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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는 말이 없는 사람이어서 자기 마음이나 생각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그처럼 말없이 상처를 표현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듯하다.
=내가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서 가장 대사가 적었기 때문에 몸으로만 무언가를 표현해야 한다는 문제를 많이 고민했다. 그냥 보기만 했는데도 사연이 묻어나는 것 같은 사람이 있지 않나. 나는 모니터를 보지 않기 때문에 온전히 집중을 하고 감독이 컨트롤하는 대로 따라가려고만 했다. 주변 사람도 관찰했고. 스탭 중에 내가 ‘가을이’라고 부르는 친구가 있었는데 정말 가을 느낌이 나는 사람이었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도 궁금하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외로워 보이고 사연이 많아 보였을까.
-아직도 모니터를 보지 않는 건가. 좋은 점도 있겠지만 불안할 때도 있을 텐데.
=그건 내가 개발한 나만의 방법이다. 나는 내 얼굴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서 이런 표정을 하면 여자들이 죽었지(웃음), 하는 걸 모두 기억한다. 하지만 그렇게 매이기 시작하면 새로운
연기엔 답이 없다. 그래서 연기가 좋다, 김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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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경과 박용우는 영화 <조용한 세상> 안에서 그리 자주 마주치지는 못했다. 두 남자는 어린 여자아이들만을 납치하여 살해하는 범인에게서 착하고 맑은 아이 수연을 지키고자 하지만, 같은 목적을 가지고도 서로 다른 장소에서 싸워야만 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고요한 세상에 머무는 사진작가 정호(김상경)는 위탁아동인 수연 곁에서 아이를 돌보고, 게으르고 허술해 보여도 반장 앞에서 부끄러움 없는 김 형사(박용우)는 비정한 도시를 헤매며 연쇄살인의 흔적을 추적하는 것이, 각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약속시간보다 10분 먼저 나란히 스튜디오에 도착한 김상경과 박용우는 정호와 김 형사가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던 <조용한 세상>의 지난한 과정을 생략하고선 눈빛만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마지막 순간만을 가져온 듯 다정했다. 편안한 스웨터 차림으로 이어폰을 나누어 음악을 들으며 고등학생처럼 깔깔댔고, 역시 어른인지라 진지한 표정으로 술자리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비법을 논하고는 했다. 그들이
1%가 다른 두 친구 이야기, <조용한 세상>의 김상경, 박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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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중세로 눈을 돌렸다. 에릭 야거의 역사서 <마지막 결투: 중세 프랑스의 범죄, 스캔들, 결투에 관한 진실>의 영화화 판권을 획득한 것. 1386년의 프랑스 기사 두명이 진실과 스캔들 사이에서 벌이는 결투 이야기. 롤링 스톤스의 다큐멘터리를 작업 중인 스코시즈 감독이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마틴 스코시즈, 중세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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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들과 제임스 본드가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 2위를 차지하는 강세를 보였다. <해피피트>는 3주차 흥행수입 1754만달러, <007 카지노 로얄>은 1511만달러를 벌어들였으며, 두 영화 모두 북미 내 누적수입 1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주 개봉한 덴젤 워싱턴의 스릴러 <데자뷰>도 1094만달러의 주말수입을 기록하며 지난주에 이어 3위 자리를 지켰다.
<해피피트> 3주 연속 북미 극장가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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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쉽 트루퍼스>의 폴 버호벤 감독이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차기작 소식을 알렸다. 감독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인간’ 예수의 삶을 영화화하는 것. 교권에 의해 삭제된 내용의 복원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폴 버호벤은 영화화 이전에 책으로 먼저 출간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 버호벤 감독의 ‘인간’ 예수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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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 대통령 지미 카터가 <Palestine: Peace Apartheid>의 저술을 위해 오른 여행길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된다. <양들의 침묵>의 조너선 드미 감독이 연출하는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He Comes In Peace>로 정해졌고, 감독과 스탭은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미국 횡단에 동참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저술 여행, 다큐멘터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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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갈라선 동료들이 다시 모인다. 싸구려 물건을 판매해 수익을 거두기로 의기투합한 여섯 사기꾼은 목표를 달성하지만, 돌아오는 열차에서 돈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약 서른개의 거짓말>은 판매 현장을 과감히 생략한 채 왕복열차에 탄 여섯 주인공만으로 진행되는 구성부터 특이한데, 바로 쓰치다 히데오의 원작 희곡을 따른 결과다(쓰치다는 노먼 록웰의 그림 <가고 오고>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렇다고 밀실에서 벌어지는 심리극 혹은 추리극은 아닌 것이, 쉴틈없이 들리는 크레이지 켄 밴드의 퓨전재즈처럼 가벼운 희극에 따뜻한 드라마를 섞은 작품이다. 인생의 또 다른 학교인 직장에서 동료와 마음을 나눠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게다. DVD 부록이 좋다. 감독과 제작자, 신인 여배우가 음성해설을 맡았는데 분위기는 유쾌하고 내용은 진지하다. 두 번째 디스크는 배우들과 함께 기차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만든 메이킹 필름(66분), 감독과 작가와의 인터뷰(31분)
가벼운 희극과 따뜻한 드라마의 조화, <약 서른개의 거짓말: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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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많은 친구들>을 상영한 극장 관계자는 “이렇게 여성 관객이 몰리기는 처음”이라고 알려줬다. <프렌즈>와 <섹스 & 시티>에 한번쯤은 중독됐을 20, 30대 여성들이 그들의 애정 대상 1호일 돈과 친구와 수다를 어떻게 거부할 수 있었겠나. LA의 부유한 세 여자와 가난한 여자 올리비아가 친구로 나온다. 독신에 대마초를 피우며 유부남을 짝사랑하는데다 가정부로 일하는 집의 딜도를 슬쩍 사용하는 올리비아에게 우아한 독신은 먼 곳 이야기다. 세 친구의 삶도 행복하지만은 않다. 매사에 화가 나거나 남편과 사이가 안 좋거나 무료한 삶을 살거나. 십년 전, 서른 즈음 두 여자의 관계와 심리를 섬세하게 잡아낸 <워킹 앤 토킹>으로 데뷔한 니콜 홀로프세너는 이제, 마흔 여자의 삶의 의미는 어디 있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관계를 규정하는 데 경제적 상황이 우선하는 시간이 됐지만, 삐걱대는 삶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소중하다는 걸,
<프렌즈>와 <섹스 & 시티>의 친구들, <돈많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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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저스틴은 엄지손가락을 빠는 버릇을 버리지 못해 소심함을 달래려 화장실에 숨어 손가락을 물곤 한다. 상담 결과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판정을 받은 저스틴은 각성제 처방을 받은 뒤 자신감 넘치는 똑똑한 소년이 되지만 이번엔 남에게 거부감을 주는 거만한 괴물 취급을 받고 만다. 혼란을 겪는 십대 소년의 성장기인 <썸서커>는 기대했던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작품은 못 된다. 삶의 질문, 슬픔, 신비보다 빛나는 미래의 영광을 좇는 현실적인 소년 저스틴은 홀든 콜필드의 후예가 되기엔 너무 얕으며, 성장영화의 외피를 두른 영화는 소년의 고통만큼이나 어른들의 그것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소년의 부모와 정신적 지도자 역을 맡은 배우가 빈센트 도노프리오, 틸다 스윈튼, 키아누 리브스, 빈스 본인 것은 의미 깊은데, 십년 혹은 멀리 이십년 전 그들의 눈에서 본 고독과 불안의 불빛이 <썸서커>에서 꺼지지 않고 되살아난다. 십대에 꺾인 꿈은
베를린 남우주연상 받은 십대소년의 성장기, <썸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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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문화콘텐츠 수출유공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문화관광부는 지난 12일 '2006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수출유공자' 7인을 발표했다. 문화콘텐츠 기획·제작, 해외 마케팅, 신시장 개척과 해외 투자유치 등 4개 부문으로 이루어진 이번 표창에서 박찬욱 감독은 한국영화의 국제이미지 제고 및 세계 진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다.
박찬욱 감독, 대통령 표창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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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가 등장하는 영화’라는 주제로 상영회가 열린다. MBC라디오가 라디오 탄생 100주년, MBC라디오 45주년을 기념하여 ’FM4U 영화축제 영화 속 라디오’ 행사를 마련한 것. 얼마 전 타계한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프레리 홈 컴패니언>을 비롯, <접속>, <아는 여자>, <봄날은 간다> 등 인터넷 투표를 통해 선정된 12편의 영화가 18일부터 20일까지 상영된다.
'영화 속 라디오'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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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영상위원회가 여수, 광양 시민을 위해 마련한 ’제 3회 남도, 영화를 말하다’ 행사가 열린다. 14일엔 여수에서 김해곤 감독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15일 광양에선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이 상영된다. 전남도민의 영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준비한 이번 영화제는 곽영진 영화평론가가 진행하고 김해곤, 김태용 감독과의 대화가 함께한다.
여수, 광양 시민 위한 '제3회 남도, 영화를 말하다'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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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에서 가장 멀리 벗어나는 모험적 영화제’을 표방하는 제2회 안양변방영화축제가 12월14일부터 16일까지 3일동안 열린다. 기술적 완성도나 이론적 깊이가 떨어지더라도, 기존 단편영화와 차별화하려는 노력과 내용의 진정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이번 영화제는 개막작 <갈데까지 간다>를 비롯한 본선 진출작 21편을 상영한다. 특별초청전으로는 비경쟁부문인 ’러프컷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직접 연출, 주연한 ’청춘극장’, 청소년 작품인 ’꿈의 대화’ 세 부문이 마련되어 있다.
제2회 안양변방영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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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아는 일. 지현우는 연기보다 음악을 먼저 시작했다. 그는 배우이기 전에 기타리스트다. 1984년생인 그는 5년 전 신문 공고를 보고 그룹 ‘문차일드’의 공연 세션으로 지원해 대중음악계에 발을 들였다. ‘문차일드’가 재정비된 그룹 ‘MC The MAX’의 세션으로까지 활동했다가 2004년에는 ‘더 넛츠’라는 이름의 밴드에서 셀프 타이틀 앨범으로 정식 데뷔를 치렀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때 강압적으로”. 형은 피아노, 그는 기타를 잡았다. 미술학원-피아노학원-영어학원-논술학원으로 이어지는 초등교육 필수 과외 코스로서가 아니라 음악에 대한 마음이 좋아하는 것 이상이었던 부모님의 순수한 뜻에 의해서였다.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루게 하려는 바람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뛰놀고 싶은 마음을 눌러가며 엄한 부모님 말씀에 순종해서 음악을 했다고 한다. 통기타를 들고 포크송, 뽕짝, 팝송을 연주하다 열한살 때 “웅장하고 기교 화려한” 메탈리카를
지 PD의 두 마리 토끼,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지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