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사극은 평생 안 할 줄 알았고 힘들어 못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하게됐네요. 제가 이 작품을 선택했다기보다 작품이 절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달 말 시작하는 SBS TV '자명고'(극본 정성희, 연출 이명우)를 통해 사극에 데뷔하는 정려원(28)은 "사극의 '사' 자도 싫어했는데 이 작품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신기하고, 내 몸이 빨리 적응하고 있는 것이 스스로 놀랍고 뿌듯하다"며 활짝 웃었다.
15일 오후 강원도 속초 '자명고' 촬영현장에서 정려원을 만났다. 그는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 자수가 놓인 흰색 비단 옷을 입고 취재진 앞에 나섰다.
"제가 도전을 좋아해요. 사극은 제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목표였어요. 지구력도 없고, 호주에서 자라나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도도 별로 없고 또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단체 생활을 해 본 경험도 없는 제게는 사극이 모든 면에서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런 모든 것에 한꺼번에 부딪혀 힘들긴 하지만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명이 굉장히 매력적인 여성이거든요."
도전을 즐긴다고 하지만 첫 사극인 데다 극을 이끌어가는 타이틀 롤이라는 점에서 그의 부담감은 매우 클 듯 하다.
그러나 그는 "드라마는 하나의 퍼즐을 다 같이 둘러 앉아 맞추는 것이지, 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은 갖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당차게 답했다.
'자명고'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설화를 바탕으로 자명고가 북이 아니라 실제로는 사람이라는 설정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자명은 낙랑공주의 이복동생으로, 낙랑에 위험이 닥치면 스스로 운다는 자명고가 실제로는 신기를 지닌 자명공주 그 자체였다는 스토리다.
"자명의 삶이 호주에서 혼자 한국으로 건너와 연예 생활을 해온 제 삶과 비슷한 것 같아요. 제가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한국에 온 게 아니라 놀러왔다가 우연히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고 가수를 거쳐 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면 제 의지보다는 다른 어떤 큰 힘으로 움직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명이 자신이 공주인 것을 모르고 성장하다 나중에 왕녀가 돼 조국을 위해 싸우는 것 역시 그의 의지를 넘어선 일이거든요."
운명적인 이끌림으로 작품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그는 결정하기까지는 오랜 기간 고민을 했다.
"출연을 앞두고는 너무 떨렸어요. 결정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고 결정을 내리면서도 다리가 벌벌 떨렸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작품을 하게되면 제 자신에게 일단 50점을 주기로 했어요. 그래서 힘들다기 보다는 벅차요. 앞으로 제가 얼마만큼 변할 수 있을지도 기대됩니다."
가녀린 몸매와 달리 그는 액션을 즐기고 있다. 와이어 액션도 수월하게 소화하고 있고 검술신도 어렵지 않게 적응했다.
"모험심이 많아서 그런지 액션에 대한 두려움은 없고 더 어려운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해요. 와이어 타는 것도 재미있더라구요. 서커스도 해요. 이렇게 단 시간 내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을 받기는 처음이지만 사람이 코너로 몰리면 별의별 것을 다 하게 되더군요. 태어나서 이런 경험들을 언제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서커스도 배우고 있어요.(웃음)"
영화 '김씨 표류기' 촬영 직후 '자명고'로 옮겨온 그는 감기와 과로가 겹쳐 한동안 고생했다. 체중도 많이 줄어들어 주변에서 걱정도 많았다.
그는 "촬영 들어가기 전 근력 운동을 열심히 했고 고기도 많이 먹었다. 홍삼이 좋다고 해서 챙겨먹고 있고, 밥이 보약이라는 말을 실감하며 많이 먹고 있다"며 "강추위와 싸워야하고 액션도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내 스스로 몸을 챙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사극은 정말 이를 악물고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이것하다가 죽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어요. 단거리 경기가 아니라 마라톤이기 때문에 체력과 호흡 조절을 잘해야할 것 같아요."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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