떤 배우보다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그에게 선택받은 <강매강>은 <하이킥!&g
[인터뷰] 코미디에 진심, <강매강> 배우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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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얼굴에 근육질 몸매, 다정한 성격에다가 의사라는 직업까지. 라일(저스틴 발도니)은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다. 릴리(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그를 만나서 가까워진다. 하룻밤의 만남으로 끝날 것으로 생각한 인연은 보스턴에서 다시 시작된다. 릴리의 동업자 알리샤의 오빠가 바로 라일이었던 것이다. 둘의 사랑이 불타오를 즈음 릴리는 첫사랑 아틀라스와 재회한다. 이 영화는 <애프터> 등 로맨스 장르의 클리셰를 뒤집으며 그 안에 은폐된 젠더 폭력의 속살을 뒤집는 동명 원작의 의의를 계승한다. 맨박스와 남성성에 관한 책을 쓸 만큼 페미니즘에 관한 이슈에 꾸준하게 목소리를 낸 저스틴 발도니가 주연과 감독으로 활약하며 영화에 치밀함을 더했다.
[리뷰] 로맨스 장르 너머의 데이트 폭력을 마주하는 용기, 혹은 길티 플레저, <우리가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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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직군 경험 제도를 통해 변호사로 활동하는 사카마 치즈루(구로키 하루)는 인권변호사 츠키모토 신고(사이토 다쿠미)와 함께 히오미 마을의 환경오염을 조사한다. 오래된 앙숙이자 동료인 이루마 미치오(다케노우치 유타카)도 때마침 같은 지역에서 활동한다. 그가 맡은 재판의 배경은 방위성이 연관된 이지스함 침몰 사건. 별개인 줄 알았던 두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가 서서히 드러난다. 2021년 <후지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이치케이의 까마귀>의 극장판으로, 법대에서 원고석으로 자리를 옮긴 치즈루가 새 시야에서 마주하는 법과 정의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드라마 후속 극장판의 공식을 따르듯 선 굵은 서브 캐릭터와 다단한 반전, 러브라인까지 보강했지만 대부분 전형적인 변주에 머문다. 무엇보다 작중 사건의 혼탁한 인과관계가 진실의 속성에 대한 고찰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다.
[리뷰] 관성으로 돌파하고 여백으로 무마하기, <극장판 이치케이의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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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파트너 자비에(프랑시스 윌리엄 레움)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철학 강사 소피아(마갈리 레핀 블롱도)에게 불현듯 새로운 자극이 찾아왔다. 불같은 사랑의 주인공은 별장 수리를 위해 고용한 인테리어 업자 실뱅(피에르 이브 카디날)이다. 첫 만남부터 뜨거운 사랑을 알려준 실뱅과 오랜 시간 친구처럼 지낸 자비에 사이에서 소피아는 완벽한 사랑의 대상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만약 육체와 정신을 저울에 올린다면, 사랑의 무게추는 과연 어디로 향할까. 모니아 쇼크리의 신작 <사랑의 탐구>는 욕망과 사랑, 육체와 정신의 오랜 난제를 사랑의 좌표 위로 내던진다. 양극단에 놓인 두 남자 사이를 왕복하는 소피아는 유구한 논쟁의 해석적 연구자인 셈이다. 온전한 사랑을 위한 소피아의 질적 연구의 궤적은 극단적인 줌인-줌아웃과 파편적인 프레임 배치를 통해 세세히 그려진다. 제76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리뷰] 사랑의 저울질에 평형 상태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의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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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강도단의 보스 메이슨(존 트래볼타)은 이제 지쳤다. 사랑하는 아내 아멜리아(크리스틴 데이비스)가 실은 FBI 요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손을 씻고 잠적하려던 그는 동료 숀(루카스 하스)의 손에 이끌려 마지막 금고털이 작전에 합류한다. 그러나 강도단은 FBI가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고 만다. 메이슨은 FBI측 협상인으로 나선 아멜리아와 통화하며 플랜 B를 준비한다. ‘암호화폐 지갑을 노리는 강도단의 코믹 액션 케이퍼 무비’라는 문구에서 떠올릴 수 있듯 <캐시 아웃>은 가볍고 날쌘 웃음이라는 담백한 목표를 정조준한다. 피자를 주문하며 건물 밖 저격수의 수를 묻는 메이슨처럼 능청스러운 영화는 쉼 없이 스크린 건너 관객의 입꼬리를 움직이려 한다. 앙상블을 결속하는 존 트래볼타의 관록이 빛난다. 산만한 드론숏과 거친 커팅의 액션 등 단점이 뚜렷함에도 우직하게 주파하는 오프로드 드라이빙의 솔직한 매력이 즐겁다.
[리뷰] 우직한 오프로드 드라이빙의 솔직한 매력, <캐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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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 오빠 부대라는 팬덤을 보유한 한국 최초의 아이돌, 트로트의 황제. 그 어떤 수식어를 써도 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이한 남진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빠, 남진>은 그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상급 전기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소극장에서 <님과 함께>를 부르는 무대로 시작한다. 악기를 최소한으로 편성한 <님과 함께>의 무대 구성은 인간 남진의 소박함을 반영한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인생은 인연이라고 고백하는 남진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그의 가수 인생이 펼쳐진다. 쟈니 리 등 동료와 음악 평론가의 증언은 한국의 잔혹한 근현대사와 공명하는 남진의 음악과 삶을 입체적으로 되살린다. 특히 암울했던 시기에 대중을 위로했던 슈퍼스타이자, 군부독재의 정치적 외압을 받았던 야인 남진의 삶을 극적으로 과장하기보다 담백하게 따라가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리뷰] 소탈하면서도 웅장한, 거인 남진의 이름에 어울리는 최상급의 헌정 영화, <오빠, 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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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김지영)는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러 슬픔을 꾹 눌러 담은 채 제주에 내려간다. 그녀는 제주에 간 날 우연히 바다에 빠져 죽으려 하는 준우(배수빈)를 구한다. 다음날 준우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그의 집에 간 영희는 그가 클래식 마니아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죽은 어머니가 남긴 메모에 적힌 클래식 음악을 틀어달라는 부탁을 한다. 영화엔 <가을동화> <겨울연가>를 연출한 윤석호 감독의 서정적인 감수성이 그대로 녹아 있다. 티 없이 맑은 제주 바닷가 풍경과 빛을 한껏 활용한 정적 촬영, 서로의 상처를 감싸안으려는 두 캐릭터의 관계, 감독이 엄선한 클래식 음악이 그 증거다. 두 배우의 연기도 이 영화만의 빛바랜 필름 사진을 보는 듯한 감수성을 한껏 살린다. 다만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물에 빠진 파리와 같은 이미지로 인물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연출이 반복되는 점 등이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
[리뷰] 한없이 착하고 서정적인 감성을 담는 빛바랜 문법, <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트라비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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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 성진(강승호)을 포함한 온 가족이 제사를 위해 대구 고향집으로 모여든다. 무더위 속에서 전을 부치는 여성들과 옆방에서 한가로이 고스톱을 치는 남성들. 오랜만에 할머니 댁을 찾은 성진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여느 명절날과 다름이 없다. 전통을 중시하는 할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가업을 둘러싼 의견들이 술기운을 타고 맞부딪힌다. 넉살 좋은 손주들 덕에 우여곡절을 겪던 제사가 겨우 마무리된다. 그런데 정정하던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임종을 맞이하고, 가족 구성원 사이에 흐르던 묘한 긴장감이 점차 격해지기 시작한다. <장손>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대가족에 얽힌 이야기를 그려낸다. 하지만 세대간 불통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무작정 포장하지는 않는다. 각 인물의 사연을 훑는 시선은 놀랍도록 차분하고 섬세하다. 해학이 담긴 영화는 끝내 보편적인 공감대에 닿는 데에 성공한다.
[리뷰] 솟구치는 설움마저 정(情)으로, 죽을 듯 밉다가도 괜스레 한번 돌아본다, <장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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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맞아 콜리견 래시와 함께 이모 집에 놀러간 플로(니코 마리슈카)는 헨리와 클레오 남매를 만난다. 눈부신 자연 속에서 뛰노는 즐거움도 잠시, 평화로워 보이기만 하던 동네에 강아지들이 연이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플로가 잠시 한눈판 사이, 헨리와 클레오의 강아지 피파가 실종된다. 소년 소녀는 기억을 더듬어 납치범들이 머무는 호텔로 향한다. 용의자에 대한 단서가 전혀 없는 상황에 믿을 것은 영특한 래시의 동물적 감각뿐이다. <래시: 뉴 어드벤처>는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돌아온 래시>를 원작으로 한 <래시 컴 홈>의 후속작이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인간과 동물의 우정을 그려낸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빈약한 캐릭터가 아쉬움으로 남지만 강아지를 위한 연기상이 있다면 올해 수상자는 단연코 래시 역을 맡은 밴딧이다.
[리뷰] 어린이만을 위한 멍멍이 재롱 잔치, <래시: 뉴 어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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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대에서 강사로 일하는 전임(김민희)은 매일 수유천에 가서 강물의 모습을 스케치한다. 한강에서 중랑천, 수유천까지 강을 거꾸로 올라가며 물의 흐름을 포착하고, 베틀을 사용해 그 이미지를 재현하고 있다. 한편 전임은 한동안 보지 않았던 외삼촌이자 유명 배우 겸 연출자 시언(권해효)에게 학교에서 올려야 하는 촌극의 연출을 맡긴다. 이에 학교에 드나들던 시언은 전임과 친하게 지내는 대학교수 은열(조윤희)과 점차 가까워지고, 두 사람과 전임은 종종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홍상수 감독의 32번째 장편영화이자 주연배우 김민희에게 로카르노영화제 최우수연기상을 안긴 작품이다.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했던 전작 <여행자의 필요>보다 극의 구성은 한결 단출하다. 전임으로 인해 엮인 시언과 은열, 촌극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작은 만남들을 그린다. 영화의 결은 전작들과 비교하여 크게 특출나지 않지만, 김민희 배우의 자연스러운 활동감이 작품을 아주 경쾌하고 편안하게 만든다.
[리뷰] 반투명해진 홍상수의 영화 무용론. 그 틈새로 역류하는 모종의 기시감, <수유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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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리타 과학’에는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와 야마조에(마쓰무라 호쿠토)라는 두명의 젊은 직원이 있다. 둘은 마침 옆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는 중이다. 좀처럼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이들이 마음을 열게 된 건 야마조에가 공황장애로 발작을 일으키고 후지사와가 그를 도우면서다. 후지사와는 월경전증후군으로 감정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인데 이를 알게 된 야마조에가 후지사와를 도울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로맨스 장르의 문법을 따른 듯한 설정이지만 두 인물은 시종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한다. 서로를 돕는 행위도 애정보다는 동질감과 이해의 영역 안에서 이루어진다. 질병의 치유가 아닌 반복된 일상 속에서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는 연대가 가진 힘을 역설한다. 전작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보다 묘사는 더 직접적이지만, 절제된 감정과 인물간의 거리감은 미야케 쇼 감독의 연출 방식을 재확인시킨다.
[리뷰] 경험이 아닌 이해의 영역 안에서, 나지막한 연대의 위로를, <새벽의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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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 낳아 강남으로 이사, 정치부장으로 승진, 이후 편집국장 역임. 앞선 목표들은 올해의 기자상을 받을 정도로 유능한 정치부 기자 상연(김재화)이 신혼여행에서 세운 그녀의 인생 계획이다. 하지만 쌍둥이를 임신한 상황에서도 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던 그녀의 삶에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어릴 적부터 더딘 모습을 보인 둘째 아들 지우(빈주원)가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것.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상연은 장애 아동의 부모로서 낯설고 서툰 길을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내딛기 시작한다. 이상철 감독의 <그녀에게>는 언론인 출신 작가 류승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로서 겪은 일화를 담은 원작처럼 영화는 장애 아동의 육아를 맡게 된 부모 상연의 현실에 집중한다. 자녀의 장애 판정 직후 느낀 당혹스러움, 육아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들, 주변인들의 차별적 시선들과 그로
[리뷰] 연민과 낙담 대신 덤덤하게 고백하는 아이와 나를 지키는 법,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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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을 보는 10대 고스족 소녀 리디아 디츠(위노나 라이더)는 어느덧 시간이 흘러 딸 하나를 둔 엄마가 됐다. 그는 ‘고스트 하우스’라는 심령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는 영매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여전히 비틀쥬스(마이클 키턴)의 환시를 보며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의 옆에는 쇼의 프로듀서이자 어딘가 수상쩍은 약혼자 로리(저스틴 서룩스)가 있다.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 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는 엄마와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리디아의 아버지 찰스 디츠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딜리아(캐서린 오하라)와 리디아 그리고 아스트리드까지 뿔뿔이 흩어져 있던 삼대의 여자들은 생전 찰스가 아꼈던 집(이자 전편 <비틀쥬스>에서 디츠 가족이 이사왔던 그 집)에 다시 모인다. 찰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전시회와 장례식 그리고 리디아와 로리의 결혼식 준비로 분주한 와중에, 아스트리드에게 제레미(아서 콘티)라는 소년이 나타난다.
<비틀쥬
[리뷰] <웬즈데이> 세대에게 소개하는 8~90년대 버튼의 전성기, <비틀쥬스 비틀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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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쁜 남자’가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로맨스 드라마의 가난한 여자주인공에게 적대적인 말을 쏟아붓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고, 벽에 여자를 밀치며 강제로 키스하는 장면이 ‘사랑’이라고 포장되던 시절 말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헤테로 로맨스를 소비하던 여성들은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의 범람을 경계하며 공생 가능성 있는, 최소한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 같은 남성의 조건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년간 ‘선하게 잘생겼다’며 각광받던 남자배우들, 이를테면 박보검이나 차은우의 인기를 이같은 맥락에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상한가를 올린 정해인 역시 ‘무해함’의 대표주자로 호명되던 스타였다.
오랫동안 정해인은 누군가에게 험한 소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남자였다. 선하고 해사한 얼굴로 다정하게 말하는 그가 위협의 주체가 되는 것은 좀처럼 상상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우리 편’, ‘나쁜 편’을
[커버] 과시 없이 본질에 가닿는, <베테랑2> 정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