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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블룸>은 <모래와 안개의 집>(2005)으로 단숨에 할리우드의 기대주로 떠오른 감독 바딤 페렐만의 두 번째 작품이다. 자본주의와 가족주의, 이민자들과 하층계급의 현실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끝을 보여주는 <모래와 안개의 집>은 사회·정치적인 문제의식을 예술적으로 재현하는 감독의 재능이 빛나는 영화였다. 지난해 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 깜짝 상영작으로 소개된 <인 블룸> 역시 버지니아 총기살인사건을 연상시키는 극단적 현실을 뼈대로 한 일종의 심리스릴러다. 상실과 공포, 슬픔과 죄의식 등 살아남은 자의 심리에 초점을 둔 영화는 과거와 현재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스며드는 구조를 취한다. 현실의 비극 한가운데에서 시작하지만 유려한 편집과 상상력과 영상미로 슬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그의 연출력은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 바딤 페렐만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인 블룸>에 대한 <씨네21>의 질문에 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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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딤 페렐만] “상실, 슬픔, 죽음, 기억은 나의 가장 큰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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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눈빛으로 이상한 트위스트를 추던 팜므파탈(<펄프픽션>), 노란 이소룡복을 입고 복수의 대상들을 차례차례 제거해가는 냉정하고 강인한 검객(<킬 빌> 시리즈). 우리가 열광하는 우마 서먼의 모습은 관능적인 몸매와 아름다운 금발이 부각될 때가 아니라 유독 긴 팔다리와 서늘하게 긴 눈매가 기이한 조화를 이루며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뿜어낼 때 나온다. <킬 빌>의 여전사처럼 고난도 액션을 선보이지는 않지만, 깊은 슬픔과 우울을 담은 그녀의 눈빛은 <인 블룸>에서도 이어진다. 바딤 페렐만 감독은 ‘다이애나’라는 여주인공의 성인 역을 우마 서먼에게 맡겼고(어린 다이애나는 에반 레이첼 우드가 맡았다) 그녀는 15년 전의 상실의 기억과 그로 인한 죄의식으로 심약해져가는 내면 연기를 섬세하게 소화해냈다. 다음은 서면으로 진행한 우마 서먼과의 인터뷰다.
-한국 관객에게 당신은 <킬 빌>의 강인한 여전사로 각인되어 있다. 액션이 없는 심리스릴
[우마 서먼] 새로운 세계, 새로운 삶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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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지의 삶은 팍팍하다. 그녀는 30대 싱글맘이며, 성희롱에 반발했다가 일자리에서 내쫓겼다. 앤지가 텅 빈 공터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줄 서라고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지 않았다면, 여권 없으면 일자리도 없다고 매정하게 돌아서지만 않았다면 우리는 그녀를 영락없는 켄 로치 영화의 노동자 여성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자유로운 세계>는 여성 고용주 앤지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영화다. 늘 노동자의 편에 서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바라봤던 켄 로치는 정확히 반대 지점에서 현재 영국사회를 조명한다. <씨네21>은 켄 로치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변화에 대해 직접 물었다.
-이주노동자 얘기는 <빵과 장미> 이후 두 번째다. 이 주제를 선택한 배경이 궁금하다.
=잘 알려졌듯이 굉장히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영국에 살고 있다. 이들은 불법으로 영국에 체류하는 등 약점이 많기 때문에 손쉽게 착취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경찰에게 불만을 털어놓을 수 없다. 이건 현재
[켄 로치] “착취 논리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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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것: 환율(2008년 2월 937원에서 지금은 1100원 돌파), 소비자 물가(전년동월비 상승률 2월 3.6%에서 8월 5.6%로. 그나마 요즘 조금 내린 거라지?), 금리(9월부터 내부 기준금리를 높이는 은행이 많다고 한다. 국고채 금리도 상승 중이다.), 올림픽 메달 수(금메달 수 8개, 9개, 총메달 수 30개 이하로 빌빌대던 ‘잃어버린 10년’ 동안의 올림픽 성적과는 달리 금메달 13개, 총메달 수 31개의 우월한 성적), 롯데 자이언츠(부산 출신 대통령 임기 동안 한번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롯데 자이언츠는 현재 시즌 3위로 ‘가을에도 야구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한화 팬이라는), KTX-새마을호 해고 노동자들(8월27일부터 서울역 45m 조명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내리는 것: 지지율(쇠고기 파동 때 17%까지 하락, 역대 대통령 최저 지지율 신기록 경신. 그 뒤 반등하여 지금은 30%에 육박한다고 자랑함), 주식(2월 170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오르는 것과 내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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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탁 위에서 캔음료를 받아드는, 나로서는 제법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됐다. 일종의 일일 초빙강사. 주제는 ‘한국영화의 현재’였다. 일선 기자의 입장이라면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는 ‘꾐’에 속아 덜컥 수락을 한 게 화근이었다. 고소공포증 플러스 멍석 깔아놓으면 뭐든 못하는 내가 학생들 앞에 선다는 것 자체가 호러였다. 게다가 수강생 수가 무려 100여명. 강의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한국영화 한해 120편 제작 전성기에서 20편 제작이라는 풍파를 겪는 동안 근래 3년간의 상황을 ‘아는 한도 내’에서 열심히 설명했다. 신기하게도 학생들은 진지하고 관심있는 눈망울을 보태 초보 강사의 긴장을 녹여주었다. 나름 뿌듯한 강의를 했다고 자체 평가하며….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질문을 하겠다며 캔커피를 들고 나를 찾은 예의 그 광경이 연출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를 향한 관심의 8할은 ‘한국영화’가 아닌, ‘한국에서 영화기자가 어떻게 되나요?’였다. 수업시간
[오픈칼럼] 너와 함께하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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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서크는 독일 출신인데, 자신은 미학자 에르빈 파노프스키의 제자이며,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연극 동료라는 점을 종종 자랑하곤 했다. 50년대 중반 할리우드의 유니버설에서 이른바 ‘여성 최루영화’들로 큰 흥행성공을 거뒀지만, 영화감독으로서의 명예는 거의 누리지 못할 때였다. ‘아줌마들’ 호주머니를 노리는 싸구려 애정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에 대한 이런 낮은 평가를 뒤집는 데는 서크 자신의 설명이 효과를 봤다. 파노프스키와 브레히트를 거론하며, 멜로드라마의 특성과 매력에 대해 말하는 감독이라면, 함부로 낮잡아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사회가 억압적이면 멜로드라마는 번성한다”
서크(1900~87)는 독일에서 20대에 이미 유명 연극연출자가 됐다. 29살 때 그는 예술의 도시 라이프치히에서 시립극단의 연출가였다. 그의 영화에서 연극적인 세트가 돋보이는 데는 이런 무대 경험이 작용했다. 그는 나치 시절 영화를 만들며 단숨에 유명감독이 됐
[걸작 오디세이] ‘아름다운 패배자’의 멜로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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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연기 어땠어요? 어색하지 않았어요?” 연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성적 발표를 기다리는 학생처럼 점수 공개를 채근했다. 아무런 활동없이 1년을 꼬박 쉬고, 공포영화 <외톨이>로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는 고은아는 “마치 신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라면서도 “떨리기보다는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히키코모리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 <외톨이>에서 친구의 자살과 가족의 비밀을 알아가며 자신을 유폐시키는 수나 역을 맡았다. <썬데이서울> <잔혹한 출근>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에 이은 네 번째 영화 출연, 게다가 공포영화고 첫 주연이다. 그동안 각종 과자, 음료, 화장품 광고에서 쌓아왔던 밝고 건강한 이미지와 드라마 <황금사과>에서의 착하고 귀여운 막내딸 이미지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나리오를 받고 수나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내가 할 수밖에 없고,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에게 피해받으면서 혼자만
[고은아] 맨처음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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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버라이어티 게스트 문소리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하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개봉 전후에 문소리가 영화 홍보를 위해 몇몇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간 적 있었어요. 전 그것들을 다 봤는데, 그 때 재담꾼 문소리에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사실 장점이 더 많아요. 버라이어티 고수들의 자연스러움은 조금 부족하지만 표현력이 풍부하고 타이밍이 정확하며 농담 소스도 많이 가지고 있어요. 문제는 언제 끝내야 할지 모른다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무릎팍도사’에서 문소리는 남편이 키스해줄 줄 알고 눈감고 기다렸더니 “왁!”하고 소리를 쳤다는 농담을 했죠. 여기까지는 완벽해요. 근데 문소리는 농담의 펀치라인이 나온 뒤에도 계속 말을 이어요. 뒷마무리를 하고 두 사람 다 잠자리에 넣고 재워야 이야기가 끝나죠. 이건 굉장히 나쁜 버릇이에요. 펀치라인 뒤는 될 수 있는 한 짧아야 합니다! 이건 농담의 황금 규칙이에요.
문소리의 이런 농담들을 밥 로스의 몇몇 그
[듀나의 배우스케치] 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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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0일, 홍대의 한 카페로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사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들이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안치환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흘렀고, 카페의 흰 벽에는 파란 작업복 차림에 스패너를 손에 쥔 노동자들의 영상이 비쳤다. 18년 전 이 영상을 보려면 각목과 파이프를 들고 극장 입구를 지켜야 했으며, 필름을 영사기에 걸기까지 검찰의 눈을 피해 몇번의 교란작전을 펼쳐야 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1990년대 상영 투쟁의 전범이었던 <파업전야>의 DVD 출시 기념상영회는 영화를 제작한 장산곶매 회원들과 <파업전야>를 기억하는 50여명의 사람들이 자리한 가운데 이처럼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한국 최초의 노동 장편영화 <파업전야>는 올해 7월31일 DVD 제작을 마쳤다. 영화가 처음으로 상영(1990년 4월6일)된 지 18년이 지났으며, 그동안 독립영화인을 비롯해 꾸준히 영
[포커스] 독립영화의 전설,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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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라는 동어반복의 제목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는 부정문으로, 영화는 ‘영화가 아닌 그 무엇’이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서 감별을 요하는 ‘그 무엇’은 ‘현실’이다 (같은 용법: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하지 말자.’). 둘째는 법어(法語)로, 부정을 통해 재규정되는 깨달음을 뜻한다. 이때 술어는 주어와 같은 것을 지시하지 않으며, 주어가 자기부정을 거쳐 도달하게 되는 최종적 산물이다(같은 용법: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영화는 영화다>는 ‘영화’와 그 대립물인 ‘현실’을 대립·충돌시키며, 이를 통해 영화가 무엇이고 현실이 무엇인지 깨달음을 도출하는 영화이다.
1. 영화와 현실을 충돌시키는 극한의 상상실험
<영화는 영화다>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리얼’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리얼리티를 표방하며, 현실사회에 대한 묘사와 발언을 쏟아내는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에서 ‘리얼’은 개념의 차원으로 존재하며, ‘영화’와 대
[영화읽기] 영화는 영화요, 현실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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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어. 이런 인물을 연기하면서 담배를 안 피울 수가 없더라니까.” 9월5일, 김성홍 감독의 스릴러 <실종>의 촬영현장에는 제멋대로 자란 반백의 머리에 바지를 양말 속으로 밀어넣은 농부 한명이 앉아 있었다. 그가 숨겨놓은 ‘무엇’을 찾으러 농부의 지하실로 침투한 두 남녀를 모니터로 바라보던 이 시간이 그에겐 가장 마음 편한 순간일 것이다. <실종>에서 문성근이 연기하는 농부 판곤은 자신의 양계장에 여자를 가두고 사육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잔인하게 죽여 닭의 모이로 만드는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다. 오늘의 촬영분은 실종된 여동생(전세홍)을 찾아 살인범의 마을까지 오게 된 현정(추자현)이 경찰과 함께 판곤의 지하실을 조사하는 장면이다. 번지수는 제대로 찾았건만 농부가 미끼로 장치해놓은 썩은 고라니만 발견하고 그녀는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세홍이는 그냥 캐릭터 안에서 살아버리더라. 자현이는 예술가다. 연기를 위해 몸을 던지는 태도와 자세
살인마에 맞선 자매의 사투, <실종>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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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영화는 영화다> ‘소간지’라는게 이런거군요.
[헌즈다이어리] <영화는 영화다> ‘소간지’라는게 이런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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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나는 살찐다.
롯데,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
8888577 끝에서 찾은 희망!
부산영화제보다 야구 보러 부산 갈 판.
中 “‘저질분유’ 다른 나라에도 수출했다”
불량 요구르트도 있다죠.
혹시 내 몸매가 저질이 된 게 다….(먼산)
강남 초등학교서 한자 교육 논란
영어도 한자도 국제중, 특목고를 향한 디딤돌?
리플 보면 초딩의 한국어 구사력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화두가 아니던가!
이승엽 3연타석 홈런
일본에 갑자기
병역의무제도가 생긴 줄 알았;;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검토
그 동네 집값 또 오르겠네요….
돈 있음 야구 돔구장 좀 지으시지?
“장기펀드 소득공제 검토”
이 자식들이….
소득공제 해준다면 뭐든 좋아할 줄 아나.
푼돈에 우는 사람들 놓고 장난질은.
금값 사상최대폭 급등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금니라도 박아놓는 건데.
쿨케이·디기리, 병역비리로 불구속 기소
오늘의 교훈: 커피 마시고 x싸는 건
고혈압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로또사업,
[이주의 한국인] 하늘은 높고 나는 살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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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처지의 친구와 물고빠는 문자를 주고받으며 논다. 최근에는 ‘넌 모순적인 매혹덩어리야’에서 ‘넌 햇님 난 달님’으로까지 표현이 승화해 거의 오르가슴의 경지에 이르러 꺄악 소리를 질렀다. 일명 에로 놀이로, 자급자족 경제의 일환이다. 친구는 몇푼 안 되는 중국 펀드가 바닥을 쳤고 난 맡겨논 돈 받는듯 손벌리는 각종 고지서들을 내 몸의 착한 지방처럼 끼고 살기로 마음먹었다. 따지고 보면 괜찮은 상태인데, 덕분에 경제활동의 긴장마저 스르르 풀리면서 소처럼 일하는 자신이 서글퍼지고 육아의 긴 터널이 암담해지곤 한다.
첨단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활동은 필요를 넘어 욕망을 위해 존재한다. 점점 덩치를 키워 끝을 알 수 없게 만든다. 미국발 금융쇼크의 원인이 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위기란, 무리를 해서 주택융자를 받은 이들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돌려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주택융자지분을 투자은행들이 사들여 이를 각종 이름의 증권으로 만들어 판다.
[오마이이슈] 합리적 경제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