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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 싱> Sing Sing
감독 그레그 퀘다르 / 출연 콜먼 도밍고, 클라렌스 매클린, 폴 레이시
‘싱 싱’은 부드럽게 발음하는 느낌과 달리 뉴욕의 최대 보안 등급 교도소인 싱 싱 교정시설을 지칭한다. 그렇지만 영화 <싱 싱>은 분명 흥과 멋을 가지고 있다. 살인자란 누명을 쓰고 복역 중인 아티스트 존 디바인 G.(콜먼 도밍고)가 예술을 통한 재활 프로그램을 도입해 교정 내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그의 관심 대상은 무장 강도로 들어와 감옥에서도 마약 거래를 일삼는 매클린(클라렌스 매클린)이다. 디바인 G.는 매클린을 무대 위의 배우로 거듭나게 하려고 애쓰고 결국 그 진심은 통하게 된다. <싱 싱>은 뜨겁고 감동적인 할리우드 감옥영화란 쉬운 길을 가지 않는다. 오히려 예술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탐구하는 쪽에 가깝다. 재소자에게 실제로 연기를 가르쳤던 그레그 퀘다르 감독은 무대를 올리는 전 과정을 현실주의에 입각해 연출했다.
씨네21이 선정한 2025년 해외 신작 리스트업 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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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 세계관을 복습하는 즐거움 - <썬더볼츠*> Thunderbolts*
감독 제이크 슈레이어 / 출연 플로렌스 퓨, 세바스티안 스탄, 데이비드 하버
올해 마블은 어떤 위용 넘치는 히어로물을 선보일까. 제이크 슈레이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썬더볼츠*>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5의 마지막 작품이자 첫 번째 썬더볼츠 실사영화다. 원작 마블 코믹스에서 썬더볼츠*는 빌런 제모 남작의 계획 아래 세계 정복을 노리며 히어로 행세를 하는 팀이지만, MCU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세계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으로 등장한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예측불허 캐릭터들의 독특한 개성이 한데 어우러지는 데에 있다. 블랙 위도우, 윈터 솔져, U.S. 에이전트, 레드 가디언, 고스트, 태스크 마스터 등 한자리에서 보기 어려운 인물의 독특한 개성이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특히 <썬더볼츠*>는 안티히어로물로서 영웅이지만 악당스럽
씨네21이 선정한 2025년 해외 신작 리스트업 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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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씨네21>이 처음 선보이는 특집은 올해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는 해외영화 신작 소개다. 올해의 해외영화도 기대해봄직한 작품들로 빼곡하다. 2025년에도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여전히 달성 불가능한 미션을 가능하게 만들고 새로운 클라크 켄트(데이비드 코렌스웨트)가 또 한번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지구 궤도를 회전한다. 플로렌스 퓨는 옐레나 발로바이자 시한부 셰프로 관객을 웃기고 울릴 예정이고 티모테 샬라메는 전설의 음유시인 밥 딜런이 되어 노래하다 탁구선수 마티 라이스먼이 되어 말 많고 탈 많은 조시 새프디의 세계에서 대사의 핑퐁을 선보일 계획이다. <씨네21>이 해외영화 신작 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 21편을 엄선했다. 뿐만 아니라 직배사와 수입사가 직접 보내온 해외영화 라인업도 독점으로 함께 담았다. 바다 건너 도착한 영화들이 우리에게 새해 ‘영화’ 복을 많이 가져다주길 바라본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2025년 해외 신작 리스트업이 계속됩니다
[특집] <씨네21>이 주목하는 2025년 해외 신작 리스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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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와 <Get Lucky> 등을 만들고 그래미상을 13회나 거머쥔 뮤지션, 타고난 패션 감각으로 스트리트 패션 붐을 일으키고 루이비통의 남성복 디렉터로 활동하는 패션 아이콘. 아티스트 퍼렐 윌리엄스의 스펙트럼은 한 사람이 한 일이라고 보기에 놀랍고 다채롭다. <피스 바이 피스>는 레고 무비와 다큐멘터리 장르를 혼합한 실험적인 형식으로 그의 경력을 스케치하는 전기영화다. 이 형식은 창작을 레고 블록의 분해와 조립처럼 보는 그의 사유를 반영한 것이다. 여러 장르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영화의 스타일은 대체로 신선하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퍼렐 윌리엄스는 물론, 제이지, 푸샤 티,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그의 삶에 영향을 준 인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각본을 구성하고 실제 인터뷰 음성을 캐릭터의 대사로 쓴 연출이 인상적이다. 애니메이션임에도 다큐멘터리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퍼렐 윌리엄스의 공감각과 예술적 상상력을 그의
[리뷰] 독창적인 힙합 비주얼과 성공학 자기 계발서의 모순된 공존, <피스 바이 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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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일 영화·드라마 사업 부문 이사는 2022년 3월 바이포엠스튜디오에 합류했다. 이전엔 제작 현장부터 시작해 싸이더스FNH, 이스트드림시노펙스 등에서 투자 업무를 맡으며 산업의 흐름을 보는 일을했고, <82년생 김지영>의 제작책임을 맡기도 했다. 20년째 영화 업계에 있었던 그에게도 큰 작품의 투자·배급이 처음인 바이포엠스튜디오에도 <소방관>의 흥행은 각별하다.
-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소방관>이 관객수 300만명을 돌파했다. 내부적으로는 흥행 요인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영화가 갖고 있는 리스크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창고에 들어갔던 작품이라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유귀선 바이포엠스튜디오 대표님과 나는 영화의 진정성만큼은 의심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케팅 킥오프 두달 전부터 배우 이슈가 아닌 영화의 메시지로 이야기가 흘러나오게끔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 그래서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변화를 줬다. <
[인터뷰] 객관적인 눈과 빠른 손으로, 한상일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드라마 사업 부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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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은 악재란 악재가 모두 겹친 영화였다. 코로나19로 배우들의 소방 훈련 일정이 연기되고 공공장소 촬영에 차질이 생기면서 크랭크인 날짜가 밀렸다. 이 과정에서 원래 출연하기로 했던 배우 유승호가 일정 문제로 하차하고 배우 주원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됐다. 2020년 5월부터 9월까지 촬영을 마쳤지만 다른 한국영화처럼 개봉 일정을 쉽게 확정하지 못했다. 그러다 2022년 9월25일 주연배우 곽도원이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터졌다. 곽도원은 KBS에서 한시적 출연 정지 처분을 받았고 벌금 1천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지만 그의 분량을 편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2001년 홍제동 방화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서 요구조자를 위해 희생한 소방관 캐릭터를 그가 연기했기에 우여곡절 끝에 영화가 개봉해도 관객이 몰입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2년 뒤, 원래 투자배급을 맡았던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영화 투자배급 사업을 중단한다는 소
[기획] 바이포엠스튜디오, 정체가 무엇이냐 - <소방관>의 흥행과 새 시대의 영화 마케팅 분석, 한상일 바이포엠스튜디오 이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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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산 위에 올라 멀리 내다본다. 그의 뒷모습에서 고독함과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극복할 대상으로서 광활한 자연과 미약한 인간을 대비시킨 독일 낭만주의 화가인 카스파어 다피트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는 마이클 만의 남성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히트>(1995)에서 대저택에 홀로 유리창 밖을 바라보는 닐(로버트 드니로)의 뒷모습이 이에 해당한다. 차이점이라면 만의 주인공들이 대적할 풍경은 바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도시였다는 점이다. 그 삭막한 도시 속에서 표류하는 만의 주인공들이 겪는 고통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다. 이번 신작도 예외는 아니다. <블랙코드>(2015)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마이클 만의 <페라리>는 1957년 이탈리아의 소도시 ‘모데나’로 우리를 초대한다.
평온하고 목가적인 분위기의 모데나 인근 카스텔베트로 지역에 한 가족이 살고 있다. 잠에서 깬 엔초 페라리(애덤 드라이버)는 부인 리나(
[리뷰] 단독자의 고독, 마이클 만 고유의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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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잉 업>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 흰 종이에 가볍게 스케치된 몇개의 그림들을 카메라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줌인, 줌아웃하며 훑는다. 이내 화면이 바뀌니 벽 위로 아까의 그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공방에서 조각 작업에 몰두 중인 리지(미셸 윌리엄스)가 등장한다. 시작의 그림들은 조각가 리지가 그려놓은 도안이다. 이미 엄연한 예술 작품으로 간주해도 부족함이 없을 이 그림들을, 영화의 제목 그대로 스크린에 가득 ‘드러내며’ 시작한 <쇼잉 업>은 리지의 도안이 어떻게 조각이 되고 불에 구워져 전시장에 들어서는지까지의 경과를 다룬다. 리지는 도자기 조각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어머니와 함께 예술대학 행정실에서 일하며 생업을 잇고 있다. 동료 작가인 조(홍차우)의 옆집에 세를 내고 살면서 작업하고, 낮에는 대학에서 일하는 생활을 정적인 듯 무료한 듯 반복 중이다.
그런데 겉보기에 평화로워 보이는 이 일상의 리듬에 자꾸만 몇개의 노이즈가 찾아든다. 조
[리뷰] <쇼잉 업>, 켈리 라이카트와 평면의 세계 소박하고 견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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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라는 단어는 마치 ‘프랑스 바게트’나 ‘이탈리아 파스타’처럼 너무도 익숙해서 평소엔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말처럼 느껴진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 개봉한 두개의 미국영화 <쇼잉 업>과 <페라리> 역시 사실 하나의 범주에 함께 넣기엔 꽤 달라 보이지만 통상적인 합의에서 미국영화로 묶이는 두편의 작품이다. 하지만 이 느슨해 보이는 연결고리를 들춰보면 두개의 익숙한 이름이 나와 흥미로움과 동시에 묘한 궁금증을 일으킨다. 그 이름들은 바로 <쇼잉 업>의 제작사이자 2012년 이후 전세계 영화 문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제작배급사 A24와 <페라리>의 배급사이자 <기생충> <슬픔의 삼각형> <추락의 해부> <아노라>로 근래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연이어 택하며 이름을 뽐내고 있는 제작배급사 네온(NEON)이다. 90년대부터 활동한 인디 영화계의 거장 켈리 라이카트, 그리고 약 40년간 할리우드
오늘날의 미국영화, 포용력과 향수의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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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카우>로 2021년 평단을 휩쓸었던 미국 인디영화계의 거목 켈리 라이카트의 신작이자 감독의 오랜 페르소나 미셸 윌리엄스가 합류한 <쇼잉 업>이 국내 관객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1월8일 개봉한다. 그리고 같은 날, <히트><콜래트럴> 등으로 할리우드의 작가주의를 수호해온 마이클 만의 신작이자 애덤 드라이버의 연기 변신으로 이목을 끌었던 <페라리> 역시 극장에 걸린다. 2025년을 맞아 반갑게 찾아온 두편의 영화를 나란히 두고 동시대 미국영화의 흐름을 간략하게 짚은 리포트, 더하여 두 감독의 필모그래피 전반을 함께 조망한 <쇼잉 업> <페라리>의 리뷰를 전한다. 미국영화에 대한 넓은 시선과 두 작품에 대한 깊은 탐색의 창구가 되길 바란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쇼잉 업>과 <페라리> 리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변화와 보존 사이, 동시대 미국영화의 흐름 분석 <쇼잉 업>과 <페라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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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왕정이던 부탄왕국은 2006년 국왕에 의해 자발적인 민주화를 맞이한다. 정부는 손수 지도자를 뽑아본 적 없던 국민을 위해 투표 방법을 교육하는 모의 선거를 기획한다. 평화롭던 우라 마을도 모의 선거로 인해 한바탕 소을 겪는다. 한편 마을의 큰어른인 라마승은 제자 타시(탄딘 왕추크)에게 선거가 있을 보름달이 뜨는 날까지 총 두 자루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총을 든 스님>은 <교실 안의 야크>로 부탄영화의 매력을 보여준 파우 초이닝 도르지 감독의 신작이다. 세계 최연소 민주주의국가라는 외신의 평가처럼 이제 막 민주화에 적응해야 하는 국민의 소박한 적응기를 그려냈다. 총과 선거, 두 단어의 조합이 주는 서늘한 긴장감도 서툴고 순수한 부탄 사회에선 하나의 해프닝처럼 흘러간다. 순수한 시선에서 제기된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질문을 결코 무지함으로 여기지 않는 영화의 태도가 미덥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큰 호응을 이끌었다.
[리뷰] 무지하지 않은 순수, 작금의 시국에 필요한 선의, <총을 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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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함께 그림을 그려온 은우(도준영)와 태이(동하)는 지금도 작업실을 공유하는 사이다. 하지만 미술계의 주목을 받는 은우에 비해 지지부진한 작업으로 태이는 초조함을 느낀다. 어느 날 태이의 연인 유진(김수민)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태이는 유진의 동생 유림(허지원)과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사건에 다가설수록 태이는 익숙했던 현실이 자꾸만 낯설게 느껴진다. 이현지 감독의 <코넬의 상자>는 애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심리 스릴러다. 영화의 제목인 <코넬의 상자>는 아방가르드 조각가 조셉 코넬의 대표작인 상자 연작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상의 편린을 초현실적 콜라주로 승화시킨 조셉 코넬의 명성과는 달리 영화가 빚어낸 결과물은 엉성하기만 하다. 상투적이고 직선적인 서사는 서스펜스를 직조하는 데 실패하고, 꿈과 현실을 교차하려는 시도마저 투박한 연결점으로 무위에 그친다.
[리뷰] 굳이 열어보고 싶지 않은 판도라의 상자, <코넬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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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다쳐 소리를 낼 수 없게 된 아오이(야마다 료스케)는 삶을 기대 없이 살아가기로 한다. 청소부로 일하는 대학에서 평소처럼 옥상 작업을 하던 어느 날, 투신하려는 여자를 구하면서 삶에 생기가 찾아온다. 여자의 이름은 미카(하마베 미나미). 유망한 피아니스트로 주목받았으나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고 방황 중인 피아노과 학생이다. 다시 살 마음을 먹은 미카는 연주 연습을 결심하고 폐강당을 찾지만 잠긴 문에 돌아서고 만다. 그 모습을 목격한 아오이가 강당 문을 열어주면서 둘은 친구 비슷한 사이가 된다. <사일런트 러브>는 조심스러운 두 주인공을 닮은 영화다. 깊은 상처로 곁을 주지 않던 남녀가 결이 맞는 서로에게는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응원하는 시선으로 담아낸다. 히사이시 조의 섬세한 음악이 인물들의 심리를 충분히 표현한다. 피아니스트란 목표를 지켜나가는 미카 캐릭터와 공들여 찍은 그의 연주 장면이 인상적이다.
[리뷰] 대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히사이시 조의 섬세한 음악, <사일런트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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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죽음 이후 엔초 페라리(애덤 드라이버)와 라우라 페라리(페넬로페 크루스) 부부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균열이 생긴다. 엔초 페라리가 이끄는 페라리사는 레이싱 경기에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해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1957년 여름, 엔초 페라리는 서킷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 열리는 1천 마일 레이스 ‘밀레 밀리아’에서 최고의 레이싱카를 선보여 자신과 페라리를 증명하겠다는 야망을 불태운다. 실제 있었던 비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엔초 페라리의 전기영화인 만큼 <러시: 더 라이벌> <포드 V 페라리> 등 레이싱영화가 추구했던 질주의 쾌감은 거세돼 있다. 대신 오만한 남성들의 속도와 승리를 향한 욕망 이면에 도사리는 죽음의 유령이 <페라리>를 지배하는 정서가 된다. <히트> <콜래트럴> <인사이더> <마이애미 바이스>를 만든 거장 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으로,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처음 공개됐
[리뷰] 질주와 성취의 욕망은 죽음과 얼마나 닮았나, <페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