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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1. 낯선 동네에 가면 방문목적 관계없이 복덕방에 나붙은 시세에 먼저 눈이 간다. 2. 새 부동산 정책이 나오면 무조건 불안해진다. 3. 습관적으로 새도시 개발지와 직장과의 교통편을 따져본다. 4. 금리 변동에 빠삭하고 억단위 대출금 이자 계산이 자동으로 된다. 5.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어느 동네에 사는지 알아야 대화가 편해진다. 6. 한술 더 떠 몇평인지, 자가인지, 전세인지 모르면 궁금해서 견딜 수 없다….
‘아파트 노마드족’은 그래서 피곤하다. 집이 있건 없건 집으로 한몫 잡는 대열에 끼거나 밀려나지 않기 위해 이 동네 저 동네 집값 알아보랴, 한몫 잡고 잘난 척하는 사람 째려보랴 눈도 충혈돼 있다. 깔고 앉은 집의 평당 가격이 자신을 설명한다고 여기는 탓에 이 ‘새도시 공화국’의 노마드족은 원래 뜻대로 불모지를 개척하는 유목민이 아니라 개발지를 떠다니는 이민자가 됐다.
건설교통부가 인천 검단에 분당만한 새도시를 세우고 원래 있는 경기 파주 새도시는 더 키운다고 밝
[이슈] 새도시 공화국의 노마드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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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사(MS)가 개발한 인기 비디오 게임 <헤일로>의 영화 제작에 참여할 계획이었던 유니버설과 폭스가 중도에서 손을 뗐다. 추측은 두 가지이지만, 원인은 하나다. 돈이 문제다. 유니버설과 폭스가 프로듀서와 MS를 상대로 프로듀서 보수 및 판권료 인하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계약이 결렬됐다는 것이다. <헤일로>의 프로듀서로 일찌감치 내정되어 있던 사람은 피터 잭슨과 프랜 월시. 그리고, 애초부터 <헤일로>의 영화 제작은 원작을 갖고 있는 MS와 두 프로듀서가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MS는 <28일후…>의 작가 알렉스 갤런드를 고용하여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 유니버설과 폭스를 만났고, 계약 조건으로 판권료 1억달러와 흥행수입의 15% 등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결렬의 원인이 다른 데 있다고 지적한다. 1억4500만달러 이상 치솟는 제작비 상승 부담으로 인해 두 스튜디오가 자진 하차했다는 것. 2007
[What's Up] 이러나, 저러나 돈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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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이 칼럼은 부산영화제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프레스 티켓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털어놓았었다. 그렇지만 평론가와 기자들의 쟁점은 방정식의 한쪽 변일 뿐이다. 그리고 한국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필자가 자리를 잡고 있는 대만에서는 영화제들이 티켓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프레스 아이디를 더이상 발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스크린 인터내셔널> 편집장의 지지를 얻어 나는 프레스 아이디 발행을 거부하는 영화제에 대한 기사를 쓰지 않았다. 그 결과 이제 대만에 있는 영화제들에선 VIP 패스를 발급받지만 다른 기자들은 이만큼 받쳐주는 편집부가 별로 없어 이 정책은 계속되었다.
아시아의 다른 영화제들은 거만해지고 탐욕스러워지는 것처럼 인식될 위험에 처해 있다. 필자는 매해 모든 아시아영화제에 참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최근 도쿄국제영화제는 프레스와 바이어들에게 특정 섹션만 입장하도록 제한을 두었고 홍콩국제영화제는 홍콩 내 필자들에게
[외신기자클럽] 영화제는 산업의 윤활유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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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출판된 프레데릭 소이체의 <시네아스트 선언>(Manifeste du cineaste)이라는 책을 둘러싸고 프랑스 영화계에서 뜨거운 논의가 일고 있다. 이 책에서 소이체는 오늘날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자신들이 만드는 영화에서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1921년 루이스 들뤼크가 영화의 예술성을 정의하면서 탄생한 ‘시네아스트’라는 개념은 1957년 문학작품의 작가나 작곡가와 더불어 작품의 저작권 주체로서 법적 효력을 지니기에 이른다. 특히 1950∼60년대를 지나면서 영화 작품에서 ‘작가’(auteur)라는 미학적 개념이 강화되면서 이 개념은 전성기를 구가한다.
그러나 오늘날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어떠한가? 저자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제작자나 스타급 배우들 또는 제작비를 담당하는 TV채널에 의해 오늘날의 영화가 ‘자체검열’(autocensure)을 받고 있음을 경고한다. 또한 소이체는 아무런 미학적 고민없이
[파리] 스필버그와 루카스는 ’추악한 악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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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등으로 다시 불붙은 프렌차이즈 공포영화와 <링> <주온> 등의 리메이크 성공으로 붐을 이루고 있는 일본 공포영화 ‘재탕’으로 할리우드에는 ‘할로윈 특수’가 확실히 자리잡았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할로윈을 앞둔 10월 중 개봉하는 공포물은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더 비기닝> <그루지2> <쏘우3> 등 대부분이 프렌차이즈. 그래서일까, 극장가처럼 ‘할로윈 특수’가 있긴 하지만 훨씬 선택 폭이 넓은 DVD쪽으로 시선이 돌려진다.
벤 애플렉과 맷 데이먼이 콘테스트를 통해 영화를 제작하는 <프로젝트 그린라이트>라는 TV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만든 호러영화 <피스트>(Feast)는 할로윈을 앞둔 지난 10월17일 DVD로 출시됐다. 프로그램 전속 프로듀서 크리스 무어와 호러영화의 대부 웨스 크레이븐 등이 직접 제작을 맡은 이 영화는
[뉴욕] 호러 DVD ‘할로윈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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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모두 61편의 영화가 출품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위원회는 이중 몇편을 선택해 2007년 1월23일 최종후보를 발표하게 되는데, 유력한 후보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귀향>과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부산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던 러시아 감독 표도르 본다르추크의 <제9중대>, 소비에트 시절 감시문화를 다룬 독일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의 <타인의 삶>, 펑샤오강의 <야연> 등이다. 이 밖에도 카자흐스탄과 리투아니아가 처음으로 영화를 출품했고, 한국은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를 출품했다. 이상일의 <훌라 걸스>, 장이모의 <황금꽃의 저주>, 폴 버호벤의 <검은책> 등도 출품됐다.
지난해 모두 58편의 영화를 후보로 받았던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은 올해 61편의 출품작 중에서 한편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경쟁률, 사상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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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9·11 시대, 할리우드의 영웅은 보통 사람들이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두 항만경찰과 전직 군인, <플라이트 93>의 이름도 모를 승객들처럼 말이다. <뉴스위크>에 의해 ‘최고의 신화’라고까지 표현된 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각광받는 건 언제나 영웅담 또는 신화를 원해온 할리우드의 필요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9·11 이후 실제로 뉴욕 소방대원들이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사실과도 관련있다. 엄청난 재앙에 맞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헌신적으로 해낸 이들은 또 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했을 때 주민 3만3520명을 구조하거나 대피시킨 미국 해안경비대가 그들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 해안경비대의 활약상을 담은 <가디언>은 새로운 영웅들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선보이는 영화다. 이 영웅담의 한축은 그동안 수백명의 조난자를 구해낸 고참 대원 벤 랜달(케빈 코스트너)이 담당한다. 그는 “(구조대상자가)
보통 영웅 혹은 슈퍼 일반인들의 절박한 분투기,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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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악당이 무고한 아이를 감금하고 살해한다. 경찰에 붙잡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유가족들의 울부짖음에도 그를 감옥으로 내몰 길이 없다. 이토록 성긴 법의 그물코에도 이 사회는 정녕 정의로운가? 야가미 라이토(후지와라 다쓰야)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일본 경찰청 경시관 지망생이자 열혈 정의파인 라이토에게 세상은 악으로 물든 비정한 곳이다. 자괴감에 육법전서를 내던지자 이를 대신이라도 하듯 데스노트가 찾아든다. ‘이 노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죽는다.’ 노트의 위력을 깨달은 라이토는 단죄받지 않은 범죄자의 사형을 위해 스스로 정의의 사도를 칭하고 나선다.
공부는 물론 운동신경 역시 발군인 라이토의 반대축에 류이치(마쓰야마 겐이치)가 있다. 정체 불명의 그는 마시멜로와 빵을 꼬치에 꿰어 먹는 요상한 인물이지만 실은 미해결 범죄를 수차례나 해결한 명탐정이다. 멈출 줄 모르던 라이토의 살인 행각은 류이치의 등장으로 고비를 맞는다. 짙은 색 옷과 흰 티셔츠처럼 대조적인 두 인물은,
천재적 인물들의 정의를 넘어선 두뇌 싸움, <데스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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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러브 프라하>는 체코의 베스트셀러 소설 <여자들을 위한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2005년 체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자국 내에서 흥행몰이를 한 이 작품은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매진사례를 기록한 바 있다. <러브러브 프라하>의 주인공 라우라(주자나 카노츠)는 남다른 외모로 뭇 남성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여자다. 마음 가는 대로 이 남자, 저 남자를 오가던 그녀에게 어느 날 아버지뻘 되는 남자 올리베라(마렉 바슈트)가 나타난다. 라우라는 지적이고 중후한 매력에 반해 올리베라와 관계를 맺지만, 첫날밤을 보낸 뒤 그가 엄마 야나(시모나 스타쇼바)의 옛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러브러브 프라하>는 엄마의 과거 남자가 딸의 연인이 된다는 다소 자극적인 설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하나의 설정일 뿐 영화는 세 사람 사이의 갈등을 발전시킨다거나, 묵직한 드라마를 끌어내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잠시 호
거침없는 그녀들의 연애사, <러브러브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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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최연소 부사장인 존 헨리 암스트롱(앤서니 마키)은 회장 파웰(우디 해럴슨)의 비리를 주식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가 해고당한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른 직장도 구할 수 없고 자산도 동결된 존은 레즈비언이 되어 찾아온 옛 여자친구 파티마(캐리 워싱턴)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돈을 받고 아이를 만들어달라는 것. 아이를 가지고 싶지만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입양허가를 얻지 못한 파티마는 영리하고 잘생긴 존의 정자를 받아 임신을 하고, 같은 처지에 있는 성공한 레즈비언 여성을 떼로 몰고온다. 존은 하룻밤에 몇번씩 정자를 쏟아내면서 파웰과의 힘겨운 싸움도 계속해야만 한다.
스파이크 리가 28일 만에 찍은 저예산영화 <그녀는 날 싫어해>는 엔론과 마사 스튜어트 등의 스캔들로 상처받은 미국인들의 도덕적 공황 상태를 보여주는 영화다. 흑인으로 하버드대학을 졸업하여 돈만 알고 살아온 존은 모든 것을 잃은 다음에야 기업과 중역들의 위선을 깨닫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남을 권리를
너무 많은 토끼를 쫓아간 영화, <그녀는 날 싫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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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느긋하게 신천지를 개척해갈 때, 불운한 경쟁자는 자신의 심장을 갉아먹는다.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처음부터 평등하지 않았다. 비극적인 탄성과 환희는 천재성의 불평등에 기반했다. 로버트(휴 잭맨)와 알프레드(크리스천 베일)의 경쟁은 상대적으로 매우 수평적이다. 로버트가 상당한 재력가이고 알프레드는 보잘것없는 떠돌이지만 이 점은 알프레드가 마술의 본성을 좀더 꿰뚫고 있는 것으로 상쇄된다. 우애 깊은 동료였던 이들이 최고의 마술사 자리를 주거니받거니 꿰차면서 마술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가는 동력은 천재성이 아니라 사랑조차 제물로 삼기를 주저하지 않는 질투와 분노다.
수중탈출 마술로 좋은 세월을 보내던 이들의 관계는 마술에 대한 욕망이 좀더 컸던 알프레드의 예기치 않았던 실험으로 부서진다. 로버트의 아내가 공연 도중 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 그렇지만 이 사고에서 시작된 로버트의 알프레드에 대한 분노는 복수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특히 순간이동 마술로
‘무한’ 확장의 욕심, <프레스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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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호 감독은 80년대 한국영화에서 가장 세련된 정서와 감각으로 동시대를 보여준 감독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의 새로운 작품 <길>은 오랜만에 영화 크레딧을 통해 만나게 된 그의 이름만큼이나 반갑고 낯설게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황진이> <꿈> <정> 같은 영화보다도 <기쁜 우리 젊은 날>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등이 우리의 뇌리에 더 깊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독은, 자신은 언제나 전통적인 것에 관심을 두었고 잊혀져가는 우리만의 어떤 것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한때는 자신도 선배 감독들이 옛것에 관심을 두는 것을 보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젊은 날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이야기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대부분의 저예산영화들이 쉽게 선택하게 되는
인생과 용서에 대한 오래된 정서를 길 위에서 배우다,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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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가 한 여고생을 엘리베이터에서 유괴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행동거지가 어설프다. 클로로포름으로 적신 수건을 여고생의 입에 틀어막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약발이 잘 안 듣는 모양으로, 여고생이 몸부림을 칠 때마다 여고생을 가둔 상자가 꿈틀거린다. 코미디로도, 혹은 스릴러나 드라마로도 갈 수 있는 이 초반 대목부터 <잔혹한 출근>은 셋 모두를 잡으려고 한다. 그래서 개인기에 기반을 둔 폭소보다는 상황이 낳는 간헐적인 웃음과 이중유괴의 긴장이 낳는 스릴, 그리고 결국 가족애로 귀착되는 감동이 <잔혹한 출근>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코미디로 입지를 굳힌 김수로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지만 <잔혹한 출근>에서 코미디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다.
평범한 가장인 듯한 동철(김수로)은 주식투자 실패와 막대한 사채이자로 인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상황이다. 다정한 아내와 어린 딸 앞에 사실을 밝힐 수 없는 그는 대출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주변 사람
개인기가 스릴러와 만나 드라마로 풀린다, <잔혹한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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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막 더블린 공항에 도착했다. 당나귀 마차에 오르면 감자술을 마시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운전사가 당신을 모실 것이다. 더블린 성에 들어서면 파이프 밴드의 ‘대니 보이’와 4리터들이 기네스 맥주로 환대를 받을 텐데 맥주는 3분 안에 비워야만 한다….”
영국 비평가 테리 이글턴이 <아일랜드인에 관한 진실>(1999)에서 풍자한 아일랜드 인상은 IT 초강대국이 된 아일랜드와 거리가 있지만 왜곡된 아일랜드의 모습과 일치한다. “이른 새벽 내가 찾은 산골짜기 그곳으로 부드러운 미풍이 불어와 황금빛 보리를 흔들어놓았네”라는 로버트 조이스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일부 구절처럼 아일랜드 인상기는 푸른빛과 저개발, 전원 등으로 채색되어 있다. 그런데 로버트 조이스의 노래 가운데는 “우리를 묶은 침략의 족쇄는 견디기 어려웠네”라는 구절이 있다.
켄 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그 보리밭에 피냄새가 난다고 노래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199
당신의 마음을 뒤흔드는 보리밭의 물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