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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지만 제목의 원뜻은 ‘(M)ad Men’, 즉 ‘광고업계 사람들’을 말한다. 1960년대 매디슨 애비뉴에 위치한 한 광고회사를 중심으로 직장에서 벌어지는 권력싸움을 묘사한다. 하지만 ‘미친 사람들’이란 이중적인 뜻도 분명 존재한다. 드라마 속 남주인공들은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여성비하적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등장하는 여주인공들 역시 그런 대우를 당연히 받아들인다. 여성의 인권이 무시되고 남성의 우월적 지위가 당연시되던 시대 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남성 우월주의는 점차 배경의 일부분으로 축소되고 사회적 성공과 몰락, 중산층 가정의 위기라는 보편적 이슈가 표면화된다. 영리한 극 전개 덕에 이 작품은 성적 편향에 대한 논란을 걸러내고 당시 미국 주류사회 일반에 퍼져 있는 가치관과 통념들을 사실적이고 치밀하게 그리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9월21일 열린 제60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최고 드라마상, 각본상 등으로 6관왕
[이주의 추천프로] 광고업계의 미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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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내음 살내음 눅진한 조선의 풍속화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조선시대 천재 화가인 김홍도와 신윤복의 삶과 사랑을 다룬 SBS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밤 9시55분)이 9월24일 첫 방송에서 10.6%(AGB닐슨 미디어리서치 집계)의 시청률로 호평 속에 출발했다.
신윤복이 ‘여자’라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화제가 된 이정명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바람의 화원>은 두 천재 화가를 역사 속에서 새롭게 읽어낸다. 연출을 맡은 장태유 PD는 “18세기에 이름을 떨친 김홍도와 신윤복의 사랑과 예술, 미스터리에 관한 드라마”라며 “김홍도의 기록에 비해 신윤복의 생애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어 상상의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천재들은 으레 ‘괴짜’로 나오듯이 <바람의 화원>도 김홍도를 호탕한 성격에 일을 저지르는 캐릭터로, 신윤복은 조용한 성격이면서 뒤로 사고 치는 캐릭터로 해석해 재밌는 상황들을 만들어낸다. 김홍도가 호랑이 그림을 그리다
조선시대 천재 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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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근교에 사는 루카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 남들과의 소통이 서투른 소녀. 어느 날 그녀는 아버지가 근무하는 수족관에서 깊은 바닷속에서 듀공의 손에 자랐다는 신비의 두 소년(우미와 소라)을 만난다. 한편 전세계의 수족관에서는 원인 모를 물고기들의 실종사건이 일어난다. 사라진 물고기들의 공통점은 모두 몸에 흰 점박이 무늬가 있는 종이라는 것. 연이어 평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거대한 심해어들이 해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루카는 두 소년과 함께 인간은 들을 수 없는 바다의 메시지를 듣게 되는데…. 도입부 줄거리를 대충 요약하긴 했지만 <해수(海獸)의 아이>는 “줄거리가 이러이러하다”라고 쉽게 단언할 수 없는 작품이다. 어떤 이에게는 그저 몽환적이기만 한 해양판타지로, 어떤 이에게는 인류의 근원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하는 일종의 다큐멘터리로 느껴질 수 있는 이 만화는 그래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열린 만화다. 작가인 이가라시 다이스케는 이렇듯 ‘쉽사리 언어로 정의내리
최고의 작화력이 창조한 매력적인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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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9월11일. 칠레의 봄은 졌다. 국민선거로 이룩한 칠레의 민주사회주의 실험은 CIA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에 짓밟혀 사라졌다. ‘대통령 동지’ 아옌데는 기관총을 들고 대통령궁을 사수하다 총에 맞아 죽음으로써 칠레 혁명의 아이콘이 됐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또 한명의 아이콘이 있다. 노래를 통한 사회의 변혁을 주창했던 누에바 칸시온(Nueva Cancion: 새로운 노래)의 기수, 칠레 민중가요의 아버지인 빅토르 하라다. <씨네21> 독자라면 영화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에 등장한 빅토르 하라의 재연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군인들이 무자비하게 잡아들인 시민들로 가득한 스타디움. 한 젊은이가 일어나서 민중가요 <벤세레모스>를 부르기 시작한다. 우리는 승리하리라! 우리는 승리하리라! 그는 곧 끌려나가 기타 치고 장단 맞추던 손과 팔이 뭉개진 채 총살당했다. 저자 조안 하라는 남편의 시체를 뒤로하고 칠레를 탈출한 뒤 1983년에 <
2008년! 그와 함께 노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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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작. 한 남자가 메마른 눈빛으로 공터를 응시하고 있다. “가슴에 구멍이 났다”고 말하는 이 남자에게 구원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소설은 또 한명의 남자를 조명한다. 경찰청 수뇌부에서도 최고 엘리트로 평가받는 사에키 경시는 유아 실종사건을 맡아 고군분투한다. <통곡>이 유괴 살인사건에 대한 소설이란 점을 상기하면 전자는 유력한 살인범, 후자는 그를 뒤쫓는 추적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야기는 이 두 인물의 일상을 기반으로 한 발자국씩 앞으로 전진한다. 용의자가 신흥 종교에 빠져 전 재산을 재단에 기부하고 추적자가 경찰 간부인 아내와 별거하며 르포라이터 출신 애인과 사랑을 나눌 때까지, 평행선을 그리던 두 인물의 삶은 만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이 대면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통곡>은 소설 내내 억눌러왔던 감정을 한꺼번에 분출시키는데, 그 파장이 꽤 크다. 이 소설은 트루먼 카포티의 문체로 서술한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물 같다. 다시 말해
건조하게 조여드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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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영화화해 성공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존 어빙처럼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작가의 소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라세 할스트롬의 <사이더 하우스>의 원작인 존 어빙의 <사이더 하우스>는 낙태가 불법이던 시대에 낙태를 전문으로 했던 의사와 그의 고아원이 키워낸 한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고 실망했던 사람이라도 책과 사랑에 빠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테고,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책 첫장을 펴면서 밤새 읽을 준비를 하는 게 좋다. 의사 윌버 라치는 새 생명의 탄생을 돕는 ‘주님의 일’의 기술자인 동시에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어머니들을 구제하는 ‘악마의 일’을 마다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가 일하는 고아원은 아이를 낳자마자 버리고 가는 여자들과 아이를 지우려는 여자들의 유일한 피난처로, 몇번이고 파양되어 고아원에 돌아온 호머 웰즈는 라치의 아들 같은 존재로 자란다. 웰즈는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모든 기술을 전수받지만 낙태에는 반대한다. 웰즈는 낙태를 위해 찾아
선의 존재를 긍정하게 만드는 존 어빙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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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발견의 기쁨을 줬던 영화는 바로 대만의 차이양밍 감독이 만든 <하얀 비키니의 복수>(1981)였다. 원제는 그냥 평범하게 <여자의 복수>지만 그들이 복수할 때 떼로 하얀 비키니(정확하게는 하얀 천 정도)를 입고 나오기 때문에 영화제에서는 그런 제목을 붙였다. 홍콩에 사는 체조 스타 출신의 링링(양혜산, 사진)은 일본으로 건너갔던 친구 메이화가 보낸 편지를 읽고 비행기에 오른다. 야쿠자 조직에서 일했던 그가 역시 야쿠자가 자신의 동생을 노린다는 사실을 알고 보호를 부탁했던 것. 결국 메이화는 죽게 되는데 메이화가 숨겨놓은 마약이 그 동생에게 있다고 생각한 야쿠자는 동생을 잡아두고, 꾸링링은 일본에 사는 옛 체조 선수 친구들을 규합해 동생을 구하기 위한 작전을 펼친다.
<하얀 비키니의 복수>는 우리 영화 <홍콩에서 온 마담 장>(1970), <여자 형사 마리>(1975)처럼 관능적인 여자 킬러를 내세
[울트라 마니아] 대만 뉴웨이브가 태어나기 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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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감독 장동홍, 장윤현, 이재구, 이은기 상영시간 107분 화면포맷 1.53: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한국어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장산곶매
화질 ★★★☆ 음질 ★★★ 부록 ★★★☆
1980년대 5공 군사정권은 대중을 향해 쾌락적 자본주의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중에서도 주식과 부동산의 폭발은 요상한 먹잇거리를 제공했고, 권력층의 두터운 유착관계 바깥에 머물던 사람들은 분풀이라도 하듯 눈먼 야수로 변했다.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 억이란 단위가 아파트에 매겨졌으며, 바야흐로 1000선을 오르내리는 주가지수는 신기루처럼 그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돈과 함께 오는 건 천박함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제자리를 내주는 건 언제나 인간이다. 그런 ‘80년대의 마지막 해에 학생과 시민에게 충격을 던진 한편의 독립영화는 추악한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자 했다. 이어 상영을 막으려던 공권력이 온갖 탄압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30만 관객을 이끌어냈다(제도권 극장에서
2008년, 더 절절한 <파업전야>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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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어쩐다. 뉴 키즈 온 더 블록(NKOTB)이 컴백을 해버렸다. 로비 윌리엄스가 빠진 4인조 테이크 댓의 모양새도 아니고, 베스트 앨범 속에 소심하게 새 싱글 2개를 끼워 넣었던 스파이스 걸스의 모양새도 아니다. 뉴 키즈 온 더 블록은 여느 현역들처럼 돌아왔다. 싱글을 내고 수순처럼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5집이다. ≪Face The Music≫(1994) 이후 14년 만. 팬 입장에서야 그저 ‘오빠들이 돌아왔다’는 뜻만으로도 족한 것이 아이돌 그룹의 컴백이지만, ≪The Block≫은 한때 조던 나이트를 제일 좋아했던 이 팬심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컴백작이다. 수작이라 말하긴 어려워도 여느 팝 앨범들과 비교해서 부족하지 않다. ‘고령화’된 그룹 멤버들의 목소리와 몸을 감안했는지 업템포가 배제되고 미드템포의 트렌디한 어반 댄스 넘버가 주를 이뤘으며, 지나치게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줄까도 우려했음인지 느린 발라드 넘버 또한 거의 없다. 무리하게 욕심 내지 않은 편안한 팝 그룹의 모습
무리하게 욕심 내지 않은 컴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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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을 스토커처럼 따라붙어 사진 찍는 사람은 누구? 박찬욱 감독님이다. <미쓰 홍당무>의 제작자지만, 정작 촬영장에 들러서는 본인의 취미인 사진 촬영에 골몰했다. 몰래 찍다가 영화 촬영용 카메라에 걸려 NG를 낸 적도 있을 정도다. 이날은 영화의 마지막. 비호감이고 신경질 부리던 양미숙(공효진)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아주 해맑은 얼굴로 씁쓸하게 웃는 장면을 찍었는데, 박찬욱 감독님 왈, ‘세속적인 욕망에서 초월한, 천사와 같은 아름답고 맑은 모습’이라며 ‘<미쓰 홍당무>는 공효진의 대표작이 될 것’이라는 감탄을 연발했다.”
[숨은 스틸 찾기] <미쓰 홍당무> 홍당무 스토커는 미스터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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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 감독의 영화는 수많은 말들로 만들어진다. <후아유> 때는 벤처사업에 뛰어든 20대 청춘을, <사생결단> 때는 마약세계를 둘러싼 형사, 제조업자, 판매자들의 증언을 발로 뛰며 귀담아들었다. 덕분에 그의 영화는 로맨틱코미디건, 누아르건 장르의 색깔보다도 시대와 공간의 체취가 먼저 드러난다. 그의 네 번째 장편영화인 <고고70> 또한 1970년대 고고클럽을 휘저었던 ‘로크’그룹 멤버들의 말들이 곳곳에 담겨 있는 영화다. 그들은 어떤 음악을 했는지, 당시의 청춘들은 그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결과적으로 한국의 70년대란 시대는 그들의 음악을 어떻게 발현시키고,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영화는 오로지 공연의 열기로 관객을 달구려 하지만, 최호 감독은 그런 열기조차도 수많은 사람들의 말들을 통해서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그는 ‘상상’ 이전에 ‘근거’를 세우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공을 들이는 감독이다. <고고70>의 모태가 된 책 &
[최호] 지금 20대에게 솔(soul)을 가져보자고 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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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가 재현해낸 1930년대의 경성은 과거의 죽은 시간이 아니라 눈앞에 타오르는 현실처럼 생생하다. 오랜 시간 CG와 색보정에 공을 들인 영화답게, 명동성당과 미쯔비시 백화점 옥상, 경성역, 숭례문, 경회루 등지를 가로지르는 도시의 밤과 낮은 눈이 부시게 매혹적이다. 당대를 다룬 기존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모던보이>의 기술적 성취는 뛰어나다(자세한 내용은 <씨네21> 670호 참고). 하지만 시사회 다음날 진행된 인터뷰는 경성의 재현이나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불운한 시대 속,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대한 여러 질문과 답들로 채워졌다. 정지우 감독에게서는 <사랑니>의 흥행실패 이후, 대중과의 교감 지점에 대해 오랜 시간 고심한 티가 역력했을 뿐만 아니라, 일제시대와 개인의 욕망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풀어가면서 겪은 내적 갈등과 부담 또한 느껴졌다. 하지만 민감하고 공격적인 질문들 앞에서도 그는 열정적으로 조목조목 자신의 견해를 밝혔
[정지우] 사랑은 사람에게 새로운 세계를 선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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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은 퇴물이 아니다. 그가 가면을 눌러쓰고 칩거하는 흘러간 스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십에나 빠삭한 헛똑똑이에 불과하다. 지난 몇년간 팝계에 등장한 남자 솔로 스타들을 한번 훑어보라. 특히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크리스 브라운. 이 둘의 앨범들은 숫제 ‘마이클 잭슨 오마주’에 다름 아니다. 어린 팝계의 후배들은 마이클 잭슨이 자신들의 롤모델이라고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고, 잭슨의 음악적 유산을 현대적인 사운드로 재현하며 젊은 음악팬들을 끌어들인다. 서구 타블로이드의 잭슨을 향한 공격이 확대 재생산되어 블로그를 타고 전해지는 한국에서 마이클 잭슨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건 이제 불가능한 일 같다. 물론이다. 이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나긴 한다. 어린 시절의 그는 얼마나 예쁜 아이였던가 말이다. 모타운 50주년 특별 기획으로 만들어진 앨범 ≪Michael Jackson & Jackson 5≫의 커버에는 어린 잭슨의 얼굴이 커다랗게 담겨 있다. 그걸 보면서 &
남자 솔로 스타들의 영원한 롤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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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가는 것도 좋다”
주인공 메리 헤인스 역의 멕 라이언 인터뷰
-극중 캐릭터처럼 지난 몇년간 이혼을 비롯해 일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떤가.
=오랫동안 자다가 깬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지난 몇년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여행도 많이 했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봤다. 인생이 즐겁다. 나이 들어가는 것도 좋다. 이제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확신도 서고, 이해심도 많아졌다.
-처음 출연을 결정한 뒤 14년이 지나서 영화가 완성됐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는 뭔가.
=다시 돌아온 게 아니라 떠나지 못했던 거다. (웃음) 다이앤이 일년에 한두번씩 전화해서 “이번에는 진짜 영화 찍는다”고 했지만, 번번이 자금이나 배우 스케줄 등 문제가 생겨서 미뤄졌다. 다이앤은 지난 10여년간 이 영화에만 매달렸었다. 영화화된 것은 다 그녀 덕이다.
-<내 친구의 사생활>은 엄마, 딸, 친구 등 여자들 사이의 관계
<내 친구의 사생활> 감독 다이앤 잉글리시, 배우 멕 라이언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