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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들은 정유미를 한국 인디영화의 사랑스러운 마스코트 정도로 생각하죠. 하긴 데뷔 뒤 몇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인터뷰 울렁증, 비전형적인 연기 스타일, 여전히 일반인의 풋풋함을 잃지 않은 외모, 인디영화계와 꾸준히 맺고 있는 유대를 고려해보면 다른 이미지로 생각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이런 걸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지금까지 정유미가 과연 단 한번이라도 보편적으로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한 적 있나요? 제 답은 아무래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씩 따져보죠. <사랑니>의 17살 인영은 아무리 봐도 살짝 맛이 갔습니다. 집착과 망상에 빠진 위험한 스토커예요. <가족의 탄생>의 채현은 주변 사람들에겐 자애의 여신이지만 정작 남자친구 경석에게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악몽이죠. <좋지 아니한가>의 하은은 원조교제를 하는 불량소녀고요. <케세라세라>의 한은수는 얼핏 보면 평범한 한국 미니시리즈 캔디처럼 보이죠? 하지만 중반을
[듀나의 배우스케치] 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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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영화에서 감지하기 어려웠던 에너지와 재능을 두 영화에서 본다. <영화는 영화다>와 <우린 액션배우다>이다.
<영화는 영화다>는 장훈 감독의 데뷔작이다. 원작은 김기덕 감독이 썼고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어떤 전환을 보여준다. 발상의 전환이다. 몸싸움으로 점철할 수 있는 액션영화에 어떤 자기 성찰성(self-reflectivity)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더니스트 영화의 미로 만들기와는 거리를 두고 있으며, CF들이 앞다투어 도입하는 자의식적이며 젠체하는 과잉 스타일화도 아니다.
적절한 각색과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 <영화는 영화다>
이 작품은 액션영화라는 재현의 장과 ‘리얼한 액션’의 현존의 틈바구니에서 발생하는 웃음과 비애 그리고 행위와 행동을 들여다본다. 이 틈새에서의 경합을 매우 그럴듯하게 만드는 두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소지섭(이강패)과 강지환(장수타)이다. 이강패는 이름대로 중간보스 깡패
[전영객잔] 한국영화의 희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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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멋진 하루> 내 돈 떼먹은 그 놈!
[헌즈다이어리] <멋진 하루> 내 돈 떼먹은 그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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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울학교 이티> 공부의 신(神) - 중삼 남기남
[정훈이 만화] <울학교 이티> 공부의 신(神) - 중삼 남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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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려고. 이나영이 김기덕의 영화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첫 번째 반응은 ‘놀람’이었고, 두 번째는 ‘우려’였다. 용기있는 선택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중에게 무작정 호감인 배우가 대부분의 비호감과 일정 부분의 호기심인 감독과 만나는 일은 그만큼 ‘용기’라는 게 필요한 일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질문이 뒤따랐다. 이나영은 평소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던 걸까, 아니면 배우로서 변화의 계기가 필요했던 걸까. 하지만 복잡한 생각을 한 건, 소식을 접한 관객뿐이었다. <네 멋대로 해라>의 전경, <아일랜드>의 중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유정 등 이나영이 연기한 여자들은 하나같이 다양한 속내를 갖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는 복잡한 생각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제가 비쳐지는 모습 때문에 변화를 주고자 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김기덕 감독님 영화요? 별로 안 봤어요. <수취인불명>이랑 <나쁜 남자> 정도? 그런데 끝까지 보지
[이나영] 꿈을 꾸는 여자, 꿈에서 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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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김기덕 감독을 한국영화계의 비주류로 인식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는 자기 세계가 확실한 열다섯편의 장편을 찍은 중견감독이자, 해외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한국 감독이고, 국내 제작환경에서 자신을 추종하는 신인감독들에게 입봉 기회를 나눠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감독이다. 한때 그는 혜성 같은 존재였지만, 이제 다른 행성들을 거느린 항성이 되었다. 그의 새 영화 <비몽>은 한국의 미가 담뿍 담긴 배경에 일본과 한국의 배우가 함께 각자의 모국어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저예산영화로, 주관객층은 국내보다 더 많은 유럽과 미국의 고정 팬들이다. 진정한 세계화는 (흔히 오해하듯 <디 워>가 표방한 미국식 거대자본화가 아니라)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황진미: <숨> 이후 좀 간격이 뜬 것 같다.
김기덕: 그렇지도 않다. 매년 초에 하나씩 만드는데, <숨>이 지난해 초, <비몽>이 올해 초에 만든 거다. 개봉이 조금 늦어진 거지.
[김기덕] “난 어차피 눈뜬 세상보다 눈감은 세상에 심취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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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을 통한 도약을 그린 김기덕의 열다섯 번째 영화 <비몽>
비몽. 슬픈 꿈. 이번 가을 김기덕 감독이 선보일 신작의 제목이다. 꿈을 꾸는 남자 진과 그의 꿈을 현실에서 행하는 여자 란 역은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와 한국 배우 이나영이 맡았다. 김기덕 감독의 지휘 아래 꿈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진, 심지어 하나로 녹아내리는 세상에 사는,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고 또 증오하는 두 남녀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10월9일 개봉할 김기덕의 열다섯 번째 장편영화 <비몽>을 소개하면서 오랜만에 신작을 갖고 돌아온 감독의 인터뷰를 함께 전한다. 김기덕 영화에 동승하는 의외의 행보를 보인 배우 이나영의 인터뷰도 실었다.
다시 겨울이다. 김기덕 감독은 <시간>과 <숨>에 이어 <비몽>에서도 다시 한번 앙상한 겨울의 이미지를 불러들인다. 김기덕 영화의 인물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은 앙상하게 발가벗은 겨울의 이미지이다. 그것은 죽음 혹은
<비몽> 꿈과 현실의 합일을 소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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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품속의 새끼고양이) 아이쿠! 이 녀석 봐라. 역시 고양이는 자기 좋아하는 사람을 알아보나 봐요.
=오~! 내가 ‘애묘가’란 건 어떻게 알고. 날 보자고 한 이유가 이거였나? 뭐 내가 인간들을 많이 도와주기까진 하지만 이런 귀여운 선물까진 필요없는데 말이야.
-아뇨. 며칠 전 비 오는 날 집 앞 쓰레기통 옆에서 주운 녀석이에요. 어찌나 가엾던지. 사실 한국이 고양이들이 살기 썩 좋은 나라가 아니거든요. ‘길냥이’들이 무지 많은데 차에 치여 죽고, 사람들이 먹는 짠 음식 뒤져먹다가 신장염 걸려서 죽고…. 평균수명이 2년도 채 안 돼요. 그래서 레드씨께서 사단법인 한국고양이협회에 기부라도 해주십사 하고….
=아! 그런 좋은 일이라면 기꺼이~! 기부가 아니라 수십 마리 정도 입양이라도 해야겠군. 그래, 날 보자고 한 이유가 기부 때문이었나?
-아뇨, 다름이 아니라 뭐 수없이 접하셨던 질문이겠지만 한번도 명쾌하게 대답을 주신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오늘은 꼭 답을 들어야
[가상인터뷰] 인간을 지켜주는 악마 <헬보이2: 골든 아미>의 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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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입주가정교사로 전전하다 클럽 가수의 매니저가 된 페티그루.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는 중년의 페티그루가 겪는 하루 동안의 판타스틱한 모험극이다. 출판 당시 파격을 불러일으킨 원작의 반향, 영화 속 스크루볼코미디의 전통, 화려한 런던 사교계의 과거를 재현한 영화의 비주얼 등을 통해 페티그루의 하루가 얼마나 특별한지 살펴본다.
1. 숨겨진 제인 오스틴, 위니프레드 왓슨
1938년 위니프레드 왓슨이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의 초고를 보냈을 때 메튠 출판사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당시 여성들이 즐겨 읽던 소설은 한적한 전원소설이 주류였다. 그런데 왓슨의 소설은 런던의 웨스트엔드 사교계의 화려한 배경, 입주가정교사라는 여성 직업의 변화, 화려한 클럽이 등장하는 전혀 새로운 영역이었다. 더군다나 소설 속 여성들은 사랑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거나 자유연애를 일삼는 등 대담하고 파격적인 연애관을 설파하고 있었다. 주변의 우려에도 왓
[알고 봅시다] 중년 여성이 하룻동안 겪는 판타스틱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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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적인 바이올린 연주로 시작되는 비발디의 <사계> 여름 3악장이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한 남자가 절망에 빠진 듯 쭈그려 앉아 담뱃불을 바닥에 비벼 끈다.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은 긴박함. 과연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상적인 영화의 오프닝이 지나고 나면 대문 앞에 쭈그려 앉은 남자, 형석의 추레한 모습이 화면에 잡힌다. 형석은 어젯밤 친구들과 과음했고 필름이 끊겼다. 날아가버린 기억을 애써 찾아주는 친구의 전화. “근데 왜 그랬냐? 너 어제 서연이한테 고백했어.”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짝사랑해왔던 서연에게 그런 식으로 고백해버리다니. 형석은 변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서연에게 전화를 걸지만 상황은 꼬여간다. 감정 잡고 녹음한 메시지는 버튼을 잘못 눌러 날아가버리고, 마음 가다듬고 건 두 번째 전화에선 민망한 말들이 녹음된 채 배터리 부족으로 전원이 꺼진다. KT&G 상상마당의 ‘이달의 단편영화’ 5월 우수작 중 한편으로 선정된 백종현 감독의
[이달의 단편] 사랑 고백, 버튼 잘못 눌러 날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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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일본의 거대한 애니메이션 시장은 두 갈래로 양분되어 있었다. 소년·소녀 잡지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과 청소년 관람불가인 성인용 애니메이션.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신에이동화가 1992년 제작한 TV시리즈 <짱구는 못 말려>는 성인용 만화(우스이 요시토의 <크레용 신짱>)를 동심의 세계로 끌어들인 획기적인 애니메이션이었다. 방영 당시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홍콩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의 여러 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 애니메이션의 제작자 히토시 모기가 제1회 대한민국 콘텐츠 페어의 특강을 맡아 한국을 찾았다. 그는 9월25일 일반인과 전문가들을 상대로 <짱구는 못 말려>의 성공 전략을 강의했다.
-<짱구는 못 말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프로젝트였다. 기획할 당시 주변의 반응이 어땠나.
=어른들은 “애들 보여주면 안 된다”고 말렸고, 언론은 <짱구는 못 말려>가 어린이에 끼칠 부정
[히토시 모기] “성인용 에피소드는 애니메이션에서 다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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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주성치의 할리우드 진출 꿈이 이루어졌다. 지난 9월19일 컬럼비아픽처스 회장 더그 벨그라드와 맷 톨마치는 그간 <쿵푸허슬> <CJ7: 장강7호>의 공동제작 및 배급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던 주성치가 신작 <그린 호넷>의 감독을 맡게 됐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주성치는 영화의 주인공 브릿 레이드와 그린 호넷의 파트너인 가토 역을 맡는 겹경사를 누렸다.
<그린 호넷>은 언론재벌 브릿 레이드이자 그린 호넷(세스 로건)이 일본계 쿵후 고수 가토(주성치)와 함께 범죄소탕에 나서는 가면을 쓴 슈퍼히어로물이다. 이 작품은 1936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WXYZ 라디오 드라마로 이후 코믹스로 발간되었다. 그리고 1966년에 TV시리즈로 다시 방영되었다. 당시 TV시리즈에서 가토 역을 맡은 배우는 다름 아닌 주성치가 오랫동안 존경해왔던 이소룡이었다. 이를 두고 주성치는 “어릴 때부터 TV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었다. 당시 이소룡이 연기했던 가토 역
주성치, 할리우드 진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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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일으키는 바람, 가미카제의 특공대원들이 출격준비 중인 비행기 앞에 서 있다. 무표정한 이들은 천황과 일본제국 앞에 기꺼이 한 목숨 바치겠다는 충성어린 맹세를 한다. 바로 이것이 가미카제 특공대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제5회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에 초청된 <가미카제 이야기>는 그때 정말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가미카제의 진짜 이야기다. 이 작품을 연출한 리사 모리모토가 한국을 처음 찾았다. 그녀는 뉴욕대에서 아시아·태평양·아메리카 연구소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하였고, 현재 남편과 함께 대표로 엣지우드픽처스를 운영하면서 단편영화, 다큐멘터리, 극영화를 가리지 않고 활동 중이다.
-이 시점에서 가미카제의 이야기를 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사촌동생으로부터 외삼촌이 가미카제 대원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내 외삼촌은 유머러스하고 다정다감한 사람인데, 가미카제 대원이었다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내가 크게 놀랐다면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놀랄
[리사 모리모토] “일본인들이 절대로 할 수 없었던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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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시은은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하 <사랑과 전쟁>)의 팬들 사이에서는 ‘완소 시은’으로 불린다. 어느 식당을 가나 ‘사이다’는 기본이고, 만차인 주차장에서도 자리를 내줄 정도다. “우리 애들은 이제 어딜 가든지 사이다는 다 주는 줄 안다. (웃음) 죄송한 생각도 들지만, 항상 감사하고 있다.” <사랑과 전쟁>에 출연한 시간만 벌써 9년. 처음에는 신세대 주부를 주로 연기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녀도 요즘은 종종 불륜을 저지르거나, 시어머니를 내다버리는 악덕주부를 맡고 있다.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대표배우인 이시은을 극장판 <사랑과 전쟁: 열두 번째 남자>를 빌미삼아 만났다.
-영화에서도 주인공인 줄 알았다. 그런데 조연이더라.
=나도 약간 섭섭했다. (웃음) 농담이고 감독님이 처음부터 나를 배제했었다더라. 감독님이 우리 남편도 알고 아이도 아는데, 나는 안 할 거라고 생각하신 거다. 사실 그때는 나도
[이시은] “솔직히 나도 남편 휴대폰을 몰래 열어본 적 있다”