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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되기 전에 인간이 돼야 한다.” 배우 인터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인데 배우에겐 연기 테크닉보다 인간적 수련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일 게다. 그러려니 고개를 끄덕일 만한 말이지만 가끔 얼마나 맞는 얘기인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사생활의 영역에서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평을 듣지 못하는 사람도 좋은 배우로 평가받는 사례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선 반대 사례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성격적 결함이나 정신적 상처가 예술가의 동력이 되는 경우 말이다. 확실히 인간성 좋은 순서대로 좋은 배우로 평가받는 것은 아닐 텐데 가끔은 그럴지 모른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최근엔 <상성: 상처받은 도시>(이하 <상성>)의 양조위를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품이 배어나는 그의 눈빛은 아무리 봐도 연기 테크닉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의 삶에서 형성된 것 같다. 그래서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양조위의 선한 본성은 카메라에 포착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편집장이 독자에게] 양조위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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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18개 행정구역에서 18명 감독들의 연금술로 탄생했던 사랑이야기가 뉴욕으로 장소를 옮긴다. <사랑해, 파리>를 제작한 엠마누엘 벤비히는 <사랑해, 파리>의 후속편으로 <사랑해, 뉴욕>(NY, I Love You)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소식을 전한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벤비히에게 뉴욕행을 약속한 감독은 박찬욱, 잭 브래프(<스크럽스>(TV)), 미라 네어(<베니티 페어> <몬순 웨딩>), 왕 샤오솨이, 안드레이 즈비아진세프(<리턴>), 아방 아탈, 파티 아킨, 앨런휴즈와 앨버트 휴즈, 엠마누엘레 크리알레세 등을 포함해 12명이며, 향후 3명의 감독이 더 추가돼 뉴욕에서 펼쳐질 사랑이야기는 모두 15편이 될 예정이다.
"영화계의 젊고 감각있는 감독들의 영화적 언어와 독특한 스타일을 통해서 관객을 기쁘게 하고 싶다"고 <사랑해, 뉴욕>의 제작의도를 밝힌 엠마누엘 벤
뉴욕편 세레나데, <사랑해, 뉴욕>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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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5월21일 월요일
장소 CGV 용산
이 영화
마코토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라 믿는 밝고 명랑한 소녀다. 성격도 활발해서 절친한 친구 치아키, 코스케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항상 야구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나이스(7월13일의 일어식 발음이 영어의 NICE와 비슷하다)한 날, 마코토는 타임리프를 경험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고장난 브레이크로 전차에 부딪힌 마코토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멀쩡하게 살아있다. 불가역한 시간을 그대로 두고 마코토 자신이 과거로 돌아온 것. 이후 마코토는 타임리프를 즐기며 지각을 면하고, 곤란한 애정고백을 피한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 <시간을 건너온 소녀>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 극장판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 <원피스: 오마츠리 남작과 비밀의 섬>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연출했다.
100자평
어린이에게 시간이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사탕항아리다. 사춘기는 한번 사라져서 돌아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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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계의 드림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현지시각으로 5월20일 첫선을 보인 <각자의 영화>는 칸영화제가 60주년을 기념해 세계적인 거장 35명에게 의뢰한 33편의 단편영화를 모은 작품(35명 중에는 다르덴 형제 2명과 코엔 형제 2명이 포함돼 있다)이다.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직접 의뢰한 이 단편영화의 주제는 바로 영화관이다. 35명의 감독, 또는 33조의 감독들은 이 3분 남짓한 단편영화 속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내는 재주를 보였다.
물론 이 작업은 참여한 감독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그동안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거나 그에 버금가는 업적을 세운 감독들이지만, <각자의 영화>는 TV 오락 프로그램으로 치면 ‘연말 결선대회’의 성격이 강했던 탓에 남의 작품과 비교된다는 사실이 꽤나 껄끄러웠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도중에도 어떤 작품에는 큰 박수와 함께 환호가 따라나왔고, 어떤 작품에는 야유가
33명의 거장 한자리에 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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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제44회 대종상영화제에서 12개부문 후보에 올랐다. 대종상영화제 측은 21일 오후 6시, 대종상영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한강고수부지에서 2차기자회견을 열고 <미녀는 괴로워가>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12개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11개 부문, <호로비츠를 위하여>와 <타짜>가 각각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신우철 대종상 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함께 <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 감독, 김아중, 고아성, 류덕환, 그리고 예심 심사위원장인 원로영화배우 남궁원과 영화인협회 마용천 부이사장이 자리했다. 이날 신우철 집행위원장은 "시민과 함께하는 대종상영화제가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한강고수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 제44회 대종상 영화제는 2006년 4월 27일부터 2007년 4월 30일까지 국내에서 상영된
<미녀는 괴로워>, 대종상 영화제 12개부문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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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봉준호의 <괴물>이 그러했듯이, 올해 칸영화제의 주요 화제작들은 지루하고 안이한 프로그래밍의 산실인 경쟁부문 보다는 ‘감독주간(Quinzaine Des Realisateurs)’에서 더욱 풍요롭게 발견되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에도 열렬한 팬층을 지니고 있는 일본 코미디언 마츠모토 히토시의 감독 데뷔작 <대일본인>은 지금 현재 칸에서 가장 뜨거운 영화 중 하나다. 모두 두번에 걸쳐 진행된 시사는 몰려든 일본 기자들과 서구 관객들로 완벽하게 메워졌고, 시사가 끝나자 일본 기자들마저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나왔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확실히 <대일본인>은 기타노 다케시의 <모두 하고 있습니까?>이후 가장 막나가는 일본 영화계의 선물이다. 아니, 다케시의 영화를 넘어서서 자신만의 행성으로 유영을 거듭하는 보기드문 괴작중의 괴작이다.
다이사토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소극적인 중년의 일본인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비밀이 한가지 있으니
칸의 뜨거운 화제작, 마츠모토 히토시의 <대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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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었어?” 4월14일 오후 6시, 광화문 사거리 근처 서울관광호텔 710호 앞 복도. 스쳐가는 스탭이 기자에게 던지는 말에 흠칫 놀라 돌아본다. 완벽한 발음, 익숙한 외모의 그들은 도쿄국립예술대학 영상대학원 학생들. 한국 생활 열흘 만에 한 단어, 한 문장씩 배운 한국어가 노트 한 바닥을 훌쩍 넘긴다는 그들이 앞뒤 안 가리고 배운 말을 써먹느라 여념이 없다. 1주일 동안 30분 분량의 단편영화를 촬영하는 힘든 일정에도 불구하고 연출자 요시이 가즈유키, 촬영자 야마모토 다이스케, 프로듀서 시오바라 후미코, 편집 겸 스크립터 요코야마 쇼고, 사운드 담당 야스히로 모리나가까지 다섯명의 일본 학생들은 생생하기만 하다. 대조를 이루는 것은 좁은 호텔방과 복도에 몸을 구겨넣고 노곤하게 숨죽인 한국인 스탭들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 23기인 이들은 현지 프로듀서와 조연출, 붐맨, 그립 등으로 바다를 건너온 동료들의 작품을 돕고 있다. 일본어와 한국어, 영어가 섞여드는 이곳은 한·중·일 영화학
국적은 달라도 우리는 영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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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어권 영화는 단 한편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이 중국어권 영화의 부진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허우 샤오시엔과 왕가위는 각각 프랑스어와 영어 영화로 칸의 환대를 받았고, 리 양의 <맹산>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의 최고 화제작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비록 기대와는 달리 보잘것 없는 결과물이 나오기는 했지만 홍콩의 액션 마에스트로 두기봉, 서극과 임영동이 함께 만든 <트라이앵글> 역시 적지않는 관심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영화가 두 편이나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아무래도 올해 칸영화제는 중국어권 영화들의 다양한 모색을 멋지게 증명하는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장 첸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김기덕의 신작 <숨>에서 대사 한마디 없이 기억할만한 연기를 해낸 늘씬한 대만 남자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전진하는 중국어권 인재들의 물결을 분명하게 따르고 있다.
칸영화제에서 만난 <숨>의 장 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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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이지만, 이렇게라도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김보경씨한테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이제 다시 영화를 시작하는데 <친구>에서 각인되었던 만큼 사람들의 가슴에 남는 좋은 배우로 거듭나기 바란다. 그런데 이 돈이 <씨네21>로 들어가는 건가? 아, 아름다운 영화인이구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어차피 이게 영화인들이 동참하는 거라면 어느 한곳에 보태기보다는 여러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였으면 한다. 소외되고 힘든 곳은 너무나 많지 않나. 다음 주자로는 오기민 대표를 추천하고 싶다. 영화판이 어떤 상황이든지 언제나 합리적인 판단을 하시면서 꾸준하게 변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분이다. 뭘 또 이런 걸 다 시키냐고 하시겠지만, 좋은 일에 빼놓으면 섭섭해 하실거다. (웃음)
[만원릴레이 87] 바른손엔터테인먼트 대표 최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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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흥행 신기록의 <괴물>이 개봉했을 때도, <스파이더맨 3>가 개봉한 뒤에도 극장들은 관객의 선택의 기회를 무례하게 앗아갔다. 부스러기처럼 다른 영화가 몇편 걸려 있지만 ‘대작’ 한편 보고 나니 공연히 영화 볼 맛 떨어지고 당분간 극장 근처엔 가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세태 속에 서울아트시네마는 얼마나 영양가있는 영화관인지 새삼 소중해진다. 때론 낯선, 때론 파격적인, 때론 소박한 영화들이 천박하거나 무례하지 않게, 관객과의 소통을 목표로 매번 짜이고 있다. 녹음이 아름다운 요즘 서울아트시네마로 ‘영화’ 보러 가자.”
[시네마테크 후원릴레이 66] 영화감독 한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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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도로시의 장소정 대표님이 좋은 일에 동참시켜주셔서 되게 기분이 좋았다. 근데 이거 확실히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는 게 맞나? 뭐랄까, 작은 돈이지만 진짜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할 텐데, <씨네21>에서 책임지고 전달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웃음) 음. 개인적으로는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돈이 쓰였으면 좋겠다. 미래를 책임질 새싹들인데 어렵게 사는 걸 보면 가슴이 많이 아프다. 그리고… 다음 주자는 아무래도 또 <기담> 관계자를 추천하면 좀 그렇겠지? (웃음) 그렇다면 지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제작하고 있는 바른손 영화사업본부 최재원 대표님이 좋겠다. 매니저를 통해서 알게 됐는데 정말 바른 분이시니까 흔쾌히 동참하실 거다.
[만원릴레이 86] 배우 김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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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가스나 석유 등 천연자원이 나지 않는 곳에선 지적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은 휴대폰, 반도체, 모니터, 평면TV와 같은 시청각 기기를 생산해 전세계에 판다. 그러니 만큼, 영상에 대한 이해와 시네마테크를 위한 투자는 당연한 것이다. 시네마테크야말로 그러한 이해를 꽃피우는 결정적 구실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LG나 삼성 사람들이 내 말뜻을 알아주길 바란다. 서울에 늘어선 기업 사옥들을 보니, 이젠 이윤만 바라고 짓지는 않는다는 확신이 든다. 그 건물들은, 지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것을 반영하거나 표현하기도 한다. 지속하는 경제를 위해선, 돈을 낸 사람들의 의도와 이윤을 넘어선 무언가가 필요하다.”
[시네마테크 후원릴레이 65] 영화감독 하룬 파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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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뉴욕편에 귀여운 요원, 대니가 궁지에 몰리는 에피소드가 있다. 한때 좀 놀았던 과거 탓에 어이없게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것이다. 문제의 DNA 분석결과를 받아든 대니, 냉큼 맥 반장에게 달려간다. “지금부터 자네가 하는 모든 말은 진술이 되네.” 대니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의 냉철한 맥 반장, 바로 수사모드로 돌입하신다. 울상이 된 대니, 이렇게 맞받아친다. “반장님, 전 지금 상사가 아니라 친구가 필요해요.” 그래,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사람이 누군가를 찾을 때는, 반드시 이성적인 충고가 필요해서만은 아니다. 사실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정말 절실한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될지라도) 어쩌면 무조건 내 편이 돼줄 사람, 같이 흥분하고 걱정해줄 누군가가 아닐지. 혈육이든, 친구든, 그냥 아는 사람이든. 이를테면 <내 남자의 여자>의 은수(하유미
[칼럼있수다] 절대적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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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과 <숨>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여기까지 듣고 “작년에 봉준호 감독 <괴물>도 갔잖아?”했다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는 말이다. 봉준호 감독이 지난해 59해 칸영화제에 <괴물>을 출품했던 부문은 감독주간. 완전한 비경쟁 부문이다. 영화제에 구경가거나 영화제 기사를 읽을 때 그 영화제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는 영화제가 경쟁인가, 비경쟁인가 하는 데 있기도 할 것이다. 경쟁부문을 운영하는 영화제들은 해당 경쟁부문에 월드 프리미어, 즉 세계 최초 공개하는 작품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기 때문이다. 비경쟁 부문들은 재미있는 영화, 좋은 영화를 함께 보자는 경우도 많지만 경쟁부문은 아무래도 그런 힘싸움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그런 까닭에, 경쟁부문을 운영하는 영화제의 성패는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영화들에 달렸다. 제2의 알모도바르를 발견할 수 있는가? 칸 영화제에서는 흔히 보도되는 레드카펫 행사는 경쟁부문의 메인 상영
[배워봅시다] 칸 영화제의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