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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댄스와 명화극장] <에일리언> 스멀스멀 밀려오는 불길한 이 예감의 정체는?
[팬더댄스와 명화극장] <에일리언> 스멀스멀 밀려오는 불길한 이 예감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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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발이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에 그대로 출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완성된 영화를 두고 가정을 하는 건 별 의미가 없지만 주윤발이 오우삼의 음악적 세례를 받은 유일한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크다. 뭔 말이고 하니, 신사라는 의미와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오우삼 영화의 마초들은 하나같이 여유롭게 음악을 즐기는 연주의 달인들이다. 그리고 오우삼 영화에서 그 역할의 대부분은 주윤발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명백히 장 피에르 멜빌의 영향이었다. <사무라이>(1967)에서 알랭 들롱은 나이트클럽의 피아니스트로 나온다. 그 피아노 실력이 아까웠는지 <형사>(1971)에서도 알랭 들롱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이 있다. <영웅본색>(1986)을 만들던 당시 주윤발의 의상과 연기 스타일 등 모든 것을 <사무라이>의 알랭 들롱으로부터 가져왔다는 것은 유명하다. 영하의 날씨로 결코 내려가지 않는 홍콩에서 롱코트를 입는 건
[울트라 마니아] 오우삼과 주윤발의 하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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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이 시대를 앞서갔다’는 말은 틀렸다. 고깟 얄팍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나약해빠진 후대의 영화와 그의 영화를 비교할 수는 없다. 무릇 천재의 창조물은 시대를 초월해 시간의 바깥에 존재하는 법이며, 이에 더해 진정한 천재에겐 시대를 꿰뚫어보는 눈이 있다. 김기영의 영화는 바로 ‘그가 바라본 세상의 모습’이라는 걸 염두에 두지 않을 경우, ‘김기영의 영화는 그로테스크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부르주아의 삶에 경도된 꼴같잖은 여자, 욕망을 채우는 데 급급한 무책임한 남자, 문명의 이기에 얽매인 인간부터 동서로 나뉘어 총부리를 겨누는 세상, 공해의 폭발로 파괴되는 자연에 이르기까지 김기영은 현실의 얼굴을 우리쪽으로 돌려 보여줬으나, 우리는 그 괴물 같은 얼굴이 자신의 것임을 몰랐다. 이것은 참으로 애석하고도 이상한 일이다. 김기영은 한번도 에둘러 말하거나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만든 대부분의 영화에 등장하는 불구의 인물은 벌레처럼 꿈틀대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인간의 모
한국영화의 거인을 집으로 모시는 영광! <김기영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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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씨는 ‘따라하기’의 달인이다. 말투는 기본이고 제스처도 종종 흉내낸다. 스스럼없이 스탭들과 어울려 지내는데다 현장 분위기 다운되면 본인이 직접 반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의 소유자인 것 같다. (웃음) 이날은 물안개 카페 장면이었는데, 김은미 조명감독님이 희생양이 됐다. 메이킹 카메라 들고 촬영하다가 재미가 없었는지 갑자기 김 조명감독님 뒤로 가더니 따라하기 한판을 시도했다. 어찌나 웃기던지.”
[숨은 스틸 찾기] <걸스카우트> 김선아는 따라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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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우리 배우들 고생한 거 이제야 알겠습니다.” 7월11일 <궤도> 개봉을 앞두고 서울을 찾은 재중동포 김광호 감독. 찍는 건 능숙하지만 찍히는 건 고역이라며 사진기자가 셔터를 몇 차례 누르지도 않았는데 손사래친다. “여름이지만 선선하다”는 고영재 프로듀서의 말만 믿고 긴팔 와이셔츠만 챙겨왔다는 그는 서울의 뙤약볕 아래서 얼굴을 찡그리는 순간 카메라 앞에서 촬영 때마다 고문당했을 배우들이 먼저 떠올랐다고 덧붙인다. <궤도>는 대사없이 “인물들의 시점숏으로만” 이뤄진 독특한 형식의 영화. 손이 없어 상대를 쓰다듬지 못하는 남자와 말을 못해서 상대를 부르지 못하는 여자는 끝내 합치되지 않는 평행의 철길 궤도 위에서 눈으로 말하고 눈으로 만진다. 23명의 옌볜 조선인 스탭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궤도>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받았고, 올해 로테르담, 에든버러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호평받았다. “옌볜에는 쓸 만한 극장이 하나밖에 없어서” 현
[김광호] “양팔이 없는 최금호씨의 삶에서 시작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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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뵙고 싶었습니다. 정말 뵙고 싶었어요. 정말 멋지십니다 누님.
=용건이 뭐지?
-아. 물론 인터뷰 때문에 만나자고 요청한 거죠. 근데 이렇게 정말로 나타나실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나와주시니 어찌나 감사하신지 눈물이 막 나고 팔다리가 저려요.
=그럼 인터뷰를 시작하시든가.
-아 넵. 시작부터 이런 질문 드리기가 좀 무섭긴 한데. 누님이 일하시는 비밀 암살 조직 프레터니티는 희생자를 방직기가 천으로 짜낸 코드를 읽어서 결정한다고 들었습니다. 양심의 가책도 없이 기계가 지목하는 인간을 죽이는 게 좀 꺼려지지 않으십니까.
=세상 이치가 그런 거지. 경험상으로 보자면 방직기가 지목하는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그 인간은 나중에 더 큰 후환을 만들어내지. 그런 게 바로 세계가 돌아가는 논리이고 방직기는 그 논리를 충직하게 따를 따름이야. 생각해봐. 쓸모없는 인간애나 인간에 대한 믿음 따위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따지자면 죽였어야 할 인간들을 내버려둔 건 이
[가상인터뷰] <원티드>의 섹시한 살인 기계, 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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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를 기초로 만들었다.” 오우삼 감독은 지난 6월 한국에서 열린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하 <적벽대전>)의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삼국지>란 이름하에 만들어진 수많은 상상력의 유혹을 떨치고 ‘원전’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오우삼 감독이 이미 오래전에 했을 고민의 흔적을 뒤쫓아보았다. 다음은 소설과 정사에 묘사된 적벽대전,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에 대한 비교다.
1.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연의>
“208년, 후베이성 자위현의 북동지역 적벽에서 전쟁이 발생한다. 화북 지역을 평정한 위나라의 조조가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과 대치했으나, 크게 패해 화북으로 후퇴했다.” 이상이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연의>의 작은 공통분모다. 이 두개의 사료는 똑같은 역사적 사실도 어떤 시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
[알고 봅시다] 제갈량이 중심이냐, 주유가 중심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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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 두 남자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앳된 얼굴의 전경이 방패를 들어 시위자를 위협하고, 전경의 헬멧을 손에 넣은 시위자는 곧 헬멧을 맨홀 바닥으로 떨어뜨릴 태세다. 곧장 이어지는 난타전. 벽돌과 방패가 허공을 가르고, 대오에서 이탈한 두 남자는 어느새 그들만의 대결에 몰두한다.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올해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촬영상을 수상한 <적의 사과>는 팽팽하게 짜여진 연출, 미묘한 아이러니를 통해 웃음과 비애를 동시에 전하는 내공이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대학 때 시위를 좀 했다. 그러다가 본의 아니게 의경으로 군대를 가게 됐고, 결과적으로 두 입장을 다 경험해봤다. 사실 서로의 적은 의경이나 시위대가 아닌데, 바로 앞에 있는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화가 나더라.” 올해로 미쟝센을 세 번째로 찾은 이수진 감독은 독립영화에 눈길을 두었던 이라면 한두번쯤 마주쳤을 법한 이름이다. 첫 작품인 <
[이수진] 우린 왜, 무얼 위해 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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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묘사가 박력있고 필력이 돋보인다.” 정기훈의 <애자>를 부산 시나리오 공모전의 최우수작으로 선정하며 심사위원들이 언급한 총평이다. <애자>는 방송국 작가생활을 그만두고 소설가의 꿈을 꾸는 서른살의 애자가 죽음을 앞둔 엄마와 사사건건 대립하며 성장통을 겪는 모습을 담은 작품. 86 대 1의 행운을 거머쥔 정기훈은 영화계에선 김유진 감독의 <약속>과 <와일드 카드>의 조감독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지금은 <애자>의 제작과 캐스팅에 관여하며 10월경 시작될 감독으로서의 첫 작품을 고대하고 있다.
-감독으로 입봉하게 된 소감은.
=아직 메가폰을 쥐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김유진 감독님 조감독 시절에도 현장에서 감독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관여했기 때문에 현장을 거치지 않은 조감독보다는 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와일드 카드>(2003) 이후가 궁금하다.
=시나리오 각색에 주로
[정기훈] “김유진 감독님 밑에서 공짜로 시나리오 수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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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메 발라구에로의 <네임리스>(1999)는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의 <야수의 날>(1995)과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떼시스>(1996)를 잇는 새로운 스페인 호러영화의 시작이었다. 이후 발라구에로는 안나 파킨, 레나 올린 같은 국제적 배우들과 <다크니스>(2002)를 만들었고, 칼리스타 플록하트 주연의 <프래절>(Fragiles)(2005)을 감독했다. 두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그냥 그랬다. 발라구에로는 장르를 잘 이해하는 연출자지만 스페인의 친우들처럼 타고난 재능은 좀 부족한 듯했다. 2인자의 자리에서 고만고만한 영화만 만들다가 잊혀질 운명이었달까. 지금은 좀 다르다. 오는 7월10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호러영화 <REC>(2007)는 발라구에로의 대표작이자 재기작이다. 비평적, 흥행적 성공을 등에 업고 스페인에서 속편 작업에 한창인 하우메 발라구에로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했다. 동문서답도
[하우메 발라구에로] “호러물의 플롯과 TV 리얼리티쇼의 영상언어를 결합시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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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잉글리쉬>는 성공한 뉴욕의 여자가 프랑스 남자를 만나 사랑을 고민하는 이야기다. 세상의 모든 걸 다 가진 듯 보였던 여자는 실연 앞에 눈물 흘리고 새로 만난 남자 앞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힘들어한다. 존 카사베츠 감독과 배우 지나 롤랜즈의 딸이자 닉 카사베츠 감독의 여동생 조 카사베츠 감독은 직접 쓴 시나리오로 생애 첫 장편영화를 완성했다. 불안에 사로잡힌 여성의 모습을 아슬아슬하게 잡아낸 <브로큰 잉글리쉬>. 인상적인 장편 데뷔작을 마치고 차기작 시나리오 집필에 들어간 조 카사베츠 감독에게 메일로 질문지를 보냈고, 그녀는 충실한 답변을 적어 보내주었다.
-<브로큰 잉글리쉬>는 당신이 처음으로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다. 이야기를 떠올린 특별한 경험이나 이유가 있나.
=노라는 어느 날 문득 30대 중반인 자신을 발견한다. 그녀는 곧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짓눌리게 된다. 만약 당신이 싱글이고 앞서 말한 압박감에서 자유
[조 카사베츠] "영화인 가족이라 오히려 감독이 되는 게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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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지색이라 했던가.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하 <적벽대전>)의 조조가 전쟁을 일으키는 까닭은 결국 오나라 장군 주유(양조위)의 아내 소교 때문이다. 그녀는 차를 잘 끓이고, 다소곳하게 앉아 있을 줄 알고, 말을 아낄 줄 안다. “겉보기는 연약하나 내재된 모습은 강인한” 소교는 부군에 대한 복종을 몸소 보여주는 전형적인 현모양처다. 이를 연기한 린즈링은 대만의 톱모델 출신 여배우다. 8년여간의 모델 활동 기간 동안 ‘대만에서 가장 섹시한 다리’ 1위를 포함해 ‘대만에서 가장 예쁜 000’류의 리스트에서 무수한 1위를 차지했던 대만의 대표 미인. 1990년대 CF모델 박주미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그랬듯 린즈링은 중국항공의 얼굴이기도 했다. 중국항공은 린즈링의 피겨를 제작한 바 있다.
1974년생인 린즈링은 15살 때 길거리에서 스카우트되었지만 본격적인 연예 활동은 대학 졸업 뒤 시작했다. 토론토대학에서 서양미술사와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개인적으로
[린즈링] 전쟁을 일으킨 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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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기 영화진흥위원회가 ‘이제야’ 정상업무를 시작했다. 문화관광체육부는 지난 5월28일 강한섭 위원장의 취임 이후 한달 만인 6월30일, 8명의 비상임 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문화관광체육부가 “공개모집을 거쳐 영화학계와 영화산업 현장의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힌 이들 위원들은 앞으로 2년의 임기 동안 영화진흥위원회의 사업계획 및 예산수립, 영화발전기금 운영 등에 관한 직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지난 7월1일, 첫 회의를 열어 심상민 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를 영화진흥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선출한 이들은 7월3일 열린 워크숍을 통해 전체 업무에 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구성됐다.” 4기 영화진흥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영화인들의 평가는 지난 5월 강한섭 위원장의 취임 때와 비슷하다. 8명의 비상임 위원은 다 김세훈(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민병천(영화감독), 박경필(영상투자자협의회 회장), 심상민(성신여
[포커스] 제4기 영진위, 어떤 이정표를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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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와인 중에서 그래픽적으로 예쁜 걸로 골라주세요.” 이철하 감독(<사랑따윈 필요없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스탭이 진열장에 꽂힌 기백개의 와인 중 하나를 골라낸다. 영화 <스토리 오브 와인>의 마지막 촬영이 한창인 이곳은 오전 9시 강남역 근처의 와인바 ‘스토리 오브 와인’이다. 아침부터 와인 냄새를 맡으니 기분이 알딸딸하다. 스탭들도 기분좋게 취해 있는 듯하다. “하루에 20시간씩 찍느라 다들 잠이 모자라서 그래요.” 김효정 PD의 말이다.
이기우가 연기하는 민성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와인업계에 뛰어든 소믈리에다. “소심한 녀석이에요. 하지만 와인 일을 하면서 자기만의 철학과 소신을 갖게 되는 녀석이죠.” 민성은 소믈리에 일을 하다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말이 통하지 않는 용병 야구선수와 와인으로 우정을 나누고, 손님으로 온 남녀를 커플로 만들어준다. 재미있는 건 관객이 초보적이나마 민성의 이야기에 직접 뛰어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스토리
소심한 소믈리에의 세상과 소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