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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506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집단몰살사건이 발생한다. 육군참모총장의 아들이 소대장으로 있던 곳, 그곳에서 벌어진 일의 진상은 은폐되고 조작될 가능성이 높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허용된 시간은 하룻밤. <GP506>은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나가는 미스터리 수사극이다.
GP(Guard Point)는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최전방감시초소다. <GP506>의 GP가 알레고리의 공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공수창 감독은 전작(<알포인트>)에 이어 다시 한번 군대 이야기를 한다. 그의 군대 이야기는 무용담이 아니라, 무용담의 이면(裏面)에 대한 탐색이다(그가 각본으로 참여했던 <하얀전쟁>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의 밀림, 그리고 최전방 GP의 지하 벙커, 그곳은 모두 어둡고 습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베트남 밀림 속 R-Point가 대리전쟁에 동원된 용병들의 ‘공포와 죄의식’을 무대화하기 위한 공간이었다면, Guard Poi
[영화읽기] 욕망과 무의식의 무대, 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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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만큼 동북아 한·중·일 세 나라에서 오랫동안 성가를 누려온 콘텐츠가 따로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AD 3세기 무렵 위·촉·오 세 나라가 다툼을 벌인 그 사단이 진수라는 사가의 손에 의해 <삼국지>라는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진 이래 명나라 초엽인 14, 15세기에 나관중에 의해 이른바 장회체 소설로 자리잡기까지 장장 한 밀레니엄의 세월을 중국의 ‘라오바이싱’(老百姓)의 입을 통해 구전되어온 이야기가 아니던가. 그동안 고사니 설서니 강창이니 소설이니 경극이니 하는 서사의 전 장르와 양식을 통튼 변천사가 바로 이 <삼국지> 이야기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
입에 오르내려 대중의 귀를 사로잡거나 그림으로 백성의 눈을 즐겁게 한 사정은 중국이라는 나라에 그치지 않는다. <삼국지> 가운데 압권으로 정평이 있는 적벽대전을 우리네 판소리 마당에서도 결코 외면하지 않았으며, 제법 오래전의 월탄 박종화본으로부터 근자의 이문열
[영화읽기] 文의 품에 안겨 사라지는 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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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 미국을 방문한 것은 홍콩인들이었다. 홍콩영화의 특징은 집이 없다는 것이다. 혹은 집이 있더라도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에게 할아버지의 나라(祖國)란 상상 속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미 사라진 한족들의 나라 명조(明朝). 영국 식민지의 도시. 2046년 ‘완전한’ 중국 반환. 그들은 집이 없기 때문에 미국에 갈 때 버려야 할 것이 없었다. 오우삼은 오마주를 먼저 찍은 다음 원본의 나라에 왔다. <페이스 오프>에서 도대체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가를 놓고 좁은 방에서 서로 뒤바뀐 얼굴의 두 주인공이 거울을 마주보면서 총을 겨눌 때 오마주는 거의 어떤 물신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진다. 서극과 임영동은 할리우드에 간 다음 그러나 곧 다시 돌아왔다. 할리우드를 방문해서 가장 성공한 홍콩인은 영화감독이 아니라 무술감독인 원화평일 것이다. 그는 무술영화의 동작과 할리우드 테크놀로지를 (들뢰즈의 유머를 빌리자면) ‘코넥션’(connexion)시켰다. <
[전영객잔] 우리는 지구 위에 살고 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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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유격훈련) 두명의 중국인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지구 반대편으로 갔다. 한명은 허우샤오시엔이고, 다른 한명은 왕가위이다. 한편은 <빨간풍선>이고, 다른 한편은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다. 허우샤오시엔은 파리로 갔고, 왕가위는 뉴욕으로 갔다. 두 사람 모두 자기가 자란 곳을 떠나서 만든 두 번째 영화이다. 허우샤오시엔은 도쿄에서 <카페 뤼미에르>를 만들었고, 왕가위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해피 투게더>를 찍었다. 허우샤오시엔은 불어를 할 줄 모르고, 왕가위는 영화제에서 영어로 인터뷰를 한다. <빨간풍선>은 불어로 진행되고,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영어로 진행된다. <빨간풍선>에는 베이징에서 온 중국인 유학생 송(宋)이 등장하지만 그녀가 중국인 인형사를 통역할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중국어로 말하지 않는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에는 단 한명의 중국인도 나오지 않는다. 두편 모두 원
[전영객잔] 우리는 지구 위에 살고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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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잔인한 살인 현장이 생중계되는 사이트가 열린다. 사람들이 하나둘 살해되면서 FBI 사이버 수사대 제니퍼 마시(다이앤 레인) 요원은 그리핀 요원(콜린 행크스)과 함께 사건을 맡게 된다. ‘많이 볼수록 빨리 죽는다’는 범인의 경고에도 실시간 살해 현장을 보려는 사이트 접속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심지어 은연중에 좀더 가혹한 살인 방법을 요구하게 된다. 한편 범인은 제니퍼의 가족과 동료까지 다음 표적으로 삼고, 제니퍼는 피살자들 모두가 ‘러시아워 자살’이라는 특정 동영상과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영화의 메시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사이버 범죄에 대해 점점 무감각해져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추악한 이면에 대한 폭로다. 그들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실제 살인, 범죄 현장의 동영상을 보면서 스릴을 느낀다. 잔인한 고문과 살인이 그대로 생중계되는 UCC 앞에서 그들의 양심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렇게 교묘하게 수사망을 빠져나가는 범죄자와 사이버 수사대의 추적, 그리
사이버 범죄에 무감각한 현대인들 <킬위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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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의사가 사람을 살린다는 것은 어쩌면 거짓말이다. “나는 의술의 신들을 증인으로 삼고 나의 능력과 판단에 의해 다음 선서를 준수함을 맹세하며 누구도 해치지 않겠다.” 유명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한 구절을 인용한 <패솔로지>는 당연히 그러하리라 믿는 의사의 본분을 거꾸로 뒤집어보는 상상의 스릴러다. 엘리트 의사들이 모인다는 메트로폴리탄 대학병원의 병리학(pathology)실. 테드 그레이(밀로 벤티밀리아)는 결핍없는 인생을 갖춘 젊은 의사다. 그는 핸섬하고 똑똑하며, 자기처럼 부족할 것 없는 여자친구 그웬(알리사 밀라노)과 약혼도 한 상태. 학문적 성취욕을 품고 뉴욕에 온 그는 동료 의사 제이크(마이클 웨스턴)의 손에 이끌려 일탈의 세계를 알게 된다.
시체 놓고 게임하기. 제이크 휘하의 명석한 젊은 의사 패거리는 사람을 살해하고 그 방법을 알아맞히는 내기를 밤마다 벌인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며, 죽어 마땅한 인간들”이기에 그들은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호러의 매력을 느낄만한 장르물 <패솔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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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에 천사가 살고 있다는 게 맞나봐요”라는 마리온 코티아르의 감격적인 오스카상 수상소감에도 불구하고 LA에서 천사가 살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천사의 도시’ LA를 배경으로 하는 <스트리트 킹>은 더 나아가 이곳엔 천사의 날개깃 부스러기조차 굴러다니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 영화의 주인공 톰 러들로(키아누 리브스)는 LA경찰국 소속 형사로 수년 전 아내를 잃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폭력성과 충동에 휘둘리고 있는 그는 법적 절차에 의지하기보다 자신의 손으로 범죄자를 처단하는 것이 진정한 정의의 실현이라고 믿는다. 러들로는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한 쌍둥이 어린이 실종사건을 폭력적으로 해결한 뒤 증거를 조작하며, 이 덕분에 그의 상관인 잭 완더(포레스트 휘태커)는 총경으로 승진하게 된다. 하지만 내사과의 책임자 제임스 빅스(휴 로리)는 그의 탈법적이고 돌출적인 수사방식에 의문을 품고 내사를 진행한다. 한때 파트너였던 워싱턴이 빅스에게 자신
LA의 밤과 낮 <스트리트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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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8년 4월15일 2시
장소 롯데 에비뉴엘
이 영화
거대 IT 회사 신드라 컴퍼니가 개발한 ‘코쿤’이라는 체험 시뮬레이션 게임 시연회에 참석한 코난. 그러나 게임이 시작되기 몇 분 전, 게임의 개발자인 전충호가 ‘JTR’이라는 의문의 메세지를 남긴 채 시체로 발견된다. 메시지를 본 코난은 게임 속에 살인에 대한 단서가 있을 것을 직감하고 50명의 아이들과 함께 게임에 참여한다. 하지만 고도의 인공 지능 ‘노아의 방주’가 서버에 침입해 게임 속 미션을 해결하지 못하면 50명의 뇌를 전부 파괴하겠노라 선언한다. 코난은 주어진 5개의 게임 중 100년 전 런던을 무대로 선택하고, 전설적인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100자평
1994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의 주간소년선데이에 14년간 연재중인 <명탐정 코난>은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추리 만화다. 한국에서 개봉하는 코난 시리즈 최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명탐정 코난, 19세기 런던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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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귀신이 아니라 천사다. 25살이 되도록 한번도 섹스를 하지 못한 정현(김혁)에게 어느 날 아리따운 귀신 수아(정시아)가 나타난다. 수아는 그에게 매일밤 섹스의 황홀경을 선사하는 것도 모자라 정현을 모든 여성이 우러러보는 남자로 만들어준다. 물론 공짜가 있을 리 없다. 수아와의 밤이 짙어질 수록, 정현의 주변에 그를 따르는 여자들이 많아질수록, 그의 몸은 상하고 친구들은 떠나간다. 결국 정현이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개과천선하는 건 당연한 결말. 섹스에 몸이 달아오른 남자와 그에게 나타난 신비한 여자의 색스러운 동거담인 <색다른 동거>는 어느덧 하향평준화된 기존 케이블 드라마들의 경향을 따르고 있다. 여기에서도 남자들은 여성의 가슴과 치맛속을 훔쳐보며 성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뒤늦은 몽정기를 겪는다. 소소한 소동들을 나열하는 영화는 이야기의 맥락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생전에는 못생긴 여자였던 수아가 어떻게 아름다운 귀신으로 변신했는지, 모든 여자들의 선망의
뒤늦은 몽정기 <색다른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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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맛은 달콤했다. 캔디를 입에 넣은 댄(히스 레저)은 그 맛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캔디’는 헤로인을 뜻하는 속어이자, 그의 연인(애비 코니시) 이름이다. 댄과 캔디가 서로에게 가진 사랑의 열정은 곧 헤로인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해사한 얼굴의 미술학도였던 캔디는 댄을 향한 사랑으로 그가 놓아주는 헤로인 주사를 기꺼이 맞는다. 영화의 첫 장면, 원심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공중에 띄워놓는 놀이기구를 탄 두 남녀는 미친 듯이 웃으며 키스한다. 아마도 헤로인을 흡입한 그들은 그렇게 천상의 맛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입 안의 달콤함이 가시기도 전에 지옥을 경험한다. 캔디는 임신을 하지만 뱃속의 아기는 약에 중독된 엄마의 몸 안에서 사산되고, 물건을 팔아 약값을 벌려던 캔디는 급기야 매춘을 하기에 이른다. 새로운 삶과 천상의 맛을 동시에 꿈꾸는 그들은 점점 더 깊은 절망의 세계로 치닫는다.
<캔디>는 소설가 루크 데이비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천
마약중독=사랑 <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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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을 먹을 때 남자는 순댓국을 즐기지만 여자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TV를 틀면 남자는 이종격투기를 뚫어져라 보지만 여자는 <가족의 탄생> 같은 영화를 보고 싶어한다. 이토록 지극히 다른 취향과 지향을 가졌지만 돌발적인 하룻밤 이후 엮이게 된 남과 여는 섹스 하나에서만큼은 통하는 면을 갖고 있다. <전투의 매너>의 주인공인 시각디자이너 지우(서유정)와 가전제품 대리점 직원 재호(강경준)는, 최소한 90년대 초반 이후 한국 로맨틱코미디에선 낯선 존재들이 아니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남녀가 때로는 질펀한 관계를 즐기고, 때로는 티격태격하면서 벌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전투의 매너>는 그리 신선하지 않다. 게다가 지우가 재호에게 끌리는 이유는 도무지 종잡기 어렵다. 예술적 감수성을 품고 있는 그녀가 사타구니 가운데를 가리키며 “이 다리는 다리 아닌가?”라고 허접하게 말하는 그에게 애정을 갖게 되는 데는 어떤 설명이 필요할 법한데, 영화는 이런
90년대식 로맨틱코미디 <전투의 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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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편의 단편애니메이션을 모은 <별별이야기2: 여섯빗깔 무지개>는 다섯 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다. 인권과 영화의 특별한 만남을 주선해온 국가인권위원회는 2003년 <여섯개의 시선>을 시작으로 <별별이야기> <다섯개의 시선> <세번째 시선> 등 차별을 주제로 한 옴니버스영화들을 줄줄이 내놓았다. 여섯 번째 프로젝트인 <시선 1318>은 이미 완성되어 올해 전주영화제 폐막작으로 정해졌다. 과거와 달리 <별별이야기2>의 보도자료에 “계몽적이지 않고 재밌게” 만들었다는 강조가 없는 걸 보면, ‘인권영화’라는 표식만으로 뒷골부터 부여잡는 관객은 이제 없나 보다. ‘당신이 나라면’(If you were me)이라는 의미심장한 가정이 슬슬 약발을 발휘하는 건 아닐까.
‘여섯개의 무지개’라는 부제를 단 <별별이야기2>의 문을 여는 작품은 안동희, 류정우 감독의 2D애니메이션 <세번째 소원>. 28살
우리 별 이야기 <별별이야기2: 여섯빛깔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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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좀 닦아라. 침을 질질 흘리면서 썼네.” 가끔 배우에 관한 개인적 호감이 넘쳐 연애편지를 방불케하는 기사를 쓰는 경우 농담삼아 하는 말이다. 그래서 고쳐 쓰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틀린 근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번호 특집기사인 ‘<씨네21> 기자들의 추천 배우’는 말하자면 지면 곳곳에 침 흘린 자국이 가득한 기사다. 기자라는 작자들이 이렇게 개인적인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도 되나, 반감이 들 수도 있지만 이왕 하는 커밍아웃이라면 과감해지자고 판단했다. 물론 얼마간 망설임도 있었다. 배우로서 성취도나 연기력만 놓고 보면 이렇게 쓰는 게 지나친 과장이 될 수 있겠다는 싶어서다. 하지만 배우라는 존재가 혹은 연기라는 예술이 객관적 수치로 우열을 가릴 문제는 아니다. 서열을 매기기 전에 그동안 몰랐던 배우들의 특별한 매력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영화잡지를 만들면서 자주 부딪히는 문제는 객관성과 주관성의 조화를 어디서 구하느냐는 점이다
[편집장이 독자에게] 봄맞이 흥건한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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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지구를 위한 영화 선언! 5월22일부터 28일까지 CGV상암에서 진행되는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가 4월15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영작을 발표했다. 올해 영화제는 총12개 섹션에서 37개국 160편의 작품이 관객을 찾아간다. 개막작은 알래스테어 포더길·마크 린필드 감독의 <어스>(Earth). BBC에서 제작해 전세계적인 화제를 불러모았던 TV 시리즈 <플래닛 어스>(Planet Earth)의 제작진이 5년에 걸쳐 새롭게 만든 장편 다큐멘터리로, 북극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후와 환경의 변화, 그 속에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숨결을 생생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세계 각국 환경영화들의 최근 흐름을 한눈에 살펴보는 ‘국제환경영화경선’은 721편의 출품작 가운데 예심을 통과한 17개국 21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400년 된 떡갈나무가 잘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 위에서 71일간 시위를 펼친 한 남자를 조명한 &l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 출항을 선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