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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학교 3학년 때 교복, 두발 자율화를 경험한 세대다. 거꾸로 말하면 중학교 2학년까지 머리 깎고 교복 입고 모자를 썼다는 말이다. 어려서 교복에 심한 거부감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막상 자율화가 이뤄지자 얼마간 당황했다. 교복을 입었을 때 감춰졌던 빈부격차가 한눈에 드러나 학교 가는 일이 우울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자율화는 기쁜 일이었다. 복장이나 머리 때문에 선생님한테 싫은 소리 들을 일은 없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교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내게 자율은 빈부격차의 노출에도 불구하고 억누르고 금지하는 것보다는 나은 조치였다.
그러나 사복을 입고 머리를 기르게 됐다고 자율의 세상이 온 건 아니었다. 자율학습시간이 자율이 아닌 것처럼 대학 진학도 정말 자율적인 목표는 아니었다. 대학을 가야겠다 생각한 건 아마도 그곳엔 진정한 자율이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막상 대학에서 얼마나 자율을 만끽했는지는 기억이 희미하다. 마신 술의 양으로
[편집장이 독자에게] 다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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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는 맑은 남자다. 서울 구치소에서 사형수들을 만났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윤수 역시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있다 보니 세상에 대한 원망과 욕심도 사라지고 어느 정도는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남자다. 윤수라는 남자를 처음부터 이해할 수 있었던 건 물론 아니다. 죄수복을 입고 머리를 자르는 순간 비로소 윤수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침밥을 먹다가 사형집행을 선고받는 장면을 찍을 때는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윤수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나 역시 그랬다. 섬뜩했다.
송해성 감독과 항상 윤수에 대한 생각이 같았던 것은 아니다. 유정에게 “나 좀 그냥 죽게 놔두란 말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나는 윤수의 감정이 폭발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감독님은 좀더 자제하라고 했다. 물론 감독님의 버전이 쓰였다. (웃음) 윤수를 경상도 남자로 설정한 것도 송해성 감독님이다. 나는 안 하겠다고 했다. 나를 편하게 해주려는 의도라면 싫다고 말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경
머리를 자르자 윤수가 다가왔다,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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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은 얼음공주다.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 파헤치는 여자, 상처를 아물게 하기보다는 덧나게 하는 여자다. 햇살이 너무 눈부셔 수면제를 털어넣을 정도로 시작부터 극한에 서 있는 인물. 호기심이 생겼다. 밑줄을 쳐가면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가슴이 저며왔다. 배우로서 꼭 하고 가야 할 인물이었다. 송해성 감독님의 감성에 믿음이 갔고, 사형수 윤수가 강동원이라는 사실도 매력적이었다. 상투적이지 않았으니까.
유정의 내면은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과거의 상처로 인한 아픔, 엄마에 대한 원망, 윤수를 향한 안타까움. 수많은 감정들이 촘촘히 얽혀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는 순간에도 눈빛과 손짓으로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힘들었다. 때로는 촬영장이 사형장 같았다. 언제부터였을까? 닫혀 있던 유정의 세계가 윤수를 만나며 조금씩 열렸던 것처럼, 난 유정으로서 성장을 거듭했다. 사형제도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던 난 사형수들을 직접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됐다. 분노도 욕심도 존재하지 않
난 유정과 함께 성장했다,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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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원작을 영화화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절망의 한가운데서 부르는 사랑 노래다. 세 사람을 살해하고 사형을 선고받은 남자 윤수(강동원), 정신과 카운셀링 대신 사형수와의 면담을 선택한 대학교수 유정(이나영). 두 사람은 일주일에 3시간,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면회실에서 만나고, 점점 서로에게 마음을 허한다. 그러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제목은 아플 만큼 역설적이다. 윤수와 유정의 행복한 시간은 결국 사형대 위에서의 고백과 함께 사라져버릴 운명이기 때문이다.
송해성 감독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강동원과 이나영의 재발견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보자. 공지영이 만들어낸 비극의 주인공들에게 강동원과 이나영을 대입해본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세상에 대한 분노를 속으로 껴안은 사형수 윤수와 어린 시절의 비밀을 감당하지 못해 밥먹듯이 자살을 기도하는 여교수 유정은 쓰리고 독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강동원,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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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삶>
감독: 지아장커
배우: 자오 타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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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
감독: 브느와 자콥
배우: 이실드 르 베스코, 베랑게르 본보이신, 마르끄 바베, 제레미 일케임, 루이스 드 란퀘이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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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에서의 개인적 두려움>
감독: 알랭 레네
배우: 랑베르 윌슨, 사빈느 아젬마, 앙드레 뒤솔리에, 라우라 모란테, 피에르 아르디티, 이자벨 카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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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독>
감독: 호 유항
배우: 쿠안 춘 와이, 쳉 윙 홍, 리우 와이 홍, 피트 테오, 야스민 아마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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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구이시열전>
감독: 오시이 마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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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2006] 화려한 스타들의 생생 화보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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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트레이드 센터>
감독: 올리버 스톤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마이클 페냐, 매기 질렌홀, 마리아 벨로, 스티븐 도프, 마이클 쉐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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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북>
감독: 폴 버호벤
배우: 카라이스 반 하우텐, 세바스찬 코치, 톰 호프만, 왈데마르 코버스, 할리나 레진, 데릭 드 린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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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감독: 에밀리오 에스터베즈
배우: 앤서니 홉킨스, 데미 무어, 샤론 스톤, 엘리야 우드, 린제이 로한, 프레드 로드리게즈, 스벳틀라나 멧키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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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리쟈>
감독: 이반 비리파에프
배우: 폴리나 아게르바, 막심 우스카보브, 마카일 오쿠네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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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별>
감독: 지아니 아멜리오
배우: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타이 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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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2006] 화려한 스타들의 생생 화보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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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사태 5주년을 맞아 이 사건의 현장을 직접 재현해 보여주는 미국 영화 두 편이 잇따라 한국에서 개봉한다. 〈블러디 선데이〉의 감독 폴 그린그래스가 메가폰을 잡은 〈플라이트93〉이 오는 8일 개봉하며, 올리버 스톤 감독이 연출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10월 중순에 개봉한다.
알다시피 9·11은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고, 이후의 세계정세를 바꿔놓았으며, 지금도 음모론이 끊이지 않는 ‘뜨거운 감자’다. 이런 사건의 현장을 5년 만에 직접 대형 스크린으로 옮긴다는 게, 이른 일일까 늦은 일일까. 한국 같으면 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이 〈꽃잎〉을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스크린을 타기까지 16년이 걸렸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4월 말 스크린에 걸린 〈플라이트93〉의 개봉을 앞두고 “너무 이르다”는 논란이 미국 안에서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개봉 뒤 시들해졌고, 8월 개봉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함께 두 영화는 미국에서 좋은 흥행성적을 거뒀다.
미국이 영화에 관대
[팝콘&콜라] ‘무사착륙’에만 신경쓴 9·11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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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일본에서 개봉한 〈괴물〉이 비평에서는 좋은 반응을 받았지만 흥행 성적은 기대에 못미쳤다. 전국 25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괴물〉은 같은 날 개봉한 〈마이애미 바이스〉에 크게 밀리면서 주말 박스오피스 7위에 머물렀다. 이는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중 〈태풍〉과 비슷한 수준으로 시사회와 언론의 호평으로 미뤄 짐작했던 예상에 크게 못미치는 “의외의 결과”라는 게 한국 제작사와 일본 배급사 ‘가도카와 헤럴드’의 공통된 반응이다.
일본 언론들은 대부분 〈괴물〉을 주요 개봉영화로 다루며 모두 후한 점수를 줬다. 〈아사히신문〉은 영화평에서 “이야기는 파란만장하고, 어투는 가벼우며, 특수촬영은 정교하고, 게다가 주제는 명쾌하다”며, 영화의 서스펜스와 사실적인 세부묘사, 유머를 높이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이어 금기라고 할 수 있는 정치·사회 문제를 영화에 버무려 넣은 패기와 곡예사 같은 움직임이 돋보이는 괴물의 모양새를 들어 “특히 칭찬해야 할 점은 틀에 박힌 괴물영화에 과감하게
일본 간 <괴물> 호평에 웃고 흥행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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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실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던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1962)이 HD로 복원되어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 부문에서 상영될 계획이다. 이번 상영은 대만영상자료원에서 소장하고 있던 16미리 필름을 한국영상자료원이 발굴 복원함으로써 성사됐다. 오는 11월 양국 영상자료원간의 상호 합의 각서 교환 이후, 12월에는 필름을 정식 기증받을 예정이다. <열녀문>은 젊은 과부와 머슴의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당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출품되는등 신상옥 감독의 영화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손꼽혀 왔다.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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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와 전도연이 이창동 감독의 신작 <시크릿 선샤인>의 주연으로 나란히 캐스팅됐다. <시크릿 선샤인>은 밀양의 카센터 사장 종찬과 피아노 학원 강사 신애 두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송강호가 맡은 '종찬'은 밀양으로 이사온 신애를 만나 마음을 뺏기고 그녀에게서 사랑을 얻고자 한다. 전도연이 맡은 신애는 남편을 잃고 어린 아들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와 새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송강호와 전도연이 한 작품에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크릿 선샤인>은 2007년 봄 개봉 예정이다
송강호, 전도연 <시크릿 선샤인>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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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감독 올리버 스톤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9월15일 기자 간담회를 갖는다. 9.11 사고를 배경으로 한 올리버 스톤의 신작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당시 사고현장에서 생사를 오갔던 두 명의 실존 경찰의 이야기를 모델로 했다. 기자간담회 이후 오후 7시에는 현장 소방관, 119대원, 경찰관등을 대상으로 한 영화 시사회도 있을 예정이다.
올리버 스톤 내한 기자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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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농아인협회, CGV, 롯데시네마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장애인영화 정책사업 '한국영화 한글자막/화면해설 상영시범사업'의 일환인 제 2차 장애인초청이벤트 행사가 9월13일(수) 1시 대전 CGV 2관에서 열린다. 200여명의 시청각 장애인이 영화 <각설탕>을 관람할 예정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디지털 자동 자막기가,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성우가 보청기를 통해 설명하는 화면해설 서비스가 제공된다. <맨발의 기봉이>의 상영에 이어 올해에는 두 번째다.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CGV 구로, 대전, 부산, 대구, 구미, 롯데시네마 일산등 6곳에서 향후 상영중인 영화 10여편에 대한 한글자막 및 화면해설 서비스가 곧 제공될 예정이다.
한글자막/화면해설 상영시범사업 행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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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그 참을수 없는 가벼움>이 <일본침몰>을 제치고 이번주 예매율 1위에 올랐다. 배우와 각본가를 겸업했던 김해곤 감독의 데뷔작이며, 장진영과 김승우가 싸우고 사랑하고를 반복하는 끈끈한 연인으로 출연한다. 지난주 <괴물>을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던 <일본침몰>은 순위가 떨어졌지만 10퍼센트 안팎의 예매율을 보이며 5위권 내 순위를 유지했다. 하락세라고는 해도 <괴물> 역시 힘을 발휘하며 5위권을 고수했다.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의 씨름기 <천하장사 마돈나>가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서 32.7퍼센트로 1위를 차지하는 등 크게 선전한 것이 특히 눈에 띤다. 그밖에 5위권 내에는 주먹 청춘들의 액션을 담은 <뚝방전설>과 외화 스릴러 <센티넬>이 올랐다.
9월 6일 밤 9시 30분 현재
맥스무비
1. 연애, 그 참을수 없는 가벼움 48.77%
2. 괴물 11.03%
3. 일본 침몰 10.53%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예매율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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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음악을 들으러 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한데 그 ‘좋아한다’는 게 다 저마다의 기준에 의거한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의 범위도, 알고 있는 음악의 양도, 음악을 듣는 빈도도, 음악을 듣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천명이 함께 이글스의 <Hotel Calrifornia>를 듣는다면 그 시공간엔 천개의 <Hotel Calrifornia>가 존재한다. 모두 자신의 마음속의 <Hotel Calrifornia>를 듣고 있는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기에 음악에 주목하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 한쪽에는, 다운받고 지우기를 빠르게 반복하는 이 시대에, 오래전부터 자신이 모아온 LP판으로 옛날 음악을 틀어주는 곳도 있다. 사람들은 역시 자신만의 이유로 그곳을 찾는다. 음악이 좋아서, 분위기가 좋아서, 편해서, 좋아하는 곡을 신청하려고, 자기가 모르는 곡을 들으려고, 추억 때문에. 손님들은 말이 많지만 가게의 주인은 묵묵
개성만점 올드 뮤직 바에 관한 사소한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