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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비글로 감독과 제프 크로넨웨스 촬영감독은 영화의 흐름과는 관계없이 러시아와 잠수함이라는 낯선 두 공간에 적응했던 과정으로 음성해설의 도입부를 채운다. 그들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촬영 4개월 전부터 러시아로 건너가 생존자들을 만나고 촬영장소를 점검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재단의 첫 장편실사영화로서 이미 풍부하게 축적된 관련 자료가 있었지만, 비글로와 크로넨웨스에게 ‘마치 달 착륙 같았던’ 러시아행이 전해준 정서적 영향은 완성된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이후 그들이 실제 제작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폐소공포증을 일으키는 잠수함 내부의 재현과 그들과 전혀 다른 세상, 즉 냉전시대의 러시아 군대를 살았던 인간 군상의 묘사였다. 특히 크로넨웨스는 실제 잠수함과 똑같이 좁아터진 세트에서 카메라와 조명의 동선을 매 순간 고민해야 했다는 것을 가장 어려웠던 경험으로 꼽는다. 내부가 너무 좁아서 스탭들이 계속 카메라에 잡히자, 그는 스탭들에게 아예 군복을 입혀
[코멘터리] 러시아와 잠수함이란 낯선 공간에 적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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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루이스 브뉘엘과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자주 들르던 톨레도의 카페에 앉아 있다. 그런데 때는 2002년이란다. 그리고 20대의 브뉘엘이 만들지도 않은 <비리디아나>를 곤충학자 웨이터가 봤다 하고, 영화평론가는 <폭풍의 언덕>과 <트리스타나> 등을 싸잡아 욕한다. 놀랄 건 없다. 노년의 브뉘엘이 상상하는 영화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유대교, 가톨릭,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자들의 묘한 공조 관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세 친구가 거대한 지하 공간으로 내려가 우주의 신비를 품은 영물인 ‘솔로몬의 탁자’와 대면하게 되면서 영화는 절정을 맞는다. 그렇다면 브뉘엘이 언제 <레이더스>나 <나니아 연대기>가 연상되는 모험영화를 기획이라도 했단 말인가. <브뉘엘과 솔로몬 왕의 탁자>는 사실 브뉘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카를로스 사우라가 연출한 영화일 뿐이다. 브뉘엘이 자신을 ‘영화적 아들’로 대우했
[해외 타이틀] 상상 속의 브뉘엘, 감춰졌던 브뉘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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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대변하던 서부영화는 1950년대에 총을 쥔 여성이 남성을 거느리는 혁신적인 영화를 만들었는데, 니콜라스 레이와 새뮤얼 풀러의 <자니 기타>나 <40정의 총> 같은 영화는 남자들의 심기를 거스르기 일쑤였다. 서부영화에서 총을 든 여성 캐릭터가 밝고 예쁜 얼굴로 치장된 건 아마도 루이 말의 <비바 마리아>가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름다운 그녀들의 무정부적인 성향과 세상을 뒤집어보겠다는 의욕이 이후에도 간간이 이어지던 중 <밴디다스>가 나왔다. <밴디다스>는 <비바 마리아>의 가장 충실한 후예다. 다른 계급 출신인 상반된 성격의 두 여성(한명은 이름까지 같아 마리아다)이 악의 세력에 맞서 보통 사람들을 구한다는 설정에다 일정 부분 앵글로포비아적인 내용까지 끼어 있어 <비바 마리아>를 빼고 <밴디다스>를 말하기는 힘들다. 아마도 브리지트 바르도와 잔 모로도 박수치며 응원했을 것
삶과 모험에 대한 예찬, 여성의 서부영화, <밴디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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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과 <타락천사>는 왕가위를 대중적 위치에 자리매김한 작품이며, 광고를 포함한 대중매체들은 두 영화를 두루 차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말에 의하면 두 영화는 ‘대중적인 실험영화’이고, 왕가위와 그의 초기 영화가 관객과 전쟁을 치르며 자리를 지키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홍콩 스타들을 앞세워 홍보된 영화에 예술영화의 심지가 꽂혀 있었으니 서울의 모 극장에서 벌어졌다는 전설의 난동사건도 짐작되는 바다. 그 전쟁의 첫 번째 전사인 정성일이 <중경삼림>과 <타락천사> DVD의 음성해설을 맡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유의미한 감동적인 사건이다. 왕가위 영화의 의미를 제대로 알리고자 지난한 노력을 기울였던 그가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들려주는 해석이 어찌 궁금하지 않겠나. 왕가위와 나눈 대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수많은 이름들과 함께 감상 포인트까지 놓치지 않는 그의 음성해설은 영화의 수많은 기호를 밝혀내는데, 그의 열
정성일의 해설로 다시 보는 왕가위, <중경삼림> <타락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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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감독: 에밀리오 에스터베즈
배우: 앤서니 홉킨스, 데미 무어, 샤론 스톤, 엘리야 우드, 린제이 로한, 프레드 로드리게즈, 스벳틀라나 멧키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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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자와>
감독: 가린 누그로호
배우: 마르티누스 미로토, 아티카 사리 데비, 에코 수프리얀토, 레트노 마루티, 젝코 시옴포 푸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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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흐르는 사랑>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배우: 휴 잭맨, 레이첼 와이즈, 엘렌 버스틴, 클리프 커티스, 숀 길레트, 숀 패트릭 토마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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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
감독: 브느와 자콥
배우: 이실드 르 베스코, 베랑게르 본보이신, 마르끄 바베, 제레미 일케임, 루이스 드 란퀘이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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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2006] 화려한 스타들의 생생 화보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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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드라마는 드라마였다. 전날 드라마를 본 기쁨이 다음날 친구들과의 수다로 이어지면 곧 끝이었다. 요즘은 드라마를 DVD로 다시 본다.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나 게시판이며 동아리에서 같이 논다. 쾌락의 집단 리플레이 기능. 그리고 이런 변화는 <매거진t> 백은하 편집장이 책머리에 쓴 대로 하자면 “시대는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그 드라마는 시대를 이끈다”.
<매거진t>가 처음으로 펴내는 ‘t mook’ 시리즈로 황인뢰, 노희경, 인정옥, 신정구 4명의 작가 작품론과 인터뷰를 담았는데, 이들은 시청률로는 판단할 수 없는, ‘시대를 이끄는’ 감수성의 전위부대다. 이 책은 그들이 만든 드라마 보기 즐거움의 리플레이를 극단화하는 시도이자 그들의 꾸밈없는 목소리를 담아낸 채집상자다. 눈매 날카롭고 흉내도 잘 내고 우리가 미처 못 본 걸 쏙쏙 끄집어내 어제 본 드라마의 감동을 되새기다 못해 의미까지 부여해서 안겨주는 친구랄까. 김혜리, 백은하 등이 다시 돌려놓는 드라마
놓쳤던 드라마의 즐거움, 리플레이~ <드라마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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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성에 대해 꾸준히 언급해온 전시의 소재는 언제부터인가 휴식, 일탈 등 일상에 대한 의도적인 탈피의 시점을 수용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Play, TOY 전>도 마찬가지다. 제목에서 보듯 전시의 중심 테마는 장난감. 어린아이의 놀이를 위한 물건으로 생각되지만, 자연스럽게 ‘놀이’에 대한 개념으로 확장 가능하다. ‘놀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개념의 설파보다도 이 전시가 설득력을 지닌 듯 보이는 것은 ‘장난감’이라는 매개를 통한다는 점이다. 그 매개체는 작가의 특성에 따라 일러스트와 인터렉티브 아트, 모션 디스플레이, 설치 등 각각 다른 장르의 옷을 입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Yobi(노미경), 조선경, 김영준 등 11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장난감의 모양새는 다양하다. 파란 빛깔의 머리색을 가진 여자아이를 그린 Byetom(김윤정)의 <나의 장난감이 나를 닮아갑니다>는 그 소녀와 똑 닮은 작은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공유한 또 다른 자아 혹은 분신
장난감하고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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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9월10일(일) 오후 2시20분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이 세상에 나온 1941년, 존 휴스턴의 필름누아르 <말타의 매>가 개봉했다. 휴스턴의 데뷔작인 <말타의 매>는 험프리 보가트를 내세워 ‘남자들의 서사’를 장르 속에 안착시켰다. 이 영화로 휴스턴은 오슨 웰스만큼의 천재성을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할리우드의 흥행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대체로 최고의 배우들과 스탭, 그리고 이미 검증받은 원작을 선택하여 흥행과 영화적 완성도 사이에서 영리하게 균형을 잡았다. <키 라르고>는 또다시 험프리 보가트가 주인공으로 분한 갱스터영화로, 라울 월시의 <화이트 히트>와 함께 할리우드 갱스터 고전의 최후이자 새로운 개막을 알리는 작품이다. <키 라르고>에는 초기 갱스터 장르의 특성과 미국사회의 흐름에 따른 갱스터물의 변화된 면모가 공존한다. 그래서 미국 최남단 플로리다 키즈 섬의 최대 산호섬인 ‘키 라르고’를
회색빛 도시를 벗어난 갱스터영화, <키 라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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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과 함께 미국은 끝났다”
토드 보이드 교수는 9·11 사태 이후, 이 사건과 미국 대중문화를 꾸준히 연관시켜 바라봤다. 현재 남가주대학(USC)의 영화이론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며 미디어 전문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미국 대중문화와 영화, 특히 미디어와 관련된 인종 및 계급, 성 정치학 분야의 전문가이다. 독특한 스타일과 대중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진행하는 ‘힙합 문화’, ‘미국 영화의 인종, 계급, 젠더 문제’ 등의 강의는 USC 학생들 사이에서 ‘필수’ 코스로 알려져 있다. 2005년 가을 학기에는 영화를 통해서 9·11 이후의 미국을 조명하는 ‘9/11 아메리카’라는 강의를 개설했던 그에게서 2001년 9월11일 이후 5년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문화적 변화에 관해 들어봤다.
-9·11 테러 이후 5년이 흘렀다. 9·11이 미국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화는 특정 시대 사회상의 반영이다. 때에 따라 그 양상이 미묘하기도 하지만
9·11 테러는 할리우드를 어떻게 바꾸어왔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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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음모론에 관한 다큐 <루즈 체인지>의 반향
하지만 징후는 징후일 뿐이다. 할리우드가 9·11의 징후를 영화 안에 살짝 새겨넣는 세공술에 몰두하는 동안 미국 바깥과 독립영화계는 9·11의 본질을 캐물었다. 2002년 선보인 옴니버스영화 <2001년 9월11일>은 대표적인 경우다. 이마무라 쇼헤이, 켄 로치 등 세계적인 감독 11명의 11분9초1프레임짜리 단편을 모은 이 영화는 9·11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여준다. 또 다른 9·11, 즉 칠레의 피노체트가 아옌데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1973년 9월11일을 그리는 켄 로치처럼 각각의 감독들은 자신의 개성에 따라 9·11을 해석했다. 독립영화계도 노엄 촘스키와의 대화를 담은 <권력과 테러>를 비롯해 주로 9·11 테러가 발생한 진정한 이유와 그것이 일으킨 파장, 그리고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의 부도덕함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내놓았다. 결국 올해 열린 트라이베
9·11 테러는 할리우드를 어떻게 바꾸어왔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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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세계의 큰 변화를 알리는 사건이었다. 이슬람 대 기독교라는 ‘문명의 충돌’,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의 붕괴, 거대한 환상의 현현 등 관점에 따라 해석은 다를지언정 9·11 사태가 향후 세계에 씻을 수 없는 영향을 발휘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이는 없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2001년 9월11일을 21세기가 진정으로 도래한 시점으로 파악하더라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 망각할 수 없는 새로운 시간대의 시작점에서 우리는 영화에 관심을 기울이려 한다. 그건 9·11을 다루는 두편의 영화- <플라이트 93>(9월8일)과 <월드 트레이드 센터>(10월20일)가 곧 국내에서 개봉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는 세상을 보여주는 거울이면서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강력한 매체 아닌가. 과연 9·11이 일으킨 거대한 진동은 그 뒤 5년 동안 영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또 그 5년간 영화가 바라본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나.
할리우드는 진정 세계무역센터의 ‘보이지 않는 그림
9·11 테러는 할리우드를 어떻게 바꾸어왔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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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나기 쓰요시는 주변의 친한 사람들로부터 ‘쯔요뽕’이라고 불린다. 구사나기 쓰요시, 초난강과는 또 다른 의미의 텍스트다. 사생활에 철저하기로 유명한 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쯔요뽕이란 키워드로 검색을 해야 알 수 있을 정도다. 착하고 성실한 이미지, 포복절도할 댄스. 그 뒤편에 숨어 있는 쯔요뽕의 속마음을 들여다보았다(이 인터뷰는 잡지 <키네마준보>와 <앙앙>, TV 프로그램 <더 트루 쇼-구사나기 쓰요시편> <정열대륙-구사나기 쓰요시편> <스마스마>를 통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한국어를 잘하는 일본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한글은 어떻게 배우게 되었나.
=한국영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흥미를 느꼈다. 일단 한국어는 일본어와 어순이 비슷해서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또 내 모습이 한글과 많이 닮았다. (웃음) 한글을 보면 각이 잡혀 있지 않나. 내 얼굴도 그렇다. 턱이나, 광대뼈, 코의 골격이. 한글을 보면서 내 얼굴을 보는구
<천하장사 마돈나> <일본침몰>의 구사나기 쓰요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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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나기 쓰요시가 출연한 영화 두편 <천하장사 마돈나>와 <일본침몰>이 8월31일 한국에서 동시에 개봉했다. 그는 29일 <일본침몰> 홍보차 한국을 방문해 무대인사를 가졌다. <환생> <호텔 비너스> 등 국내에서 이미 공개된 출연작들이 있지만, 한국 관객에게 그의 연기는 아직 낯설다. 초난강이란 이름의 코믹한 댄스와 노래가 연기보다 먼저 연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하장사 마돈나>의 일본어 선생님과 <일본침몰>의 잠수정 파일럿은 초난강과 구사나기 쓰요시의 차이만큼 좁혀지지 않는 인물이다. 초난강은 누구일까. 혹은 구사나기 쓰요시는 누구일까. 음악과 연기,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에서 유쾌한 활주로를 그리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한국통 일본 배우의 뒤를 따라가보았다.
도드라진 광대뼈와 분홍색 볼터치. 날이 선 백바지와 광택나는 구두. 가운데 두 손가락을 접은 채, 양 손을 상하로 움직이며 부르던 노래. 아~
<천하장사 마돈나> <일본침몰>의 구사나기 쓰요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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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괴물>이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을 새로 썼다. 배급사 쇼박스는 <괴물>이 개봉 38일만인 9월2일(토)까지 1237만 8366명(배급사 집계)의 관객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괴물>은 <왕의 남자>(1천 230만명)와 <태극기 휘날리며>(1천 174만명)를 제치고 한국영화 역대 흥행 1위에 올랐다. <왕의 남자>가 개봉 74일만에 1200만 고지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괴물>의 속도는 확실히 곱절로 빨랐다. 따라서, 지금도 전국 280개관에서 상영되고 있는 <괴물>의 여세가 추석 시즌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8월 마지막 주 박스오피스 1위는 전국 47만 8953명(배급사 집계)을 동원한 <일본침몰>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자료에 따르면, 7월27일 개봉 이후 5주 연속 1위 자리를 고수하던 <괴물>이 이번 주 한 계단 내려앉아 2위로 물
<괴물>,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