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사 PD인 석호(최원영)는 어느 날 술에 취한 채 아는 동생인 채영(김푸른)에게 전화를 건다.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며 운을 뗀 뒤, 이내 사귀고 싶다는 본색을 드러낸 석호는 다음날 채영을 만나 합의에 성공한다. 물론 석호의 진짜 본색은 채영과의 섹스다. 은근슬쩍 스킨십을 시도해보지만 채영은 그저 “나중에”, “다음에”를 반복하거나 “내가 그렇게 쉽게 보여?”라며 화를 낼 뿐이다. 영화는 다시 석호의 통화장면으로 돌아가 또 다른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채영은 사실 또 다른 남자친구 선수(이정우)와 이미 모텔을 드나드는 사이. 채영은 선수에게 석호가 ‘그냥 아는 오빠’라고 말하지만, 선수 또한 ‘그냥 아는 누나’들이 많은 이름 그대로의 선수다. 어느 날 클럽에서 만난 연상녀 지연(고다미)과 하룻밤을 보낸 선수는 채영과 데이트를 즐기는 사이에도 지연과 지속적인 만남을 갖는다.
애인 있는 남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남자는 아버지도 아니고, 군대고참도 아니고 그녀의 ‘그냥 아는 오빠’다.
섹스로 연결된 다각형의 남녀관계 <내 여자의 남자친구>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엿보기와 엿듣기를 다루는 영화는, 예상치 못한 심리적 유대의 이야기로 전개되곤 한다. 역전된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이 납치범에 동화되는 현상)과 비슷한 증상이, 엿듣고 훔쳐보는 쪽에 나타나는 것이다.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에서 건너편 집 여자를 엿보는 남자 토멕은, 보는 것을 아는 것과 동일시했고, 다시 그것을 사랑과 혼동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컨버세이션>에 나오는 고독한 도청 전문가 해리는, 그런 함정을 알았기에 자신이 엿듣는 내용에 무관심하려고 노력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통일 5년 전 1984년의 동독을 배경으로 한 <타인의 삶>에서 도청은, 공무다. 1980년대 중반 동독에서는 9만명이 넘는 비밀경찰(슈타지)과 약 17만명의 정보원이 활동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밀고로 유지되는 세계에서는 더 끈덕지게 의심하는 자가 유능한 멤버다. 주인공 게르트 비즐러(울리히 뮈헤)는
기이한 우정의 연대기 <타인의 삶>
-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의 제작사 청어람은 3월8일 중국에서 개봉한 <괴물>이 현재까지 916만 위안(약 11억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밝혔다. 청어람에 따르면, 중국 배급 관계자들은 <괴물>이 개봉 2주차에 접어들어서도 관객들의 지지를 꾸준히 얻고 있어서 장기상영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신문 <성시쾌보>(城市快報)의 3월15일자는 <괴물>의 3월 돌풍이 매섭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특수효과와 감동적인 이야기를 흥행비결로 꼽았다. 중국에서 <괴물>의 흥행열기는 3월20일 홍콩에서 열리는 아시안필름어워드의 결과에 따라 더 증폭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괴물>은 미국 시장에서도 의미있는 반응을 얻고 있다. 3월9일 미국 전역에서 개봉한 <괴물>은 개봉 2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27위에 올랐으며, 18일까지 누적수입 69만 달러를
<괴물> 2주연속 중국 박스오피스 정상
-
영화는 기술 발전의 산물이고 19세기 말의 발명품이다. 영화의 예술성은 비교적 나중에 드러났는데 짐작건대 그전까지 영화를 보러가는 사람들은 발명품 전시회를 찾을 때와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극장을 찾았을 것이다. 영화가 발명품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종종 오해가 벌어지곤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다. 20세기 초의 사람들이 <매트릭스>나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를 상상할 수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타당한 얘기이지만 꼭 맞는 얘기는 아니다. 피터 잭슨의 <킹콩>이 수공업적 특수효과로 만든 1933년작 <킹콩>보다 우월하다고 말한다면 그건 누구나 수긍할 만한 주장이 아니다. 거꾸로 기술 발전이 영화 고유의 예술성을 파괴한다고 믿는 경우도 있었다. 유성영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소리의 등장에 반대했다. 정돈된 시각예술을 혼돈의 현실로 밀어넣는 시도라 여겼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술 발
[편집장이 독자에게] 무성영화의 즐거움
-
-
‘영화가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아무도 규정하지 않았던 19세기 말, 인간의 신체와 접촉은 기록의 주요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후 인간의 몸은 필름 그림자의 중심부에서 밀려났다. 영화가 산업으로 자리하면서 관객은 대상의 나열보다 그것과 이야기의 결합을 원했으며, 윤리와 종교라는 억압과 수치라는 형벌이 인간의 육체를 드러내는 데 제약을 가한 결과, 사진과 회화에 등장하는 모습 그대로의 육체를 필름 위에선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신체의 아름다움은 옷과 이야기 뒤로 숨어야만 했다. 얼마 전 DVD로 출시된 제임스 브로튼과 케네스 앵거의 작품들은 인간의 신체와 시의 기록으로서의 영화가 아방가드르영화와 언더그라운드영화 속에 존재해왔음을 보여준다. 브로튼의 영화가 주류사회의 관습으로부터 해방된 인간이 되찾은 사랑과 평화 그리고 자유의 시적 표현이라면, 앵거의 영화는 게이의 정체성을 사춘기의 미성숙·마법·오페라·팬터마임·팝 등과 버무려놓은 꿈 혹은 환상이다. 둘은 ‘쾌락’이란 주제를 공유했는
[해외 타이틀] 쾌락을 말하는 인간의 몸과 시의 기록
-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두 편의 영화 <300>과 <고스트 라이더>가 북미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또 한편의 영화 <닌자거북이 TMNT>가 3월23일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1990년 <닌자 거북이>를 시작으로 1993년까지 모두 3편이 실사 영화로 제작됐고, 이번 미국 개봉을 앞둔 <닌자거북이 TMNT>는 CGI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으로 선을 보일 예정. <…TMNT>를 연출한 TV CGI 전문가 출신의 케빈 먼로 감독은 "원작에 바치는 오마쥬로 좀 더 위엄있는 광경에서 거북이들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3편까지는 거북이들을 연기하기 위해 고용된 무술가들이 엄청난 부피의 고무 인형옷 속에 들어가서 연기해야 했으나, 시리즈의 4번째 영화인 <…TMNT>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된 4마리의 거북이들이 지붕 위를 타고 밤하늘을 가르고 맨하탄의 하수구
닌자거북이들이 돌아온다
-
2006년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토론회장. AV산업은 협정에서 제외된다던 한국쪽 수석대표는, 협상대표가 스크린쿼터에 관한 특별 규정도 모르냐는 눈총을 받자 “미국인들이 볼 영화를 만들면 될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의 첫 단락에 나오는 장면이다.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에서 제목을 따온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는 열일곱명의 다큐멘터리 작가가 모여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를 질문하면서 영화가 현실 인식에 눈감지 않고 변화의 의지를 따를 것임을 밝힌 작품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사학법 개정, 양심적 병역거부, 여성 농민, 평택 대추리 등 현실의 단면들을 들여다본 작가들은 ‘한국이 미쳐가고 있다’고 진단했는데, 며칠 전엔 한-미 FTA 8차 협상이 ‘잘’ 마무리됐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고, 스크린쿼터는 원상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그외에도 악질들이 이끄는 대세가 뒤바뀌기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그 밑에 묻힌 진실과 미
우리가 사는 세상에 관한 진실의 목소리,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
2007년 10월,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가 시카고에 연설(그는 왜 경제포럼에서 테러와의 전쟁과 북한 핵 문제를 주요 테마로 삼는 것일까) 차 왔다 총에 맞고 죽는다. 올해 10월이 되지 않았고, 부시가 죽지도 않았으니 <대통령의 죽음>은 명백한 모큐멘터리다. 그런데 <대통령의 죽음>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모르는 바보 같다. 우리가 보고(혹은 확인하고) 싶은 건 미국의 한 대통령의 죽음과 이후 상황에 대한 시시콜콜한 분석 혹은 수사극이 아니라 살해라는 극단적 설정을 취한 의도와 이후의 비전이다. 일어나지 않은 사건의 추적과 끝없이 이어지는 인터뷰는 지루하며, 살인의 대리만족을 원하는 건 아니기에 부시의 죽음에 대한 갈망에도 위배된다. DVD에 실린 제작진의 음성해설과 인터뷰(18분)에 관심이 가는 건 그래서였다. 그러나 역시 제작에 관련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핵심 사안에 대해선 변죽을 때리기만 할 뿐 부시라는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제목의 ‘
제작진의 인터뷰, 영화의 미덕을 잃게하다? <대통령의 죽음: 특별판>
-
캠벨 수프 통조림 등 일상적인 사물의 오브제나 마릴린 먼로의 얼굴을 무수히 복제한 실크스크린 혹은 재클린 케네디, 마오쩌둥과 같은 유명 인물들의 이미지들. 앤디 워홀이 ‘생산’하는 작업들은 예술의 높은 권위를 허물고자 하는 의도였다. 현대사회의 특성인 소비와 매스미디어의 속성을 적절히 잡아내 자신의 작업에 반영시킨 그의 작업은 회화, 조각, 사진, 영상까지 다양한 영역까지 아우른다. 앤디 워홀 작고 20주년으로 기획된 리움의 전시 <앤디 워홀 팩토리 전>(3월15일∼6월10일)을 맞아, 그의 작업의 개념들과 그 연장선상에서 제작되었던 영화 세계를 소개한다(전시문의: 02-2014-6901, www.leeum.org).
예술을 바꾸고 싶다면, 매체를 바꾸어라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마셜 맥루언의 말을 기억한다면, 아티스트 앤디 워홀(1928~87)이 영화 세계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힌 것은 아주 논리적으로 보인다. 그는 원래 상품 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한 뒤, 영화감독으로
앤디 워홀의 예술과 영화 세계
-
<황색여관> 3월22일∼4월8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02-2280-4283
사방 80km 이내로 건물이라고는 없는 황무지에 황색여관이 있다. 여관주인과 그 아내, 처제, 주방장이 살고 있는 이 여관에선 밤마다 칼부림이 벌어지고, 손님 모두가 죽어나가곤 한다. 아침이 되면 주인 부부는 시체에서 귀중품과 지갑을 빼낸 다음 또다시 영업을 준비한다. <파수꾼> <동지섣달 꽃본듯이>의 극작가 이강백의 신작 <황색여관>은 이처럼 황색여관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호기심을 자아내며 시작한다. 그러나 궁금해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지켜보면 된다. 황색여관에는 비밀 따위는 없고, 하루하루는 반복되며 결말은 예정되어 있다.
황색여관 손님들은 1층과 2층으로 나누어 묵는다. 1층은 값싼 방이고 2층은 비싼 방이어서, 손님들은 빈(貧)과 부(富)로 분열되고, 또다시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로 분열된다. 2층에 묵는 변호사와 전직 장관과 부동산 투기
보통 사람들 속의 악귀를 찾아서
-
<더 퀸>의 엘리자베스 2세에 이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을 영화로 만나게 된다. <더 퀸>을 제작한 프랑스 제작사 빠떼(Pathe)와 BBC의 합작으로 만들어질 이 영화에 대해서, 기획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로이터> <AP> <BBC>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다이애나 비의 사망시점부터 영화화한 <더 퀸>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마거릿 대처의 일대기를 그리지는 않는다. 영화가 포커스를 맞추는 시점은 대처 수상의 임기가 시작되고 3년째인 1982년 포클랜드 전쟁 시발 전 17일 동안이다. 1979년 보수당 당수로 영국 수상의 자리에 오른 마거릿 대처는 임기 초반에는 인기가 없었으나, 강경한 대응책으로 아르헨티나와의 전쟁에서 영국군의 승리를 이끌어낸 포클랜드 전쟁을 분수령으로 신임을 얻었고, 현재까지도 영국인들의 향수 속에 깊이 남은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영화는 <히스토리 보이즈> <웰컴 투
'철의 여인' 대처 수상 이야기 영화화
-
‘30 세컨즈 투 마스’의 <A Beautiful Lie> EMI 발매
‘30 세컨즈 투 마스’의 <The Kill> 뮤직비디오는 마치 <샤이닝>을 연상시키는 거대하고 텅 빈 호텔에 간 한 4인조 밴드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정갈하면서 고딕적인 우아함이 지배적인 뮤직비디오의 연출은, 이들의 지배적인 이미지일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면, 밴드를 이끄는 보컬이자 영화배우인 자레드 레토의 영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레퀴엠>과 <알렉산더>와 같은 영화에서 쉽게 부패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을 가진 남자들의 어둠을 연기한 그의 영향이라고. 실제로, ‘30 세컨즈 투 마스’의 음악보다는 뮤직비디오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The Kill’이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의 베스트 뮤직비디오 MTV2 부문 수상), 이번에 국내 라이선스된 <A Beautiful Lie> 음반에 수록된 중국 황실을 배경으로
자레드 레토의 목소리가 궁금해?
-
가수 안데니가 로맨틱 코미디 <기다리다 미쳐>로 영화에 데뷔한다. <기다리다 미쳐>는 남자친구의 입대로 고무신이 된 네 여자와 그 커플들에게 일어나는 심리 변화와 갈등을 다룬 이야기. 안 데니 외에도 손태영과 장근석을 비롯해 유인영, 김산호, 장희진, 한름, 우승민이 출연한다. 안데니는 이 영화에서 인디밴드의 리더 민철 역을 맡아 극중에서 보람을 연기하는 장희진과 커플을 이룰 예정. 이 밖에도 손태영과 장근석이 6살 연상 커플을, 드라마 <눈의여왕>의 유인영과 뮤지컬 <그리스>에 출연했던 김산호는 캠퍼스를 주름잡는 닭살 커플을 연기하며, MBC 황금어장 <무릎 팍 도사>에서 엉뚱한 화법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올라이즈밴드 우승민과 <사마리아>의 한여름이 부산사투리로 무장한 날라리 커플로 만난다. 이미 지난 3월 11일부터 촬영에 들어간 <기다리다 미쳐>는 2007년 하반기에 관객과 만날 계획이다.
가수 안데니, <기다리다 미쳐>로 스크린 데뷔
-
<웨딩 크래셔> 3월24일(토) KBS2 밤 12시25분
바람둥이에게 결혼식은 세 박자를 갖춘 활동 무대다. 먹을 것, 마실 것, 그리고 여자. <웨딩 크래셔>의 백미는 세 박자를 척척 밟아나가는 오언 윌슨과 빈스 본 콤비의 스텝이지만, 포스 하나만으로 그들을 제압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글로리아 역의 이슬라 피셔다. “꼭 찾아낼거얌~”을 외치며 남자 가랑이에 찰싹 달라붙는 피셔는 스크린 밖에서도 유사한 이미지로 뭇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드라마와 광고를 섭렵하며 빨간 머리의 ‘섹시녀’(Hottie)로 호주 방송가를 누비던 그녀는 벌거벗고 파티를 벌여 풍기문란죄로 검거되는 등 숱한 스캔들을 뿌렸다. 2000년 ‘보랏’ 사샤 바론 코언과 약혼을 선언하며 타블로이드를 후끈 달군 피셔의 걸음은 자연스레 할리우드를 향했다. 2002년 <스쿠비 두>의 조연으로 다소 수줍게 스크린을 두드린 그녀는 <웨딩 크래셔>로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선
[앗! 당신] 내겐 너무 끈적한 그녀, 이슬라 피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