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스트 어웨이>의 속편이 만들어지려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다 극적으로 구조된 멕시코 어부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조건으로 380만달러를 받게 됐다. 고진감래 백만장자 스토리의 주인공은 살바도르 오르도네스, 헤수스 비다나, 루시오 렌돈이라는 3명의 20대 멕시코 청년들이다. 지난해 10월28일 태평양 연안의 작은 멕시코 어촌 ‘산 블라스’에서 3주간의 계획으로 상어잡이에 나섰던 그들은 섬유유리로 만든 8m 길이의 소형 고기잡이배가 고장나면서 기나긴 표류를 시작했다. 세 사람이 발견된 것은 출항으로부터 무려 9개월이 지난 2006년 8월. 날생선과 바닷새를 잡아먹고 빗물과 소변으로 목을 축이며 연명해온 그들은 출항지에서 8800km나 떨어진 남태평양 마셜군도 부근에서 대만의 참치선단에 발견되어 마침내 표류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멕시코의 고향마을로 귀환한 그들은 곧 국제적인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한때는 마약 운반책이라는 미디어의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
[왓츠업] <캐스트 어웨이> 속편 만들어지나
-
다른 도시들이 그러하듯, 몬트리올에서도 수많은 영화제가 시작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중 이름마저 새로운 누보시네마영화제는 동시대의 영화를 날카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제는 늘 조용히 시작했다가 문을 닫아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올해는 특별한 이벤트로 모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영화서적에서만 보았던 그 이름, 비 내리는 비디오 화면 혹은 영화과 수업을 도강해서야 볼 수 있다는 필름(들)의 감독을 만나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마저 실험적인, 실험영화계의 정신적 지주이자 이 시대의 게이 아이콘인 케네스 앵거가 그를 모델로 한 다큐멘터리의 상영일자에 맞추어 콩코디아대학에서 강연을 가질 예정이라 한다. 퀘벡/캐나다 섹션에서 상영될 엘리오 젤미니 감독의 다큐멘터리 <Anger Me>를 통해 전설로 남게 된 그를 기리고 현재의 그를 만나 다시 영화를 얘기한다는 누보영화제의 취지. 다른 어떤 화려한 영화제에 초대된 스타
[몬트리올] 케네스 앵거를 만나는 설렘
-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연습게임이었다? 지난 8월 미국에서 개봉한 이래 전세계에서 1억2500만달러를 벌어들인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올리버 스톤 감독과 파라마운트가 지난 10월16일,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다룬 <조브레이커>(Jawbreaker: 발음하기 힘든 말 혹은 턱이 깨질 정도로 딱딱한 사탕이라는 의미)를 준비 중임을 발표했다. 영화의 원작은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CIA와 특수부대 사이를 조율한 게리 번스타인의 최근 회고록으로 당시 아프가니스탄 동부 토라보라 지역을 공격했던 미국 정부의 과오를 파헤쳤다. 번스타인은 책에서 군대가 800명 이상의 충원 요청을 받아들였다면 빈 라덴을 생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정세를 뒤바꿔놓은 2001년 9월11의 참사를 순진무구한 영웅담으로 완성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베트남전이나 케네디 암살을 둘러싼 정치적인 배경과 음모를
올리버 스톤, 논쟁보다 드라마가 좋다!
-
영화를 검열·관리하려는 중국 정부의 눈매가 매섭다. 이번 가위질의 희생자는 마이클 만 감독의 <마이애미 바이스>. 다혈질 형사 소니와 마약조직 보스의 여자 이사벨라의 강렬한 애정 행각이 담긴 20분가량이 잘릴 위기에 처했다. 소니 역의 미국 배우 콜린 파렐과 몸을 섞는 이사벨라 역의 공리가 중국 태생이라는 점이 정부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해석이다. 세계 각지에서 7월27일부터 10월 사이 관객을 찾은 <마이애미 바이스>의 중국 내 개봉은 자국영화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외화상영 금지기간으로 인해 11월1일로 미뤄졌다. 제작사인 유니버설픽처스는 8월 말 개봉을 지레짐작한 반면 현지 언론들은 입을 모아 장이모 감독의 뮤즈였던 공리의 섹스신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공리의 불운은 처음이 아니다. 공리가 질투어린 게이샤 하츠마마를 연기한 <게이샤의 추억>은 아예 중국 내 개봉을 금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극중 게이샤들이 종군위안부를
공리와 콜린 파렐의 섹스신, 문제 있다!
-
-
D-10일/ 10월2일 오후 4시 웨이브랩 스튜디오
본믹싱을 앞두고 그 준비단계라 할 프리믹싱을 하는 날이다. 스튜디오 문을 열자마자 비명소리가 가득하다. 스크립터, 홍보팀 등을 동원해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면서 터져나오는 행인들의 비명소리를 녹음하는 중이다. 마침내, 모니터에는 미니어처 촬영과 CG가 결합된 붕괴장면이 흘러나오고 있다. 붕괴, 아수라장이 된 현장, 매몰 지역에 가득한 구조요원 등이 스쳐지나간다. 스크린으로 봐야 분명해지겠지만, 저 정도라면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닌 듯싶다. 조영욱 음악감독이 보인다. “오늘 믹싱 못하는데 오셨네요. (바이올린 켜는 흉내를 내면서) 연주 녹음 중이거든요.” 음악에 대한 구상과 작곡 프로듀싱을 거쳐 연주를 녹음하는 단계에 이르러서인지 홀가분해 보인다. 다만 계약이 늦어지면서 예고편과 홈페이지에 들어갈 음악을 못한 것이 아쉽다는 표정이다. 6월에 <비열한 거리>를 끝내고,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음악을 대체로 마무리지은
[이성욱의 현장기행] <가을로> 후반작업 현장 [3]
-
D-41일/ 9월1일 오후 5시 인사이트 비주얼 회의실
CG 1차 컨펌하는 날이다. 개봉이 10월26일로 확정됐다. 그러나 여전히 정해지지 않은 게 있다. 음악감독. 의아스러운 상황이다. 편집이 끝났는데 음악감독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니. <혈의 누> 때 김대승 감독을 감탄시켰던 조영욱 감독과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어떤 음악이 좋을지 의견 조율을 해온 모양인데, 제작자가 최종 승인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역시 제작비가 문제다.
김대승 감독이 CG팀에 대한 격려품을 들고 들어오자 곧바로 회의가 시작된다. 강종익 대표의 인사이트 비주얼과는 임권택 감독의 조감독 시절인 <축제> 때부터 줄곧 손발을 맞춰왔던 터라 상당히 익숙한 분위기로 본론에 빠져든다. 김상범 편집기사가 주문했던 민주의 사진 찍는 장면을 놓고 제법 긴 시간이 흘러간다. CG팀이 안을 만들어오기로 정리됐다. 김대승 감독의 디테일 챙기기는 편집실에서 이미 봤지만 CG팀이 효과를 입힌 장면들의 수정보
[이성욱의 현장기행] <가을로> 후반작업 현장 [2]
-
타깃: 김대승 감독의 세 번째 영화 <가을로>
취재기간: 8월22일~10월5일
현장: 김상범 편집실, 인사이트 비주얼, 웨이브랩 스튜디오
취재 중에 만난 사람: 김대승 감독, 김상범 편집기사, 강종익 인사이트 비주얼 대표, 이태규 녹음기사, 조영욱 음악감독, 배우 김지수·엄지원·유지태 등
프롤로그
<번지점프를 하다>를 데뷔작으로 내놓은 김대승 감독과 처음 인터뷰를 했을 때다. 임권택 감독의 오랜 조감독 시절을 회상하며 임 감독에게 자기 작품이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무척 조심스러워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혈의 누>를 거쳐 세 번째 작품 <가을로>의 후반작업을 시작한 김대승 감독을 만나면서 다시 한번 “임권택 감독은…”으로 시작되는 말을 자주 듣게 됐다. 이번에 기억나는 건 두 가지다. 첫 번째. “<태백산맥> 때 임 감독님이 안성기 선배한테 나라를 잃은 자의 슬픔이기도 하고, 그게 또 우습기도 하고 하며 연기
[이성욱의 현장기행] <가을로> 후반작업 현장 [1]
-
오는 10월27일부터 11월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인디다큐페스티발 2006이 열린다. 지금, 이 땅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몇 가지 화두, 그러나 그 어디서고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한-미 FTA 4차 협상일로부터 4일 뒤 시작하는 올해 영화제는 NO FTA 특별전을 마련하여 <146-73=스크린쿼터+한미FTA>(이훈규)를 포함한 국내외 10편의 다큐멘터리를 소개한다. 개막 전날인 10월26일 오후 7시에는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NO FTA 문화행동’ 행사도 열린다.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역상영운동 활동가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직접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오픈 마켓 행사. <월마트: 싼 가격을 위한 비싼 댓가>를 포함한 두편의 해외장편 상영과 독립다큐멘터리의 국내외 배급사례를 통해 배급전략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진행된다. 한해 동안 만들어진 화제의 다큐를 소개하는 국내신작전이
다큐의, 다큐를 위한, 다큐에 의한 영화 축제, 인디다큐페스티발 2006
-
[정훈이 만화] <타짜> 타짜들의 신기술
[정훈이 만화] <타짜> 타짜들의 신기술
-
이삭은 해적이 아니었다. 관습적인 삶을 추구하는 대신 영혼의 자유를 꿈꾸긴 하지만 그는 화가였다. 그리고 그는 가난했다. 약혼자 알리스와 살고 있는 이삭은 살아가기 위해 간판을 그려 먹을 것을 사고, 자신보다 어려운 형편에 처한 동료 화가를 돕기 위해 그의 그림을 사주기도 한다. 선량하고 쾌활한 이삭이지만, 궁핍한 생활과 창작의 고통은 그와 알리스의 사이를 멀어지게 한다. 생계를 위해 그림을 들고 나가 팔려던 이삭은 상상으로 그린 인물이 실존 인물과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 배는 안 타봤지만 바다라면 그림이며 옛 문서까지 뭐든 좋아하는 이삭은 그림을 사준 남자가 소개해준 선장의 배를 타게 된다. 며칠 만에 돌아올 수 있을 뿐 아니라 돈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배를 탄 이삭은 배가 향하는 곳이 아메리카이며 쉽게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8세기 파리 뒷골목을 무대로 시작한 <해적 이삭>은 이삭의 행로를 따라 거친 바다로 향한다. 동시에 파리에 홀로 남은 알
해적이 된 전직 화가의 기이한 바다 모험, <해적 이삭>
-
박민규의 소설 앞에서 나는 곧잘 노안용 돋보기를 갈구하는 노파가 된다. 글자 너머의 욕망이 당최 보이지 않아 버벅거린다. 그러나 원시(遠視)처럼 게슴츠레하던 내 눈은 <핑퐁>을 통해 장난기 어린 다초점렌즈가 된다. 하나의 주제찾기를 포기하고 생뚱맞은 질문들을 던져보는 것이다. <괴물>에서 포름알데히드로 인해 변종된 물고기는 분명 문명의 희생자인데 왜 ‘악의 축’이 되는 걸까. 괴물이 나타난다면, 에일리언이나 프랑켄슈타인 같은 섬뜩한 모습이 아니라 너무나 평범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모습이 아닐까. <핑퐁>의 왕따소년들처럼, 세계가 “깜박”해버린 존재들이 아닐까. 또는 거울에 비친 우리 자신의 모습은 아닐까. 아니, “모두가 미미하고 모두가 위험한 이 세계”에서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괴물이 아닐까.
왕따소년들은 알고 있다. 삥을 뜯고 린치를 가하는 ‘일진’보다 더 무서운 건 “다수인 척”하는 침묵의 시선임을. 민주주의야말로 피 안 나게 왕따를 제조하
개인의 소중함 깨달은 왕따소년들의 ‘핑퐁’, <핑퐁>
-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를 보았다면 아마도 동의할 것이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는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무장되어 있다는 것을. 일단 보면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여간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주지 못하는 진한 여운까지 남겨준다. <해피!> <마스터 키튼> <20세기 소년> 등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는 어떤 장르의 걸작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최근 또 하나의 걸작 <플루토>의 단행본이 나오면서 우라사와 나오키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최고의 ‘초일류 스토리텔러’인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세계로 들어가보자.
일본 만화세대의 결정체, 우라사와 나오키
1960년에 태어난 우라사와 나오키는 일본 만화의 세례를 한껏 받고 자라난 세대다. 어린 시절에는 <철완 아톰>의 데즈카 오사무와 <사이보그 009>의 이시노모리 쇼타로에 푹 빠져들었고
인간을 탐구하는 일본만화의 거장, 우라사와 나오키의 세계
-
병풍처럼 펼쳐진 아름드리 노송들 사이로 크레인에 달린 조명이 반짝거린다. 강릉시 운정동에 위치한 전통한옥 선교장. 300년의 세월과 99칸의 위용을 자랑하는 이곳은 영화 <식객>의 촬영현장. 안채로 들어서면 한복을 입은 보조출연자들이 잰걸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요민속자료 5호인 문화재에서 진행되는 촬영이라 담배꽁초 하나 보이지 않는다. 이날 촬영은 운암정에서 대령숙수의 자리를 두고 성찬(김강우)과 봉주(임원희)가 황복 요리로 경쟁하는 장면. 이 요리 때문에 성찬은 운암정을 떠나 채소장수가 된다. 메가폰을 들고 카메라 근처에서 배우와 스탭을 다독이던 전윤수 감독은 “허영만 선생님의 원작이 일상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우리 영화는 드라마를 극대화하는 대결 구도가 강하다”라고 말한다. 음식상이 차려진 안채 주옥은 유일하게 보수의 흔적이 없는 나뭇결이나 러시아 공사관이 선물했다는 청동으로 만든 테라스가 인상적이다. 드라마 <황진이> <궁2>가 촬영된 장소이기도
맛있는 대결이 시작됐다, <식객> 촬영현장
-
곱게 눈을 내리깔고 남자 앞에서 참하게 술 따르던 여자들은 없다. 황진이, 심청, 리심 또는 리진, 명성황후, 줄리아 등 최근 충무로 사극의 소재가 된 실존 여성들의 캐릭터가 모두 그러하다. 천출에서 왕족까지 신분은 다양하지만 그녀들은 하나같이 시대를 앞서거나 거스르는 주체성을 가졌고 그것을 삶에서 실천했던 인물들이다. 역동적인 여성을 통한 역사의 재구성은 영화적으로 매력적인 아이템일 수밖에 없다. 여성이 주인공이 되었을 때 추가로 덧입을 수 있는 시각적 화려함도 실존 여성 캐릭터를 사극 안에 적극 부활시키게 되는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절제된 도포자락이나 거친 갑옷이 아닌 오색찬란한 비단치맛폭만큼 스크린 안에서 매혹적인 것이 또 있을까. 게다가 이미 <와호장룡> <영웅> <연인> 등이 증명해 보인 것처럼 천편일률적인 할리우드 상업영화들 틈바구니에서 아시아적인 화려함을 뽐내는 것은 해외시장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다국적 프로젝트로 제작되는 <
2007년 역사영화 열풍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