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포는 항구다>를 정통 누아르로 준비하다 잘 안 돼 코미디로 바꿔 장편 데뷔를 했고, <화려한 휴가> 역시 제작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화려한 휴가>는 언제,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
=나에게 ‘데미지’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운좋게 데뷔한 것 같다. 단편영화할 때와 그동안 내가 이야기했던 것들 때문인지 김지훈이 코미디를 찍었다는 자체가 코미디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재밌었다. 그러나 나한테 중요했던 건 예술적인 고민에서의 영화가 아니라 직업으로서 영화감독의 길은 무엇일까, 였다. 누아르를 준비하던 시기의 주류는 코미디였고, 그 강도가 내 체감으로는 99% 정도였다. 물론 다른 좋은 영화가 나오는 시기이기도 했지만, 신인이 데뷔하기에 코미디라는 카드를 선택하지 않기가 쉽지 않은 시기였다. 미리 매를 잘 맞았다고 생각하고, 내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작품에 접근할 때 과연 나의 영화적 진정성은 어디에 있는가 고민해야 했다.
“제일 무서운 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내 안의 두려움이었다”
-
맑고 투명한 햇볕이 내리쬐는 남녘의 들판. 허리를 깊이 숙였던 농사꾼 몇몇이 이상한 소리에 고개를 들면 하늘 위로 거대한 군 수송기들이 줄지어 날아든다. 군용기 내부, 드디어 출동이라고 비장해하던 군인들 사이에 누군가 이상하다고 중얼거린다. “비행기가 북쪽이 아니라 남쪽으로 가고 있어.” 작전명 ‘화려한 휴가’에 돌입한 이들의 풍경은 상상의 재현이다. 그렇지만 화려한 휴가는 실명의 작전이었고, 곧 그 화려한 실재가 재현된다.
상상과 맞붙인 실제의 시뮬레이션
5월21일 정오 무렵, 계엄군이 철수키로 약속한 시각이 다가오면서 광주 금남로의 도청 앞 시민들은 축제 분위기에 빠져든다. 택시기사 인봉(박철민)과 제비족 용대(박원상)가 까불거리며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상상의 재현이다. 오후 1시 애국가가 울려퍼지면서 계엄군은 철수는커녕 일제히 탄창을 끼워넣고, 조준 자세를 취한다. 시민들 중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격이 애국가와 더불어 시작된다. 점프컷과 개각도 촬영, 부서지는 유리창과
5·18 재현한 영화 <화려한 휴가>가 낳은 쟁점들
-
80년 광주를 재현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당시를 겪지 못한 세대에겐 다른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들과 다를 바 없겠지만 지금의 영화계라면 특별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선 누구나 얘기하듯 한국영화의 위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상반기 내내 화제가 될 만한 흥행작없이 극심한 자본난에 빠진 영화계가 제작비 100억원을 들인 블록버스터의 흥행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화려한 휴가> 시사회에 무대인사를 나온 제작자와 배우들이 한국 영화계의 최근 어려움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 영화가 한국영화의 위기를 헤쳐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과거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인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한 기억은 이런 대작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은근한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단지 그것이 이 영화에 대한 기대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장선우 감독의 <꽃잎>이 있었지만 &l
<화려한 휴가> 5월 그날이 다시 왔다
-
영화도 많~이! 수다도 많~이! 새침한 영화매니아 씨네 리 양이 소개하는
흥미진진한 화제의 영화!
그녀의 수다를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영화 한 편이 뚝딱~!
까다롭고 까탈스런 씨네 리 양이 오늘 고른 영화는 <트랜스 아메리카>입니다~!
다 함께 그녀의 유익한 수다 속으로~
[씨네리, 영화랑 놀다] 트랜스 아메리카
-
-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씨가 진행하는 [시네마 자키]
이번 편은 "사랑의 명대사" 편으로
영화 속 사랑의 명대사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시네마 자키] 사랑의 명대사
-
가족은 왜 가족일까. 피를 나눠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위로받을 수 있어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나를 먹여살려주니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준벅>을 보면 익숙해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익숙하다는 건 친근하다는 것과 다른 말이다. 친근하지 않아도 거북하고 싫어도 익숙해질 수는 있다. <준벅>에서 메들린의 남편 조지네 가족들처럼 말이다. 조지의 동생 조니는 정서불안에 뭔가 심하게 뒤틀려 있는 사람으로 만삭의 아내, 애슐리를 힘들게 한다. 퉁명스런 어머니와 소극적인 아버지, 그리고 조증 기운이 있어 보이는 애슐리까지 어쩐지 물과 기름처럼 떠 보이지만 가족의 틀 안에서 그들의 삶은 일정한 속도로 흘러간다. 조지도 마찬가지다. 3년 만에 찾아온 집이지만, 그리고 한눈에 봐도 도시사람인 그와 가족들은 전혀 다르지만 그는 바로 이 가족 안에 스며든다. 하지만 메들린은 다르다. 처음 본 시댁 식구가 당연히 익숙할 수 없고 그녀는 친근해지려고
[냉정과 열정 사이] 익숙함의 울타리 안에서
-
이동진_“에피소드들을 쌓아올려서 정점에서 터뜨려주는 느낌이 약하다고 할까요.” vs 김혜리_“<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 해리와 친구들은 마치 레지스탕스처럼 그려졌어요”
젠틀맨 채터 리님(이동진 lifeisntcool@naver.com)이 입장하셨습니다.
불사파 기자단님(김혜리 vermeer@cine21.com)이 입장하셨습니다.
젠틀맨 채터 리님의 말(이하 채터 리): 오늘은 이야기할 영화가 딱 두편. 단출하네요.
불사파 기자단 님의 말(이하 불사파): 개봉 일정이 급작스레 조정되는 바람에 그만! -.- 독자들께 송구합니다. 차린 게 별로 없으니… 정 딴 집 가려면 가셔요. 흑흑. T-T
채터 리: 허허, 불사파 기자단이 아니라 막가파 기자단인 듯. 오늘 제 아이디는 수다 떠는 이씨, ‘chatter Lee’에서 온 겁니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하이틴 학원영화 같은 측면이 강하더라고요. 제가 이 시리즈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
[메신저토크]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같은 작품에 비하면 개성이 약해요
-
한밤의 해부학 실습실. 호러영화의 무대로 기막히다. 생기없는 인형처럼 포르말린에 찌든 카데바(해부용 시체). 그것들이 놓여 있는 금속성의 테이블과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오래된 핏물. 더욱 소름끼치는 건 한때는 인간이라고 불렸을 실습용 육질에 메스를 들이대는 하얀 가운들의 냉정함이다. 물론이다. 모든 것은 어디선가 이미 다 본 것들이다. 호러영화 팬들이라면 해부실을 무대로 삼는 B급 호러영화 리스트를 끝없이 써내려갈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지독한 클리셰라고 할지언정 해부실의 정경은 말초적인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해부학교실>은 시작부터 반타작을 하고 들어가는 셈이다.
전도유망한 여섯 의대생이 첫 해부학실습을 앞두고 있다. 미친 아빠에 의해 엄마를 잃은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선화(한지민), 병원 이사장 아들인 난봉꾼 중석(온주완), 친절하고 사려깊지만 어딘가 음습한 데가 있는 기범(오태경), 실습에 영 자신이 없는 모범생 은주(소이), 심약한 성격을 가진 과
봉합술 또한 좋아야 하는 법 <해부학교실>
-
사랑 이야기의 독창성은 사랑이 아니라 이별을 묘사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영화화한 사노 도모키 감독의 <변신>에서, 이별의 계기는 남자의 다중인격자로의 그로테스크한 ‘변신’이다. 공장 노동자인 쥰(다카미 히로시)이 뇌수술을 받고 깨어나는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불의의 사고로 총알이 박힌 자신의 뇌가 다른 사람의 뇌로 대체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적어도 세 가지 의문이 생겨난다. 누가 기증자인가? 총을 쏜 범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분석하는 병원의 분위기 또한 심상치 않다. 쥰 자신이 두 가지 인격 사이를 왕래하면서 그만을 바라보는 연인 메그(아오이 유우)의 상처는 깊어만 간다. 흥미로운 것은 그를 점령한 두개의 ‘나’가 각각 나름의 애틋하고 소중한 기억과 결부되어 있음에도 그 결합 효과는 폭력과 광기로 묘사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신체 안에서 뻗어나가는 파편화된 시간들 각각은
절규 섞인 순애보 <변신>
-
1500페이지(영문판은 870페이지)의 책장이 스크린에서 팔락팔락 넘어간다. 조앤 K. 롤링의 원작 소설 일곱권 가운데 가장 부피가 육중한 5권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신통하게도 워너브러더스의 <해리 포터> 시리즈 중 가장 러닝타임이 짧은 영화로 완성됐다. 해리(대니얼 래드클리프)의 호그와트 마법학교 5학년은- 엔딩 크레딧 10분을 빼면- 130분여 동안 빠르게 흘러간다. 각색의 압축률이 높다 보니, 기승전결과 직결되지 않는 인물과 에피소드는 불가피하게 삭제되거나 축소됐다. 퀴디치 게임이 빠진 사실은 그리 아쉽지 않지만, 마법사 가정의 일상, 마법사 사회의 행정 시스템 및 공공 서비스 같은 상상력 발군의 세부가 줄어든 점은 아프다. 각색 과정에 제일 피해가 막심한 인물은 해리의 단짝 론(루퍼트 그린트). 소설에서는 기숙사 반장으로 임명되고 퀴디치 선수로 뽑혔는데, 영화만 본 관객은 알 도리가 없다.
호그와트 마법학교 5학년이 된 해리 포터가 겨뤄야
무척 바쁜 5학년 해리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
처음 관계를 가진 뒤 “행복해요”라고 고백하는 것은 여자다. 오르가슴을 경험한 뒤에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것도 여자다. 첫 섹스 뒤 찾아가서 “기분이 상했나요?”라고 분위기를 살피는 것도 여자고, “당신의 몸이 좋아요”라고 칭찬하는 것도 여자다. “나를 사랑해야만 해요”라고 명하는 것도, 관계를 이끄는 것도, 그리고 농장을 사주려는 것도 여자다.
그 여자가 먼저 나신을 드러내고, 남자에게도 알몸이 될 것을 요구한다. 등을 보인 채 옷을 벗고 불을 끄려는 남자에게 여자가 재차 요구한다. “돌아서요.” 그리고 돌아선 남자의 벗은 몸을 천천히 음미한다.
<레이디 채털리>는 여성감독이 만든 여자의 욕망과 자각에 대한 영화다. 연출 재능의 현격한 격차를 잠시 논외로 하고서, 프랑스 여성감독 파스칼 페랑이 만든 이 작품을 실비아 크리스텔이 주연하고 남성감독 쥐스트 자캉이 감독한 추억 속의 삼류 영화 <차타레 부인의 사랑>과 비교해보면 시선의 성별이 같은 내용을 얼
여자의 욕망과 자각에 대한 영화 <레이디 채털리>
-
에드워드 양이 죽었다. 컴퓨터 모니터는 그의 부고를 짧게 전하며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굳은 표정이다. 한참을 멍하게 기사를 되풀이해 읽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 인생을 3배 길게 사는 법을 가르쳐준 <하나 그리고 둘>을 남기고 에드워드 양 자신은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났다. 망연자실한 감정을 추스르기 앞서 부끄러움에 고개가 숙여졌다. 내가 본 그의 영화는 <하나 그리고 둘>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다. 에드워드 양은 그만큼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고 세계적으로도 충분히 소개되지 않은 감독이다. 하지만 <하나 그리고 둘>과 <고령가 소년살인사건>을 본 사람들은 말한다. 에드워드 양은 대만영화뿐 아니라 현대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 가운데 한명이라고. 부고를 접한 뒤 <고령가 소년살인사건>을 조악한 화질의 동영상 파일로 보면서 <씨네21> 창간 10주년 영화제 때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
[편집장이 독자에게] 고맙습니다. 에드워드 양
-
“전주 중앙시장에서 <열혈남아> 촬영을 할 때였다. 촬영 당일에 상인들이 장사에 방해가 된다며 항의를 하시는 바람에 적잖이 당황했다. 모두들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몰라 난처해하고 있는데 나문희 선생님 매니저가 자신이 대신 물건을 팔아주겠다고 나섰다. 아니 도대체 무슨 수로. 그럼 그렇지. (조)한선씨를 꼬드겨 장사에 나섰는데 대단한 수완을 발휘하더라. 급조된 2인조였지만, 떨이까지 남김없이 팔았다(사진 오른쪽). 왼쪽 사진은 이정범 감독님이 직접 펄밭에 들어가 연기 지도를 하는 사진이다. 확성기로 펄밭에 계신 아주머니들을 지도하는 것으로는 성이 안 찼는지 감독님은 직접 온갖 장구들을 다 챙겨 입고서는 펄밭에 투신하셨다. 누가 보면 <체험 삶의 현장>에라도 나갔나봐, 하겠지만 가끔 영화 한편 찍기 위해선 별일을 다 해야 한다.”
[숨은 스틸 찾기] <열혈남아> 체험 삶의 현장?
-
할 일 없고 아는 것 별로 없는 백수지만 아무대나 들이대는 무대뽀 정신의 화신이자
액션영화 매니아인 ‘신셩일’과 영화에 관한 것이라면 모르는 것 없이 척척박사인 별나고
착한 용 ‘용식이’의 귀여운 티격태격 속에 소개되는 본격 순위 코너 [용씨네]!
이번 회의 주제는 [멍청한 도둑 BEST 5]!
신셩일과 용식이의 요절복통 순위발표, 어디 한번 들어볼까요?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용씨네] 멍청한 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