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네마테크부산이 한불수교 12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 대사관과 함께 ’팡테옹 드 시네마 프랑세’ 영화제를 9월23일(토)부터 10월1일(일)까지 개최한다. 르네 끌레르의 <잠자는 파리>를 비롯하여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로베르 브레송의 <블로뉴숲의 여인들>, 마르셀 까르네의 <인생유전>, 알랭 르네의 뮤지컬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있다> 등 13편의 대표적인 프랑스 영화를 상영한다. ’위대한 환상:장 르느와르에서 프랑소와 오종까지"의 주제로 특강도 열린다. 김이석, 성지혜, 정낙길등이 그들의 대표작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시네마테크부산 팡테옹 드 시네마 프랑세 영화전 개최
-
이준익 감독표 코미디의 안착. 안성기, 박중훈 주연의 <라디오 스타>가 9월7일 서울극장에서 기자시사회로 첫 전파를 내보냈다. 1988년 <비와 당신>으로 가수왕에 등극했던 왕년의 스타 최곤(박중훈)이 몰락 끝에 미사리 등을 전전하다가 강원도 영월 중계국에 라디오 DJ를 하러 내려간다는 이야기다. 매사 욱하는 성격에 사고를 저지르는 최곤을 감싸 안으며 20여 년간 매니저 노릇을 한 박민수(안성기)와 최곤의 우정이 이야기의 골격을 이룬다.
시사회에선 제작자인 정승혜 대표부터 이준익 감독, 박중훈, 안성기, 최정윤, 정규수 등과 더불어 영화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록밴드 노브레인이 몰려나와 인사를 전했다. 박중훈은 ‘이 영화로 안성기 선배와 제가 일어서야 한다’고 농담을 던졌고 안성기는 ‘나는 계속 일어나 있었다’며 화답했다. 소박한 무대 인사 반응과 달리 영화 시작 뒤부터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달마야 놀자>부터 이준익-정승혜 대표가 이끄
<라디오 스타> 첫 공개
-
흔들리는 배우의 표정에서 스릴러 기운이
두 촬영지에서 낌새를 챘지만 <그 놈 목소리>가 <너는 내 운명>과 스타일 면에서 분명히 다를 것이라 확신한 건 세트 촬영 첫날인 8월18일 밤이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불안해하던 설경구와 김남주에게 유괴범의 전화가 처음으로 걸려온 장면. 김우형의 카메라가 긴박한 상황을 한눈에 잡아내고, 김태경 촬영감독의 B카메라가 들고찍기로 김남주의 흔들리는 눈을 극단적 클로즈업으로 촬영하는데 모니터를 통해 전해지는 느낌이 심상치 않다. ‘다 지켜보고 있으니 허튼짓하지 말라’는 그 놈 목소리의 시선을 B카메라로 설정한 것인데, 이 클로즈업된 시점숏이 중간중간 교차편집돼 들어간다는 걸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역동적이고 스릴러적인 기운이 다가왔다. 여기에 이병우의 음악까지 가세한다면 ‘통속’ 사랑극 <너는 내 운명>과 상당한 편차를 가진, 세련된 팩션이 될 성싶다. 물론 스타일리시하다는 건 악도 아니고 죄
[이성욱의 현장기행] <그 놈 목소리> 촬영현장 [2]
-
강북강변로에 올라타자마자 지독한 폭우가 퍼붓기 시작했다. 와이퍼를 최고 속도에 맞춰놓아도 시야가 좀체 트이지 않는다. 운전 8년째, 이런 우중주행은 처음이다. 자동차가 탈없이 달려주는 게 신기했다. 8월25일 오후, <그 놈 목소리> 촬영장의 여섯 번째 방문이자 마지막 취재 길. 어지럽고 혼미한 상황이 딱 내 심정이다. 8월6일부터 25일까지 로케이션 촬영지 세곳과 세트장 취재 세 차례를 마무리하지만 촬영 40%를 넘어선 <그 놈 목소리>에 대해 무엇을 쓰면 좋을까. 과정 중에 있는 고단한 토막토막을 가까이 보고 말한다는 건 넓은 표면의 작은 스케치이자 추측이기 쉽다. 그 한계가 스스로 답답한 모양이다. 양수리를 지나 남양주종합촬영소 부근에 이르러서야 비의 기세가 꺾였다.
언제부턴가 김남주 매니저의 인사말이 머릿속을 지그시 눌러댔다. “오늘도 일기 쓰러 오셨군요!” 감독에게든 배우에게든 뭘 묻지 않고 가만히 지켜만 보다가 이따금 검은 노트를 끼적거리다 돌아
[이성욱의 현장기행] <그 놈 목소리> 촬영현장 [1]
-
-
빛과 색이 빚어낸 정서
<와호장룡> <무극>의 피터 파우
피터 파우에게 촬영은 시(詩)와 같다.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와호장룡>이 우아한 검무(劍舞)로 명상적 화폭을 펼쳐 보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피터 파우에게 시인의 칭호가 적절한 이유는 그의 카메라가 무엇보다 정서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물의 내면이 가장 우선적인 요소”임을 강조하는 피터 파우의 시상(詩想)에는 경계가 없다. <소오강호> <백발마녀전> 등의 무협극, <드라큐라 2000> 같은 공포물, 뮤지컬영화 <퍼햅스 러브> 등 그가 스크린에 써내린 시는 다양한 정서를 머금었다.
홍콩의 촬영감독 중 최초로 오스카를 거머쥔 인물이자 금장상 촬영상을 5번이나 수상한 피터 파우는 샌프란시스코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졸업 뒤 홍콩으로 돌아온 그는 <템테이션 오브 댄스>로 데뷔한 뒤, <소오강호>
21세기 촬영감독 10인 [6] - 피터 파우, 랜스 어코드, 자오샤오딩
-
날것과 조형이 혼재한 카오스
<서머 오브 샘> <이터널 선샤인>의 엘렌 쿠라스
여성 촬영감독이 흔치 않은 건 한국이나 할리우드나 마찬가지다. 남성들이 주도하는 판 안에서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 그들에게는 실력이 우선이다. 엘렌 쿠라스는 다방면의 재주를 갖고 있다. 가령, 다큐멘터리 촬영을 통해 선댄스에서 두번이나 상을 탈 만큼 현실에 대한 명철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는 촬영감독임은 물론이고, 디지털로만 가능한 다양하고 세심한 후반 공정의 세공술에도 일찌감치 눈을 뜬 진보적 스타일리스트다. 그 균형이 엘렌 쿠라스의 실력을 보증한다. 그건 모두 “세계를 보는 것에 대한 대안적 방법”이 곧 촬영이라는 그녀의 소신을 지키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쿠라스적 프레이밍”이라고 이름 짓는다.
<4 리틀 걸스> <히 갓 게임> <뱀부즐리드> <서머 오브 샘> 등을 통해 스파이크 리와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작업을 하면
21세기 촬영감독 10인 [5] - 엘렌 쿠라스, 매튜 리바티크
-
화려함과 단순미의 강약조절
<시카고> <게이샤의 추억> <마이애미 바이스>의 디온 비비
밥 포스의 뮤지컬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긴 <시카고>. 관객은 화려한 무대를 주시하듯 스크린에서 눈을 돌리지 못했다. 촬영감독 디온 비비는 브로드웨이 안무가 출신 감독 롭 마셜이 자신의 장기를 충분히 살려 할리우드에 입성할 수 있도록 돕는 충실한 조언자가 되어주었다. 12주라는, 다소 긴 프리 프로덕션 동안 이들은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뮤지컬 장면을 리허설했다. 춤과 노래가 지닌 고유의 흡인력을 렌즈 안에 담기 위해 비비는 다수의 카메라를 무용수들 사이로 밀어넣었다. 별다른 스토리보드 없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집중하여 담아낸 뮤지컬 넘버는 화려한 쇼의 활력으로 넘쳐나지만 그외의 장면은 낮은 채도와 콘트라스트 등 평범함으로 일관한다. 더욱더 간절히 관객은 무대의 화려함을 기다리게 된다. 비비는 매혹의 기술을 알고 있다.
호주에서 할리우드로 건
21세기 촬영감독 10인 [4] - 디온 비비, 앤서니 도드 맨틀
-
<엘리펀트> <라스트 데이즈>의 해리스 사비데즈
촬영감독 해리스 사비데즈에 관해 말하기 위해서는 감독 구스 반 산트에 대해 먼저 말해야만 한다. 정확히 말하면 구스 반 산트의 변화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 <게리> 이후에 <엘리펀트>와 <라스트 데이즈>에 이르러 이른바 3부작을 완성하면서 구스 반 산트의 영화는 환골탈태했다는 말 이외에 다른 설명이 구차해질 정도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리고 프로듀서 대니 울프, 사운드디자이너 레슬리 샤츠를 포함해 ‘감각의 형상화 내지는 잔영의 구조화’라는 이 창조 작업에서 구스 반 산트를 도운 일등공신이 바로 촬영감독 해리스 사비데즈다.
세편의 영화는 모두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착수됐고, 삶과 죽음 사이에 머물다간 인물(들)에 관한 성찰이다. <게리>에서 카메라는 시간을 영원히 보존하겠다는 듯 사막이라는 풍경을 힘겹게 건너는 두 젊은이의 순간을 장시간 지켜보았고, 흐름은 무한정 길었
21세기 촬영감독 10인 [3] - 해리스 사비데스
-
<슬리피 할로우>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의 에마뉘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은 카메라를 드는 사람이 아니라, 화면 안의 무드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투마마> <위대한 유산> <구름 속의 산책>처럼 태양광을 매력적으로 포착한 로케이션영화와 <슬리피 할로우>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처럼 조형적인 세트 안에서 모호한 시공간의 리얼리티를 재현한 영화. 얼핏 연결되지 않는 듯한 영화들을 촬영한 에마뉘엘 루베즈키는 그 오묘한 무드를 가장 중요시한다. 그의 화면은 더위와 추위, 음산함과 따뜻함, 딱딱함과 말랑말랑함 등 직접적인 감각뿐 아니라 독특한 시대의 정서와 숨결까지 전달한다.
‘치보’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루베즈키는 그러나 촬영감독의 기계적인 덕목에는 관심이 없다. 강렬한 콘트라스트보다는 방향을 파악할 수 없는 부드러운 조명으로 분위기를 만든다. 풀숏과 클로즈업에서 빛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들어오는 경
21세기 촬영감독 10인 [2] - 에마뉘엘 루베즈키
-
과학과 예술 사이에서 태어난 영화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촬영감독은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감독이 영화의 주인으로 군림한 이래, 자주 잊혀지는 그들의 하는 일은 우리의 예상을 넘어선다. 앵글과 프레임의 사이즈, 카메라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다양한 포맷, 다양한 필름, 다양한 렌즈와 카메라와 현상방식, 무한한 변수를 지닌 조명…. 화면의 질감과 온도, 분위기를 책임져야 하는 촬영감독들이 매 순간 결정해야 할 목록들이다. 이 정도면 촬영감독은 영화의 눈이 아니라, 심장과 보조를 맞추는 머리에 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므로 촬영감독을 중심으로 일련의 영화를 꿰는 것은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읽을 만한 또 하나의 기준이 되어준다. 갈수록 새롭고 자극적인 이미지가 눈길을 잡아끄는 요즘. 영화 고유의 가능성을 각자의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는 해외 촬영감독 10인을 소개한다. <와호장룡>의 피터 파우를 제외하면 모두 1990년 이후 첫 번째 장편영화를 촬영
21세기 촬영감독 10인 [1] - 로드리고 프리에토
-
십수년 전 호텔 파친코를 일제 단속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사회부 말단 기자여서 이런저런 취재에 동원됐다. 도박중독자의 자구모임인 ‘단도박’ 회원 몇몇을 취재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40대 중반의 K씨. 그는 슬럿머신 중독이었는데, 도박 경력이 20년이었다. 대기업 사원이었던 그는 회식을 마치고 직장 선배와 함께 파친코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년간 6억원을 잃었다고 했다. 도박을 끊기 위해 경찰에 신고도 하고 언론사에 제보도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K씨는 검지가 없는 오른손을 내보이며 “가족 잃고 재산 다 잃고 난 뒤에 하도 화가 나서 손가락을 잘라버렸다”고 했다. 그런데 K씨는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에 붕대 감은 손으로 다시 슬럿머신을 당겼다고 했다.
이 당시에도 성인 남성 10명 중 1명은 기계도박에 중독돼 있는 걸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니 이 엄청난 시장을 업자들이 가만둘 리 없지 않은가. 호텔 파친코가 문을 닫자 무허가 성인오락실은 오히려 호황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바다이야기
-
2001년 무렵, 대학교 M.T 자리에 자주 등장하던 놀이 중 이미지게임이란 게 있었다. 술잔을 돌리고 술을 가득 따른 뒤 한 사람이 질문을 던지면, 나머지 사람들은 답변에 해당하는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이중에서 학창 시절 가장 잘나갔을 것 같은 사람은? 가장 잘 안 씻을 것 같은 사람은? 가장 거짓말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은? 질문의 종류는 광범위하다. 정말 유치한 것부터 꽤 심오한 난이도까지. 질문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주위를 살피기 시작한다. 과연 어떤 사람이 잘 안 씻을까, 어떤 사람이 잘나갔을까, 어떤 사람이 거짓말을 잘할까.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이미지의 실체는 곧 다수의 손가락질을 받은 사람의 모습으로 대체된다. 호쾌하거나 어색하거나, 웃음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사실 가장 안 씻을 것 같은 사람으로 지목받을 때, 마냥 웃고만 있을 속 편한 사람이 있을까. 또 거짓말을 가장 잘할 것 같은 사람은 정말 거짓말쟁이일까, 혹시 다른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오픈칼럼] 이미지게임
-
귀가 얇아서일까, 심사가 꼬여서일까. 남들이 ‘별로’라고 한 영화를 보면 ‘괜찮네’ 하면서 극장을 나서고, 남들이 ‘괜찮다’고 한 영화를 보면 ‘별로네’ 하면서 극장을 나서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아마도 귀가 얇아서 ‘만빵’으로 기대했다가 적이 실망하고, 심사가 꼬여서 남들이 별로라고 하면 만족도가 자극되나보다. 최근엔 <다세포 소녀>는 ‘별로’라는 말을 듣고, <천하장사 마돈나>는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봤다.
역시나 입소문은 정확했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시사회(언론시사가 아니라 일반시사였다)에는 시종일관 웃음꽃이 피어났고, <다세포 소녀>의 극장은 한여름인데도 한기가 돌았다. 심지어 영화를 보다가 거금 7천원짜리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관객도 있었다. 나도 <천하장사 마돈나>를 보면서 웃었던 횟수가 <다세포 소녀>를 보면서 웃었던 순간보다 많았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극장을 나서면서는 <다세포 소녀>
[이창] 무쓸모 질문
-
드러내면서 치부라고 말하는 건 좀 변태스럽지만 어쨌거나 나의 101가지 치부 가운데 하나는 행동거지가 꽤나 무식하다는 거다. 남자관계에서 말이다. 그 기나긴 고함과 욕설과 때로는 무언가 날아다님의 역사를 펼쳐놓고 싶지는 않다. 딱 두 가지만 이야기하겠다. 지금 사는 집에 이사오기 전 옆집 사람들이 나의 소속을 알게 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했고- 나 하나 욕 먹는 건 참을 수 있어도 회사 이미지에 먹칠은 할 수 없다는 애사심, 샤방!- 성질 많이 죽인 요즘도 음, 실은, 음, 가끔, 아주 가끔 화가 나면 “야, 이 삐이익아!”가 튀어나온다. 흠흠. 이런 무식한 삑!
내가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남몰래 하반기 최고 기대작 가운데 하나로 올려놓았던 이유도 방송에서 영화의 ‘진국’ 장면들을 미리 보여줬을 때 떠오르는 아스라한 기시감 때문이었다. 그래 뭐, 저렇게 연애할 수도 있는 거지. 존대말을 쓰며 우아하게 신경전을 벌이건 육두문자 휘날리며 육탄전을 벌이건 연애
투덜양,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속 연애담에 우울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