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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쿨걸의 시대다. 커리어, 쇼핑, 연애, 복수, 심지어 살인조차 쿨하게 해치우는 쿨한 여자들이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다. 그녀들을 닮고 싶어 목이 멘 적이 있다면, 그녀들의 힘겨움에 호기심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지금부터 펼쳐질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쿨걸들의 왕언니 미랜다 프리슬리(<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선두로 캐리 브래드쇼(<섹스 & 더 시티>), 부회장 소녀(<다세포 소녀>), 벨마 켈리(<시카고>), 미호(<씬 시티>)가 그녀들처럼 쿨해지는 비법과 그로 말미암은 힘겨움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커리어 부문 - 미랜다 프리슬리
슬퍼할 시간에 계략에 몰두하라
첫 타자는 미랜다 프리슬리(메릴 스트립). 잘나가는 패션잡지 <런웨이>의 편집장인 미랜다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쿨걸이자 미국, 아니 지구상의 패션계를 좌지우지할 만한 위치에 오른 확실한 일중독자다. 비서에게 코트와 가방을 사정없이 던져주
미랜다 등 다섯 언니들이 증언하는 쿨해지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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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피스>? 야한 만화인가요?
A. 이 원피스는 그 원피스가 아닙니다. 여러 등장인물 중 원피스를 입고 나오는 인간은 찾기 어려울 정도죠(가끔 극장판에서 나미 정도). 어쨌거나 관계없다구욧. 여기서 말하는 원피스(One Piece)는 ‘궁극의 위대한 보물’쯤 될겁니다. 골드 D 로저라는 인간이 있는데, ‘해적왕’이 된 위대한 해적이라죠. 그가 모은 엄청난 보물이 그랜드 라인 어딘가에 있다는 거예요. 세상 유일의 보물, 혹은 세상을 다 아우를 만한 엄청난 보물, 그를 일컬어 원피스라 한 거랍니다. 루피도 해적왕과 원피스를 목표로 꿈의 항해를 하는 건데, (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이지만) 어쩌면 원피스는 보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원피스>는 루피와 그 동료들의 모험 이야기니까요. 위대한 보물이란 결국 동료애로 뭉친 그들 자신과 또 이들이 함께하는 모험 자체가 아닐까나?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 당췌 끝이 나야 원피스의 비밀이 밝혀지든 말든 하죠.
<원피스> 7번째 극장판을 즐기기 위한 지식 검색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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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42권째 단행본 출간이라는 대항해를 하고 있는 만화 <원피스>. 대규모 모험물이면서 유독 소녀팬들이 많은 이상한 만화. 어느 정도 선까지 발을 들이면 캐릭터 표정만 봐도 자지러지게 되는 중독성 만화. “조로, 넌 세계 제일의 대검호가 될 남자다. 저 달째로 베어버려!”(루피) “난 베겠다. 친구를! 사가, 널 믿기 때문에!”(조로) <원피스 5기 극장판-저주받은 성검>에 나오는 대사다. 소년의 두려움없는 로망과 부서지지 않는 동료애. 그것이 <원피스>의 모든 것이다. 만화책의 거북이걸음에 지쳐버린 팬에게, <원피스 7기 극장판-기계태엽성의 메카거병>의 개봉은 간만에 찾아온 모험섬일 법하다. 만화와는 별개의 독립된 에피소드라고는 하지만, 그 모험의 배경이 워낙 방대하니, 이를 즐길 수 있도록 지식 박스를 준비했다.
이들이 밀짚모자 해적단
몽키. D. 루피/
이 대책없는 모험을 시작한 장본인. 어릴 적 만난
<원피스> 7번째 극장판을 즐기기 위한 지식 검색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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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이 입을 열었다. 저음의 목소리에서 단단하게 여며진 상처가 느껴졌다. 만인의 연인이자 지독한 속물인 줄리앙. 김주혁이 풀어낼 다음 사연은 “사랑따윈 필요없다”는 그의 것이다. “기존에 하던 역할이 아니었고 조금 섹시한 면도 있고 해서 탐이 났지요. (웃음)” <YMCA 야구단>의 오대현, <싱글즈>의 수헌, <프라하의 연인>의 최상현, <광식이 동생 광태>의 유광식, <청연>의 한지혁, ‘넘버 원 호스트’ 줄리앙은 곧고 번듯했던 이들과 다른 서슬 퍼런 남자다. “과거의 아픔이 있는 놈이에요. 표현은 냉소적이지만 사랑을 간절히 원해요. 사랑을 못 받고 자라왔기 때문에. 그 앞에 그 사람의 아픔을 꿰뚫는 여자가 나타난 거죠.”
어울리지 않는다는 여론에, 잘나가던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라니 모험이 아닐 리 없었다. “나를 가장 괴롭힌 건 원작이에요. 원작과 달라야 해 부담스러웠는데 이건 정말 한심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걸 뭘
남자, 부드럽게 도발하다,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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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이 눈을 감았다. 환하게 빛나던 미소가 사라지고 조금은 불편한 어둠이 찾아왔다. ‘아직은 사랑을 모른다’고 노래하던 소녀가 이젠 ‘사랑따윈, 필요없다’고 말한다. 냉소적인 어투에서 아련한 상처가 느껴진다. <댄서의 순정> 이후 1년여. 학교로 돌아갔던 문근영이 생채기가 채 가시지 않은 얼굴로 돌아왔다. 영화의 제목은 <사랑따윈 필요없어>, 역할은 세상에 마음을 닫은,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 민이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 딱 저 같았어요. 무언가 세상에 의미를 잃어버린, 하지만 사랑을 바라는 모습. 그냥 제 마음을 민이로 표현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올해 초 문근영은 대학입시와 관련 구설에 시달렸다. 비난의 요지는 그녀가 정시로 대학에 가겠다고 말한 뒤, 수시로 입학을 했다는 것. “오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크게 변명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의도가 조금 달랐다는 거, 이러면 변명이 되는데. (웃음) 그래도 사람의 미래라는 게,
소녀, 껍질을 벗다,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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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시간을 물들인다, 가을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애정에 굶주린 남녀를 보듬는 멜로물이다. 눈이 먼 류민(문근영)에게 줄리앙(김주혁)의 목소리가 와닿을 때 둘은 비슷한 상처를 지녔음을 직감한다. 빚에 허덕이던 줄리앙은 친오빠로 가장해 민에게 접근하지만 그의 연기는 의아하게도 류민의 마음을 녹인다. 사랑의 마법은 줄리앙 역시 물들이고 두 사람은 어느새 은근한 감정에 휩싸인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시선이 어긋나 생기는 어려움은 물론 원작인 일본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의 지명도 역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 게다가 두 배우, 나이차가 15살이다. 김주혁이 장진영, 엄정화, 김혜수, 전도연과 짝을 이룰 때 문근영은 국민여동생으로 칭송받았음을 떠올리면 낯선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어색하진 않았을까. 연기 호흡은 좋았을까. 많은 미디어에서 그들의 나이차를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치부할 때 불안한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어스름 속에서 포즈를 취한 두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김주혁, 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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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마지막 주말의 예매율 경쟁에선 <가을로>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정면충돌을 벌이고 있다. 주요 예매사이트를 양분한 형세가 너무도 극명해 두 영화의 예매율이 박스오피스에서 어떤 결과를 거둘 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가을로>가 64.5%를 기록한 티켓링크와 11.3%를 기록한 인터파크 중 어느쪽의 경향이 실제로 극장에서 반영될 지도 흥미롭다. 3주간 계속되던 <타짜>의 독주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이미 예상된 바였다. 이보다 눈에 띄는 것은 <타짜>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정상에 등극했던 <거룩한 계보>의 추락이다. 개봉 2주차에 접어든 <거룩한 계보>는 인터파크를 제외한 3개 사이트에서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가족영화를 표방한 <마음이...>와 장기레이스에 돌입한 <타짜>가 중위권을 형성했다. 평균 33.16%의 비중을 기록한 <가을로>와 25.34%의 <
<가을로>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주말 극장가 혼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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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은 때때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캄보디아의 비포장도로 위에서 예닐곱 시간을 시달리다 타이의 포장도로로 넘어오면서 생각했다.
길가의 집들은 여전히 오두막 같았고, 길 위의 아이들도 여전히 구걸을 하고 있었지만, 열대의 태양이 저물어 더위가 한풀 꺾인 만큼 가난도 기세가 꺾인 듯 보였다. 캄보디아의 시엠립에서 타이 국경까지 예닐곱 시간을 달리면서 내내 궁금했다. 과연 국가는 국민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까. 캄보디아에서 타이로 넘어가면 풍경이 얼마나 다를까. 끝없던 가난의 풍경이 국경을 넘어서면서 조금은 바뀌었다. 여전히 오두막이었지만 그래도 집들은 튼튼해 보였고, 도로는 포장돼 있었다. 갈증에 시달리다 국경을 넘어서 편의점으로 달려가 생수를 사고, 우유를 사면서 생각했다. 역시나 개발은 선인가. 캄보디아의 국경마을에서 타이의 국경마을까지 거리가 캄보디아의 국경마을에서 시엠립까지 거리보다 가깝지는 않은데, 국경은 그렇게 풍경을 바꾸고 있었다. 국경에서 목격하는 차별의 풍경은 아메
[이창] 남이냐 북이냐 묻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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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계보>가 3주간 독주하던 <타짜>를 왕좌에서 끌어내렸다. 서울 94개, 전국 476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는 10만9478명, 63만 836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전국 60만명대 관객동원은 추석흥행작들이 기록한 첫주 성적의 절반 수준. 지난해 같은 기간 1위를 차지했던 <새드무비>의 50만 8451명보다는 20% 가까이 높은 수치지만 500개에 육박하는 스크린 수를 감안하면 만족할만한 흥행성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극장 비수기인 11월이 가까워졌고 기존 개봉작들의 저항이 완강했다는 분석.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거룩한 계보>의 박스오피스 점유율은 35.7%이며, <타짜>와 <라디오스타>를 합친 비중은 40.1%다. 신작 <거룩한 계보>와 구작 <타짜>, <라디오스타>가 시장을 양분한 형국이다.
개봉 4주차 <타짜&g
<거룩한 계보>, 간발의 차로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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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2만명이 넘는 초·중·고 학생이 해외유학을 갔다. 2004년까지 63곳이던 논술 학원은 2006년 6월 현재 465곳으로 폭증했다. 고교 교사의 71.5%가 학교에서 논술 지도를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논술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의 70.3%는 사교육을 통해 배운다. 이중 절반은 초등학생이다. 그리고 지난 한해 115명의 초·중·고등학생이 자살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나온 교육 관련 자료 중 몇몇 사실을 몽타주해봤다. 이 우연의 파편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한다면 거기에 무슨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논술과 계급’이란 제목을 붙여 보니 모두 3개의 작은 이야기가 나온다. 첫 번째 스토리는 매우 낯익은 집단적 백일몽이다. 요즘에도 간혹 이 꿈 이야기는 ‘내 새끼 하바드 보내는 법’이란 타이틀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과거 전 국민이 다 함께 못살던 시절 교육은 ‘팔자를 고치는’ 거의 유일한 길이었다.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의 조건은 비교적 평등했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논술을 논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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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슈레거의 정물사진 시리즈는 포근하고 따뜻한 감성을 전한다. 이미 새, 식물, 꽃 시리즈 등의 정물작업을 통해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해온 사진가로 널리 알려진 빅터 슈레거. 그의 최근 사진작품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그의 정물 시리즈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책’시리즈가 출품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Composition as Explanation’라는 전시부제에서도 짐작되듯, 책이 갖는 무형의 의미보다는 시각적인 구성과 배치로 드러나는 조형성의 하모니에 무게를 두고 있다. 흔히 책이 전하는 첫인상은 ‘사람의 사상이나 감정’을 대변한다. 그래서일까 책이 전하는 상징적인 의미는 무척 담대하고 함축적이며 알 수 없는 깊이에 큰 기대감을 유발시킨다. 하지만 빅터 슈레거가 주목하는 책의 성질은 좀 다르다. 그의 사진은 글과 그림이 내재된 책의 본질적인 원형을 넘어 하나의 정물적인 객체 혹은 텍스트로서 책을 바라본다. 책의 외형을 수학적이고 이성적인 조합
체감온도 ‘36.5℃’, 부드러운 사진미학, 빅터 슈레거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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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M. 슐츠의 만화 <피넛츠>에 등장하는 스누피는 글 쓰는 비글종 강아지다. 개집 지붕 위에 타자기를 놓고 파지를 동그랗게 뭉쳐서 버리는 스누피의 옆모습은 세상 모든 작가의 마스코트다. 떨어지지 않는 첫 문장, 말 안 듣는 캐릭터, 친구들의 신랄한 험담, 출판사의 거절 편지와 싸우며 스누피는 간혹 입꼬리를 당겨 씩 웃는다. 그리고 “레오(톨스토이)의 심정을 알겠군”이라고 중얼거리기도 한다.
이 책은 여러 유명 작가들이 보내는 “스누피야, 이렇게 써봐”라는 조언이다. 에드 맥베인, 다니엘 스틸, 잭 캔필드, 레이 브래드버리, 엘모어 레너드, 시드니 셀던 등 서른세명의 작가들이 작가가 되려는 사람이 유념해야 할 실용적 요령을 충고했다. 각각의 글은 문학론이나 미학을 피력하는 무거운 에세이가 아니라, ‘대화에 녹여내라’, ‘연애소설에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법’, ‘독자가 건너뛰고 읽을 부분은 아예 쓰지 마라’ 같은 포인트를 지적한다. 제목을 내심 정해두지 않으면 책을 쓸
스누피야, 이렇게 써봐,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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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10월29일(일) 오후 2시20분
두 남자가 우연히 기차 안에서 만난다.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한 남자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며 또 다른 남자는 망상적이고 비도덕적이다. 전자는 유명한 테니스 선수인 가이 하이네스이고 후자는 정체가 모호한 부르노다. <열차의 이방인>에서 ‘이방인’은 아마도 부르노일 것이다. 이 이방인은 우연한 만남과 이상한 제안을 시작으로 가이 하이네스의 삶 속으로 침입한다. 평범하고 일면 완전해 보이는 가이의 삶에 부르노라는 얼룩이 끼어들고, 가이가 부르노를 회피할수록 그 얼룩은 가이의 삶에 점점 더 달라붙는다. 그런데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부르노의 존재가, 즉 영화의 ‘이방인’이 가이를 위협하는 외적 존재가 아니라 가이의 내면의 욕망으로 치환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이 영화에서 두 남자의 욕망이 드러나는 방식은 ‘교환살인’이라는 모티브를 통해서이다. 부르노는 교환살인의 필요성에 대해 동기가 밝혀지는 살인은 완전범죄가 될 수 없다
억압된 욕망의 그림자, <열차의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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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붙일 곳 없는 세계 이웃들을 위한 작은 안식처
사진집단 일우 대표 김홍희의 베스트, <유민의 땅>
Choice/ <유민의 땅> 성남훈 지음/ 눈빛/ 2005년
‘잊어선 안 될 최초.’ 김홍희는 성남훈의 다큐멘터리 사진이 갖는 의미를 높이 친다. “우리의 문제뿐만 아니라 세계의 이웃에 관심을 돌린 첫 번째 한국 사진가라는 점에서 그렇다. 앞으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이 많이 나올 텐데 성남훈의 <유민의 땅>은 교본이자 전범으로 남을 것이다.” <유민의 땅>은 성남훈이 프랑스 에이전시인 라포에 소속해 있던 지난 15년 동안 보스니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르완다 등의 분쟁 지역을 돌며 찍은 사진들을 모은 사진집이다. “한숨과 울부짖음으로 가창되는 지구시대의 뼈아픈 노래”라고 박노해가 말미에 말하듯, <유민의 땅>은 삶의 터전을 잃고서 칠흑 같은 운명을 감수해야 하는 유민들의 비가(悲歌)다. 자신들의 흐
사진 전문가 7인이 추천하는 사진책 14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