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케 비아 Parque Via 엔리케 리베로/멕시코|2008년|86분|프리머스4/오전 11시
베토는 ‘파르케 비아’의 관리인이다. 오랫동안 주인을 찾지 못한 저택을 홀로 지키는 그는 규칙적인 일상을 이어간다. 우스꽝스러운 티셔츠를 입은 채 잠자리에 들기. 아침 일찍 일어나 몸무게 재기. 아침을 간단히 챙겨먹은 뒤 구석구석 정성들여 청소하기. TV를 켜둔 채 낮잠 자기. 만나는 이라곤 가끔 그곳을 찾는 집주인과 일주일에 한번 정사를 갖는 창녀 루페뿐. 저 넓은 방들을 놔두고 왜 자신의 방에서만 섹스를 하냐는 루페의 물음에도 베토는 고지식하게 룰을 따른다. 그는 의지하되 소유할 수 없는 삶에 익숙해 있다. 어지러운 바깥 세상과는 철저히 분리된 그 특별할 것 없는 생에 젖어들 찰나, 이 늙은 남자에게도 위기가 닥쳐온다.
<파르케 비아>는 얼핏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할 만큼 사실적인 영화다. 좁은 복도를 노니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지나치게 건조하고, 매일은 지루할 만큼 엇비슷하다. 그러나 정지된 얼굴 아래 간혹 억눌린 욕망이 내비친다. 오프닝, 거미 한 마리를 아무렇지 않게 짓뭉개던 그 잔인한 발걸음처럼. 혹은, 밀실 생활에 길들여진 베토가 부동산 중개인과 그 동행인을 내려다보며 무심히 주먹을 쥐었다 펴는 것처럼. 그리고 이 가여운 남자의 운명이 간신히 궤도에 오르기 직전, 영화는 충격적인 결단을 내린다. 그 순간의 진실을 온전히 소유할 이는 드넓은 저택을 쓸고 닦으며 이에 전적으로 기대온 자그마한 노인 베토 밖에 없다는 뜻일까. 말수는 적지만 영리한 이 영화는 2008년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