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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좁아, 하루이틀만 쓰레기 배출을 신경 쓰지 않아도 엉망이 된다.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는 건 의미가 없다. 조금이라도 쾌적하려면 부지런히 쓰레기를 들고 나가야 한다. 일정 때문에 나갈 땐 반드시 집에 있는 모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린다. 그래야 집에 돌아왔을 때 조금이라도 어수선하지 않다. 우리 집 쓰레기 배출의 철학은, 당연히 없다. 누구든, 나갈 때 버린다. 그게 다다. 왜? 안 하면 안 되니까. 그냥 한다.
한손엔 노트북 가방을 들고 한손엔 쓰레기를 가득 안고 현관문을 나설 때가 종종 있다. 비닐 뭉치, 플라스틱, 병, 캔 그리고 종이 박스 등등 한가득이다. 여기에 20리터짜리 종량제봉투라도 있는 날에는 팔이 아프다. 빨리 버리고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이런 날엔 꼭 복병을 만난다. 엄청난 쓰레기가 담긴 거대한 카트를 비좁은 수거장 입구에 세워두고 유유자적한 태도로 하나하나 배출하는 사람 말이다. 여유만만하게 병 하나를 이쪽에, 캔 하나를 저쪽에 둔다. 페트병에 붙은 비
[오찬호의 아주 사소한 사회학] 의미 부여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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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이라는 말은 토머스 쿤의 과학철학을 통해 유명해졌으며 오늘날에는 일상적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은 본래 언어학에서 쓰이는 말이었다. 유럽 언어에서 명사와 동사는 인칭, 성, 수, 시제에 따라 무쌍하게 변화한다. 그 변화를 하나의 표로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 패러다임이었다. 이를테면 독일어 ‘sein’ 동사의 2인칭 복수 과거형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wart’라고 대답하는 식의 표를 말하는 것이다. 이 표는 그러니까 “질문의 틀”이라고 볼 수도 있으며, 과학탐구에서 연구자가 풀어야 할 과제로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의 매트릭스도 패러다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질문의 틀”이라는 말은 그저 피상적인 정의일 뿐이다. 그러한 질문의 틀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그 배후에 엄청난 범위의 “의미망”이 깔려 있어야 하고, 이것이 나오기 위해서는 다시 그 근저에 거대한 세계관이 깔려 있어야 한다. 한 예로 우리 모두의 영어 공부를 골탕먹였던 완료 시제에 대해 생각해보라
[홍기빈의 클로징] 패러다임 찾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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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여자고등학교는 과거 공동묘지였던 자리에 지어졌다. 교장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음기를 다스리고자 퇴마 클럽을 만들고, 사주팔자 분석 결과 최고의 호흡을 자랑할 5명의 학생을 불러들인다. 성적도 성격도 제각각인 소녀들은 학교를 떠도는 시험 귀신, 거울 귀신, 개교 귀신을 차례로 상대하며 단단해진다.
걸그룹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이 주연한 킷츠(KITZ) 숏폼 드라마 <방과후 퇴마클럽>의 극장판으로, 기존에 없던 애니메이션 시퀀스를 추가해 지박령들의 서사를 보충했다. 그럼에도 오컬트 호러보다는 하이틴 무비의 상큼발랄함이 더 돋보인다. 유연한 앙상블이 각본상의 아쉬움을 상쇄하는 만큼 피프티피프티 팬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자체 콘텐츠가 될 듯하다. CGV 단독 개봉 후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상영할 예정이다.
[리뷰] 오싹함마저 상큼하게 다스리는 앙상블, <방과후 퇴마클럽: 소녀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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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전국 대회 MVP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투수였던 우진(제노)은 고등학생인 현재 모종의 이유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한다. 강속구를 뿌리는 실력은 여전하나 타석에 누군가가 서 있기만 하면 제구가 말썽인 것. 전학생 태희(재민)는 그런 우진의 매니저를 자처하고, 우진은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간다.
킷츠(KITZ) 숏폼 드라마 <와인드업>의 극장판으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엄마의 공책>, 넷플릭스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등을 연출한 김성호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배어 있는 작품이다. 인물의 정체가 밝혀지는 대목이 다소 급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나 주인공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만큼은 차분히 전달하는 버디물이다. CGV 단독 개봉 후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상영할 예정이다.
[리뷰] 선한 소년들을 위한 치유의 캐치볼, <와인드업: 더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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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클라크 충돌 후 5년이 흘렀다. 지구는 회복될 기미가 없고 방사능 폭풍과 낙진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존(제라드 버틀러)과 그의 가족 엘리, 네이선은 무너질 위기에 직면한 그린란드 기지를 떠나야 한다. 목적지는 프랑스 남부에 있는 클라크가 충돌한 크레이터다. 셋은 그곳에 생태계가 복원되었다는 소문을 믿고 목숨을 건 여행을 떠난다. <그린랜드 2: 마이그레이션>은 영화 <그린랜드>의 속편으로 전작의 감독 릭 로먼 워가 메가폰을 쥐었다. 만듦새는 전작보다 실망스럽다. 서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전형적인 공식과 클리셰를 반복해 진부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유성우와 지진 등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스펙터클은 볼만하나 재난이 서사와 결부되지 않고 끊임없이 나열되어 피곤함을 유발한다.
[리뷰] 온 우주가 주인공을 억까한다는 짠함이 재미를 압도한다, <그린랜드 2: 마이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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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42년, 1816명의 영국인 포로가 탄 리스본 마루호가 침몰한다. 그 인근에 작은 어촌 동지도가 있다. 그곳은 3년간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다. 동지도 아비(주일룡), 아당(오뢰) 형제는 우연히 표류하는 영국인을 구한다. 일본군은 동지도 주민이 영국인을 숨겼다며 무결한 주민을 죽이고 아당을 인질로 데려간다. <동지도>는 <블랙독>으로 제77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대상을 탄 중견감독 관후와 드라마 <성한찬란>의 감독 비진상이 의기투합한 블록버스터다. 실화를 모티프로 했고 거대한 스케일이 돋보인다. 신화적인 이미지와 자연의 풍광은 아름다우며 연출 또한 안정적이다. 다만 전쟁영화의 익숙한 공식을 답습한 서사와 주제가 아쉬움을 남긴다. 일본군의 만행을 곳곳에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전시하는 연풍도 그러하다.
[리뷰] 너무 복잡한 스케일에 너무 단순한 휴머니즘, <동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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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출범한 DC 유니버스의 본격적인 확장을 알리는 작품. 슈퍼맨과 함께 새 DCU를 이끌어갈 슈퍼걸이 1984년 이후 무려 42년 만에 단독으로 스크린 전면에 나선다.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 술과 음악에 빠져 사는 카라(밀리 올콕)가 가족을 잃고 복수를 다짐한 루시(이브 리들리)를 만나 우주를 혼란에 빠뜨린 크렘을 추적하는 이야기. 복수와 성장이라는 영웅담의 익숙한 뼈대를 갖고 있으나 영화의 결은 예상보다 훨씬 거칠고 자유롭다. 황량한 행성 사이를 가로지르는 여정은 로드무비와 우주 서부극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카라의 역동성과 루시의 신비한 에너지는 아름다운 케미스트리를 일으키며 화면을 채운다. 특히 두 인물이 한 프레임에 들어와 활약하는 클라이맥스는 이 장면을 위해 달려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압권.
[리뷰] 단 한 구간을 위한 여정, 그 압도적 클라이맥스, <슈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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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미국 대중문화를 뒤흔든 로큰롤의 아이콘 엘비스 프레슬리를 스크린으로 다시 만난다. <에픽: 엘비스 프레슬리 콘서트>는 2년에 걸쳐 아카이브를 조사하고 2300여개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음악다큐멘터리로 59시간 분량의 희귀 영상과 70곡이 넘는 음악을 엮어 무대 위의 엘비스와 그의 무대 밖의 순간들을 함께 따라간다. 공연 장면과 리허설, 이동하는 모습, 팬들과 교감하는 순간 등 다양한 기록을 빠른 호흡으로 펼치며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의 궤적을 압축적으로 정리해 보여준다. 한 인물의 내면이나 삶의 이면을 깊게 들여다보는 단계까지 나아가지는 못하지만, 압도적인 무대 장악력과 수많은 명곡, 그리고 당시 팬덤 문화가 만들어낸 열기를 생생하게 확인하는 즐거움만큼은 충분히 누릴 수 있다.
[리뷰] 깊이 보기보다는 훑어보고 둘러보고 추억하기, <에픽: 엘비스 프레슬리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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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박소이)은 꿈에서 언니 수련(유나)이 스스로 목숨을 저버리는 충격적인 모습을 본다. 그리고 불안은 이내 현실이 된다. 병원에서 깨어난 수안은 자신이 3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고, 언니 수련은 죽었다는 소식을 엄마 금옥(임수정)에게 듣는다. 수안의 꿈은 혼수상태에 빠진 수안의 뇌가 만들어낸 이미지였을까. 혹은 실제로 벌어진 일일까. <밤의 문이 열린다>를 연출한 유은정 감독은 이번에도 현실과 환상을 뒤섞어 관객과 두뇌 게임을 벌인다. 게다가 수안은 길에서 언니와 똑같이 생긴 재인(유나)을 만나는데, 영화는 도플갱어의 모티프를 그리운 뉘앙스를 담아 펼쳐낸다. 그러고는 집안 대대로 구전된 잔혹동화를 비밀의 열쇠로 사용한다. 관객을 오도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림자 아이>는 한국 독립영화는 물론 근래 한국영화에서 드문 마인드 게임 필름이다.
[리뷰] 관객을 오도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림자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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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타히티섬이다. 프랑스의 고위 관료 드 롤레(브누아 마지멜)는 하염없이 섬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을 거친다. 프랑스 해군 제독, 폴리네시아의 정치적 독립을 원하는 청년, 또 다른 외교관, 성직자, 어딘가의 주민들…. 드 롤레는 그들과 끝없는 대화를 나누지만, 대화의 맥락과 결론은 늘 흐지부지 끝난다. 흘러내리기만 하는 말들 속에 감지되는 것은 타히티섬에 프랑스의 핵실험이 재개될 것이란 공포의 소문 정도다. 소문은 사람들의 구술로 순환되며 이야기의 진실은 계속하여 모호함으로 남는다. <고독의 오후>를 연출하기도 한 알베르트 세라의 2022년 작품으로, 한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의 강박 등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찾아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리뷰] 한없이 늘어지는 모든 것들, 궁극의 흐릿함, <퍼시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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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가게 점원으로 일하는 마티 마우저(티모시 샬라메)에겐 꿈이 있다. 탁구 대회에서 우승해 명예와 부를 거머쥐는 것. 거만하게 느껴질 만큼 우승에 대한 확신을 보이지만, 브리티시오픈에 미국 대표로 선정될 만큼 실력도 받쳐준다. 가진 재능으로 자신의 미래를 바꿀 날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에 마티는 대회만을 기다린다. 브리티시오픈 참여를 위해 런던으로 향한 마티는 강자들을 꺾고 결승에 오른다. 그러나 처음 맞붙은 무명의 일본 선수 엔도(가와구치 고토)의 전문 장비와 신선한 플레이 스타일에 당황해 결국 패배한다.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채로 마티는 난동을 부리며 런던에서의 체류를 이어간다. 호텔에서의 과소비를 경기 경비로 청구하려다 되레 벌금을 물고 다음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조차 불투명해진다. 궁지에 몰린 마티는 벌금 자금을 모으는 데 혈안이 된다. 돈을 걸고 탁구 경기를 하거나 주변인에게 사기를 치던 중 CEO 밀턴 록웰(케빈 오리어리)의 제안으로 일본에서 다시 한번 엔도와 경기를 치를 기회
[리뷰]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모든 걸 베팅할 저력, <마티 슈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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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영화 <장화, 홍련> 촬영현장에서 만난 김지운 감독.
날짜 2003년 2월
사진 <씨네21> 사진팀
[Archive] <장화, 홍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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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 감독(<타짜-신의 손> <스윙키즈> <하이파이브> 연출)
“<스윙키즈>의 탭댄스 장면을 찍고 그날 촬영 현장을 정리하고 있으면 오정세는 그 자리에서 내일 촬영을 준비하듯 지난 안무를 연습했 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라며 놀려도 그러거나 말거나 오정세는 그 순간을 즐기고, 복습한다. 세상에 언제 또 탭댄스 장면을 찍겠느냐만 우리가, 그가 수개월간 함께 밟았던 그 스텝을 촬영이 끝나고도 놓지 않는다. 감독으로서 되게 고마운 일이다. 영화에서 겪고 배운 모든 것들을 선물로 가져가며 오정세는 배우로 늘 업그레이드되었나 보다. 왜 나는 오정세를 응원하냐고? 친구니까. 진짜 친구니까.”
이원석 감독(<남자사용설명서> <킬링 로맨스>, <니가 좋아> 뮤직비디오 연출)
“<남자사용설명서>에서 승재가 전라로 발코니에 매달리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그는 스태프들을 배
[기획] 영리한 배우, 유쾌한 친구 - 오정세를 응원하는 이들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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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가 작품 안팎에서 ‘밈’이 된 경험은 처음이 아니다. 배우 최다니엘과 <쩨쩨한 로맨스> 시사회장을 손을 잡고 찾은 사진이나, (어쩌면 드라마 <진심이 닿다>보다 유명할) ‘뭔가 상대적 박탈감 느끼게 하는 오정세’라는 제목의 핫바 사진은 오정세와 관객 사이의 거리를 성큼 좁혔다. 그런데도 <니가 좋아>는 오정세의 말마따나 “체급이 다르”다. 2026년 6월 내내 수많은 아이돌 스타와 배우가 <니가 좋아> 챌린지에 도전하고, 시사교양 방송 및 뉴스쇼는 <니가 좋아>와 최성곤의 인기를 ‘현상’ 으로 보도했다. 이 열풍 앞에서 오정세는 “인간 으로서는 부끄럽지만 배우로서는 즐기는 중” 이다. “개인의 에너지로만 완성할 수 없는 일이 다. 우연찮게 좋은 기운이 모여 모두가 즐거워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어떤 ‘겹’들이 자리한다고 느낀다. 만든 이들의 열정을 이해해주는 관객들, 챌린지를 촉발한 류승룡 배우나 <남자사용설명서>를
[인터뷰] <니가 좋아>를 좋아하는 현상 - 배우 오정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