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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자> The Butcher
김진원/ 한국/ 2007년/ 76분/ 금지구역
<도살자>를 본 관객은 배우들의 신변과 영화를 만든 데빌그루브픽쳐스가 도대체 어떤 일당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던 한 부부가 어느 도살장에 끌려온다. 이곳에는 돼지머리를 가진 괴물을 주인공으로 스너프영화를 찍는 도살업자가 있다. 그는 괴물의 희생양이 될 사람들의 머리 위에 카메라를 매달아놓고 그들의 사지를 절단하며 영화를 찍는다. <도살자>는 극중 피살자들의 머리에 4대, 도살장에 1대, 도살업자의 목에 1대씩 달려 있는 총 6대의 카메라로 난장의 살육을 담는다. 피와 배설물, 내장의 냄새들이 이 카메라를 통해 스크린 밖으로 진동한다. 몸에 달린 카메라는 고통과 함께 요동치고 거친 사운드는 대사보다 비명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한다. 특히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시점과 탈출하는 시점을 담을 때는 다급한 듯 하면서도 느긋하여 보는 이의 가슴을 친다. 하지만 말 그
작정한 고어영화, <도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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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에 감독의 <워킹 온 더 와일드 사이드>
한 지에 감독의 <워킹 온 더 와일드 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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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일본의 대표 감독들이 100년 전의 천재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열개의 꿈을 해몽한다. 근대일본문학의 기념비적 작가의 기이한 10개의 꿈 이야기 <몽십야>는 그의 몽상과 불안증이 소용돌이치는 난해한 환상소설이다. 그로부터 100년 뒤, <들불>의 이치가와 곤 같은 원로감독부터 <주온>의 시미즈 다카시, <린다 린다 린다>의 야마시타 노부히로 등이 그의 꿈의 편린들을 하나씩 맡아 <열흘 밤의 꿈>을 만들었다. 그중 ‘일곱 번째 밤’은 3D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에피소드. 메이지 일본이 배경인 다른 에피소드와 달리 ‘일곱 번째 밤’은 시공을 알수 없는 무한한 바다를 무대로 펼쳐지는 장엄한 판타지다. 특유의 몽환적인 그림체와 거대한 세계관, 그리고 아마노 요시타카라는 크레딧에서 벌써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다. <아루스란 전기> <창룡전>, 오시이 마모루의 <천사의 알> 그리고 <파
매체가 변화해도 회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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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far, I have been impressed at how smoothly things seem to be going
this year. In particular, the ticket lines have been fairly short and
fast moving. What a contrast from the PiFan of a few years ago, when
you had to line up at Boksagol forever (it seemed), especially in the
first two or three days of the festival. If there have been any
troubles this year, I have been blissfully aware of them.
The big event of Friday, at least in my humble opinion, was the two
documentaries of Yves Montmay
Crounching Korean Cinema, Drunken Chin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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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를 본다면 누군가는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독립영화의 경우는 다르다. 제작부터 상영까지 변방에 있는 한국독립영화들의 새로운 흐름은 오히려 영화제에서 먼저 빛을 발한다. 제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또한 한국독립영화의 성찬을 마련했다. 단, 영화제 성격에 맞게 매우 판타스틱한 독립영화들이다.
올해 부천에 입점한 독립영화들의 특징은 장르의 쾌감과 변주에 주목한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독립영화들이 인생의 허무를 깨닫거나 미래의 불안을 담아온 것에 비해 이들의 시도는 독립영화계 전체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금지구역 상영작 중 하나인 김진원 감독의 <도살자>는 말 그대로 ‘작정하고 만든’ 하드고어 영화다. 아마도 <도살자>를 본 관객은 배우들의 신변과 영화를 만든 ‘데빌그루브픽쳐스’가 도대체 어떤 일당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도살장에 끌려온 한 부부가 돼지머리를 가진 괴물을 주인공으로 스너프영화를 찍는 도살업자로부
한국영화의 성찬, 마음껏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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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스튜디오> Reverb
이탄 아루시/ 영국/ 2007년/ 88분/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뮤지션들의 새 앨범 홍보시에 항상 터져나오는 ‘녹음실 괴담’이 한국에만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촉망받는 독립호러영화 감독 이탄 아루시의 신작 <공포의 스튜디오>는 녹음실 괴담에 대한 영국식 해석이다. 록 뮤지션으로 성공을 거두고 싶어하는 알렉스와 여성 보컬 매디는 메이저 음반사의 녹음실에 몰래 숨어들어 새로운 곡을 녹음하려 한다. 하지만 어두운 녹음실에는 무언가가 있다. 밤을 새며 작업에 열중하던 두 사람은 샘플로 뜬 노래에 “도와줘요!”라고 외치는 기괴한 목소리와 굉음이 녹음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매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성공의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알렉스는 또다시 녹음실로 향하고, 샘플에 녹음된 목소리가 자살한 천재 음악가 그리핀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매디는 알렉스를 구하기 위해 녹음실로 달려간다. <공포의 스튜디오>의 전
녹음실 괴담에 대한 영국식 해석, <공포의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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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Diary
옥사이드 팡/ 홍콩/ 2006년/ 86분/ 부천 초이스
타이의 옥사이드 팡이 호러물의 재주꾼임을 보여주는 소품이다. 그닥 새롭지 않은 소재로 출발선을 잡고서, 게다가 적당한 복선과 관습적인 카메라워크를 지극히 제한된 공간 안에서 펼치는 것만으로 기승전결의 맥을 만들어낸다. 귀신은 없으나 귀신보다 무서운 인간이 있다. 선천적 악마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후천적으로 앓은 사랑의 후유증이 위니의 몸뚱이를 감싸고 있다. 그녀가 기괴한 기운을 내뿜으며 불길해 보이는 목각 인형을 만들어내는 건 저주의 영혼을 불어넣겠다, 는 의지가 아니라 그나마 스스로를 위로하는 소일거리다. 그녀의 본업은 예쁜 뷰티숍의 점원이다. 그곳에서 나와 상당량의 생선과 고기를 사고, 그 생선과 고기를 어두컴컴한 부엌에서 칼로 다지며 요리를 만드는 건 저주의 카니발 의식이 아니다. 사랑하는 남자 세스를 위한 애정 행위다. 문제는 그 세스가 떠나버렸다는 점이다. 혹은 증발했거나.
그런
귀신보다 무서운 인간이 있다,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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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3일 오후 3시50분, 다큐멘터리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의 메가토크가 프리머스 부천 1관에서 열렸다. ‘한국영화를 보는 법’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브 몽마외 감독을 포함해 박찬욱, 류승완, 민규동 감독이 참여했다. “한국영화감독들이 인터뷰 도사가 다 됐다”는 진행자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말처럼, 세명의 감독들은 재치있는 답변으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등 능숙하게 대담을 이끌어나갔다. 이브 몽마외 감독은 한국에서 8일 만에 작품을 완성했다는 충격적인(!) 후일담을 밝힌 뒤 외부인의 시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영화의 현실을 짚어주었다.
김영진 애초에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가 무엇이며, 어떻게 완성했는가.
이브 몽마외 전세계적으로 한국의 장르영화는 그 어느 곳보다 빠르고 다이내믹하게 발전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영화의 제작 동기다. 부산영화제에 한국의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모두 모인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영화의 예산이 너무 적어
“항상 변화하는 한국영화는 DNA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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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Special
할 하버만, 제레미 패스모어/ 미국/ 2006년/ 85분/ 부천 초이스: 장편
LA의 주차단속요원 레스는 슈퍼히어로 만화의 열렬한 팬이고, 위반자의 애절한 눈빛에 쉽게 흔들리며, 매일 저녁 혼자 전자레인지에 냉동식품을 데워먹는 외로운 남자다. 새로 나온 우울증 치료제의 임상실험에 참여하면서 그의 무기력한 일상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다. “스페셜”이란 이름의 이 신약은 뇌 시냅스 중 ‘자기 의심’에 관련된 부분을 차단하는 제품. 놀랍게도 이 약을 복용하자 레스는 벽을 통과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고 공중부양까지 가능한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 누구의 눈에도 레스의 초능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슈퍼히어로로서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그의 투쟁이 시작된다. 여기에 그의 주위를 맴도는 검은 옷의 제약회사 직원들이 가세하면서 레스는 음모론을 확신하고…. 과연 일반인들이 그의 초능력을 못 알아보는 걸까, 아니면 모든 것이 레스만의 망상의 산물일까. ‘스페셜
슬픈 슈퍼히어로의 분투기,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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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주부, 비바> Viva
안나 빌러/ 미국/ 2007년/ 120분/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70년대 성혁명에 대한 비주얼 코멘터리, 또는 대략 난감하고 겁나 므흣한 에로틱 판타지. 1972년 미국, 성해방의 물결에 풍덩 빠져든 중산층 주부 바비의 짜릿한 모험담이 펼쳐진다. 완벽한 남편과 함께 풀장 딸린 고급주택에 사는 주부 바비, 그러나 집안일만 하고 있기엔 그녀는 너무 섹시하다. 무료한 바비를 자극하는 유일한 꿈은 모델이 되는 것. 일밖에 모르는 남편에게 방치당한 채 성해방 잡지 <비바>의 누드 사진을 보며 내면의 욕구를 달래던 그녀는 결국 대담한 이웃집 주부 쉴라와 함께 집 울타리 너머의 섹시한 세계에 몸을 던진다. ‘비바’라는 예명의 콜걸로 새로 태어난 그녀는 누드촌과 동성애, SM 플레이, 히피의 세계를 탐험하며 새로운 문화에 눈뜬다.
우선 완벽하게 부풀린 70년대 헤어와 과장된 섹시 란제리, 다채로운 컬러의 세트 디자인과 거침없이 뒹구는 발랄
70년대 포르노 다룬 뻔뻔 발칙한 영화, <환상의 주부, 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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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영화제 이벤트 러시!
주말을 맞은 부천영화제가 각종 이벤트로 관객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먼저 7월14일(토) 오후 6시에는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씨네락나이트’의 두 번째 행사가 열린다. <나나2>의 상영 직후 모던록 밴드 네스티요나와 여성펑크밴드 숄티켓, 디어클라우드의 무대가 펼쳐질 예정. 또 같은 날 밤에는 더 잼존 부천 앞 특설무대에서 ‘모여락(樂)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부천시 여성회관 소속 연주동아리 회원들과 블러디 쿠키, 어른아이, 프리마켓 등의 인디밴드들이 부천의 밤을 몰아의 경지로 이끌 계획이다. 다음날인 15일(일) 오후에는 부천역 북부 광장, 디 몰 타임스케워 광장에서 Pifan 유랑단 13인이 들려주는 플루트, 색소폰 연주가 있을 예정이며, 같은 날 저녁에는 중앙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장연우, AK프로젝트 등이 참여하는 ‘한여름밤의 음악회’가 열린다.
PiFan for Fun-loving Weekenders
The Puchon F
[단신 모음] 주말 영화제 이벤트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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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너마이트 워리어> Dynamite Warrior
찰럼 웡핌/ 타이/ 2006년/ 103분/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다이너마이트 워리어>를 즐기기 위해선 약간의 ‘센스’가 필요하다. 당신이 오케스트라처럼 정밀하게 직조된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쾌감을 선호하는 팬이라면, 혹은 홍콩누아르의 폼나는 총질과 비정한 무드에 열광하는 팬이라면 <다이너마이트 워리어>는 가당찮아 보일지도 모른다. 대신 타이에서 날아온 이 영화는 <옹박>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이미 선보였던 타이 액션의 화끈함을 주무기로 관객에게 육탄 돌격해 온다. <다이너마이트 워리어>는 1920년 타이의 농촌을 무대로 한 일종의 서부극이다. 무대는 막 농업혁명의 물결이 다가오는 한가로운 시골. 탐욕스런 신흥부자 웽은 가난한 촌로들에게 고가의 트랙터를 팔아넘기려 한다. 물소에 익숙한 농민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웽은 숲속에 사는 식인 무법자를 포섭해 마을의 소를 죄다 훔치
액션 마니아를 위한 색다른 체험, <다이너마이트 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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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자기의 정교함과 우아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음식을 담아내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유럽자기들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불러도 될 정도. 부천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유럽자기박물관’은 유럽자기의 자존심을 지켜온 세계적인 명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장소다. 독일의 마이센, 프랑스의 세브르, 영국의 로열우스터, 덴마크의 로열 코펜하겐 같은 회사들이 18~20세기에 제작한 876점의 유럽자기가 관객을 맞이한다. 세브르의 대표 작품 ‘평화의 꽃병’, 유럽 최초로 중국식 백색자기를 만든 마이센의 작품들, 영국 왕실에서 사용한 로열우스터 과일그림 금커피세트가 모두 여기에 있다. 유럽 최고의 예술가들이 직접 손으로 그린 베를린 K·P·M의 자기액자도 볼거리 중 하나.
유럽자기 관람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드는 건 자기에 얽힌 에피소드다. 각각의 자기는 아라비안나이트, 라퐁텐 우화 등 그림을 보고 추측할 수 있는 테마 외에도 작품 고유의 역사적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전시장 안의 터
유럽의 명품 자기 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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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천재소년의 자아실현기로 오해하진 말자. <소년 감독>은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동심의 세계를 전시하는 대신 대부분의 영화감독들이 겪어야 했을 숙명적인 고통을 담아낸다. 어느 날 카메라를 갖게 된 산골소년 상구는 영화를 찍기 위해 친구를 꾀어 서울로 갈 차비를 마련하고 동생처럼 아끼던 개를 팔아가면서 서울생활을 버텨가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마지막 장면에서 클로즈업되는 상구의 아련한 눈빛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이우열 감독의 말처럼 <소년 감독>은 꿈과 희망이 가득한 가족영화라기보다는 현실의 냉정함을 남보다 일찍 깨닫는 아이의 이야기일 것이다. 실제 경험담을 다룬 것은 아니지만 이우열 감독의 영화를 향한 짝사랑도 상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졸업 뒤 “자리에 앉아 상상할 시간이 많은” 상공회의소에 취직한 그는 지난 2003년, 불현듯 사표를 내고 카메라를 잡았다. “상구처럼 나도 카메라를 처음 사고는 말도 안 되고,
힘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