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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나 조각상을 감상하는 최고의 방법은 실물을 보고 제작 뒷이야기를 공부하는 것이다. 예술가가 원했던 크기와 색조 그대로, 어떤 왜곡도 없이. 그런 직접 감상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은 가능한 실재에 가까운 재현을 감상하는 일일 텐데, <파워 오브 아트>는 시원한 판형(253x192mm)으로 그림의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게 해준다는 점(해설을 읽고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꽤 만족스런 책이다. <파워 오브 아트>는 ‘예술의 위대한 힘에 관한 여덟편의 감동의 드라마’라는 부제대로 뛰어난 재능을 지녔던 여덟 예술가들의 작품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저자 사이언 샤마는 잡지 <뉴요커>의 문화예술 섹션 고정 필진으로 활동한 미술사학자로, 이 책은 그가 기획·취재한 영국 <BBC>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잘 만든 TV 교양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극적 구성과 매끈함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이 다루는 예술가
찬양일변도의 미술서적은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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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7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기자시사회가 열린 CGV용산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시사회 입장권을 구하려는 자와 입장권이 부족해 허덕이는 자, 그리고 가짜 명함으로 입장권을 빼돌려 ‘한류 관람단’ 또는 이병헌의 열혈 일본 팬들에게 팔아넘긴 암표 파는 자들이 뒤얽혀 고성이 오가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이 초대받지 않은 자들과 당연직 참가자인 기자들과 극장 관계자들을 제외하더라도 한국에서 활동 중인 영화산업 관계자들 대부분까지 찾아와 즉석에서 ‘한국 영화인 대회’라도 열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것은 그만큼 <놈놈놈>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만주 웨스턴’의 전통을 이어 한국영화의 장르적 지평을 넓히고, 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영화산업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 영화의 첫인상과 다양한 반응을 정리해본다. 그리고 꿈속에 품고 있던 30년대 만주 벌판을 재현해낸 김지운 감독과의 인터뷰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카운트다운, 초대형 만주 웨스턴 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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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가 밟는 기왓장 수가 늘어날수록 시청률이 치솟는다. 큰칼 한번 휘두르니 의금부 나장들이 쓰러지고, 돌아서서 매화꽃 같은 미소 날리시니 대다수 언니와 일부 오빠들이 쓰러진다. “일주일이 수·목·수·목·수·목… 이면 좋겠다”(이성은)는 ‘지매폐인’들이 양산되는 요즘. 다음 방송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들, 이러고 있다.
1. <일지매> 방송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세어본다. 200시간, 150시간, 100시간 등 처음엔 큰 단위로 세다가, “2시간30분 남았다!”고 누군가가 외치면 분·초 단위로 댓글을 달면서 시간을 보낸다.
2. 번외편을 쓴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일지매> 게시판에 <용채단편>을 연재 중인 엠마왓슨 작가, 디시인사이드 <일지매> 갤러리에서 활동 중인 일지마 작가 등 몇몇 작가들이 등단에 성공했다. 특히 “내 소설에는 은채, 용, 일지매, 시후, 샨이밖에 안 나온다”고 일찌감치 선언한 엠마왓슨 작가는
[댓글로 보는 TV] 일주일이 수목수목…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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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썩 철썩…. 가볍게 부서지는 파도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하지만 거칠게 들썩이는 바다 한가운데를 향하는 바다 사나이들에게 파도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위험천만한 바다 위에서 배 한척에 의지한 이들은 목숨을 건 채 포획에 집중해야 한다. 먼 알래스카 바다로 나아가 왕게와 대게를 잡는 일은 위험하긴 해도 좋은 돈벌이가 된다. 영하의 북극권 날씨에서 시속 26km의 강풍을 견뎌야 하는 어민들은 매일 서너 시간밖에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조업을 해야 한다. 날씨도 악몽 같지만, 가장 큰 강적은 다름 아닌 4층 건물 높이만한 거센 파도다. 배에 부딪치는 파도는 30초마다 3.8t의 물을 갑판에 퍼붓는다. 갑판에 쏟아진 물이 얼어붙으면 배가 너무 무거워져 바다에 가라앉게 되는데, 이 사태를 막기 위해 갑판원들은 조업을 하는 중에도 쇠망치로 얼음을 깨부수는 데 시간을 쏟아야만 한다. 궂은일이지만 이들은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며 어업에 강한 애착을 드러낸다.
[이주의 추천프로] 바다 사나이들, 파도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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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작렬하는 여름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힙걸’들에 대한 관심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스타일 교과서’로 불리는 <섹스 & 시티> 이후 <가십걸> <립스틱 정글> 등 비슷한 컨셉의 프로그램들이 세대를 달리해가며 속속 재탄생하고 있는데, 이들은 환상의 궁합으로 인정받은 4명의 싱글 여성의 인물 구도를 유지하고 변함없이 ‘스타일’을 화두로 내세워 여성 시청자를 유혹한다. 최근에는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드라마가 아닌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변주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 변화다.
미국의 인기 TV시리즈 <더 힐즈>는 시즌1이 MTV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전파를 탄 지난 6월로부터 고작 한달 뒤인 7월11일 시즌2로 다시 찾았다. 패션업계를 다루기 때문에 화려한 패션이 등장하고, LA를 무대로 한 덕분에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힐러리 더프, 패리스 힐튼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는 ‘AREA’, ‘LAX’ 등과 같은 유명 클럽
[TV] 스타일로 유혹하는 리얼리티쇼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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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시르와 왈츠를> Waltz with Bashir
이스라엘, 프랑스, 독일/2007년/85분/아리 폴만/개막작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20년째 전쟁의 악몽을 앓고 있는 친구를 만난 아리는 그와 함께 참전했던 레바논전에 대한 기억이 송두리째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대체 무엇을, 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스라엘의 감독 아리 폴만의 <바시르와 왈츠를>은 감독이 1982년 당시 같은 부대에 있었던 이들의 증언을 수집하며 증발해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좇는다. 그가 추적하는 사건의 핵심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의 친이스라엘 민병대를 앞세워 팔레스타인 민간인 수천명을 도살한 ‘사브라-샤틸라 학살’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미 알려진 참사를 객관적으로 재구성하기보다 전쟁이 할퀴고 간 인간의 내면 깊숙이 렌즈를 들이댄다. 다큐멘터리적인 질료를 애니메이션의 그릇에 담은 폴만은 죄의식과 두려움으로 굴절된 기억과 무의식, 환상을 숨막힐 정도로 아
부천에 가면 등골이 서늘해질지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2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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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 최장집은 최근의 촛불시위에 대해 ‘정당정치의 부재’가 만들어낸 사건이라 진단했다. 결국 정당정치 강화가 해답이라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 진단을 “이제 그만 촛불을 꺼야 할 때”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였고, 분개했다. 왜 현 시점에서 ‘촛불시위 반대’로 오인받을 만한 주장을 개진하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맥락’이 아니라는 것인데,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최장집의 주장에 분명 ‘맥락’이 있다고 본다. 가령 오마이뉴스에서 시위군중의 모습을 비추는 대형 전광판을 동원할 때, 거리에 저 유명한 ‘전대협’의 깃발이 등장할 때, 나는 87년의 스펙터클을 재현하려는 어떤 욕망을 본다. 이 욕망은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 최장집의 말대로 87년은 정치제도의 변혁이라는 관점에서는 성공한 사례라고 보기 어려운데 말이다. 이번에도 ‘운동’과 따로 노는 정치를 만들 것인가?
87년의 사람들이 ‘민주주의=대통령 직선제’라고 믿었다면, ‘again 1987’의 감상에 젖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촛불시위, 그리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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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45회 대종상 작품상은 <추격자>가 받았다.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역시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과 배우 김윤석이 받았다. <추격자>가 개인적으로 흠모하는 상의 영화는 아니지만 시사회 때 손에 땀을 쥐고 보았던 걸 생각하면(예전에는 요르그 뷰트게라이트의 영화를 보면서 야참도 먹었는데 요즘은 날이 갈수록 무서운 장면을 못 본다), 나홍진은 실력있는 감독이며 김윤석은 늦게나마 빛을 보게 된 뛰어난 배우다. 하지만 올해도 대종상은 역시나 어딘가 이상하며 허전하다. 홍상수의 <밤과 낮>을 ‘<씨네21> 창간 13주년 기념 특집 베스트 설문’에서 1995년 이래 지금까지 나온 전세계의 모든 영화를 통털어 베스트 1위로 꼽은 나로서는 허전할 수밖에 없다. 수상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 올해 대종상 작품상 후보는 <밀양> <세븐데이즈> <추격자> <행복> <즐거운 인생>(영화제 사이트에
[오픈칼럼] 유감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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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쿠퍼(1901~61)의 최고작은 무엇일까? 그는 폰 슈테른버그의 <모로코>(1930)부터만 따져도 무려 30여년간 최고의 스타에 머물렀다. <존 도를 만나요>(프랭크 카프라, 1941),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샘 우드, 1943) 같은 작품들이 발표될 때, 그는 클라크 게이블과 더불어 누가 봐도 할리우드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었다. 위기는 1950년대 초에 찾아왔다. 나이도 들고, 인기도 시들해졌다. 게다가 아내와의 별거와 다른 여성들과의 숱한 염문은 그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특히 10대 소녀와의 스캔들은 치명적이었다. 점점 캐스팅에서 밀리고, 자칫 하다간 그렇게 은막에서 물러날 수도 있었다. 이때 찾아온 행운이 바로 <하이 눈>(1952)이다. 보안관 배지를 땅에 던지는 그 한 장면으로 그는 영원히 영화사에 남게 된다.
애초에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는 말론 브랜도가 꼽혔다. 유명 제작자였던 스탠리 크래머는 만약 브랜도가 불
[걸작 오디세이] 게리 쿠퍼의 불안한 얼굴, 심리 웨스턴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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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배우 신민아에 불만을 품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이 사람은 얼굴이 귀엽고 몸매가 예쁘고 옷발이 죽여주고 연기는… 그래요. 전 신민아의 연기에 불만이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그건 이 사람이 나오는 영화마다 끝내주는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일까요? 아뇨. 그런 것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신민아는 대부분의 경우 자기 능력이 되는 일만 했어요. 정말로 못하는 연기를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었던 겁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 사람은 트집 잡힐 게 별로 없어요. <화산고>에서 신민아에게 주어진 역할은 교목입고 목검을 휘두를 때 멋있고 예뻐 보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마들렌> <야수와 미녀> <새드무비>에서는 그냥 귀엽고 깜찍하면 됐어요. 많은 사람들이 <달콤한 인생>에서 미스캐스팅이었다고 지적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영화에서 희수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정도로 엄청나게 매력적일 필요는 없어요. 그냥
[듀나의 배우스케치] 신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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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으로부터 이격시키는 역할을 하는 자막과 더빙
첫 째, 어떻게든 이격시키기. ‘자막과 더빙’이 실질적으로 이 역할을 해낸다. 먼저 자막에 대해 생각해보자. <뼈의 최후통첩>에서 제목은 자막으로 처리되므로 제목을 변형했다는 건 자막을 변형한 것이기도 하다. 자막의 지시어가 바뀔 때 이미지와의 관계가 바뀐다는 자명한 사실에 관해 고다르는 일찌감치 예시해주었다. 그리고 자막과 이미지 사이의 말놀이를 통해 독보적인 풍자를 이룩한 한국영화는 송능한의 <넘버3>다. 김풀빵의 작업을 이들의 작품에 비견해서는 안 될 말이지만, 원본으로부터의 이격이라는 문제에서 본다면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이 글의 앞 장에 사진이 붙어 있다. 그 사진이 만약 <본 얼티메이텀>에도, <뼈의 최후통첩>에도 동일하게 등장하는 장면이라고 할 때, 거기 텍스트(자막)가 붙어 있지 않다고 하면 당신은 그걸 <본 얼티메이텀>이라고 볼 것인가 <뼈의 최
[전영객잔] 언중유골 골중유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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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으로 개봉한 한편의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갖고 한판 놀아본 유머 한마당 <뼈의 최후 통첩>에 관해 쓰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다. 먼저 아주 사적인 계기가 있다. 웃어봐야 입꼬리를 살짝 당기는 수준이거나 아무리 크게 웃어도 단발성으로 하, 한번 웃고 마는 정도의 유머 반응 지수를 갖춘 <씨네21> 편집장이 “배를 잡고 웃었다”(<씨네21> 659호 에디토리얼: ‘2008 놀이문화’)고 쓰고 있었다. 이 충격적인 고백을 읽은 것이 <뼈의 최후 통첩>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중 하나였음을 숨길 생각이 없다. 상황이 그렇다면 이건 분명 물건이다.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9분11초 동안 즐거웠다. 뒤늦게 본 게 후회됐다.
개인적으로는 윤성호의 영화 <은하해방전선>에 등장했던 에피소드가 당분간은 가장 독한 정치적 유머로 기억될 거라 여기고 있었다. <은하해방전선>에서 갑자기 말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주인공
[전영객잔] 언중유골 골중유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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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도약의 원년이다." 제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7월 15일, 공식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개막준비에 나섰다. 지난해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 수상팀인 그룹 ZOO와 우주히피의 공연으로 시작된 기자회견에는 제천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인 엄태영 제천시장을 비롯해 조성우 집행위원장과 전진수·정우정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엄태영 조직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음악가와 영화인들의 축제인 제천영화제가 올해부터는 경쟁영화제를 시도한다"며 "제천에서 한 여름밤의 추억을 얻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사무국 내부의 모토로 삼은 것은 "짐프(JIMFF), 점프!"다. "장르영화제로서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고, 독보적이고 희소성있는 내용을 채우려고 했다"것이 조성우 집행위원장의 설명. 그 첫 시도로 올해 제천영화제는 ’세계음악영화의 흐름’이란 섹션을 신설해 10편의 영화를 경쟁부문으로 초청했다. "음악영화제작자와 감독, 영화인들의 네트워킹을 구축해가는
제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장르영화제의 정체성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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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8년 7월 16일
장소 대한극장 7관
이 영화
주성치가 <소림축구>를 전신으로 삼아 기획하고 <춤추는 대수사선>의 모토히로 가쓰유키 감독이 연출한 영화. 태어날때 부터 소림권을 좋아했던 린(시바사키 코우)은 3천일 동안의 소림사 수련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온다. 함께 수련을 했던 다른 친구들이 스튜어디스와 여배우를 꿈꿀때도 오로지 일본에 소림권을 전파시키겠다는 의지를 품었던 그녀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고향땅에서 운영하던 소림도장은 폐허가 됐고, 린을 가르치던 사부는 중국집 주방장으로 살고 있다. 낙심한 린에게 친구 밍밍(장우기)은 라크로스(라켓을 이용해 공을 패스로 연결, 상대편의 골대에 넣는 게임)와 쿵푸를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라크로스 부원들에게 무술을 가르치면서 린은 잃어버린 도장을 되찾고, 점차 소림권의 기본 정신에 새롭게 눈을 뜬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의 학장인 오바(나카무라 토오루)가 린에게 잠재된 가공할 위력을 감지하고
쿵푸소녀의 복수극. <소림소녀> 첫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