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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박한 일상> Trivial Matters
팡호청 | 홍콩 | 2007년 | 90분 | 아시아영화의 창 | 17:30 메가박스6
7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옴니버스영화. 진관희, 여문락, 진혁신, 두문택, 종흔동 등 주목할 만한 홍콩의 젊은 얼굴들이 대거 출연했다. 더러운 변기의 똥을 자신의 소변으로 닦으며 ‘공덕심’을 발휘하는 진관희의 에피소드, 혼전순결을 지키기 위해 기념일마다 오직 오럴섹스만 원하는 진혁신의 에피소드, 콜걸과 호텔 방안에서 무료한 하루를 보내는 두문택의 에피소드, 상대방을 암살하러 갔다가 함께 마약을 나눠 피며 친구가 되는 여문락과 펑샤오강의 에피소드 등 <경박한 일상>은 <이사벨라>(2006) 이전 팡호청 초기 영화들의 재기발랄함을 연상시킴은 물론 <이사벨라> 이후 영화들의 느낌도 준다. 말하자면 마치 극장 문을 나섰을 때 팡호청이 만든 7편의 장편영화를 연달아 본 것 같은 풍성한 기분이 든다.
블랙코미디 같기
7개의 에피소드로 채워진 풍성함 <경박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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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야기> A Christmas Tale
아르노 데스플레생 | 프랑스 | 2008년 | 143분 | 월드시네마 | 20:00 롯데시네마6
추석날 고향집에서 전 좀 부쳐본 사람들이라면 뼈저리게 다시 깨달았을 것이다. 가족이란 정말이지 골치 아픈 존재라는 걸 말이다. 아르노 데스플레생이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주농과 아벨 부부는 골수이식이 필요한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또 다른 아이를 낳았지만 결국 치료에 실패한다. 세월은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흘렀다. 장성한 가족은 엉망이다. 딸 엘리자베스는 집안의 난동꾼 앙리의 행각을 견디다 못해 그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조건으로 인연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그러나 엄마인 주농이 암에 걸려 가족의 일원으로부터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 탓에 엉망진창이 된 가족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물론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아르노 데스플레생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처럼 말과 말, 관계와
지적인 엔터테인먼트의 극점에 도달한 예술품 <크리스마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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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의 시간> Firaaq
난디타 다스 | 인도 | 2008년 | 101분 | 아시아영화의 창 | 10:30 메가박스6?9
2002년 3월 인도 서북부에 위치한 파키스탄과 인접한 국경지역 구자라트주에서 2천여 명이 죽은 학살사건이 발생했다. 이것은 이슬람교도들과 힌두교도들이 시내 한복판에서 서로를 처참하게 죽인 종교분쟁. 이야기는 세 가족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첫 번째 가족. 집에 돌아오자 모든 것이 화재로 날아가 절망하는 부부. 두 번째 가족. 당시 학살사건에 대한 트라우마로 환청이 들리는 아내와 그녀를 나무라는 남편. 이때 그녀 앞에 이슬람 소년 모한(모신)이 나타난다. 세 번째 가족. 모든 것을 잊기 위해 델리로 가려는 부유한 젊은 부부. 감독은 세 이야기를 통해 당시 사건에 대한 다양한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 세 가족이 아닌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모슬렘 소년 모한이다. “너의 이름은 뭐니”라는 질문에 이슬람 언어인 자신의 이름 ‘모
구자라트주 학살사건 <살육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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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라>M Gomorra
마테오 가로네 | 이탈리아 | 2008년 | 135분 | 오픈시네마 | 22:00 야외상영장
지난 수백 년간 유럽의 여행자들은 말해왔다. 나폴리를 보고 죽자고. 누가 오래된 이탈리아의 격언을 믿으랴. 요새는 나폴리를 보러갔다가 죽을 판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항구도시 나폴리는 더 이상 세계 3대 미항이 아니다. 쓰레기가 들끓는 소매치기의 도시인 동시에 악명 높은 마피아 카모라 가문이 전제군주처럼 통치하는 폭력의 항구다. <고모라>는 카모라 가문이 나폴리를 장악해간 과정을 다룬 로베트로 사비아니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여기서 상업적인 이탈리안 마피아 영화들이 흔히 보여주는 극적인 폭력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현대 나폴리의 어둠에는 영웅도, 영웅적인 악당도 없다. 대신 가난과 폭력에 맞물려있는 몇 명의 주인공들이 있을 따름이다. 마테오 가로네 감독은 카모라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소년, 독립적인 갱단을 꿈꾸는 멍청한
꼼꼼한 퀼트처럼 직조한 나폴리의 지하세계 이야기 <고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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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미용실에 계세요> Mommy Is at the Hairdresser’s
레아 폴 | 캐나다 | 2008년 | 99분 | 월드시네마 | 10:00 롯데시네마6
제목만 보고 영화의 배경이 미용실일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캐나다의 대표적 여성 감독 레아 폴의 <엄마는 미용실에 계세요>는 1960년대 캐나다 퀘벡의 조용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스위스가 고향인 감독은 꾸미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영화에 담아내고 그 속에서 힘겨운 여름의 한때를 보내는 엘리스와 그녀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엘리스와 두 명의 남동생 코코, 브누아는 각자의 취미생활을 즐기며 여름방학의 자유를 만끽한다. 엘리스는 낚시를 하고, 브누아는 그런 엘리스를 따라다니고, 코코는 미니 자동차(카트)를 만든다. 그러나 한적하고 평화로운 일상은 엄마와 아빠의 불화로 엄마가 런던으로 떠나면서 산산조각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낚시를 하고, 카트를 만
달콤쌉싸름한 성장기의 비밀 한 토막 <엄마는 미용실에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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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3일 오후2시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Asia Pacific Actors Network, 이하 APAN) 컨퍼런스가 열렸다. 아시아각국 배우들 간의 친목도모, 아시아영화 발전을 위해 발족된 APAN은 작년 사업보고와 배우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성공적인 캐스팅 사례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리였다. 또한, 이날 행사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AXAs(Asian Excellence Awards)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AXAs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아메리칸 배우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이다. 안성기, 강수연의 사회로 열린 ‘패널 디스커션’에는 우에노 주리, 리 샤오루, 서천우, 메르세데스 카브럴 등 아시아 배우,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 문 블러드굿, 아론 유, 제임스 카브럴 ,아티스트뷰의 송완모 대표를 비롯한 중국 청티엔18 엔터테인먼트 왕징화 대표 등 국내외 매니지먼트 관계자가 참석했다.
아시아 배우들의 해외 진출을 도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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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3일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봤던 관객이라면 진한 스릴과 짜증을 느껴야 했을 것이다. 롯데시네마는 센텀시티 롯데백화점 건물 8층에 자리한 탓에 엘리베이터를 타는 편이 빠르다. 하지만 이날은 영화제 관객과 백화점 고객이 겹친 탓에 엘리베이터가 좀처럼 1층에 멈추지 않았다. 누구는 20분, 누구는 25분을 기다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상영관에 입장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4일부터는 롯데시네마 입장이 쉬워질 전망이다. 영화제 쪽과 백화점 쪽은 긴급 협의를 갖고 영화제가 끝나는 10일까지 입구쪽 엘리베이터 3대가 1층과 8층 사이만을 운행(1대는 지하 2층 운행)하도록 조치했다. 물론, 관객이 몰리는 시간이라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여유만만하게 8층에 가는 쪽이 편리할지도 모른다.
[BEHIND PIFF] 스릴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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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이 10월3일 오전 11시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김동호 공동집행위원장과 4명의 심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뉴 커런츠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유일한 극영화 경쟁부문으로 올해는 14편의 영화가 뉴 커런츠상 두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 심사위원장은 장 뤽 고다르의 <여자는 여자다>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배우 안나 카리나가 맡았고, 김기영 감독의 작품에 다수 출연한 한국 배우 이화시, 독일 영화 제작자 칼 바움가르트너, 인도 감독 산토시 시반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한다. 사미라 마흐말바프 감독은 애초 뉴 커런츠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건강 문제로 영화제 참석이 취소됐다. 김동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수상작 선정시 의견이 2:2로 맞설 경우엔 심사위원장이 결정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10월7일 최종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수상작을 결정할 예정이다. 수상작 두 편에는 각각 3만
젊은 재능을 발굴할 이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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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텔앰배서더호텔의 클럽 머피에서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맞이하여 10월2일부터 4일까지 ‘3 Days of Cinematic Dream’이란 테마로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부산을 찾는 영화인들과 클러버들을 위해 국내외 유명 DJ들을 초청한 이벤트다. 3일 ‘DJ Koo’ 구준엽과 일본의 타케시가 무대에 섰으며, 마지막 날인 4일에는 파리에서 활동 중인 DJ Lavin이 무대를 꾸민다.
유명 DJ들과 함께하는 3일간의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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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도 잇신의 신작 <구구는 고양이다>는 고양이 애호가들을 대동단결하게끔 만들 작품이다. 섬세하게 포착한 고양이와 그와 함께 사는 인간의 관계는 감독의 전작에서 나타난 ’힘겨운’ 사랑의 관계만큼이나 울림을 갖는다. 무엇보다 <구구는 고양이다>는 고양이의 습성과 표정, 동작들을 관찰하며 보냈을 이누도 잇신의 일상이 엿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 2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누도 잇신은 “말을 잘 듣지 않는 동물이라는 점이 고양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구구는 고양이다>는 <금발의 초원>의 원작자인 오오시마 유미코의 에세이를 빌려온 영화다. 어떤 점이 매력이었나.
=일단 이 영화는 에세이를 출판한 가도카와사의 회장에게 제의를 받은 것이다.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을 보고서 나에게 맡기고 싶어 했다더라. 신기한 건 이미 내가 <금발의 초원>을 연출했다는 사실을 그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제의를
말을 잘 듣지 않는 게 고양이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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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3일 오후 7시 노보텔앰버서더호텔에서 부산영평상 시상식이 열렸다. 최우수작품상은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이 수상했으며, 감독상은 <M>의 이명세 감독, 각본상은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심사위원특별상은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이 받았다. <추격자>의 김윤석과 <뜨거운 것이 좋아>의 김민희는 각각 남녀 주연상을 수상했다.
부산영평상 최우수작품상 <밤과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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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필름커미션&영화산업박람회(이하 BIFCOM)가 10월3일 오전 11시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갖고 5일까지 ‘고객’을 맞는다.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 부산영상위원회 박광수 위원장을 비롯 한국-뉴질랜드간 공동제작협정이 낳은 첫 작품 <소울메이트>의 스콧 레이놀즈 감독과 배우 한채영도 자리를 함께 했다. BIFCOM에 참가한 세계 영상위원회 회원들은 촬영 장소, 촬영 장비, 후반작업 등 영화 제작과 관련된 세계 14개국 61개 업체가 전시부스를 설치하고 비즈니스 미팅과 전문기자재 홍보 활동을 펼친다. 그동안 BIFCOM은 아시아 각국 영상위원회들이 자국에 영화·영상물 촬영을 유치하고 영상산업과 관련된 각종 마케팅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상호 로케이션과 공동 제작을 활성화시키는 가교 역할을 해 왔다.
BIFCOM 개막, 5일까지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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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블러드굿(Moon Bloodgood). 묘한 이름이다. 쉬이 기억되려 급조한 이름 같달까. 하지만 문 블러드굿은 그녀의 정체성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본명이다. “한국말로 ‘달’을 뜻하는 ‘문’은 엄마가 붙여준 이름, 블러드굿은 네덜란드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이름이다.” <패스파인더>와 <에이트 빌로우> 등으로 알려진 그녀는 올해 아시아 연기자 네트워크(APAN)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했다. 물론 더 궁금한 건 내년 5월22일 전 세계 개봉하는 차기작의 향방이다. 핵전쟁 10년 후를 다루는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말이다. 블러드굿이 이 역사적인 프랜차이즈의 네 번째 속편에서 맡은 역할은 존 코너(크리스천 베일)를 보좌하는 헬기 조종사 블레어 윌리엄스. 태국에서 <스트리트 파이터>의 새로운 영화를 촬영하던 그녀는 “메이크업을 하던 중 출연 소식을 듣고 비명을 질렀다”고 회상한다. “전지구적인 시리즈에 출연하게 되다니 격렬할
백인 미인만이 아름다운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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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기를 맞고 있는 아시아영화 시장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아시아필름펀드 포럼’이 10월3일 오후 3시30분 파라다이스 호텔 시실리룸에서 열렸다. <스크린 인터내셔널> 전 편집장 콜린 브라운의 사회로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포럼에는 미국 컨티넨탈 엔터테인먼트 캐피탈의 벤자민 와이즈브렌, 홍콩 이리지스터블 필름즈의 낸선 쉬, 일본 엔터테인먼트 팜의 야스시 고타니 그리고 한국 보스톤창업투자의 김현우 대표가 참석했다. 아시아 필름펀드의 현 상황, 필름펀드 정착을 방해하는 요소,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가 필름펀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김현우 대표는 “한국영화의 다양성에 대해선 많이들 얘기하지만 펀드의 다양화에 대한 얘기는 없다”며 다양한 수법의 파이낸싱과 펀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영화 시장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