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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화적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송현숙 감독에게선 자연스러운 예술욕이 엿보인다. 1972년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된 그녀의 삶에 그림이 찾아들었고 이를 계기로 영상물 연출에 손대게 됐다. 40여번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연 화가이자 세편의 다큐멘터리를 필모그래피에 올린 영화감독인 그녀에게 이번 가을은 유독 인상적인 시기가 될 것 같다. 10월27일부터 11월9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개인전을 여는 한편 첫 작품인 <내 마음은 조롱박>으로 제2회 재외동포영화제 ‘월드 코리안의 목소리’ 부문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 사진 촬영은 고역이라던 그녀는 자신의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그림은 어떻게 그리게 됐나.
=독일에서 3년 계약이 끝나고 4년째부터 정신병원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환자들에게 기술이나 그림을 가르치는 것을 보니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 당시 그림일기를 작성했는데 글은 간단히 쓰는 대신 향수를 느낄 때면 시골집을 그린
[스팟] 재외동포영화제 상영작 <내 마음은 조롱박>의 송현숙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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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미녀 삼총사의 멤버가 암과의 격전에 돌입했다. 70년대를 풍미한 TV시리즈 <미녀 삼총사>의 파라 포셋(59)이 대장암에 걸려 투병 중이다. 그는 지난 10월19일 홍보위원을 통해 “현재 암과 싸우고 있으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제발 나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달라”고 발표했다. 파라 포셋은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수술 준비에 들어갔으며, 옛 연인 라이언 오닐(<러브 스토리>)이 곁에 머무르며 투병생활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삼총사 멤버인 재클린 스미스와 케이트 잭슨도 각각 암을 극복하고 재기한 경력이 있다.
<미녀 삼총사>의 파라 포셋은 암 투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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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2006년 세계여성상 경영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살아 있는 비너스’로 불리는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등이 수상한 바 있는 이 상은 지난 2000년 오스트리아 작가 게오르그 킨델이 창설했으며,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올해 세계여성상위원회는 총 12개 부문의 수상자를 선정했으며, 자선부문은 배우 샤론 스톤, 연예오락 부문은 우피 골드버그가 수상했다. 시상식은 현지시각으로 10월14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미경 CJ 부회장, 세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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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화백이 <타짜>에 이어 또 한번 스크린 도전에 나섰다. 원작자로서가 아니다. 허 화백은 치열한 노름꾼의 ‘외면 연기’를 선보였던 <타짜>에 이어 자신의 원작을 영화화하는 또 다른 영화 <식객>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심지어 이번에는 대사도 있다. 지난 10월8일 진행된 촬영에서 허 화백은 주인공 성찬(김강우)의 칼국수 가게에 손님으로 등장해 “성찬? 진수성찬이네~”라는 대사를 통해 칼국수 면발처럼 쫀득한 내면 연기를 선보였다고 한다. 허영만 화백의 연기 도전은 2007년 1월경에 매우 부담스러운 대형 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만화계 거장 허영만 화백의 영화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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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와이드 셧>이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으로서는 좀 실망스러웠던 분들을 위한 희소식. 큐브릭에게 화살을 돌리지 않고 대신 비난을 퍼부을 대상이 생겼다. <풀 메탈 자켓>의 하트만 상사로 잘 알려진 R. 리 어메이에 따르면, 큐브릭이 <아이즈 와이드 셧>의 원흉으로 지적한 것은 주연배우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다. 큐브릭은 죽기 2주 전에 어메이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즈 와이드 셧>은 구역질나는 쓰레기야. 비평가들이 즐겁게 씹어대겠지. 크루즈와 키드먼이 자기들 멋대로 행동한 탓이야”라고 말했다고. 큐브릭 마니아 여러분들은 안심하시라. 이게 다 놈현. 아니, 크루즈와 키드먼 탓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죽어서도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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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하나 있다. 미자다.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한고은이 열연하는 그 미자말이다. 드라마 속 인물이나 미워하다니 엄청 한가하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의 시름이 깊을수록 믿고 의지할 건 텔레비전밖에 없다는 옛 성현의 말씀도 있지 않나.
사랑에는 국경도 없고 잘잘못을 따질 수도 없겠지만 딱 하나, 아주 죄질이 나쁜 사랑이 바로 미자가 태준에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곁에 있을 때는 온갖 무시와 외면으로 상대방의 인내를 시험하다가 상대방이 다른 사람에게 가는 순간 돌아와달라고 매달리는 건 사실 사랑이 아니라 ‘나 갖긴 싫은데 남주긴 아까워’병의 발작 증상에 불과하다. 미자와 태준의 재결합 이후 벌어지는 파탄의 풍경을 보라. 여기부터는 시청을 중단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의 정신건강이니까.
그래서 한동안 평화로웠던 나의 마음상태를 다시 발칵 뒤집어놓은 미자의 이란성 쌍둥이가 등장했으니 <봄의 눈>의 주인공 키요다. 키요는 자신을 좋아
투덜양, <사랑과 야망>의 미자와 <봄의 눈>의 키요에게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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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FK>만큼 역사적인 소재와 뚜렷한 제목을 가진 올리버 스톤 감독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개봉했다. 안드레아 버로프의 시나리오에 근거한 이 영화가 지닌 놀라운 점은 그 사실성이 아니라 절제에 있다. 파괴 전문가 스톤은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수백만달러를 사용해 9·11 직후의 파괴 장소를 재현했다. 하지만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가장 인상적인 효과는 섬세한 편집에 있다. 역사를 바꾼 재난은 빠르게 진행된다. 비행기의 그림자가 보이고 꽝 하는 충격음, 그리고 텔레비전 중계 이미지들. 내내 스톤은 분별력있게 장면들을 전환시키고 어두운 화면을 의미있게 사용한다. 올리버 스톤은 베테랑 군인이다.
그의 주인공도 그렇다. 20년 경력의 항만 경찰 존 맥라글린(니콜라스 케이지)은 새벽 3시29분에 일어나 자는 아내 도나(마리아 벨로)와 아이들을 남겨두고 직장으로 향하고 자동차 라디오에선 신기하게 ‘뉴욕시에 떠오르는 해’를 노래하고 있다. 항만청 터미널에
쇼 비즈니스의 계명을 따르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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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잡지가 주선한 작은 모임이 있었다. 미술인, 음악인, 나를 포함한 3인의 대담(은 무슨, 그냥 잡담)이었다. 주제는 예술가의 제스처에 관한 것이었다. 사회자는 미끼로 낸시 랭을 던졌다. 낸시, 귀엽고 깜찍한 그녀. 시랭 언니가 귀여운 건 인간극장 시청자라면 누구나 다 알게 되었다. 그녀의 몸짓에 의해 철저히 가려진 그녀의 그림이 TV에 의해 발가벗겨졌다. 그녀에 대한 미술인의 의견이 궁금했다. 뭐라고 뭐라고 한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기분 나쁘단 뜻이겠지. 낸시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대부분 이렇다. 낸시 랭은 제스처 덩어리야. 그 말의 뜻은… 꺼져, 사이비야!
누군가는 말했다. 이제 예술이 할 수 있는 건 메시지가 아니라 언어의 영역이라고. 포스트모던에 한발이라도 살짝 담가본 사람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다. 언어가 뭘까. 언어는 다른 말로 제스처다. 예술은 고등사기란 백남준의 말이 있지만, 여기에 한마디 보태겠다. 예술은 고등 제스처 사기다. 많은
[이창] 고흐, 커트 코베인, 그리고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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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빈민가를 무대 삼은 영화 <시티 오브 갓>에서는 열살이 안 된 (남자)아이들도 총질을 해댄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아이에게 총을 겨누는 또래가 선심 쓰듯, “손을 쏠까, 발을 쏠까?” 묻는다. (원고 써서 먹고사는) 나 같으면 발을 쏘라고 할 텐데, 아이는 망설임없이 손을 내민다. 뛰고 도망치는 거리의 인생이니 손보다 발이 중요할 것이다. 상대방에게 의미있는 신체 부위에 대한 훼손은 효과적인 모욕이자 보복 수단이다. <타짜>의 도박사들은 손가락이 잘리고, <왕의 남자>에서 왕은 연적의 눈을 빼앗는다. 눈은 ‘보는 자’로서 남성 섹슈얼리티, 다시 말해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거세 공포의 변형으로 보았다. 근친상간으로 아버지에 대한 죄의식에 시달리던 오이디푸스 왕은 자살한 왕비의 브로치로 자기 눈을 찔러 죄의 대가를 치르고자 한다. 스스로 거세를 수행한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를 “눈에는 눈, 이에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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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기술>을 보고 혹시나 싶었다. <천하장사 마돈나>를 보며 심증을 굳혔고 <타짜>를 보고 나니 재론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 한국영화에서 진정한 두사부일체는 백윤식이다(이하 백윤식은 영화 속 백윤식을 말한다). 그는 두목이자 스승이자 아버지다. 백윤식은 지옥 같은 학교가 나오는 <싸움의 기술>에서는 학교 밖의 교사고, 지옥 같은 가정이 있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는 집 밖의 아버지다. 졸렬한 생부들은 그를 질투한다. 백윤식 캐릭터는 남자주인공의 성장담인 이 영화들의 스토리와 장르, 주제가 교차하는 삼거리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있다. 비교함직한 대상으로는 <핑퐁> <워터 보이즈> <스윙걸즈>의 일본 배우 다케나카 나오토가 떠오른다. 조금 과장해 백윤식은 혈혈단신의 하위 장르다. 등장하는 것만으로 영화에 단박 특정한 패턴을 새기는 바람에 감독을 다소 약골로 보이게 만드는 부작용조차 있다. 백윤식은
[오픈칼럼] 코드명 백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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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나는 <범죄의 재구성>에 관한 글(<씨네21> 제450호, ‘<범죄의 재구성>의 반짝이는 공허함을 보는 방법’)에서 “우리는 이제 갓 첫 영화를 만들었을 뿐인 최동훈이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속단할 수는 없다”고 쓴 바 있다. 그럼 최동훈의 두 번째 영화 <타짜>를 보고 난 지금, 우리는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을까? 적어도 최동훈이 계속해서 잘 가공된 상업영화들을 내놓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감독이라는 점은 수긍할 수 있겠지만 그가 과연 자신의 영화들을 통해 우리에게 자신만의 세계의 이미지를 펼쳐 보일 의지를 지니고 있는 감독인지는 심히 미심쩍다. 각자의 욕망과 간지로 경쟁하는 야수들이 등장하는 무대야말로 최동훈의 세계라고 생각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의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허상의 미장센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범죄의 재구성>의 반짝이는 공허함은 <타
스타일리스트의 윤리를 보여달라, <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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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스타>는 이준익 감독과 최석환 작가가 호흡을 맞춘 세 번째 작품이다. 두 전작 <황산벌>(2003)과 <왕의 남자>(2005)가 역사적인 패자(敗者)들의 이야기였듯, <라디오 스타>는 이 시대의 패자들의 이야기이다. 한물간 ‘스타’와 그를 20년 동안 ‘얼굴에 똥칠해가며’ 뒷바라지해온 매니저의 이야기. 잠깐 화려했지만 서서히 또는 갑자기(영화는 그들이 몰락해온 과정을 묘사하지 않는다) 몰락한 두 40대 남자의 이야기. 쉽게 둘 중 하나의 경우를 떠오르게 만드는 기본 얼개이다. 지난하고 팍팍한 삶의 무게를 냉철하고 깊이있게 담아내거나, 구질구질한 신세타령을 늘어놓고 막판에 값싼 감동을 강요하거나. ‘죽거나 또는 나쁘거나(가벼운 마음으로 명절 극장가를 찾은 관객에게 ‘죽음’이 되거나 아니면 그들의 정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거나)’. 그런데 이 감독-작가 콤비는 지나치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제3의 길을 찾아 그들의 삶을 이야기
놀이판에서 빠진 것들을 상기하다, <라디오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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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화면에 잠시 등장한 현수막 하나가 법적 소송까지 일으켰다. 한국토지공사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한 장면에 등장하는 현수막의 내용이 자사의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내용으로 지난 10월11일 서울중앙지법에 이 영화의 제작사 상상필름과 배급사 프라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영화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남자주인공에게 살해된 파출부의 어머니가 사는 달동네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때려잡자 토지공사 각성하라’고 쓰인 현수막이 정지화면으로 4∼5초간 노출돼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월곡동 재개발 지역에서 촬영했다는데 당시 토공은 월곡동 재개발 지역에서 사업을 하지 않았으므로 현수막은 영화사가 의도적으로 설치한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토공의 홍보팀 유재영 대리는 “끼치는 악영향이 분명히 있다. 이미 상영된 영화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2차 저작물에서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한 것”이라며 소송 이유를 밝혔다.
사단
[충무로는 통화중] 현수막도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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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권센터가 ‘서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평통사)의 평화영화제 개최를 허락했다가 평택 관련 영화가 포함된 사실을 알고 급작스럽게 불허를 통보했다. 문제의 영상물은 정일건 감독의 다큐멘터리 <대추리 전쟁>. 미군기지 이전으로 인한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고통을 포착한 <대추리 전쟁>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기도 하다. 평통사는 10월26일부터 4일간 열릴 영화제를 준비하던 중 지난 6월 인권보호센터에서 인권영화제가 열린 사실을 접했다. 8월 말부터 담당자를 만났고 공문과 추천서를 발송한 뒤 서너 차례에 걸쳐 허락을 받아냈다. 그러나 9월28일 인권센터는 갑자기 장소 사용을 불허한다는 공문을 팩스로 발송했다. 담당자는 허락 사실 자체를 부인했고 센터책임자 센터장은 “평택 이야기를 다룬 영상물이 부담스럽고, 평택 미군기지 확장 중단을 위해 활동한 평통사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후 평통사는 인권센터에 약속을 지킬 것을 수차 요구했으나 센터쪽
인권보호, 말로만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