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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김종찬
다방 아가씨와 농담 따먹기 좋아하는 걸 보면 속물 같은데, 한 여자 주위를 빙빙 맴도는 걸 보면 또 순진한 구석도 있는 것 같다. <밀양>은 송강호의 ‘본격적인’ 첫 멜로지만, 이 남자의 연애방식은 그리 적극적이지만은 않다. 언제부턴가 마음에 걸린 그 여자, 신애(전도연)에게 잘 보이려고 교회도 따라가고, 주차도 알아서 해주며, 속물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림자처럼 묵묵히 따라다닐 뿐이다. 자기 마음도 제대로 모르니 타인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까. 아무리 봐도 애정표현이 영 서툴기만 한데, 그래도 이게 김종찬만의 사랑법이다.
<YMCA 야구단>의 이호창
뭐, 이것도 멜로라고 우기면 멜로다. 한복으로 칭칭 감은 여자들만 보아온 이호창에게 신여성 정림(김혜수)은 신천지 같은 존재. 순정만화에서 빠져나온 듯한 고운 스커트 차림에 얌전하게 말아내린 머리, 게다가 매사 생글생글 웃으며 대하니 반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VS] 송강호의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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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에는 비열한 것으로 손가락질당하는 트릭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가 쌍둥이다. 기껏 알리바이니 뭐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사람 앞에 “알고 보니까 쌍둥이였지 뭐야”라는 식의 결말은 지탄받게 돼 있다. 공포영화에서의 쌍둥이는 ‘기이한 이미지’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쌍둥이는 아니라 해도 똑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도플갱어 모티브는 그 자체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고, 쌍둥이는 어두운 복도 끝에 나란히 서 있는 것 만으로 소름끼치는 경우가 많다. 만일 연애담에 쌍둥이가 들어가면, 경쟁구도가 되면서 신파나 치정극이 되는 일도 있다. <전설의 고향>에서는 한 남자를 좋아했던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이 죽고 언니만 살아남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현실의 쌍둥이는 각자 개성에 따라 자기 인생을 사는 독립된 개인이라는 점을 명심할 것. 영화의 이미지를 현실에 끼워맞추려다가 한대 얻어맞는 수가 있다.
5위 <고양이를 부탁해> - 명랑 쾌활 시스터즈
똑같이 생긴
[Rank By Me] 똑같이 생겨서 슬픈 그대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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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유위강 감독과 맥조휘 감독이 같이 영화를 해보지 않겠느냐며 시나리오를 건네주더라. 두 사람과 함께 일하는 건 언제나 즐거웠기 때문에 크게 망설이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영화계에서 잘 알려진 프로페셔널한 인물들이지 않은가. 유위강은 유연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라서 배우들의 말을 늘 경청한다. 그래서 시나리오 작가와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일을 진행한다.
-아방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연기를 위해 체중감량이라거나 근육 단련이라거나 하는 특별한 준비과정을 거쳤는가. 이 영화를 하기로 한 주요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촬영하는 동안의 에피소드도 궁금하다.
=특별히 다른 걸 할 필요는 없었다. <상성: 상처받은 도시>에서 나는 액션 신이나 격투 신을 많이 찍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육을 특별히 키울 필요도 없었고(웃음). 아방은 전직 경찰관으로 술과 관련된 문제가 있었던 인물이다. 그래서
타락천사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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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경성의 한 병원에서 <기담>
한마디로
1942년, 사랑과 죽음이 뒤엉킨 경성 공포극.
어떤 영화?
1942년 경성. 당대 최고의 서양식 병원 안생병원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경성을 흉흉한 소문으로 물들인 연쇄살인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어느 날 자살한 여고생 시체, 일가족이 몰살한 교통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10살 소녀가 실려오고 병원엔 음산한 불경 소리가 울려퍼진다. ‘구미호’ 짓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소름끼치는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들 역시 기이한 경험을 한다.
주인공은 누구?
동경 유학 중이던 엘리트 의사 부부 인영(김보경)과 동원(김태우), 얼굴도 모르는 병원 원장 딸과 정략결혼을 앞둔 여린 의대 실습생 정남(진구), 유년 시절 사고로 다리를 저는 천재 의사 수인(이동규)이 주요 등장인물들. 여기에 데이비드 맥기니스와 김응수도 가세했다.
이래서 무섭다
병원이라는 공간의 원초적 두려움을 모티브로 하는 영화이니만큼 더없이
[2007 여름, 한국 공포영화] <기담> <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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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시체를 낳는다 <해부학교실>
한마디로
해부학 수업을 듣던 학생들, 시체가 되다.
어떤 영화?
여섯명의 젊은 의대생들이 이제 막 해부학 실습을 받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실수로 시체실에 갇힌 한 학생이 시체로 발견되고 그렇게 그들은 하나 둘씩 살인의 희생자가 되고, 남은 이들을 불안이 잠식해가는 가운데 끔찍한 악몽 같은 현실을 맛보게 된다. 감당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이들의 집단적인 무의식 속에 각자의 감춰진 과거, 은밀한 갈등 관계가 밝혀지고, 주인공 선화와 의대 교수진까지 연루된 오래전 비극 역시 전모를 드러낸다.
주인공은 누구?
발랄한 선화(한지민)와 서글서글한 기범(오태경), 미워할 수 없는 속물 중석(온주완)과 심약한 경민(문원주), 섹시하고 도도한 지영(채윤서)과 모범생 은주(소이).
이래서 무섭다
<해부학교실>에 쓰이는 카데바(해부용 시체)들은 그 안에 뇌, 심장, 간, 폐 등 각종 장기가 똑같이 담겨 있어야 한다. 영화
[2007 여름, 한국 공포영화] <해부학교실> <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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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오싹한 영화가 땡기는건지, 그냥 여름엔 공포영화가 제격이라는 사람들의 말 때문에 관습적으로 공포영화를 찾게 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공포영화들은 유독 여름을 골라 찾아오는 일이 잦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링> 시리즈가 일본 열도를 사로잡은 것도 모자라 미국으로, 한국으로 수출된 이래 한국 귀신들도 사다코 붐이 일었던 지난 몇년, 올 공포영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날씨가 더워지기 무섭게 속속 개봉일을 고지하는 한국 공포영화들을 미리 엿본다.
언니일까, 나일까, 귀신일까, 인간일까 <전설의 고향>
한마디로
죽은 동생이 찾아왔다. 복수를 위해서.
어떤 영화?
때는 조선시대. 한날한시에 태어나 똑같은 얼굴로 살아온 쌍둥이 자매 소연과 효진. 생김새가 똑같은 이들의 연정은 똑같이 현식을 향한다. 아름다운 이 쌍둥이 자매는 어느 날 호수에 빠지는데, 언니 혼자 살아나온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처녀의 흐느낌이 울려퍼지는 밤, 한 선비가 죽임을 당
[2007 여름, 한국 공포영화] <전설의 고향> <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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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 周星馳 Stephen Chow
주님은 여전히 웃겨주신다!
“난 상처받지 않아. 난 이미 상처투성이야!” _<파괴지왕> 중에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주성치를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주성치만이 갖고 있는 박애사상(?) 때문이다. 주성치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그들은 대부분 모자라거나 별볼일없는 사람들이다. 배를 잡고 웃게 만드는 그의 영화 저변에 깔린 감정이 사실 슬픔이라는 것을 눈치채기란 무척 쉬운 일이다. 만약 주윤발이 신이라면 주성치는 어려운 이웃을 돌보시는 ‘주님’ 같은 존재다. 일명 ‘모레이 타우’라고 불리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설정들이지만 그의 영화는 이상하게 심금을 울린다. 주님의 초창기 영화의 웃음 포인트들은 패러디 개그에서 비롯된다. <서유기> 시리즈 중 하나인 <서유기 선리기연>(1994)에서 볼 수 있는 <동사서독> <중경삼림> &l
[홍콩영화 오복성] 주성치, 양조위, 유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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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새 영화 <라이쳐스 킬>(Righteous Kill)에서 연쇄살인범을 쫓는 형사 콤비로 호흡을 맞춘다. <히트> 이후 12년만이다. 6천만달러로 제작되는 저예산급 영화 <라이쳐스 킬>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업 클로스 앤 퍼스널>을 연출한 존 애브넛 감독의 지휘 아래 8월6일 코네티컷에서 항해를 시작할 예정이다.
<버라이어티> <E!온라인> 등의 업계 소식지에 따르면,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는 계약의 세부사항에 대해서 꼼꼼히 논의한 후 출연을 결정했다. 존 애브넛 감독과 <88분>을 제작했던 밀레니엄 필름즈의 애비 러너는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시대의 두 배우가 스크린을 누비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전까지 할리우드의 출연 계약 중에 가장 어려운 계약이었다고 말했다. 밀레니엄 필름즈의 대표이며 <라이쳐스 킬>의 제작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 12년 만에 스크린에서 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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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영웅본색>이나 <열혈남아>를 보지 않으면 친구들과 대화가 안 되고 추석 때 성룡의 영화를 봐야 안심이 되던 때가 있었다. 아이들은 주윤발 오빠 때문에 ‘내 사랑 밀키스’를 흉내내고 유덕화 형님 때문에 투유 초콜릿을 집었다.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메이드 인 홍콩’의 주역들은 어떻게 되었나? 장국영은 하늘나라로 갔고 홍콩도 본토에 반환되었으며 젊디 젊은 배우들은 40~50대 중년이 되었다. 세상은 완전히 변했다. 하지만 어떤 배우들은 20년 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며 홍콩영화계를 떠받치고 있다. 홍콩 누아르라는 이름으로 한데 뭉뚱그려왔던 홍콩 액션영화의 제2의 전성기에서 제1의 전성기 멤버들이 꾸준히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몹시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다. 특히 주윤발, 성룡, 주성치, 양조위, 유덕화 이 5대 배우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수없이 많은 팬들을 거느린 이들의 과거 활약상을 살핀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저 졸
[홍콩영화 오복성] 주윤발, 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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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의 문신이 말썽이야!
01. 몸이 무슨 도화지도 아니고, 연애할 때마다 문신을 새겼다 지웠다 했던 조니 뎁. 분장팀은 조니 뎁의 몸에 있는 문신을 지우기 위해, 옷으로 가리고 목탄으로 문질러 때가 낀 피부를 만드는 등 온갖 수고를 해야 했다. 영화에서 그의 팔에 나타난 잭 스패로우 문신은 가짜인데, 촬영이 끝나고 나서 조니 뎁은 그 문신을 복사해 그대로 새겨버렸다. 이유인즉슨, 자신의 아들(의 이름 역시 잭)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나? 하여튼 특이해.
02. 흥미롭게도 <캐리비안의 해적>의 세 주인공 이름은 모두 새와 관련이 있다. 잭 스패로우(sparrow, 참새), 엘리자베스 스완(swan, 백조), 윌 터너(유명한 조류학자 이름이라고 한다). 한 배를 책임지는 선장 이름이 참새라니, 실속없이 재잘대기만 하는 잭의 캐릭터를 반영하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03. 1편의 DVD 코멘터리에 따르면, 영화에서 칼싸움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윌 터너이고 그 다음이
[스파이더 맨 vs 잭 스패로우] 잭 스패로우에 얽힌 사소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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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프리오가 스파이더 맨이 될 뻔?
01. 토비 맥과이어는 <스파이더 맨> 시리즈에 출연하기 전까지 원작만화를 한번도 읽지 않았다.
02. 토비 맥과이어는 2001년 <트레이닝 데이>에서 덴젤 워싱턴의 상대역으로 거론됐었다. 혈기왕성한 신참형사를 연기하기 위해 두달 동안 트레이닝하며 근육을 만들었으나, 막판에 프로듀서가 에단 호크를 지목했다. 비록 그간의 노력이 허사가 됐지만, 대신 토비 맥과이어는 <스파이더 맨>이라는 더 큰 먹잇감을 얻은 셈이다.
03. 한때 토비 맥과이어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올랜도 블룸이 연기하는 윌 터너 역의 물망에 올랐었다.
04. 다음은 스파이더 맨 역에 거론됐던 배우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임스 프랑코(원래 스파이더 맨 역할에 지망했다가 최종적으로 해리 오스본 역에 캐스팅됐다),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 그리고 뜬금없게도 찰리 신! 찰리 신은 1990년대 초반, 제임스 카메론이 <스파이
[스파이더 맨 vs 잭 스패로우] 스파이더 맨에 얽힌 사소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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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편의 007 시리즈를 낳은 것은 제임스 본드라는 저력의 캐릭터였다. 4편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유쾌한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에서 비롯됐고, 테러 막느라 늘 바쁜 형사 존 맥클레인은 <다이하드> 시리즈를 4편까지 끌고 왔다. 그리고 올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두 핵이 될 <스파이더맨 3>와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뒤에는 스파이더 맨과 잭 스패로우라는 별난 남자들이 버티고 있다. 시리즈가 거듭돼도 여전히 철모르고 불완전한 이들은 어떻게 흥행의 열쇠가 됐을까?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그 불완전함의 매력을 따라가본다.
토비 맥과이어 Tobey Maguire
거부할 수 없는 아웃사이더
피터 파커가 슈퍼히어로의 능력을 처음으로 감지한 날, 카메라는 피터의 단단해진 근육을 비춘다. 소년의 얼굴과 남자의 근육. 이 묘한 대비는 토비 맥과이어 고유의 소년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그는 마크 월버그, 맷 데이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스파이더 맨 vs 잭 스패로우] 당신의 불완전함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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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스파이더맨 3> 인간이 되고 싶은 거미
[정훈이 만화] <스파이더맨 3> 인간이 되고 싶은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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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Exchange>
이승열/ 플럭서스뮤직 발매
어쩌면 이승열에 대해서라면 그를 아는 사람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를 아는 사람들도 MBC 드라마 <케세라세라>의 삽입곡을 부른 가수로 아는 사람, 혹은 몇년 전 솔로음반을 발표한 좋은 가수 정도로 아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지 모른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승열을 유앤미블루의 보컬로 기억할 것이고(유앤미블루의 다른 멤버였던 방준석은 영화음악창작집단 복숭아에서 활동 중이다). 사실 한 가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즐거운 일이고 한편으로는 쓸쓸한 일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그가 최근 새 앨범 <In Exchange>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솔로 1집 <이날, 이때, 이즈음에…> 이후 4년 만의 앨범이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리드미컬하면서도 진중한 분위기의 톤도 여전하다. 그런데 어딘지 다른 느낌이다.
황금비율의 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