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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왼쪽에 관한 모든 것을 싫어했다. 왼쪽으로 걷지도 않았고 왼쪽 이로는 밥을 씹지도 않았다. 아예 왼쪽 치아는 양치질도 안 한 지 오래되어 엉망이었고, 좌측통행하는 길 반대편 사람들과 부딪히기 일쑤였다.
_<왼손잡이 미스터 리> 중
빨갱이는 좌익, 좌익은 왼쪽이다? ‘빨갱이’를 극도로 증오한 나머지 왼쪽과 관련한 것이라면 일체 눈길도 주지 않는 할아버지. 바지춤을 가리키며 “요놈도 빤스 왼쪽에 넣고 다닌다”고 자랑스레 선언하는 아버지. 본래 왼손잡이였으되 오른손잡이로 “교정된” 아들. 권리의 두 번째 장편 <왼손잡이 미스터 리>는 왼쪽 혐오증에 사로잡힌 한 가정을 배경으로, 왼손잡이를 터부시하는 한국사회의 편협한 획일주의와 극단적 이념 대립으로 얼룩진 진보-보수 논쟁에 일침을 놓는 작품이다. 여기에 오른손이 잘려나간 탈북자 리우리가 등장하면서, 소설은 단순한 일상의 소묘를 넘어 분단의 현실을 응시하는 사회적 확대경을 제시한다. “왼손잡이라면 누구나 겪는
[신진 여성작가 3인] <왼손잡이 미스터 리>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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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한국문학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젊은 작가들의 존재다. 새로운 상상력의 선두에서 주목받는 남성 작가들(김중혁, 박형서, 이기호_<씨네21> 600호 컬처잼 포커스)을 소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각자가 독특한 색깔로 한국문학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세 사람의 여성작가를 만났다. 탈북자와 이념 대립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재치있는 문법으로 풀어낸 권리(<왼손잡이 미스터 리> <싸이코가 뜬다>), 읽는 것만으로도 악몽의 습격을 받을 것 같은 그로테스크한 괴담을 통해 문명의 이면을 비추어내는 편혜영(<아오이가든>), 이야기 자체가 부재한 공간에서 소설 언어의 또 다른 가능성을 치열하게 탐색 중인 한유주(<달로>). 세 소설가의 특별한 세계로 당신을 안내한다.
[신진 여성작가 3인] 왼손잡이의 상상력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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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커버가 황홀하게 예뻐서 혹시 향수를 뿌렸나 싶어 코를 대봤다. 그러나 냄새가 날 리 만무하다. 마찬가지로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에서 향이 나올 까닭이 없지만, 이상하게도 영화를 보다 향을 맡은 듯한 착각에 빠졌다.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가 만든 향수가 흡사 후신경을 건드린 것 같았다. <향수…>는 향에 영혼을 판 천재의 탄생, 성공과 실패 그리고 소멸에 관한 이야기다. 오래전 읽은 기억으론, 소설 <향수>는 분명 스릴러나 블랙코미디영화를 위한 소재였다. 그런데 영화로 다시 만난 <향수>는 사라진 천재의 시대를 아쉬워하는 연대기로 읽힌다. 18세 중엽 프랑스에서 전개되던 이야기는 프랑스혁명이 발발하기 전, 한 남자가 살점 하나 남김없이 뜯어 먹힌 흔적 위로 보통 사람들이 오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평등과 복제와 산업이 지배자로 행세하는 시대엔 천부적인 재능과 순결한 영혼은 곧 고독과 외톨이를 의미한다. 하늘마저 시기한 그들은
꼼꼼하게 담은 정성과 노력,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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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도 더 된 이야기다. 초창기 <꽃잎>과 <접속>의 추상미를 보면서 나스타샤 킨스키를 떠올린 적이 있다. 광기어린 재능을 불태웠던 천재 배우의 딸이자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가는 아름다운 여우의 이미지. 억지로라도 겹쳐서 생각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지만 추상미라는 배우가 킨스키만큼이나 풍요로운 역할을 한국 영화계에서 선사받은 적이 있었던가. 글쎄. 그녀가 무대에서 뿜어내는 열정에 도취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각 프레임을 답답해하는 추상미의 에너지에 아쉬워해본 경험 또한 있을 것이다. 게다가 추상미의 작은 인디영화 <미소>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멀티플렉스의 논리에 의해 제대로 관객을 맞이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2007년은 배우 추상미에게 새로운 출발점이다. 열세살 소녀의 억척스런 어미를 연기한 <열세살, 수아>와 거의 동물적인 매력으로 정자라는 캐릭터를 재발견한 <사랑과 야망>. 두편의 영
“나의 열세살, 수아와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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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앤 트러블>의 크레딧에서 브리트니 머피가 아니라 감독의 이름을 먼저 짚어내는 관객이라면 마돈나의 열광적인 팬일 가능성이 크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워킹 타이틀 영화를 솜씨있게 엮은듯한 로맨틱코미디 <러브 앤 트러블>의 감독 알렉 커시시언은 90년대 초를 뒤흔든 마돈나 다큐멘터리 <진실 혹은 대담>의 감독. 이후 단 한편의 장편 영화를 내놓고 사라졌던 베이루트 태생의 커시시언은 어떻게 16년을 돌고돌아 스크린에 복귀했을까.
1988~93년 - MTV 성공시대
알렉 커시시언의 첫 연출작은 마돈나의 ‘금발의 야망 투어(Blond Ambition Tour)’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마돈나의 진실 혹은 대담>(Truth, or Dare)(1991)이다. 당시 26살이었던 커시시안은 가수 바비 브라운의 뮤직비디오 <My prerogative>를 연출하는 등 (데이비드 핀처와 함께) 당대 최고의 뮤직비디오 감독으
[알고 봅시다] <러브 & 트러블>로 돌아온 ‘마돈나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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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뻤다. 하지만 솔직히 내 이름이 좀더 늦게 불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제60회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공동 3등상을 수상한 홍성훈 감독은 더 높은 상에 대한 소망이 있었음을 솔직히 밝힌다. 학생영화나 졸업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의 1등상은 상금도 1800만원가량 될 뿐더러, 그 감독의 첫 장편영화는 무조건 칸에 초청받게 돼 누구라도 욕심을 내볼 만한 상이다. 그러나 홍성훈 감독의 <만남>은 이 부문에 출품된 1200여편 중 초청작 16편 안에 든 것이고, 그 안에서 네 손가락 안에 꼽힌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만남>은 실험정신이 엿보이는 20분짜리 단편영화다. 대사와 상황 설명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간결하게 전개되는 <만남>의 이야기는 쉽사리 붙잡히지 않는다. 60년대나 70년대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에서 모녀가 선글라스 낀 사내의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이들은 한가운데 테이블과 의자
거침없는 한국영화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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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프랜차이즈의 연이은 승리다. 지난 6월 6일 공개된 <슈렉3>가 개봉 첫 주말 동안 전국 관객 162만 명(배급사 집계)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스크린 수는 서울 120개, 전국 450개이며 관객 점유율은 50.6%를 기록했다. 전국 489개인 <황진이>보다는 스크린 수가 적지만 연소자 관람가인 점을 미루어 볼 때 가족관객들의 주말 극장나들이로 관객을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2위인 <황진이>는 주말 양일동안 27만 5176명을 동원, 전국누적관객 71만5603명(배급사 집계)을 기록했다. 오랜만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 많은 스크린을 차지한 <황진이>는 오는 13일 수요일을 기점으로 스크린 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시네마서비스의 이원우 팀장은 "이번 주에는 <오션스 13>이 큰 경쟁작이지만 이 영화 또한 6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점유할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황진이>의 스크린 수는 지금과
녹색괴물의 승리, <슈렉3>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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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케세라세라>가 아니다. 실례인 줄 알지만 <황진이>의 정유미를 말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다른 정유미를 이야기해야 한다. 영화 <황진이>의 몸종 금이를 연기한 배우 정유미는 <케세라세라> <사랑니> <가족의 탄생>의 정유미가 아니라고. 2003년 영화 <싱글즈>를 시작으로 <실미도> <위대한 유산> <인형사> <댄서의 순정> 등 여섯편의 장편영화에 출연한 그녀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학생. 연기와 인지도는 아직 신인이지만,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꽤 믿음직스럽다. “제목도 황진인데, 금이의 감정은 진이 아씨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야죠.”
몸종 금이를 연기한 정유미의 말대로, 사실 <황진이>는 황진이 혹은 진이와 놈이의 이야기다. 몸종 금이는 말 그대로 황진이의 종. 신분뿐 아니라 사건, 감정의 맥락까지 황진이란 인물에서 시작된다.
신인배우의 은밀한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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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몇대나 맞은 줄 알아? 아마 백대는 될 거야.” 무식한 대가리 역할의 박상면이 투덜댄다. 6월4일 강남의 한 오피스텔 옥상에 마련된 <두사부일체3: 상사부일체> 촬영현장. 뜨거운 햇볕도 모자라 시커먼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열기를 돋운다. 이날 촬영은 대기업 거손에 낙하산 입사한 영동파 넘버2 계두식(이성재)이 노조를 와해하려는 거손기업과 싸우는 장면. 거손기업의 뒤에는 북어파가 연루되어 있다. 계두식의 오른팔인 김상두(김성민)와 왼팔인 대가리(박상면)가 나서서 형님을 돕지만, 3 대 40의 힘든 싸움은 점점 궁지에 몰린다. 이때 절에서 수행 중인 영동파의 큰형님 상중(손창민)과 젊은 스님들이 함께 나타나고, 이들은 ‘박력있는 자비’로 영동파를 구원한다.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조폭의 나와바리도 넓어지는 법일까? 학생으로, 교생으로 학교에 잠입했던 조폭 코미디 영화 <두사부일체> 시리즈가 대기업으로 발판을 넓힌 3편 <…상사부일체>는 ‘상사와 회
축! 계두식 대기업 취직, <두사부일체3: 상사부일체>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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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 학생들이 만든 통일기를 가지고 입장하는 통일친형제분께 큰 박수를 보내주십시오!” 난생처음 이런 행진을 해 본 적이 있을까. 난생처음 이런 환대를 받아본 적이 있을까. 보무당당한 우리학교 학생들의 발걸음에 이끌려 운동장에 들어선 한국 방문단 일행은 모두들 그런 생각이었을 것이다.
“홋카이도의 스타가 된” 김명준 감독과 박소현 조감독 외에도 “홋카이도 사투리를 감독 못지않게 구사하는” <우리학교> 팬카페 운영자 김선민씨와 김형동씨, “<우리학교> 5만명 돌파는 <왕의 남자>의 기록과 맞먹는다”고 주장하는 이글픽쳐스 대표 정진완씨 등 영화 보고 학교 찾은 18명의 통일친형제는 500여명의 동포들이 가슴으로 쳐주는 박수에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함께 <우리학교>를 배급한 진진의 김난숙 대표는 딸 봄이와 함께 ‘혹가이도’를 찾았는데, “평소 까칠하기로 소문난” 봄이도 동포들의 인사에 싱글벙글 입을 다물지 못한다. ‘
‘우리학교’ 운동회 열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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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데스워터> 의문의 죽음들, 그 원인은?
[정훈이 만화] <데스워터> 의문의 죽음들, 그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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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해도 달콤한 향기엔 변화가 없을 것을.”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 대사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로막는 장벽이 그들의 이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같은 상황이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을 영화화한 <고>에 등장한다. 스기하라가 자신이 재일동포임을 고백하자 방금 전까지 사랑에 눈이 멀었던 여자는 온몸이 얼어버린다. 스스로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심연을 만드는 순간, 여기서 장미의 이름은 ‘조선이라는 국적’이다. 숀 펜과 다코타 패닝 주연의 <아이 엠 샘>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아빠, 아빠는 왜 다른 아빠들이랑 달라요?” 장애인 아버지는 아버지이기 전에 장애인이라 구분짓는 사회의 편견이 둘의 사이를 가로막는다. 이 영화는 아버지와 딸을 떼어놓는 장미의 이름으로 ‘장애’라는 조건을 들이민다.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의 공포물 <리빙데드3>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을 영리하게 각색
[편집장이 독자에게] 이야기의 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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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의 패션에디터인 잭스(브리트니 머피)의 사생활은 판타지 그 자체다. ‘간지’나는 직업과 적당한 매력을 지닌 섹스파트너, 다정다감한 게이 룸메이트에 시종일관 유쾌한 친구들이 그녀의 쿨한 삶을 채워준다. 그러나 사랑하는 남자하고는 절대 자지 않는 잭스의 고민은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사랑에 대한 욕구불만이다. 그런 잭스 앞에 어느 날 외모에서 성격까지 부족함이 없는 파올로(샌티에고 카브레라)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녀는 잘생기고 매너 좋고 속물도 아닌 이런 남자가 과연 이성애자일지 의심스럽다.
<러브&트러블>은 잭스의 어설픈 ‘게이다’가 빚어낸 소동극이다. 세계적인 패션지 보그의 패션에디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남들은 모르는 세계에 현미경을 갖다대는 식의 접근은 없다. 오히려 <러브&트러블>의 매력은 패션지를 보는 독자들의 즐거움과 닮았다. 방귀 뀌는 스타일을 가지고 연애심리를 풀이하는 등의 재치있는 대사
좋은 수다거리, <러브 & 트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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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센터에서 일하는 사토시(수다 겐지)는 포르노영화를 수집하는 데 광적으로 열을 올리는 사내다. 고교생 아이바(아이바 루비)는 친구와 함께 성인용품 판매점을 구경하다가 사토시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모호한 친구 사이가 된다. 센터를 찾은 사요리(시온 마치다)에게 첫눈에 반한 사토시는 스토킹을 결심하고, 아이바에게 사요리의 사생활을 캐줄 것을 부탁한다. <스토킹 그리고 섹스>는 세 주인공이 형성하는 기괴한 삼각관계를 통해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을 그린다. 감독은 훔쳐보기를 통해 뒤틀린 갈증을 채우는 인물들의 모습에 현대인의 소외와 단절, 유의 주제의식을 불어넣으려는 듯 종종 허물어진 폐차장 풍경, 어깨를 늘어뜨린 채 홀로 걸어가는 소녀 등 황량한 이미지를 삽입한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들은 맥락없이 난무하는 나체의 전시 속에서 어색한 겉치례로 느껴질 뿐이다. 억지스러운 상황극과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 무엇보다 곳곳에서 황망하게 출몰하는 낯 뜨거운 장면들은 관음에 대해 이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 <스토킹 그리고 섹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