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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부산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영화는 윤종빈 감독의 졸업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였다. 허문영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2006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던 이 영화로 인해 “초저예산으로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영화를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신선하게만 느껴졌던 한국영화의 새로운 경향은 올해 더욱 거센 물줄기를 타고 되돌아왔다. 부산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저예산과 독립영화만을 모은 섹션 ‘비전’을 신설했고, ‘새로운 물결’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영화 두편도 10억원 미만의 예산을 가진 저예산영화다. <역전의 명수>로 씁쓸한 데뷔전을 치렀던 박흥식 감독은 상업적인 성공에의 강박을 버리고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이야기 <경의선>으로 돌아왔고, 먼 길을 돌아 지천명을 앞둔 나이에 데뷔작을 만든 김태식 감독은 중년 사내의 황당하고도 쓸쓸한 여정을 희비극으로 엮어낸 <아내의 애인을
부산의 한국영화 7편 [1] - <경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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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주간 소년점프>, 한 젊은 만화가가 해적왕 되는 것이 목표인 소년의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가 높아진 만화는 일본 너머로까지 명성을 떨쳤고 지금도 ‘42권째 단행본 발행’이라는 대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혼자 망망대해를 떠돌던 소년은 6명의 동료를 얻는 한편, 고액의 현상금이 걸린 해적으로 성장했다. 이것이 오다 에이치로의 <원피스>다.
<원피스>는 <하록 선장>의 소년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만화다.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이 꽂은 깃발 아래서라면 언제든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해적. 그를 지탱하는 믿음직한 동료들. 그리고 모험. <하록 선장>의 모티브를 <원피스>는 더 밝고 단순하게 그린다. 신념과 동료애를 직설적으로 강조하고, 치열한 싸움이 끝나도 슬픈 죽음이 없는 밝은 세계를 만든 것이다. 모험 만화인데도 대규모 소녀팬이 형성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흔한 키스신도 없는
본편을 알수록 재미가 클 것, <원피스: 기계태엽성의 메카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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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는 어린 남매가 하염없이 기다리던 부모의 자리를 애완견으로 메운다. 주인공 찬이가 여동생 소이의 생일에 강아지를 훔쳐오는 행동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처음 생일선물로 훔쳐온 ‘마음이’는 소이의 어리광, 그리움, 눈물을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찬이의 짐을 나눠지는 유사 가족의 역할을 수행한다. 가족영화의 관습을 그대로 따르는 전반부는 빙판 위의 비극을 기점으로 엉뚱한 방향으로 돌아선다. 드라마의 극적인 요소를 강화하려고 애견영화의 주인공 마음이(달이)에게 엄청난 죄의식을 부과하는 스토리는 비약으로 느껴진다. 마음이의 찬이를 향한 외로운 애정과 찬이의 외면으로 이루어진 후반부의 시선은 둘의 관계를 왜곡한다.
11살 찬이(류승호)는 어린 동생 소이(김향기)와 단둘이 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라져버린 어머니는 돌아올 기약이 없다. 찬이와 소이의 유일한 위안은 찬이가 훔친 리트리버 ‘마음이’다. 하교하는 찬이를 소이와 마음이가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며 그들의
세상 끝까지 함께 해준 친구,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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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게 아쉽지 않아요?” 우이도의 모래산 앞에서 생전의 민주(김지수)는 그렇게 말했다. 아직 몇 십년은 충분히 그 자리에 있을 자연을 두고 그녀는 조금은 오만하게, 벌써 그것의 사라짐을 슬퍼한다. 사라짐을 붙들기 위해 사진을 찍고 누군가와 함께 다시 돌아갈 것을 기약한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모래 알갱이가 다 흩어지기 전에, 그녀의 삶이 먼저 흩어졌다. <번지점프를 하다> <혈의 누>에 이어 <가을로>에서도 김대승 감독의 화두는 여전히 사라짐 혹은 상실이다. 민주는 그 사라짐을 그저 미리 안타까워했을 뿐이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랑하는 이를 잃고 살아남은 자들에게 상실감은 그저 안타까움으로 그치지 않는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인우(이병헌)는 죽음처럼 살다 결국 절벽에서 떨어지는 길을 택했고 <혈의 누>에서 인권(박용우)은 비통함을 잔혹한 복수심으로 메웠다. 그의 영화는 살아남은 자가 그 끔찍한 상실
가을 단풍속에 녹아든 비극과 멜로, <가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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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아침이다. 여자들은 각반을 차듯 종아리에 스타킹을 말아올리고 속눈썹을 곧추세운다. 아직 침대에서 뭉개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키스를 날리고 반짝이는 구두에 발끝을 밀어넣는다. 지금 싱그러운 그녀들은 약 6시간 뒤면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는 자기 최면을 삼세번 중얼거리며 심호흡으로 무너지는 신경을 붙들 것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오프닝 시퀀스는 군장을 꾸리는 병사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녀들은 전쟁 중이다. 학보사 편집장 이력서를 품고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앤드리아 삭스(앤 해서웨이)도 그 전장에 끼어들기 위해 면접에 나선다.
<보그> 편집장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던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언뜻 듣기에 낸시 마이어스 감독(<왓 위민 원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같은 현대 여성 풍속화가의 일감이다. 앤드리아가 도전한 언론계 첫 관문은 세계 패션산업을 쥐락펴락
여자친구끼리 볼 만한 데이트무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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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평화를 좋아해~. 지난 1월 유엔 여성개발기금 친선대사로 임명된 니콜 키드먼이 10월14일 코소보를 방문하면서 첫 번째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가 찾은 곳은 1998부터 1999년에 걸친 내전기간 동안 1천명의 주민이 실종된 참사를 겪은 자코비차 지역. 유엔행정기구 행정관을 비롯한 현지인들의 환대를 받으며 호텔로 향한 키드먼은 “중요한 시점에 있는 코소보를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위한 목소리가 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밝혔다. 키드먼은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다.
니콜 키드먼, 유엔 여성개발기금 친선대사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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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여왕이 맞아들인 새 식구를 향해 호사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돈나가 아프리카 말라위의 한살짜리 남자아이 데이비드 반다를 입양한 것이 문제였다. 말라위 정부는 외국인의 어린이 입양을 금하고 있고, 현지 인권단체는 현지법을 위반한 톱스타의 무모한 시도를 비난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마돈나뿐 아니라 안젤리나 졸리 등 서구 연예인들의 아프리카 어린이 입양에 대한 동기 자체를 회의하고 나섰다. 현재 반다는 영국 런던 자택에서 새 식구와 함께 새 생활을 시작한 상태. 말라위에 남은 그의 친아버지의 말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밝은 미래”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 여사의 입양, 시작부터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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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평한 사라 미셸 겔러의 솔직함이 구설수에 올랐다. “당신이 나를 볼 때 포르노 스타라고 생각한단 걸 알고 있어요!” 전형적인 금발 미녀인 겔러는 자신이 매춘부와 포르노 스타를 동시에 연상시키기 때문에 <사우스랜드 이야기>의 역할에 적격이었다고 외쳤다. “그건 제 본색이나 다름없지요.” 리처드 켈리 감독이 연출하고 저스틴 팀버레이크, 전직 레슬러 더 록과 함께 출연한 이 영화에서 겔러는 리얼리티쇼 제작에 직접 뛰어들고자 하는 성인영화 스타 크리스타 나우로 등장했다. 솔직한 발언은 좋지만 너무 센 발언은 득보다 실이 많지 않을까.
사라 미셸 겔러, 솔직한게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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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물리학자의 스크린 도전?! 영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이론이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뿐만 아니다. 호킹의 지적인 목소리가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통해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올 예정이며 각본 역시 그가 직접 담당했다. <수평선 너머로>는 호킹과 그의 동료 학자들이 옹호하는 과학 이론을 풀어내는 영화. 우주가 11차원 세계로 이루어졌다는 주장부터 우주 대폭발의 원인에 대한 고찰까지 찬찬히 담아내려 애쓴다. 과학계의 아이콘인 호킹은 <심슨> <스타트랙>을 비롯, 다수의 TV시리즈에서 자기 자신의 캐릭터로 출연한 바 있다.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스크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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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든 전사가 전장을 떠났다. <알제리 전투>의 질로 폰테코르보 감독이 현지시각으로 10월12일 이탈리아 로마의 제멜리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86살.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지난 몇달간 심각한 심근경색으로 고통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폰테코르보는 1919년 이탈리아 피사의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파시스트 정부의 ‘인종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2차대전이 발발하자 레지스탕스 유격대에 참여했고, 전후 이탈리아 공산당 간부를 역임한 뒤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폰테코르보의 강인한 정치적 신념은 자연스레 카메라 속으로 스며들었다. 1957년에 데뷔작 <푸른 대로>(La Grande Strada Azzurra, 1957)로 영화계에 진출한 그는 언제나 압제에 저항하는 인간들의 삶을 소재로 삼았고, 1966년에 시네마베리테영화의 걸작 <알제리 전투>(1966)를 내놓는다. 1954년부터 57년까지 프랑스의 철권통치에 맞선 알제리민족해
<알제리 전투>의 질로 폰테코르보 감독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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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와 디즈니가 손을 잡았다. 10월18일, 소니픽쳐스릴리징인터내셔널과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은 “두 회사의 영화와 한국에서 자체 제작된 영화를 공동으로 배급하는 합작투자회사를 11월30일에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소니쪽과 함께 이번 결정을 공식발표한 월트 디즈니 모션 픽처스 그룹 마크 조라디 사장은 “우리는 양사의 영화들이 한국에서의 새로운 박스오피스 기록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신설되는 합작사 대표는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 권혁조 대표가 유력한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두 회사는 이미 멕시코,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합작사를 설립한 바 있다. 올해는 스위스, 인도, 대만에서의 협력을 약속했고 향후 유럽에서도 공동배급을 협의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한국 영화시장에서 브에나비스타는 7편으로 226만1273명, 소니픽쳐스는 11편으로 215만5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두 회사의 물량을 합치면 전체 영화배급 시장의 12.7%이며, 현재 배급순위 3위 시네
소니-디즈니 손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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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영화가 프랑스에서 개봉한다. 지난 10월18일 <한 여학생의 일기>라는 북한영화가 프리티픽처스와 프랑스 배급판권 계약을 맺었다고 <스크린> <버라이어티>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제임스 벨레즈 프리티픽처스 대표는 지난 9월 평양국제영화제 기간 중에 영화를 보고 배급판권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학생의 일기>는 장인학 연출, 안준보 각본의 성장물. 작은 시골을 벗어나 도시의 고층아파트에서의 삶을 꿈꾸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8월6일 북한에서 개봉해 8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벨레즈 대표는 이 영화가 “북한의 일상생활을 정직하게 묘사”했다면서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보통 여학생의 모습을 잘 그려낸 웰메이드영화”라고 설명했다. 벨레즈 대표는 또 “프로파간다적이지 않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고 덧붙이면서 외신을 통해 “칸영화제쪽이 이미 이 영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내년 칸영화제
[충무로는 통화중] 북한영화 프랑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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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봉된 독립 장편영화 <동백꽃>, <다섯은 너무 많아>와 단편애니메이션 컬렉션이 DVD로 발매됐다. 최진성, 소준문, 이송희일 감독이 만든 <동백꽃>은 퀴어 옴니버스영화. <동백꽃>은 최진성 감독의 <김추자>, <소준문 감독의 <떠다니는, 섬>, 이송희일 감독의 <동백아가씨>로 구성되어 있다. <다섯은 너무 많아>는 대안가족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드라마로 현직 고등학교 교사 안슬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가 된 작품. 단편애니메이션 컬렉션에는 히로시마애니메이션영화제 히로시마상 수상작 장형윤 감독의 <아빠가 필요해>를 비롯해 10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이 수록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케이디미디어와 인디스토리가 공동 제작한 세 장의 DVD는 인디스토리 홈페이지 를 통해 온라인으로만 구입가능하다.
<동백꽃> 등 독립장편 DVD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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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는 케이블TV로 부산국제영화제를 관람할 수 있다. 10월20일 중앙방송은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와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며, “부산국제영화제의 영화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여 영화제 전문채널을 단계적으로 런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단 중앙방송은 부산국제영화제 기 상영작을 중심으로 년간 50편 이상의 영화를 Q채널을 비롯한 자사 보유 채널에 특별 편성할 예정이다. 올해도 중앙방송은 제11회 PIFF의 개·폐막식을 케이블 TV중 유일하게 생중계했다.
또한 이번 제휴를 통해 중앙방송과 PIFF는 내년 상반기 PIFF의 LA 프리미어 행사를 함께 개최한다. LA프리미어에는 PIFF의 한국영화와 아시아영화가 집중적으로 소개된다. Q채널과 히스토리채널 등 두개의 다큐멘터리 채널을 확보한 중앙방송은 PIFF의 아시아 다큐멘터리 네트워크에 5000만원 상당 규모의 중앙 펀드를 신설하여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에도 참여한다.
중앙방송, 부산영화제 전문채널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