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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을 배우러 다니는 방랑자 곽정(샤오잔)은 황용(장달비)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중 곽정의 사부가 살해당하고 황용의 아버지가 범인으로 지목된다. 곽정은 표식만 남기고 황용과 이별하게 된다. 방랑을 끝낸 후 곽정은 칭기즈 칸(바야에르투)에게 간다. 그는 곽정을 자신의 막내딸 화쟁(장문흔)과 결혼시키려 한다. 그즈음 황용은 구음진경을 찾는 서독 구양봉(양가휘)에게 추적당한다. <사조영웅전: 협지대자>는 무협영화의 고전인 <동방불패>를 연출한 홍콩영화의 거장 서극 감독의 신작이다. 무협소설의 대부 김용이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의 34장부터 40장까지의 분량을 영화화했고, 긴 서사를 곽정과 황용의 멜로를 중심으로 간추리려고 노력했다. 영화는 초반 20분을 곽정과 황용의 전사를 푸는 데 할애한 후 무협의 스펙터클에 집중한다. 대작다운 화려한 액션과 CG, 군중 신이 볼만하다.
[리뷰] TVA의 서투른 총집편을 보는 듯한 전개에도 두 배우의 비주얼만은 확실, <사조영웅전: 협지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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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공원이었던 공간에 이제 작은 벤치 하나만 남아 있다. 이 벤치는 꽤 인기가 많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이별을 말하는 커플과 그 사이를 무심코 끼어드는 아저씨, 노숙인이 된 언니와 그를 찾아온 동생, 그리고 벤치를 없애려는 공무원들까지 찾아와 외롭지 않다. <엣 더 벤치>는 <초속 5센티미터>의 실사판을 연출한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의 신작이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관한 회고와 시시한 농담,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SF적 상상력이 넘치는 장광설이 영화 끝까지 이어지며 공간 변화 없이도 다채롭다는 인상을 남긴다. 대사 곳곳에 유머가 깃들어 있지만 해질 무렵이란 공통된 배경이 아스라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쓸쓸함을 더한다. 출연배우 모두가 각자의 에피소드를 성실히 책임지는데 그중 1편을 맡은 히로세 스즈의 담담한 연기가 가장 인상 깊다.
[리뷰] 쏟아지는 다자 인생담, 벤치는 외롭지 않아, <엣 더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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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이겠지?” 척수장애가 있는 은진(김시은)이 예기치 못한 임신을 마주하고 남편 호선(설정환)에게 꺼내는 첫마디다. 어떤 삶의 선택은 무수한 선입견과 책임감의 중량을 감당해야 한다. 사고로 인한 장애로 낯설어진 몸을 받아들였던 은진은 이제 ‘둘’이 된 자신을 놓고 성찰한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에서 주목받은 성지혜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리 둘 사이에>는 출산을 위한 레이스가 아니라 한 여성의 내적 성장과 자기 이해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로, 머뭇거림의 시간을 쉬이 걷어내지 않기에 미덥다. 휠체어 높이의 시야에서 설계된 화면과 배우 김시은의 맑은 클로즈업을 통해 관객은 인물의 마음이 가장 연해진 구석으로 초대받는다. 영화는 같은 병실에 입원한 동료 산모 지후(오지후)와의 관계 속에서 의외의 빛과 긴장을 길어올렸다. 두 여성이 각자의 신체적·심리적 여정을 공유하는 과정이 담담하면서도 개성적인 전개를 이룬다.
[리뷰] 장애와 임신이 내 몸의 조건일 때. 둘이 되어 하나를 배우다, <우리 둘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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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탐험을 떠났던 비행사들이 방사선에 노출되어 초능력을 얻게 된다. 리드(페드로 파스칼)는 신체 변형 능력을, 수잔(버네사 커비)는 투명해지거나 장력을 만드는 능력, 조니(조지프 퀸)는 인간 토치가 되어 불길을 휘두르고, 벤(에본 모스바크라크)은 바위 헐크가 되어 초인적인 파워를 가진다. 이들은 ‘판타스틱4’라 불리며 지구의 수호자로 활약하고 미디어의 사랑을 받는다. 리드와 수잔 부부의 임신으로 전세계가 히어로 아기의 탄생을 기다리던 때에 실버서퍼가 나타나 행성 파괴자 갤럭투스의 등장을 경고한다. <판타스틱4>가 20세기 폭스에서 디즈니로 옮겨와 다시 부활했다. 2005년작이 주인공간 대립각을 세웠다면 이번 리부트는 원작과 흡사하게 이미 안정적인 가족이 된 ‘판타스틱4’가 빌런의 위협에 함께 맞선다. 판타스틱4는 20세기 폭스에서 두 차례나 리부트되었다. 원작에 변주를 준 전작들과 달리 이번엔 따뜻한 가족 히어로물이라는 원작 설정에 충실하다. 덕분에 선한 히어로들이 단선
[리뷰] 안전한 기본으로 회귀, 페이즈 몰라도 볼 수 있다!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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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에서 호랑이 사육사로 일하는 정환(조정석)은 중학생 딸 수아(최유리)의 생일을 맞아 조촐한 잔칫상을 준비한다. 정환이 일터에서 구해온 추로스가 식탁에 오른 것을 두고 부녀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바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앞집 부부가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정환과 수아는 곧이어 이 광경이 좀비가 인간을 물어뜯는 장면임을 알아차린다. 남자의 목덜미를 물었던 여자가 정환의 집 창문까지 부수자 정환은 어머니 밤순(이정은)이 사는 바닷가 마을 은봉리로 대피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주택가는 이미 좀비 떼가 창궐한 상태. 정환이 반려묘 애용이를 들쳐 업고 자동차를 향해 뛰는 동안 수아가 어린이 좀비에게 팔을 물리고 만다. 감염된 딸을 홀로 둘 수 없었던 정환은 좀비로 다시 태어난 수아를 조수석에 묶고 정신없이 은봉리로 달려간다. 손녀의 변화를 확인한 밤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설상가상 정부가 감염자를 사살하는 행보를 보이자 정환은 수아의 정체를 세상에 들켜서는
[리뷰] 간결하고 정확한 스윙으로 쌓아올린 웃음 타율, <좀비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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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킬즈 피플>의 ‘조력 사망 비즈니스’는 전직 성형외과 의사 대현(강기영)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부드러운 미소와 특유의 능청맞은 성격 뒤에는 치명적인 의료사고를 내고 면허를 박탈당한 얼룩진 과거가 있다. 음지에서의 무면허 시술보다 불치병 환자들에게 죽음을 선물하는 사업이 더 큰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리고 자신을 중독시킨 알코올과 마약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직시했을 때, 대현은 이 새로운 사업에 투신하리라 결심한다. 중독에 취약하고, 여자를 좋아하며, 삶을 단순하게 여기던 그는 죽음 비즈니스를 통해 죄를 씻거나 아니면 더욱 축적하게 될 것이다. <메리 킬즈 피플>이 던지는 도발적인 질문에 “순수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결코 대현을 밀어낼 수 없었던 배우 강기영이 안락한 죽음의 세계로 당신을 안내한다.
- <메리 킬즈 피플>을 선택한 계기는.
짧지 않은 경력 중에 내게 큰 영광을 안겨준 드라마가 <이상한 변호사
[인터뷰] 치유에 대한 어떤 질문, <메리 킬즈 피플> 배우 강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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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현우(이민기)는 조력 사망을 희망한다. 그는 삶과 죽음, 치료와 고통 사이의 경계를 흔들며 ‘조력 사망’이라는 낯선 소재 안으로 시청자를 초대한다. 이민기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아 “대본에 충실히 임하는” 성실한 태도로 인물을 빚어낸다. 그가 처음 장편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 출연한 지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연애의 온도>의 다혈질 동희부터 <나의 해방일지>의 어딘가 짠한 창희까지.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왔지만 그에게 연기는 여전히 “잘하고 싶은” 무언가다. 인터뷰에서 그는 꾸밈없이 답하며 정확하게 말하기 위해 단어를 고르고는 했다. 그런 솔직함과 진지함이 믿음직한 배우 이민기의 이야기를 전한다.
- <메리 킬즈 피플>에 합류한 계기는.
전작(<크래시>)을 함께한 박준우 감독님이 제안을 주셨다. 대본을 받기 전부터 조력 사망에 관한 작품이라 관심이 있었다. 지금 시대에 생각해볼 만한 가
[인터뷰] 고통의 심리학, <메리 킬즈 피플> 배우 이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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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은 바들바들 떨면서도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사람 같다. 지켜야 할 대상은 직접 낳은 아이(<신의 선물–14일>)이거나 혈연과 상관없이 보호하고 싶은 아이(<마더>)이기도 했고 때로는 커리어나 지위(<대행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신작 <메리 킬즈 피플>에서는 ‘미친 신념’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극 중 그가 분한 응급의학과 의사 우소정은 더이상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에게 그래도 인생은 고귀하니 버티라는 말 대신 조력 사망을 시행한다. 은밀하지만 안정적으로 이어지던 소정의 삶은 필요한 약물을 구하는 과정에서 생긴 사고로 인해 위태로워진다. 악조건에서도 자기 일을 계속해나가는 소정은 이보영의 심지 굳은 여자들 계보에 이름을 올리며 배우 이보영에게 신뢰를 더한다.
- <메리 킬즈 피플> 대본을 받기 며칠 전, 70년을 함께 살아온 캐나다인 부부가 조력 사망을 선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고.
남편(배우
[인터뷰] 신중한 확신, <메리 킬즈 피플> 배우 이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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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세명 이상이 불치병으로 판단하고 회복 가능성 없는 신체적 손상에 시달리며 어떤 약물로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 응급의학과 의사 소정(이보영)은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한 환자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동료 의사 대현(강기영)과 함께 돕는다. 하지만 하루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시한부 환자 현우(이민기)의 부탁 앞에서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MBC 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되묻는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한국에서는 약 300만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인간의 존엄성과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 지금, 이 작품은 시의적절한 화두를 던진다. 진중한 드라마에 혹시 가족시트콤의 반전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8월1일 첫 방송을 앞두고 <씨네21> 스튜디오를 찾은 배우 이보영, 이민기, 강기영은 사진 촬영 내내 서로를 웃게 하며 시
[커버] 내가 당신을 구해도 되겠습니까? - <메리 킬즈 피플> 배우 이보영, 이민기, 강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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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3호 <씨네21>에 실린 “보이스-박홍열의 촬영 미학 <기계의 나라에서>” 원고 중 “최근 전주국제 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 폐막작 <기계의 나라에서>를 둘러싼 연출 크레딧 배제 논란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판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는 표현에 대해 김옥영 스토리온 대표가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연출 크레딧 배제 논란’이란 표현이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김옥영 대표 측의 원고와 해당 원고 필자인 박홍열 감독의 입장을 함께 싣습니다. “보이스-박홍열의 촬영 미학 <기계의 나라에서>” 중 ‘연출 크레딧 배제 논란’이란 표현은 온라인상에서 ‘연출 크레딧 갈등’으로 수정해 게재합니다. <씨네21>이 양측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보도한 “포커스- ‘제작현장에서 부당하게 배제’ vs ‘갈등 핵심은 편집권 문제’”(1510호) 기사를 통해 쟁점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
김옥영 감독, 스토리온 대표
<기
[OBJECTION] <기계의 나라에서> ‘연출 크레딧 배제’ 주장에 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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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오마이걸) 겸 배우. <S라인> <환혼>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등 출연
<조 블랙의 사랑>
절절한 멜로드라마이지만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볼 때마다 부모님 생각에 잠기는 하는 영화다. 그래서 아버지에게도 꼭 보라고 추천한 작품이다!
<S라인>
이 무더운 여름에 보기에 매우 적합한 작품이다. 시원한 집 안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즐거운 여름을 보내시길 바란다!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S라인>을 보고 나서 밤에 혼자 잠들기 무섭거나 기분을 조금 산뜻하게 전환하고 싶다면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를 챙겨봐도 좋을 것 같다. 유쾌하고 밝은 작품이다.
<무한도전>
너무 좋아해서 틈만 나면 다시 보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유튜브에서 요약된 영상을 자주 봤었는데 요즘은 OTT를 통해 풀버전을 챙겨보기도 한다.
<연애의 발견&g
[LIST] 아린이 말하는 요즘 빠져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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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쇼핑>
티빙 | 8부작 / 연출 오기환 / 출연 염정아, 원진아, 최영준, 김진영 / 공개 7월2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우생학 한 스푼에, 자극 한 바가지
불법 입양 조직에서 ‘반품’된 아이들을 처리하는 태식(최영준).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아이의 맑은 눈망울이 그의 양심을 꿰뚫는다.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 태식은 버려진 아이들을 빼돌리지만 외출조차 자유롭지 못한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마침내 밀항을 앞둔 날, 아현(원진아)은 아버지처럼 의지하던 태식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자신들을 불량품 취급하는 세상에 대한 원망은 점점 커져만 가고, 아이들은 결국 악을 처단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드라마 <아이쇼핑>은 신생아 거래가 만연한 사회를 배경으로,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존재들이 무한 경쟁에 내몰리는 시대상을 되짚는다. 총기, 차량, 육탄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지는 액션은 고자극 서사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다만, 지나치게
[OTT리뷰] <아이쇼핑> <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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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너선 드미 | 출연 데이비드 번, 티나 웨이머스, 크리스 프란츠, 제리 해리슨 | 수입 찬란, 에이유앤씨 | 배급 올랄라스토리 | 개봉 8월13일
각종 영화 비평지의 리스트 탐독을 즐기는 독자라면, 조사 기관이 어디든 <스탑 메이킹 센스>가 ‘역대 최고의 음악영화’ 리스트 상단에 자리한 결과를 자주 접했을 것이다. 4K 리마스터링 버전 <스탑 메이킹 센스>가 개봉한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은 훗날 <양들의 침묵>으로 전세계를 휩쓴 조너선 드미. 1983년 어느 날 밴드 토킹 헤즈의 공연을 보고 충격에 빠진 조너선 드미는 그해 연말 6명의 카메라 오퍼레이터와 돌리 트랙, 크레인까지 동원해 토킹 헤즈의 공연 실황을 담는다. 88분의 러닝타임을 채우는 요소는 오로지 토킹 헤즈의 라이브 연주다. 영화를 위해 철저히 세공된 무대 위 연주는 여타 공연 실황이 도달하기 어려운 예술의 영역까지 성큼 나아간다. <Psycho Killer> <L
[coming soon] 스탑 메이킹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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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영화 전문 미디어 기업 씨네21과 한국영상자료원이 창간 30주년 특별전 ‘지극히 사적인 영화관’을 개최한다. 과 한국영상자료원의 공동주최로 진행되며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 1관에서 열린다. 특별전엔 현재 한국영화계를 이끄는 세명의 배우가 프로그래머로 참여했다. 배우 박정 민, 이제훈, 천우희가 2000년대 이후 각자의 기억에 또렷하게 남은 한국영화 한편씩을 상영작으로 선정했다. 8월2일 오후 4시엔 천우희 배우가 선정한 (감독 손재곤, 2010)이, 9일 오전 11시엔 박정민 배우가 선정한 (감독 장진, 2001)가, 14일 오후 6시엔 이제훈 배우가 선정한 (감독 장준환, 2003)가 상영된다. 는 35mm 필름으로 상영되어 개봉 당시의 시각적 감성을 재현한다. 는 한국 영상자료원의 디지털 복원 작업을 거친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상영된다. 박정민 배우는 “‘아, 왜 오영란은 누굴 죽이고 싶어 하냐.’ 이 대사를 극장에서 다시 듣고 싶었다. 안 그래도 더
[국내뉴스] <씨네21> 창간 30주년 특별전 ‘지극히 사적인 영화관’ 개최, 배우 박정민, 이제훈, 천우희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