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은 처음이다. 그 경험을 전주에서 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시네마닐라 영화제, 로테르담 영화제 등에서 자문위원 및 프로그래머로 활동 중인 영화평론가 노엘 베라가 인디비전의 심사위원으로 전주를 찾았다. 한국 비행기 안에서 먹었던 비빔밥의 맛을 잊지 못해 가는 나라마다 한국식당을 찾아 비빔밥을 먹어봤지만, 전주에 도착한 뒤 맛본 비빔밥이 최고였다고 말하는 그가 비빔밥 보다 더 사랑하는 것은 당연히 영화이다. 어린 시절, 부유했던 할아버지 댁에서 <죠스>, <대부> 등의 영화를 개봉 전에 보며 강렬한 감동을 잊을 수 없었던 노엘 베라. 그에게 “영화는 종교이자, 성지이며 나의 모든 열정”이다. 그는 그 열정으로 1994년부터 10년 동안 은행에서 일을 하면서 동시에 신문과 잡지에 영화에 대한 글을 써왔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슈퍼히어로가 되는 배트맨처럼 지냈다.(웃음)”
그는 요즘 필리핀의 감독이자 배우, 극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마리오 오하라(Mario O’hara)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필리핀에는 오하라와 같은 거장들의 영화뿐만이 아니라, 실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독립영화들이 많이 있다.” 전주에서도 그들의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그는 필리핀의 영화와 영화인을 더 많이 알리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열악한 상황의 필리핀 영화계에도 독립영화인들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그들은 모두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을 주축으로 필리핀 영화가 새롭게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훗날, 자신의 영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외교관, 황제, 독재자, 이 세 가지 성격을 다 갖추어야 한다. 나에게는 그런 자질이 없다.”라고 답한 그는 필리핀의 영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영화외교관의 자질은 확실히 가지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