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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영은 까만 스키니진을 입고 있었다. <경의선> 기자시사회에서 짧은 미니원피스를 입어 화제를 불러왔던 그는 늘씬했지만 한편으로 수수해 보였다. 미스코리아 출신에 서구적이고 세련된 미인이라는 이미지, 데뷔 초부터 불거진 스캔들. 손태영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또 아무도 모르는 배우이기도 하다. 모두들 그의 사적인 관계에는 지극한 관심을 표했지만 배우인 그가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는 침묵했다는 점에서. “구설수에 먼저 올랐죠. 어린 나이라서 철이 없기도 했어요. 옆에서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방송에 대처하는 능력도 없었죠. 당시에는 솔직하게 얘기했는데 편집이 되더라고요. 아, 진짜 무섭구나. 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 게 쉽구나. 그때가 큰 고비였어요.” 가십 기사 속 손태영을 떠올린다면 <경의선>은 확실히 의외의 영화다. 눈발이 흩날리는 임진각역, 우연히 만난 남녀가 상처를 반추하며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이 작품은 <역전의 명수>
그녀를 보기만해서는 알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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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일본 대중문화가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톱으로 거론되던 이름은 기무라 타쿠야였다. 2007년 현재,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기무라 다쿠야는 한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일본의 아이돌이자, 일본에서도 부동의 아이돌 스타다. 출연하는 드라마가 속속 성공을 거두어 시청률 제조기라고 불린다. 역대 일본 드라마 시청률 톱10 중 1위 <히어로>(34.3%)와 2위 <뷰티풀 라이프>(32.3%)를 비롯해 무려 7개의 작품이 그의 출연작이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무사의 체통>은 4월25일을 시점으로 수익이 40억엔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흥행제조기로서 기무라 다쿠야의 이름은 부동이다. 일본의 패션지 <앙앙>에서 뽑은 ‘좋아하는 남자’에 13년 연속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일본 CM종합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CM 호감도’에서는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캔커피, 자동차, 카메라, 컴퓨터 등 광고 출연도 많아, 광고만으로 ‘기무라
일본 대중문화 최고의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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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난 아직 쓸 수 없다. 그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절대로 쓸 수 없다. 마음만은 다다랐어도 그것을 계속 유지할 역량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슬프지 않다. 나는 오래 살 생각이다. 해볼 작정이다. 이 각오도 요즘 겨우 섰다. 나는 문학을 좋아한다. 이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것을 놀려서는 안 된다.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다자이 오사무가 <나의 소소한 일상>이라는 에세이 모음집에 쓴 글이다. 저 글을 쓸 때의 다자이 오사무는 갓 서른 이 된 나이로, 자살에 성공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상태다. 자학적으로 보일 정도로 우울하게만 보였던 남자가 사실 저렇게 투지를 불태운 때도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하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읽은 사람이라면 반세기쯤 앞선 그의 ‘루저 근성’에 혀를 내둘렀을지도 모르겠다. 사소설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다자이 특유의
[칼럼있수다] 쿨함에 반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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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염하고 기품있으며 시, 서, 화에 능했던 진정한 예술가. 그 재능과 그릇이 크고 넘쳤기에 16세기가 차마 다 품지 못했던 여인. 황진이는 성춘향, 장희빈과 더불어 한국의 웬만한 여배우들이 모두 욕심냈던 캐릭터다. 하지만 황진이는 역사에 기록된 것이 거의 없기에, 관점에 따라 요부도 될 수 있고, 뛰어난 예술인도 될 수 있을 정도로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다. 그러니 각본가, 감독의 시선은 물론이고,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황진이란 인물의 색깔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최근 송혜교 주연의 <황진이>(장윤현 감독)가 조금씩 공개되면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데, 이참에 역대 황진이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볼까 한다.
초대 황진이는 조긍하 감독의 <황진이>(1957)로 데뷔한 도금봉이다. 도금봉 하면 풍만한 육체와 요염한 마스크가 먼저 떠오를 것이니, 이때의 황진이가 어떤 풍모를 띠었는지 쉽게 상상이 갈 것이다. 도금봉에 이어 강숙희가 1961년 <황진이의 일생&g
[배워봅시다] 황진이, 도금봉에서 송혜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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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주룩주룩>
쓰마부키 사토시는 아마도 눈물을 가장 아름답게 흘릴 줄 아는 남자배우 중 한 사람일 것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그는 막무가내로 울음을 터뜨리는 연기를 가슴 저리게 소화해냈다. 제목부터 눈물을 예측하게 하는 <눈물이 주룩주룩>은 일본에서 지난해 9월 개봉해 30억엔 이상의 극장수익을 올린 순애보 영화.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여동생으로 커온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비련의 주인공을, 쓰마부키 사토시가 눈물로 연기해낸다.
<봄의 눈>
<봄의 눈>이 처음 한국에 공개된 것은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 때의 일이다. 쓰마부키 사토시는 순애보의 주인공을 소화한 이 영화로 부산을 방문, 한국 소녀팬들에게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백작 가문의 사토코(다케우치 유코)는 소꿉친구인 후작 가문의 마츠가에 키요아키(쓰마부키 사토시)를 마음에 품고 있다. 사토코의 간절한 마음에도 아이처럼 잔인한 키요아키는 흥미
[VS] 순애보 속 쓰마부키 사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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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Db(인터넷무비데이터베이스) 사이트에서 ‘기차’로 키워드 검색을 해보니, 관련 영화가 무려 1802개가 뜬다. 어디 이뿐일까. 지하철과 관련한 온갖 영화까지 포함하면, 더이상 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것이다. 열차(기차와 지하철 모두 포함)는 시민의 발이 돼줄 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요긴한 로케이션으로 작용한다. 이곳에서 등장인물들은 만나고 소통하고 사랑에 빠지며, 때론 환상과 저주에 시달리기도 한다. 5월10일 개봉하는 박흥식 감독의 <경의선>은, 제목에서도 알려주듯 열차가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영화. 주인공 한나(손태영)와 만수(김강우)는 경의선 열차에서 갈등하고 혼란에 빠지며, 결국 이곳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경의선> 외에도 인상적인 열차 신을 남긴 영화들이 많다. 그래서 엄선해봤다. 열차 로케이션 영화 베스트5!
5위 <아파트> - 공포와 원한의 공간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도 괴롭지만, 인적이 드문 스산한 지하철 역시 경계해야 할
[Rank By Me] 칙칙폭폭~ 희로애락은 열차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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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내부에 있다. 수많은 커플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요인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집안의 반대다. 한국적인 특성이라고? 제 자식이 아까워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아들 딸의 애인에게 어디 ‘기스’라도 난 곳 없나 이 잡듯 뒤져보는 부모들은 동서양의 고금을 막론하고 오늘도 여러 집안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무차별 총격전이라고 초특급 태풍이라고 사랑에 눈먼 커플들의 애정 포스를 막을 수 있을까. 장애를 넘고, 고난을 극복해 결혼에 골인한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내부의 적과 싸워 이기는 법’을 배워본다.
적은 내부에 있다. 수많은 커플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요인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집안의 반대다. 한국적인 특성이라고? 제 자식이 아까워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아들 딸의 애인에게 어디 ‘기스’라도 난 곳 없나 이 잡듯 뒤져보는 부모들은 동서양의 고금을 막론하고 오늘도 여러 집안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무차별 총격전이라고 초특급 태풍이라고 사랑에 눈먼 커플들의 애정 포스를
[결혼 성사 프로젝트] 웨딩마치를 울리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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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이 모든 것은 <러브레터>에서 시작됐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니, 어둠의 세계니 하는 것들이 발달하기 전, 한국과 일본은 서로의 문화를 탐하기 위해 음성적이고도 음성적인 통로를 거치거나 ‘직접 현지에서’ 비싼 값을 내고 공수하는 수밖에 없던 때, 한국 대학가를 뒤흔든 멜로영화가 있었으니 그 제목은 <러브레터>다. 순정만화적인 감성에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신비하게 닮은 두 여자(알고 보니 일인이역이지만), 마지막의 눈물 쏟아내는 반전. 주인공이 일인이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화면으로, 용케 대학에서 상영회도 연 작품이다. 눈물의 순애보로서 일본영화가 처음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뒤, 일본영화 수입 개방 조치가 내려지고 한동안 일본영화의 흥행성적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설의 <러브레터>도, 막상 극장 개봉에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일본영화를 포함한 일본소설 등 일본 문화 전반이 지금처럼 ‘일상적’이 되기까지
[일본 멜로영화들] <러브레터>부터 <내일의 기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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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울 준비가 된 당신을 위해, 여기 일본 눈물 영화의 간략한 계보를 소개한다. 한국에 소개된 순서대로, 한국을 울린 순서대로, 손수건 없이 볼 수 없는 영화들을 모아보았다. <러브레터>로 시작, <도쿄맑음>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를 틀기 전에 손수건을 준비하시길.
한류도 눈물이요, 일류도 눈물이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가 본격화된 뒤 실제로 양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영화들은 특히 그렇다. 배용준과 최지우를 한류스타의 최정점에 올려놓은 <겨울연가>와 일본영화가 수입되기 이전 불법복제 비디오를 통해 대학가에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였던 <러브레터> 모두 순정적인 로맨스를 기반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드라마다. 한국에서 흥행 신기록을 기록했던 <괴물>이나 일본에서 스펙터클로 인기를 얻고 흥행에 성공한 <일본침몰>이 오히려 조용한 성적을 거두었다(<일본침몰>은 한국 개봉 첫주 성적은
[일본 멜로영화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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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공대 총기사건이 발생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미국 현지는 처음의 충격과 흥분과 우려가 애도와 안도와 성찰로 차분히 정리돼가는 인상이다. 애초에 우려했던 한국계에 대한 위해는 없었다. 미국 언론은 이 사건을 ‘한국계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 ‘한국의 문제’가 아닌 ‘미국의 문제’로 보도했다. 미국 시민들의 대처도 다르지 않았다. 버지니아 공대 캠퍼스에는 희생자 32명의 추모석과 나란히 범인 조승희의 추모석이 설치됐다. 거기에 ‘도움을 청하는 너를 보살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미국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어떤 미국인은 조승희 누나에게 좌절하지 말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고통을 슬픔으로 녹여내는 미국 시민사회의 힘이 느껴진다.
물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미국 언론이 인종갈등을 부추기지 않으려고 자제한 것은 상존하는 문제를 표면화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언론이 비춘 슬픔의 화합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민족주의 vs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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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개인의 조각이지만, 때로는 전체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취향을 존중받을 권리만큼은 사수해왔다고 자부하는데, 안 먹겠다는 아이를 밥숟갈 들고 쫓아다니는 극성스런 부모도 아니었지만, 유치원의 단체활동에서 빠지고 싶을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아 못하겠노라고 또박또박 말해 뭇 어른들을 당황시킨 아이였다. 배경은 아마도 방임주의의 탈을 쓰고 불안해했을 것이 분명한 내 어머니의 훈육방침일 텐데, 어디에 뿌리를 두든 간에 어린이 안현진의 취향은 충분히 존중받았다. 편식과 까탈도 취향이라면 말이다.
얼마 전 생일을 맞아 부모님 댁에 내려갔는데, 밥상머리에 앉을 때를 빼고는 선물로 받은 닌텐도DS를 붙들고 있었다. 가뜩이나 늦게 일어나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와 <압인! 싸워라! 응원단!>의 미션을 클리어하느냐 마느냐에 몰두하고 있자니 뒤통수가 따끔거렸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이제는 부모님 집에서조차 품 안의 자식은 아니겠구나 싶더라. 해가
[오픈칼럼] 취향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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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라… 어떤 영화가 내 인생의 영화인지 오랜만에 생각해봅니다.
기억을 되살려보면….
유치원생 때 형, 누나들과 함께 봤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고등학생 때 존 트래볼타의 춤을 배워보려고 하루 동안 첫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다섯번을 연이어 보았던 <토요일 밤의 열기>, 처음 봤을 땐 ‘뭐 저런 놈들이 있나?’ 했다가 그 뒤 볼 때마다 불후의 걸작임을 느끼는 <대부>, 그리고 최근엔 남들이 좋다고 해 극장에선 못 보고 DVD를 사서 보다가 깜짝 놀란 <빌리 엘리어트> 등.
언뜻 생각나는 작품들이 누구나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인 걸 보면 개인적으론 남들이 잘 모르는 저주받은 걸작은 내 인생의 영화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도 영화를 볼 때 제가 영화적인 이미지나 의미망으로 가득 찬 영화들을 잘 소화하지 못하고 그저 앞뒤가 맞는 이야기인가? 하는 부분에 집중해서 말이 되는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기억나는 작품들도 대부분 그런 작
[續 내 인생의 영화] <미션> - 배우 박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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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액이 든 거대한 수조 안에서 잠을 자는 인간들. 그들의 뇌에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끊임없이 펄스가 가해지고, 잠자는 인간들의 머릿속에는 세계의 환영이 만들어진다. 그 꿈의 밖에 사는 네오 일당도 다르지 않다. 그들 역시 두뇌 피질에 펄스를 주는 방법으로 가상의 세계에 입장한다. 우리가 아는 가상의 제작법과는 많이 다르다. 여기에는 화폭도 없고, 스크린도 없고, 모니터나 디스플레이도 없다. 그리하여 가상은 통째로 세계로 여겨진다. 이 테크놀로지의 정체는 뭘까? 듣자하니 영화의 미래가 그 안에 있다고 한다.
눈을 속이는 전통적 방법들_트롱프뢰유
우리는 가상을 만드는 전통적 방법들을 안다. 첫째는 예술에 속하는 원작 이미지다. 예를 들어 구석기인들은 동굴의 벽에 수많은 동물을 그려놓고 그게 현실이 될 거라 믿었다. 이렇게 현실로 착각하게 만드는 게 원래 이미지의 기능이었다. 주술의 시대가 끝나도 현실과 똑같은 가상의 전설은 계속된다. 가령 한국에는 참새의 눈을 속인 솔거가 있
[진중권의 이매진] 미래의 영화, 영화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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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웃는다. 입술을 옆으로 벌리며, 헤벌쭉. 뜯어먹다만 어린 옥수수처럼 듬성듬성 벌어진 앞니가 환히 드러난다. 유난히 넓은 미간이 도드라지고, 홑꺼풀 눈이 가느다란 실금으로 변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에서 동구의 사진을 다운받았다. 그 얄따란 눈매 너머 까만 눈동자를 오래 들여다본다. 맑고 무욕하여 깊이를 알 수 없는.
착한 영화를 너무 착해서 싫다고 말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좋다’고 말하고 싶을 때 곤혹스러워진다. 선량하고 소박한 영화들이 종종 드러내는 상투적 세계관에 대한 힐난조차 구태의연하게 여겨지는 시절이며, 더구나 이 시절의 대세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이니 말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내심 위선보다야 차라리 위악을 견디는 편이 덜 불편하다고 믿어왔다. 일찍이 희대의 화제작 <집으로…>를 보고 나서 감읍하여 통곡하기는커녕 싸가지 없는 애새끼에게 호통 한번 못 치도록 외할머니의 입과 귀를 꽁꽁 봉해놓은 행태에 치를 떨었다.
[냉정과 열정 사이] 날지 못하면 달리고, 달리지 못하면 걸어도 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