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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주리가 품에 안고 있던 고양이는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게스트다. 아마도 부산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은 최초의 동물로 기록될 듯.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의 프로모션 용으로 CJ엔터테인먼트가 구입한 이 고양이는 보통 50만원 대에서 거래되는 아메리칸 쇼트헤어 종이다. 태어난 지 2개월 반 밖에 안된 터라 관계자들은 ’의전’에 특히 신경을 썼다. "KTX는 동물탑승을 금지하기 때문에 모래, 사료, 집을 싣고 자가용으로 데려왔으며, 무리한 사진촬영일정을 따라가기가 버거울까 싶어 틈만 나면 재우고 먹였다"는 게 홍보를 맡은 래핑보아 강은경 팀장의 설명이다. 다행히 "강아지 같은 고양이"라 인터뷰를 하러 찾아온 기자들을 잘 놀아줬다고. 하지만 어찌나 피곤하셨는지, 레드카펫에 오를 때는 졸고 계셨다고 한다.
[BEHIND] 레드카펫을 밟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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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요트경기장 야외상영장에서 있었던 <스카이 크롤러> 상영사고에 대해 영화제측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영화제측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관람료 환불과 재상영을 조치할 것"이라며 "예기치 못한 사고로 관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린데 대해 거듭 사과드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두 번째 야외상영작이었던 <고모라> 상영이 끝난 후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관객들에게 사과를 했으며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프로그래머와 스태프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퇴장하는 관객들에 머리 숙여 인사를 했다고 전했다. 환불을 받을 관객은 영화제 기간중 모든 임시매표소에티켓을 제출하면 되며, 영화제 기간중 임시매표소를 방문하지 못한 관객은 ’부산시 해운대구 우1동 1393번지 요트경기장 부대건물 2-1호 부산국제영화제 티켓팀’으로 티켓과 환불 받을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영화제 종료 후 입금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환불액에
<스카이 크롤러> 상영사고 전액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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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 <밤과 낮>의 홍상수 감독과 <35 럼 샷>의 클레르 드니 감독이 만났다. 두 감독이 만난 ‘아주담담: 두 감독의 만남’은 5일 저녁6시 PIFF 파빌리온 무대에서 열렸다. 사회를 맡은 김영진 평론가는 “두 사람 모두 파리라는 공간을 담아내는 솜씨가 뛰어나다”며 “로케이션 선정 기준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홍상수 감독은 “주로 직감에 의존하는 편이다. 또한 내가 아는 장소여야 한다”고 답했으며, 클레르 드니 감독은 “이야기의 성격, 제작진행의 효율성 모두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후 두 감독은 서로의 인연, 서사전개 방식,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남성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아주담담: 두 감독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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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에 미국에서 막 개봉한 차기작 <더 웨크니스>(2008)의 박스오피스 성적이 궁금해 잠을 설쳤어요.” 아론 유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국계 아메리칸 배우다.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Asia Pacific Actors Network, 이하 APAN)참석차 부산을 찾은 그는 이번이 3번째 한국방문이다. <네임쉐이크>(2006), <로켓 사이언스>(2007)의 조연을 거친 그는 샤이어 라보프와 함께 출연한 <디스터비아>(2007)로 할리우드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가 연기한 <디스터비아>의 ‘로니’는 영화에 양념을 제대로 쳐주는 장난꾸러기 캐릭터. 하지만 할리우드가 그를 자꾸 그런 이미지로만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된다. “그간 아시아계 배우들에게서 그런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었는데 내가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이미지로만 이용되는 것은 분명히 경계할 것.” 한편 지
시나리오만 좋다면 한국영화에도 출연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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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별들이 해운대에 떴다. 10월5일 낮 12시 ‘유럽감독과 배우의 만남’ 무대인사가 해운대 피프빌리지 내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아르노 데스플래생, 헬레나 트레쉬티코바 등 자신의 영화를 들고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유럽영화진흥공사(EFP) 소속 18명의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사회를 맡은 영화평론가 오동진은 “유럽 영화, 그 중에서도 루마니아·체코 슬로바키아 등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나라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며 유럽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한국 관객들에게 유럽영화를 소개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참석한 모든 영화인의 소속과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사회자가 열여덟 명의 이름을 차례로 부를 때마다 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에 참여한 소감과 함께 자신의 영화에 대한 애정 어린 멘트를 잊지 않았고, 관객들은 박수로 환호했다.
한편 무대인사 도중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일부
해운대에 뜬 유럽의 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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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즌 리버> Frozen River
코트니 헌트 | 미국 | 2008년 | 97분 | 컬러 | 월드시네마 | 13:30 부산극장1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프로즌 리버>는 감독 코트니 헌트의 장편 데뷔작이다. 첫 장편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영화는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레이는 두 아들의 엄마이자 가장이다. 남편은 집을 나갔고 자동차 마저 잃어버렸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던 차에 레이는 자신의 차를 훔친 릴라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함께 불법이민자들을 밀입국시키는 일을 하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 차가 필요한 릴라와 그저 돈이 필요한 레이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동업자가 되고 얼어붙은 세인트 로렌스 강을 건넌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이브, 마지막이라 생각한 밀입국에서 둘은 큰 실수를 저질러 국경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건너선 안 되는 강이었고 넘어선 안 되는 선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돈을 벌어야 했고 가정을 꾸려야 했다.
섬세하게 묘사 된 인물들의 심리 <프로즌 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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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이를 낳다> Child by Children
고지 하기우다 | 일본 | 2008년 | 122분 | 컬러 | 아시아영화의 창 | 10:30 프리머스1
정말 아이가 아이를 낳는다. 혹시 <주노>에 대한 일본영화의 대답일까? 하지만 <아이가 아이를 낳다>는 '아이의 임신'을 놓고 부모와 아이가 일심동체를 이루는 이야기도 아니고, <제니 주노>처럼 어른들의 반대 끝에 출산을 이루고 마는 성공담도 아니다. 13살의 하루나는 어느 날 학교에 새로 부임한 신입교사의 성교육을 듣고 자신의 임신을 깨닫는다. "선생님, 저 아이가 생겼어요." 그러나 아이들한테 성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지에 불탔던 선생님도 하루나의 임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국 하루나는 같은 반 친구들의 도움으로 뱃속의 아기를 키우고, 이들은 어른들의 힘을 빌리지 않은 채 아이를 받아낸다. 영화의 진짜 시작은 이때부터다. 사실 이 영화에서 ’임신’은 주제가 아니다.
아이들을 향한 경외심 <아이가 아이를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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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피크닉> Hooked
아드리안 시타루 | 루마니아 | 2008년 | 80분 | 루마니아 뉴웨이브 |17:00 롯데시네마4
루마니아 뉴웨이브는 그냥 허울좋은 카테고리 나누기가 아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크리스티앙 문주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과 코르넬리우 포럼보이우의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 크리스티 푸이우의 <라자레스쿠씨의 죽음>은 지금 루마니아가 가장 혁신적인 영화적 재능의 보고라는 걸 확실하게 증명했다. 이들의 특징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다큐멘타리에 가까운 리얼리즘과 혁신적인 카메라와 미장센이다. 루마니아 뉴웨이브를 결정짓는 특징이 후배들에게도 그대로 전수되고 있다는 건 아드리안 시타루의 데뷔작 <기묘한 피크닉>에서도 확실히 드러난다. 어느 빛 좋은 오후 미하이와 스위티는 교외로 피크닉을 떠난다. 두 사람은 자동차 여행 내내 티격태격하다가 십대 매춘부인 아나를 차로 친다. 그들이 시체를 처리할
인간 관계의 얄팍함과 신뢰의 문제 <기묘한 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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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남자> Another Man
리오넬 바이에르 | 스위스 | 2008년 | 89분 | 월드시네마 |20:30 롯데시네마4
프랑수아는 프랑스어권 스위스의 산골에서 여자친구에게 얹혀사는 남자다. 저널리스트(라고 해봐야 마을 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1주일에 한번 마을의 유일한 극장에 걸리는 영화의 리뷰를 정기적으로 쓰게 된다. 처음으로 써야하는 리뷰는 구스 반 산트의 <라스트 데이즈>. 그러나 문제가 있다. 사실 프랑수아는 영화에 대한 전문적이고 견해나 지식을 전혀 갖고있지 않다. 그래서 이 불쌍한 시골남자가 뭘 하냐고? 그는 파리의 저명한 영화잡지에 실린 비평을 한자도 빠짐없이 그대로 베낀 뒤 마을 신문에 연재한다. 그러나 프랑수아의 나태한 표절 인생은 기사시사회에서 만난 영화평론가 로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흔들린다. 프랑수아가 영화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첫만남에서 간파한 로자는 그를 슬그머니 자신의 괴상한 섹스 라이프에 끌어들여 갖고 놀기 시작한다
근사한 누벨바그식 사랑 이야기 <또 다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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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Service
브리얀테 멘도사 | 필리핀, 프랑스 | 2008년 | 94분 | 아시아영화의 창 | 20:30 프리머스1,6
마닐라 시내에 있는 도산 직전의 낡은 성인영화 동시상영관. 이곳의 하루는 꽤 고단하다. 극장의 여주인 네이다는 아들 조나스의 학교 준비에서부터 극장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할머니의 푸념, 아버지의 법정 변호사의 비용, 자신을 희롱하는 극장 벽의 성적 낙서, 극장 직원들간의 싸움까지 하루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다. 카메라는 일관된 움직임으로 극장의 긴 하루를 세심하게 관찰한다. 가령 카메라의 움직임은 네이다를 따라가다가도 극장 직원들이 매춘여성을 불러 섹스를 하는 장면으로 빠진다든지 극장 간판 화가의 애정문제로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꾸면서 극장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즉, 1인칭 시점의 위치와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위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무엇보다 영화의 힘은 카메라가 대상을 정면에서 당당하게 바라본다는 데 있다. 극장 영사실 직
극장이라는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의 단면들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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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여성에게서 검은색 머리의 아기가 태어나 화제를 모은 10년 전 키르키즈스탄의 한 신문기사가 <남쪽 바다의 노래>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3년 전, 마랏 사룰루 감독은 우연히 그 기사가 다시 떠올라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는 주인공 이반의 이야기를 통해 중앙아시아의 민족, 혈연문제를 이야기한다. 영화의 배경인 중앙아시아는 국내 영화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지역. 하지만 마랏 사룰루 감독은 이해하기 쉽게 인물과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다. “주제와 소재가 아무리 심각해도 표현은 재미있어야 관객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 그는 진지함과 재미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영화연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화는 이반의 우스꽝스럽고 유머러스한 일상 이야기를 시작하여 갑자기 진지한 키르키즈스탄의 역사 이야기로 분위기를 바꾼다. 이런 전환에 관객들이 당황스러울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사랑을 쟁취한 역사이야기는 당연히 진지하게 다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중앙아시아의 사회문제를 세상에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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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PIFF 최고의 스타? 일본 아줌마팬들을 철야 배치시킨 이병헌과 정우성은 물론이거니와,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아론 유와 문 블러드굿 역시 PIFF 관객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여기에 반드시 추가해야할 이름이 둘 있다. 소련 통치하의 카자흐스탄을 배경으로 노인과 소년의 비극적인 우정을 그린 개막작 <스탈린의 선물>의 달렌 쉰테미로프와 누르주만 익팀바에프다. 두 사람은 개막작을 본 관객들의 인사를 받느라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누르주만은 지난 6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카자흐스탄의 국민배우. 꼭 붙어서 서로를 쳐다보는 눈이 진짜 할아버지와 손자같다고 묻자 그가 말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서로 영혼을 너무 많이 주고 받았다. 그래서 내가 아이의 영혼을 갖게 된 것 같다". 멀리 앉아있던 감독이 "달렌은 1년간 500명의 아이들을 오디션 한 뒤 발견한 보석이다"고 말하자 달렌이 갑자기 소리쳤다. "500명 아니에요! 제가 600번이었잖아요!". 누르주만은 아이의 눈을 사랑
서로의 영혼을 주고받은 소년과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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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이를 낳다>를 연출한 하기우다 코지 감독에게 '아이'는 매혹의 대상이다. 어른들에게는 퇴화해버린 가공할 힘이 아이에게 있다고 믿는 그는 전작을 통해서도 줄곧 아이를 그려왔다. <귀향>은 상처받은 어른을 치유하는 아이의 이야기였고, <신동>은 피아노 연주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가 세상을 각개격파해가는 영화였다. 세번째 작품인 <아이가 아이를 낳다>에서는 정말 아이가 아이를 낳는다. 세상이 경천동지할 이 상황에서 허둥지둥대는 건 어른들 뿐이다. 오히려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커뮤니티안에서 힘을 보태 출산을 돕는다. 다른 집 아이들 보다 조금 더 조숙한 아이들인 걸까? 하지만 하기우다 코지는 그것이 아이들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매번 새로운 것을 안겨주는 공간이다. 매일 매일 새로운것을 경험하고 극복해야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런 에너지가 없을 수 없다." 그는 이번 영화를 연출하는 동안에도 자신의 생각을 확신할 수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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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바그. 이 단어를 입에 머금는 순간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다. 바로 안나 카리나의 얼굴이다. <국외자들> <미치광이 삐에로> <비브르 사 비>같은 장 뤽 고다르의 영화들속에서 카리나는 달리고 춤추고 담배를 피우고 몸을 팔고 남자를 죽였다. 그녀로부터 누벨바그와 새로운 영화적 여성상이 탄생했던 것이다. 예순이 넘은 시대의 아이콘 안나 카리나는 올해 뉴커런츠 심사위원장과 <빅토리아>라는 신작의 감독으로 부산에 왔다. <빅토리아>는 롤리타스라는 듀오 가수들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빅토리아라는 여인과 함께 콘서트 투어를 떠난다는 내용의 저예산 로드무비다. 안나 카리나는 "<빅토리아>가 월드 프리미어로 부산에서 첫 공개되는 것이 너무나 기쁘다"며 아줌마처럼 껄껄 웃었다. 카리스마 대신 예술가의 자유로 가득한 웃음이었다.
-부산에 처음 온 소감은 어떤가.
=부산이라는 도시가 작은 해변 도시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수
고다르와 만난 건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