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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기독교영화제(SCFF)가 9월18일(월)부터 22일(금)까지 하이퍼텍 나다와 동숭교회에서 열린다. 기독교가 주체가 되는 영화제인 만큼 일반인은 거리를 느끼겠지만,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영화제의 목적을 기독교의 저변 확대나 선교 같은 편협한 선에 두지 않겠다는 것은 이 영화제가 처음 열릴 때부터 이어져온 각오이기 때문이다. 2003년 처음 문을 연 SCFF는 ‘기독교도는 영화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나그네 기독교, 떠돌이 영화’, ‘생명, 소통, 평화’ 등 좀더 보편적인 주제로 전진해왔다. 올해로 4회를 맞은 영화제는 ‘사랑이 이끌어낸 상상력이 사람과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묻는다. 예수가 전파한 복음인 동시에 세상의 중요한 가치인 사랑, 그리고 그 사랑에서 비롯된 상상력. 주제의 보편성이 영화제로 하여금 기독교 내부의 고민을 넘어 바깥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종교에 관한 사건과 인물을 담고 있는 영화는 개막작 <작은 것도 아름답
사랑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꾸며, 제4회 서울기독교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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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사태 뒤 5년, 기다렸다는 듯 개시된 전쟁과 숱한 의혹들, 최근엔 자작극이었음을 주장하는 영화 <루즈 체인지>가 화제인 가운데 <플라이트 93>이 개봉되었다. 9·11의 정치적 맥락을 생략하고, 생생한 재현을 통해 공포를 체감케 하는 이 영화가 내세우는 미덕은 ‘사실성’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살아나는 건 ‘사실성’이 아닌 ‘정치성’이다. 시나리오의 근간이 된 ‘9·11 위원회보고서’가 사실성이 아닌 미 정부의 공식입장을 담보할 뿐이며, 정치적 맥락을 배제한 채 상황에 주목하려는 태도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동안 알려진 ‘공식적인 진실’ 외에 다른 어떤 진실도 보태지 않는다. 그러나 다큐적 기법 아래 미국의 정치적 입장과 무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엔 세 공간이 나온다. 첫째, 연방항공국 등 관제탑. 둘째, 비행기. 셋째, 군작전센터. 세 공간은 세 알리바이를 증명한다. 첫째, 연방항공국은 테러에 대해 전혀 아는
<플라이트 93> 읽기 [2] - 미국의 자존심을 위로하는 무용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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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는 게 파괴 행위를 즐겨다루다보니 본의 아니게 TV로 생중계된 9·11 사건은 수백만명에 의해 마치 진짜 재난영화처럼 경험되었다. 그렇다면 9·11을 다룬 영화는 재난영화에 대한 재난영화가 되고 마는 걸까?
올리버 스톤의 새 영화,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어떤 의미에서 1974년작 <타워링>의 리메이크라면 <플라이트 93>은 70년대 <에어포트> 시리즈의 재구성된 후편쯤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가 큰 스케일의 영화라면 후자는 좀더 추상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둘 다 재난을 극도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영화 <JFK> 이후 가장 중요한 미국 역사를 다룬 영화로 선전될 테고 <플라이트 93>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이후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서는 첫 영화로 자리잡으려 할 것이다.
오래전 수잔 손택은 “우리는 오로지 영화를 통해서만 자신의 죽음뿐 아니라 도
<플라이트 93> 읽기 [1] - 애국주의 신화를 부숴버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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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적을 암시하는 개의 시간
하얀 진돗개가 잘 차려입은 부부와 함께 봄의 해변을 거닐고 있다. 남자가 얼굴 나이에 비해 머리숱이 적고 둘 다 우울한 말투를 지녔으며 해변의 여행객들이 돌이를 예뻐하는 걸 귀찮아하는 기색이긴 하지만 부부는 기품이 있어 보인다. 해변에는 고즈넉한 평화가 깃들어 있고, 오후의 햇살은 화사하며, 개의 털은 햇살로 더욱 새하얗다. 그러나 개는 자신에게 닥쳐올 운명을 알지 못한다. 그의 이름은 ‘돌이’다.
돌이는 해변에서 한번 더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난 뒤, 부부에 의해 버려진다. 돌이를 내버려두고 기품있던 부부가 낡은 프라이드 승용차를 타고 떠나버리자, 버림받은 돌이는 프라이드 뒤를 있는 힘을 다해 아스팔트길을 따라 달려간다. 며칠 뒤, 돌이는 펜션 종업원이자 펜션 주인의 조카에 이끌려 다시 해변에 나타난다. “삼촌이 키우기로 했다”고 그는 말한다. 여행객이 “차라리 잘됐다”고 말한다.
홍상수의 일곱 번째 영화 <해변의 여인>은 개의 영
남자와 여자와 개의 시간, <해변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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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흥행 정상에 올라섰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9월 7일 개봉한 김해곤 감독의 <연애참…>은 22만 4124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다. 배급사 집계로는 30만 2천명을 기록했다. 장진영과 김승우의 리얼한 연기와 <파이란>의 작가였던 김감독의 밑바닥 인생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연출이 돋보였다는 중평이다. 2위는 지난주 일본실사영화로는 국내 최고의 오프닝을 기록했던 <일본침몰>이 차지했다. 전국누계는 80만명 수준. 3위는 독립장편 <양아치 어조>로 알려진 조범구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뚝방전설>, 4위는 <괴물>, 5위는 류덕환이 여자가 되기를 꿈꾸는 오동구를 연기한 이해영·이해준 공동연출의 <천하장사 마돈나>가 자리했다.
2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한 <연애참…>을 제외한 상위권 네편은 12-14%의 비중을
<연애참>, 흥행 정상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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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전차남> 화장실 커뮤니티
[정훈이 만화] <전차남> 화장실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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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남, 문성근, 이창동은 삼총사 같은 이미지를 가졌다. <초록물고기>는 그 도원결의의 상징 같은 영화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장관 이창동은 감독 이창동으로 돌아와 전도연, 송강호 주연의 <시크릿 선샤인>(가제)의 촬영을 코앞에 두게 됐다. 배우 문성근은 <한반도> <두뇌유희프로젝트, 퍼즐> 등 스크린과의 만남이 잦아졌다. 그런데 배우이자 제작자 명계남에게 쏟아지는 영화 바깥의 ‘치도곤’은 멈출 줄 모른다. ‘바다이야기’의 뒤에서 상품권을 주무르며 큰돈을 거머쥔 어둠의 보스 같은 대우를 일부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받고 있다. 이렇다 할 근거가 밝혀진 건 하나도 없다. 결국 그는 두 친구가 영화계로 회귀한 시점에, 그 자리를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 영화계 밖에서 시작된 역차별이 영화계 안으로 파고든 탓도 있다.
그가 진정 서글퍼 보였던 건, “그 좋은 영화일”을 접기로 한 심정을 쏟아낼 때가 아니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사진은 싣지 않
제작자 은퇴 선언한 이스트필름 대표 명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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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해변의 여인>의 남자주인공은 김승우다. 연방 휴대폰을 꺼내 자랑하는 10개월 된 딸 라희의 아버지가 된 때문일까. 두편에서 나타나는 김승우의 연기는 전과 달리 일상의 냄새가 짙게 묻어 있다. 거기에는 <호텔리어>로 얻은 한류 스타의 화려함도 <라이터를 켜라>의 ‘어리버리’ 봉구의 어눌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기원을 찾으면 <궁>으로 부활한 황인뢰 PD의 역작 <연애의 기초>에서 낮은 목소리로 얼굴을 내밀던 한수의 자연스러움에 가깝다. 물론 11년 전 숫기없던 한수와 달리 <연애…>의 영운과 <해변의 여인>의 중래는 비루한 일상을 이기적으로 견뎌내는 속물이다.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17년차 배우 김승우의 사람 좋은 미소는 여전했지만, 작품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연기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의 눈빛에는 어떤 결심이 반짝거렸다.
-주연한 <연애…>와
<연애,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해변의 여인>의 김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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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통관 구조와 절차, 각종 변수와 전문인력 미비로 영화제측이 부담 떠안아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사후 대책이 없다.”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밍팀 정지영씨의 전언이다. 시네마테크와 영화제들이 프린트 통관 문제로 고민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수입되는 영화나 아카이브의 자료 보존을 위해 구입되는 작품들과 달리, 영화제 상영 프린트는 세계영화제라는 바다를 떠다니는 유람선이다. 세관에서 관세를 물리는 항구적인 수입품이 아니라 기간 내에 상영을 마치면 재반출되는 한시적인 물건이다. 문화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제와 관련된 지방자치단체들이 영화제를 위해 세관에 협조공문을 보내는 과정을 거쳐 대부분의 영화제 프린트가 국내로 반입된다. 하지만 영화제 특성상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프린트는 고스란히 일반상품처럼 관세를 추징당하는 수입품으로 돌변한다. 따라서 “시간이 생명”인 영화제에서 프린트의 수급을 결정짓는 통관 문제는 영화제 실무자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프린트 수급 지원, 일원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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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대만 발굴 작업부터 다음달 부산영화제에서 첫 공개 앞두기까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영화가 제작된 1919년부터 1969년까지 총 2097편의 영화가 발표되었고 그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영화는 646편에 지나지 않는다. 불과 30%만이 살아남은 것이다. 한국필름보관소로 출범한 한국영상자료원이 남아 있는 영화들을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 1974년부터이고 보면, 이 30%의 생존율은 어떤 면에서 기적적인 수치인지 모른다. 영화 한편을 만들고 사라진 영화사가 부지기수였고, 생명력이 있는 영화사들조차도 필름 보관실을 지니지 못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남아 있는 한국영화의 수가 적다고 한탄하기보다는 이 정도라도 남아 있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자료원은 이 수치를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해왔고 이제 그 성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일제시기 영화들이 지난 2년간 7편이 수집되었고 여기에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이 더해진 것이다.
발굴-맨땅에 헤딩하기
발굴은 맨
찾았다! 신상옥의 <열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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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공간에서 무언가 찾고 싶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23기에 재학 중인 77년생 동갑내기 소상민, 김보람, 정연씨는 요코하마 개항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중국의 영화학교가 함께하는 다큐멘터리 작업의 한국 참여단이다. 각각 연출과 촬영, 프로듀싱을 전공하는 이들이 팀을 이뤄 만든 <사랑하는 항구 ‘요코하마’의 게집애야!>는 오는 9월22일 개최될 요코하마학생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다. 지난 8월2일부터 10일까지, 이국땅 요코하마를 헤매고 돌아온 이들의 덤덤하고도 소중한 경험을 전해들었다.
-두팀이 경쟁한 끝에 선발됐다고 들었다. 누구의 기획안으로 시작한 것인가.
=소상민/ 한번도 일본을 방문하지 않은 임화가 <우산받은 요코하마부두>라는 시를 쓸 때는 일본을 타자화하여 자기 안에서 일본을 발견한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낯선 공간에서 뭔가를 찾아 헤매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식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다. 마침 김보람 촬영감
요코하마 개항 15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만든 소상민, 김보람, 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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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요한슨이 비평가들에게 넌더리를 쳤다. 요한슨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미스터리스릴러 <블랙 달리아>에서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경찰관 버키(조시 하트넷)의 애인이자 한때 갱단 두목의 여자였던 케이 레이트를 연기했다. 문제는 극중 케이와 버키가 벌이는 섹스신이 너무 뜨겁고 강렬해 영화 자체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불평이 나돈 것. 요한슨은 “물론 젊은 여자로서 섹시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연기가 해당 신에서 동떨어진 것이라고 결코 생각한 적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스칼렛 요한슨, 섹시한게 죄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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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오사마 빈 라덴을 죽이고 싶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큰소리를 쳤다. 스톤 감독은 9·11 사태를 그린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들고 베니스영화제를 찾은 상태. <월드 트레이트 센터>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잔해 속에 갇혔다가 가까스로 구출된 뉴욕 항만 관리경찰국 소속 경찰관 존 매클론린과 윌리엄 J. 지메노의 탈출담을 담았다. 스톤 감독은 “나는 평화주의자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관용의 미덕을 기를 필요가 있지만 그들처럼 극악무도한 살인자들에게는 그것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악의 축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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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이 고전 전쟁영화의 리메이크작을 제작한다. 잭슨이 리메이크할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이 독일군을 무찌르기 위해 댐을 폭발한다는 내용의 <댐 버스터>(1954). <킹콩>에서 시각효과 부분을 담당한 크리스천 리버스가 감독을 맡았다. 원래는 멜 깁슨이 연출과 연기를 겸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발생한 깁슨의 음주운전 사건으로 오래도록 눈독들였던 잭슨 무리가 차지하게 됐다. “2차 세계대전이 만들어낸 실화 중 가장 주목할 만하다.” 운좋게 잡은 기회이니만큼 잭슨의 단언처럼 주목할 만한 영화로 탄생하길.
멜 깁슨 지고, 피터 잭슨 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