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영화에 온도가 있다면, '마더'는 전작들보다 훨씬 더 뜨거운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괴물' 이후 3년 만에 신작 '마더'를 들고 관객을 찾아온 봉준호 감독은 27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살인의 추억', '괴물' 등 전작들과 비교하며 '마더'를 이렇게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봉 감독은 "'마더'가 나 자신이 납득할 만한 영화인지는 더 생각해 봐야 한다"고 겸손한 설명을 곁들였다.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 선수가 '납득할 만한 연기를 처음 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꽤 충격을 받았죠. 2시간 동안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후회하는 장면이 하나도 없는, 그런 영화를 아직 만들지 못한 것 같습니다. 후반작업 끝내고 '마더'도 돌아봐야 할 것 같아요."
5월 14일 개봉되는 '마더'는 나잇값을 못하는 어수룩한 아들 도준(원빈)이 동네에서 소녀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자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한 사투에 나서는 엄마(김혜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엄마만큼 원초적인 단어가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놀라면 '엄마'하고 외치고요. 그런데 고두심 선생님 나오시는 '엄마'라는 영화가 이미 있어서 '마더'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봉 감독이 어린 시절 김혜자의 연기를 보고 반해 언젠가 꼭 함께 영화를 찍겠다고 결심했고, 감독이 된 뒤 '삼고초려'를 한 끝에 김혜자로부터 출연 결심을 이끌어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 엄마는 특정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엄마가 김혜자'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딱히 이름을 안 붙였어요. 김혜자 선생님이 거절하셨다면 '마더'는 무산됐을 겁니다. 엄마가 어떤 느낌을 가진 사람인지 선생님과 생각이 맞아서 2인3각 경기를 하듯 전력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박쥐'의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과 '마더'의 '주목할 만한 시선'을 비교하는 질문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나보다 10년 연상이라 세대 차이가 나니 비교하지 말아 달라"며 "경쟁 부문은 아니지만 '마더'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님과는 워낙 절친한 사이예요. 저도 '박쥐'를 봤는데, 거장이 만든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부문 진출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막상 칸의 라인업을 보니 잘 나가는 정당의 국회의원 공천 리스트를 보는 듯했어요."
그는 군 제대 이후 처음 영화에 출연하는 원빈에 대해서는 "독한 승부근성을 가진 사람이고, 자기 연기에 대한 기본적인 콘셉트가 있어서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원빈군을 보고 '아, 도준이구나' 싶을 정도로 잘 해줬죠. 김혜자 선생님과 원빈군 모두 맑은 '소의 눈'을 가지고 있어서 좋아합니다. 선생님, 아름답다는 얘기예요. (웃음)"
봉 감독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데 대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15세 이상 관람가를 신청한 것일 뿐"이라며 "섹스와 폭력에 대한 묘사가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있어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적절한 등급을 매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cherora@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